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노래가 사라진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이 책은 규칙과 법을 지키려는 개미 사회와 노래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짜루의 갈등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일개미 떼들은 커다란 먹이를 운반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아 성을 나서고 있습니다. 개미들은 길잡이 뒤를 쫓아 줄을 지어 걸었지요. 반들반들 윤이 나는 까만 몸에 단단한 느낌이 드는 눈으로 앞만 보며 규칙적이고도 빠르게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규칙 속에 한 마리의 개미가 간간이 발 맞추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그 개미는 깊 옆으로 빠지거나 뒤에서 걷던 개미에게 떠밀리거나 했습니다. 딴 개미들과 달리 그 개미는 꿈을 꾸는 듯한 여린 눈을 갖고 있었답니다. “짜루! 빨리 오지 못해?” 자꾸 옆으로 빠지는 이 개미에게 우두머리 개미가 소리쳤어요. ‘짜루’는 개미들의 말로 ‘바보’라는 뜻입니다. 보통 이 왕개미 나라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왕이 이 개미에게만은 특별히 아주 명예롭지 못한 ‘짜루’라는 이름이 붙여 주었어요. 그 이유는 얼마 전에 짜루는 숲 속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벌레를 발견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그런데 짜루가 성으로 가져온 것은 빨갛고 조그만 먹지도 못하는 열매였어요. 성안은 발칵 뒤집혔지요. 만일 적에게 벌레를 빼앗긴다면 전쟁을 해서라도 찾아와야 해서 병정개미들은 무기를 챙겼습니다.
짜루는 여왕개미에게 불려 갔습니다. “네가 가져오던 벌레는 어떻게 하였느냐?” 여왕이 물었어요. “풀숲에 두고 왔습니다.” 여왕은 아주 차갑고 날카로운 눈으로 짜루를 노려 보며 물었습니다. “어째 두고 왔느냐? 적에게 공격을 당했느냐? 아니면 무거워서 다른 개미들을 부르러 왔느냐? 그리고 이 필요없는 열매는 무엇이냐?” 여왕은 이런 엉뚱한 일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열매가 너무 아름다워서…. 벌레는 곧 가지러 갈 생각입니다.” 짜루는 머뭇거리며 대답했어요. 개미의 말 중에도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하도 오랫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아듣는 데 시간이 걸렸지요. “아-름-다-워-서?” 여왕이 되물었습니다. “예, 여왕님, 이것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입니까?” 짜루는 증거물로 가져온 열매를 가리켰어요. “너는 짜루(바보)구나. 아름답다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이냐?” 여왕은 일개미 우두머리에게 짜루를 앞장 세워 버려둔 벌레를 찾아오도록 명령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배를 부르게 하지 않아. 알겠느냐? 오늘부터 너를 짜루라고 부르겠다. 남들이 너를 부를 때마다 오늘의 이 어리석음을 되살려 보도록 해라.” 다행히 두고 온 벌레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채 있었기 때문에 짜루라는 이름만 얻고 일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에도 짜루는 먹이를 구하고 나르는 일보다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일을 마치자마자 짜루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아까 봐 둔 나무 잎사귀를 찾아냈어요. 그것은 벌레가 다 갉아 먹어 그물맥만 남아 있는 작은 잎사귀였습니다. 짜루는 나뭇잎 줄기를 튕겨 야릇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을 보고 온몸이 짜릿함을 느꼈어요. 위 줄기, 아래 줄기를 튕기면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소리가 날 줄은 몰랐던 거지요. 이 일에 온통 정신이 팔려 깜깜해져서야 성으로 들어갔습니다. 짜루의 풀잎 악기는 다시 한번 성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어요. 짜루는 악기를 튕기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다른 개미들은 노래하는 것을 생전 처음 들었기 때문에 짜루가 미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지요. 왜냐하면 성에서 노래를 만들어서도 안되고 불러서도 안된다는 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베짱이가 일은 안 하고 노래만 부르다가 결국에는 눈밭에서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개미 나라에서는 이 일을 교훈 삼아 노래를 법으로 금지한 것입니다.
짜루는 이 법을 비난했다가 성안에서 가장 어둡고 구석진 방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개미들은 곧 짜루를 잊고 있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내내 빠쁘게 일을 했던 개미들은 겨울이 되자 심심해 졌어요. 하루하루 일과를 지루하게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미들은 짜루를 생각해 냈지요. 그리고 노래하는 짜루를 흉내 내며 노래를 부르고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그들이 흉내 내며 웃다 보며 노래하는 것이 퍽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 짜루를 가둔 구석진 방을 지키던 병정개미가 나서서 새로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는 짜루가 매일같이 부르는 노래를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배운 것이지요. 모든 개미가 병정개미의 노래를 배워 함께 불렀습니다. 노래는 성안에 불처럼 퍼졌답니다. 마침내 여왕에게까지 금하는 노래가 들리자 반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해 병정개미들을 무장시켰어요. 병정개미들은 무기를 챙기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왕은 너무 놀라 짜루를 사형시켜야 했다고 생각했어요. 감옥에 있는 짜루를 불러와 여왕은 그의 죄를 물으면서 화를 냈습니다. “네 죄를 네가 알겠느냐? 귀를 기울여 보아라. 저 노랫소리.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노래’라는 말조차 몰랐던 백성들인데 저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저는 오랫동안 갇혀 있었습니다. 저 노래는 저들 자신의 것이지 제 것이 아닙니다.”라고 짜루는 대답을 했습니다. 여왕이 "열심히 일을 해서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건강하게 살도록 힘썼는데 지금은 그것이 참 부질없는 일같이 느껴지는구나.”라고 말했어요.
짜루는 오히려 절망을 한 여왕을 위로했습니다. “아닙니다, 여왕님. 여왕님은 훌륭하십니다.” 그러면서 노래는 건강하고 배불러서 그 행복을 나타내고 싶어서 부르는 거라고 말했어요. 이 말을 들은 여왕은 골똘히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마침내 마음을 정했어요. “법을 바꾸겠다. 열심히 일하는 자에게는 노래를 허락하겠다!” 이리하여 개미 나라의 개미들은 노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왕님 만세!” “짜루 만세!” 짜루는 그 자리에서 ‘여왕님은 위대하셔라’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개미들은 그 노래를 여왕에게 바치며 다함께 합창했습니다.
하브루타식 질문의 예:
개미 나라에서는 왜 노래를 법으로 금지했을까요?
짜루는 신선한 벌레 대신에 왜 열매를 가지고 왔을까요?
짜루는 감옥에 갇혔어도 왜 노래를 계속 불렀나요?
백성들은 건강하고 배부른데 왜 법으로 못하게 되어있는 노래를 불렀을까요?
짜루는 왜 행복을 나타내고 싶은 방법이 노래라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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