만년을 견딘 재료: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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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을 견딘 재료: 도자기

by &#$@* 2022.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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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인류 최초의 발명품입니다. 세계 각지에서는 흙을 반죽해 형태를 잡은 후에 불에 구워 만든 토기를 오래전부터 사용해왔지요. 고고학이란 학문은 어느 나라에서든 항아리와 파편을 만드는 일에서 찾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토기, 도기, 자기 등의 발달 정도는 한 문명의 성숙도를 재는 유능한 척도이지요.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등 훌륭한 신소재가 있어도, 오늘날에도 도자기는 여전히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밥공기나 질그릇 냄비는 형태와 재질이 각 유적지에서 출토되는 토기와 기본적으로 똑같아요. 

 

용도가 매우 다채롭다는 점 또한 도자기의 커다란 장점입니다. 값을 매기기 힘들 만큼 귀중한 예술품인 자기부터 벽돌과 타일, 기와 등 친근하고 값싼 재료에 이르기까지, 도자기의 활용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습니다. 인류 문명을 이토록 오랜 기간 폭넓게 지탱한 재료는 손에 꼽힐 정도이지요.

 

안전한 식생활을 가져온 터닝포인트

최초의 도자기인 토기는 언제 처음으로 만들어졌을까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추정되는 토기는 중국 후난성에서 출토된 것으로, 약 1만 8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 훨씬 옛날부터 토기를 사용한 셈입니다. 

 

점토를 물로 반죽해 말린 다음 불에 구우면 단단하고 튼튼한 재료가 된다는 사실은 불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을 것 같습니다.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연대는 여러 설이 있지만 적어도 20만 년은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더 일찍부터 토기를 사용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정착을 위해 토기가 만들어졌거나, 토기가 정착을 촉진했든간에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커다란 전환점에 토기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림 자료: 고고학 발굴로 출토된 고대의 토기들
(그림 자료: 고고학 발굴로 출토된 고대의 토기들)

 

인류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토기를 만들었지요. 다양한 그릇을 사용해 물과 식량을 조리하고 보존하면서 인류는 안전하게 식량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전염병 또한 예방할 수 있게 되었지요. 토기는 인류가 번영하는 데 크게 기여한 셈이지요. 

 

도자기는 어째서 단단할까요?

점토는 물로 반죽해 말리기만 해도 형태가 유지됩니다. 점토를 햇볕에 말려 항아리 등을 만들어 물을 담으면 녹아버리므로 실용적이지 못합니다. 형태를 잡은 후 불에 구워야만 비로소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릇이 됩니다. 점토를 구웠을 때 강도와 내수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높은 열로 화학반응이 일어남으로써 원자끼리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지요. 

 

점토는 각종 광물의 미세한 결정이 한데 모인 것입니다. 결정 속, 즉 점토 입자 하나하나 규소나 알루미늄 같은 플러스 전하를 띠기 쉬운 원자나 마이너스 전하를 띠기 쉬운 산소 등이 교대로 결합해 정글짐처럼 견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결정 표면을 형성하는 원자에는 결합할 상대 원자가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표면 원자는 물 분자 등에서 빼앗은 수소 원자와 결합하거나 불규칙한 형태로 근처 원자와 일단 결합해 짝 없는 외로움을 달랩니다. 이 표면 원자는 결정 내부의 원자처럼 기회가 있다면 제대로 된 짝을 만나 안정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불로 열을 가하는 것은 이 같은 외톨이 원자에게 그토록 바랐던 ‘짝찾기’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열이 원자를 활발히 움직이게 해서 다시 편성하고 결합하도록 촉진하는 것이지요. 물로 반죽해서 만든 점토는 세밀한 결정들이 서 딱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열을 가해 표면 원자를 흔들면 새로운 원자끼리 결정들 사이에 다리를 놓듯이 결합함으로써 점토 전체 조직이 더욱더 치밀하고 단단해집니다. 이것이 본래 점토 덩어리에는 없고 도자기에만 있는 견고함의 비밀입니다. 

 

도자기는 수천 년에 걸쳐서 형태를 유지하며, 원래 상태인 점토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리 선조가 정성을 다해 만든 토기를 현대에 사는 우리 직접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원자 사이의 튼튼한 네트워크 덕분입니다. 

 

 

빛나는 그릇의 탄생

저온에서 구운 질그릇은 흙덩어리와 비교했을 때 강도가 훨씬 세다고는 하지만, 원자의 결합으로 형성된 네트워크가 치밀하지 못한 탓에 암석 덩어리의 단단함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질그릇에 충격을 가하면 모처럼 만들어진 결합이 끊어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져버립니다. 이 같은 질그릇의 무른 성질은 재료로서 큰 약점입니다.

 

또 질그릇에는 전체적으로 미세한 구멍이 나 있어서 이곳으로 물이나 공기가 통과합니다. 오늘날 화분으로 질그릇을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화분의 옆면으로 물과 공기가 통과하므로 식물의 뿌리가 썩거나 과도하게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질그릇의 이러한 점은 화분으로 쓰기에는 강점이지만 찻잔이나 물병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지요. 

 

유약은 이러한 질그릇의 결점을 보완해 주었어요. 점토 표면에 어떤 종류의 돌가루나 재 등을 바른 후 구우면 표면이 녹아서 유리질이 되고 점토의 자질한 구멍을 막아 강도와 방수성이 좋아집니다. 게다가 표면에 윤기가 생기고 빛이 어느 정도 통과하므로 더욱더 아름다워집니다.

 

연료인 나무를 태웠을 때 생기는 재는 포타슘 등의 알칼리 성분을 포함합니다. 이 성분이 규소나 산소의 결합 사이에 들어가 결합을 일단 끊어 표면을 녹이는데, 이것이 식으면 유리질이 됩니다. 이러한 나뭇재로 ‘천연 유약’으로 우연히 유약의 역할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릇은 이러한 각종 유약과 흙 종류, 토기를 굽는 온도 등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색이나 풍기는 인상이 세밀하게 달라지고 고예 예술품으로써 가치를 갖게 됩니다. 심오하고 묘한 데가 있어서 심지어 숙련된 도예가조차 늘 시행착오를 반복합니다. 오늘날 과학이 그 신비에 점차 가까이 다가가고 있지만 최첨단 과학과 기술을 구사해도 원하는 도자기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얼마나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요?

도자기의 역사는 얼나마 하얀 그릇을 만들어내느냐의 역사라고 합니다. 하얀 그릇에 음식을 담으면 음식의 색채 조화가 훨씬 돋보이고 색 또한 선명하게 보입니다. 예부터 아름다운 외모를 추구한 사람들이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목표로 해 왔듯이 도예가들도 순백의 반들반들한 완성품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새하얀 식기에 익숙한데요. 이는 대부분 도기가 아닌 자기입니다. 도기는 점토를 주원료로 하며, 비교적 저온인 800-1250도 정도에서 굽습니다. 완성된 도기는 빛이 통과하지 않고 옅은 갈색 등을 띱니다. 게다가 두껍고 금이 잘 가지 않으며 두드렸을 때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두꺼운 찻잔이나 뚝배기를 떠올리면 좋지요. 

 

반면, 자기는 하얗고 매끄러우며 단단합니다. 또 두드렸을 때 금속처럼 청아한 소리가 나고, 빛은 통과하지만 물은 통과하지 않습니다. 표면에 요철이 적어 씻기 쉽고 겉으로는 보기에도 청결한 느낌을 주므로 식기로 적합합니다. 

 

대체 자기는 도기와 어떤 점이 다르기에 이러한 특징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바로 원료와 굽는 온도입니다. 자기는 석영이나 장석, 고령석 등의 암석을 간 다음 물로 반죽해 형태를 만들어 여러 번 굽습니다. 끝으로 1,300도 쯤 되는 고은에서 구우면 표면에 발랐던 유약이 용해하고 침투해 매끄럽고 반들반들해집니다. 

 

자기가 순백인 이유는 색의 바탕이 되는 중금속 이온을 거의포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연 광물이라도 각각 색이 다른 근본 원인은 각종 이온의 함유량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강옥이어도 크로뮴을 미량 포함한 광물은 붉은빛이 돌아 루비가 되고, 철이나 타이타늄을 포함하면 푸른빛이 돌아 사파이어가 되지요. 도자기 역시 대개 유약이나 흙에 포함된 금속 이온이 색을 결정합니다. 

 

그림 자료: 조선 시대의 청자들
(그림 자료: 조선 시대의 청자들)

 

중국 후한시대 초기(기원후1세기 후반)에는 청자가 등장했습니다. 청자는 원료에 철분이 미량 들어 있어 아름다운 청록색을 띱니다. 순백의 자기를 본격적으로 만들게 된 때는 철분을 거의 포함하지 않은 고령석이 발견된 6세기 후반 수나라 때부터 추정됩니다. 백자가 얼마나 위대한 발명이었는지는 이후의 역사 속에 잘 드러나 있지요.

 

백자의 발달

자기는 당나라(618-907), 5대 10국(907-960, 송나라(960-1234) 시대를 거치며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제국인 원나라(1271-1368)로 접어들어 동서 간이 활발한 교류가 또다시 도자기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어요. 이슬람권에서 수입해온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짙은 청색을 안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코발트 안료와 순백 자기의 조합 덕분에 수많은 명품이 탄생했습니다. 이 식기는 터키와 이집트 등 이슬람권에 대량으로 수출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림 자료: 조선의 백자
(그림 자료: 조선의 백자)

 

유럽의 최초 도자기 공장, 마이센

중국 자기에 매료된 유럽도 르네상스 이후에 자기 열풍이 일어 엄청난 양의 그릇을 수입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영단어 ‘china’가 도자기를 뜻할 정도입니다.

 

1644년 명나라가 망해 도자기 생산이 중단되자 일본제 자기가 대량으로 팔려나갔어요. 왕후들은 앞다투어 동양의 그릇을 모았어요. 벽면 한쪽을 자기로 진열해 ‘도자기 컬렉션’을 만드는 사람까지 있었는데, 자기는 ‘하얀 황금’이라 불릴 만큼 귀중한 물품이었습니다. 

 

독일의 작센 선제후였던 프리드리히는 아우구스트 1세는 그중에서도 동양의 자기에 조예가 깊어 10만 타렐(현재 가치로 약100억 원정도)을 들여 자기를 사들였다고 합니다. 그 후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란 연금술사에게 도자기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여러 실험 끝에 결국 1709년에 하얀 도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1709년에는 드디어 유약을 입혀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는 자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아우구스트는 작센 지방에 공장을 세우고 자기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했어요. 현재에도 여전히 서양 자기에서 장점을 차지하는 마이센 자기의 시작입니다. 동양의 기술과 서양의 감각이 융합된 수많은 명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동경의 대상입니다. 

 

도자기에서 파인 세라믹으로

이리하여 도자기는 공예품, 예술품으로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생활과 밀접한 식기 등으로 사용되면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한때 목숨을 걸고 만들었던 백자 접시가 지금은 마트에 대량으로 진열되어 있으니, 뵈트거가 이 광경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죠. 

 

처음에는 토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점토로 만들었지만 머지않아 알갱이 크기가 고른 흙을 엄선하면서 더욱더 훌륭한 토기를 만들게 되었어요. 더 나아가 고령석 등의 광물을 이용한 자기가 탄생했습니다. 도자기의 역사는 원료의 정제도를 높이고 굽는 온도를 조절해 더욱더 아름답고 강한 재료를 만들어낸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화학 합성 기술로 순도 100%에 가까운 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알갱이 크기나 굽는 온도 또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합해 훨씬 훌륭한 도자기를 만들어내는 일도 가능합니다. 이른바 ‘파인 세라믹’이라 불리는 제품이지요. 

 

그림 자료: 여러 공업용으로 쓰이는 파인 세라믹들
(그림 자료: 여러 공업용으로 쓰이는 파인 세라믹들)

 

파인 세라믹이 단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원자 수준에서부터 균일성이 높은 구조라는 점입니다. 파인 세라믹은 고순도 원료를 사용하고 굽기 조건 등을 세밀하게 조절하여 만듦으로써 결함을 크게 줄인 것이지요. 파인 세라믹은 천연 점토를 원료로 사용할 때와 달리 구성 원소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축전기나 건전지 전극과 같은 전기 재료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고도로 발달한 첨단 재료는 이미 우리 생활에 침투해 있어서 세라믹 없는 생활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힘듭니다. 흥미롭게도 첨단 재료 역시 가루를 반죽해 굽는다는 기본 방식은 토기 시대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지요.

 

원료가 되는 원소가 무려 100종류가 넘는 데다가 조합이나 비율, 굽는 온도 등을 고려하면 도자기의 가능성은 무한대나 마찬가지입니다. 만 년 이상을 인류와 함께 걸어온 도자기지만 이 재료가 가진 능력은 무궁무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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