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은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지은 이야기입니다. 살아 있을 때 단 한 번의 선행을 베푼 도둑 간다타에게 부처님은 극락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가느다란 거미줄을 내려준 것이지요. 간다타는 부지런히 거미줄을 타고 올라옵니다. 하지만 자신을 따라 올라온 수많은 사람들을 본 순간 간다타의 마음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극락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는 것이었지요. 간다타는 그 간단한 것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글을 읽고 어떠한 사람이 극락이나 천국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은 극락의 연못가를 한가로이 거닐고 있었습니다. 연못에는 진주처럼 새하얀 연꽃이 피어 있었는데, 꽃 한가운데의 황금빛 꽃술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향기가 풍겨 나왔지요. 꽃 향기가 가득한 극락은 이제 막 아침을 맞고 있었답니다.
부처님은 잠시 연못가에 멈추어 서서, 연못에 가득한 수련 잎들 사이로 물 속을 들여다보았어요. 극락의 연못 바닥은 바로 지옥의 바닥이었습니다. 물이 수정처럼 맑기 때문에, 삼도천과 바늘 산의 모습이 마치 요지경을 들여다보는 듯 또렷이 보였지요.
그 때 간다타라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어요. 간다타는 다른 죄인들과 함께 지옥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간다타는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던 대도독으로, 사람을 죽이고 남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딱 한 번 좋은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간다타가 깊은 숲 속을 지나가다가 길가에 조그만 거미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발을 번쩍 쳐들어 거미를 짓밟아 죽이려다가 문득, ‘아니야, 아니야, 아무리 작아도 생명이 있는 거잖아. 생명을 함부로 죽이기는 너무 가없여.’라고 생각을 바꾸어 결국 그 거미를 살려 주었습니다.
부처님은 지옥을 내려다보면서, 간다타가 거미를 살려 준 일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착한 일을 한 대가로 지옥에서 구해 주기로 했답니다. 마침 바로 옆을 보니, 극락의 거미 한 마리가 비취빛 연잎 위에서 아름다운 은빛 거미줄을 자아내고 있었어요. 부처님은 거미줄을 살며시 손에 쥐고는 진주처럼 새하얀 연꽃 사이로 곧게 아래로 늘어뜨렸지요. 거미줄은 까마득하게 아래에 있는 지옥 바닥으로 내려갔습니다.
지옥 밑바닥에 있는 피의 늪에서 간다타는 다른 많은 죄인들과 함께 끊임없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고 있었지요. 어디를 봐도 온통 캄캄한 했는데, 이따금 어둠 속에서 뭔가가 언뜻언뜻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무시무시한 산의 바늘이 빛나는 것이라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지요.
더구나 그곳은 무덤 속처럼 아주 고요했고, 이따금 들리는 소리라고는 죄인들이 내뱉는 한숨 소리뿐이었습니다. 피의 늪에 떨어진 이들은 이미 지옥의 온갖 고문을 받아 지칠 대로 지쳐서 울음소리를 낼 힘조차도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대도둑 간다타도 늪의 피에 목구멍이 막혀 마치 곧 숨이 넘어가려는 개구리처럼 버둥거리며 할딱거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간다타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피의 늪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까마득히 먼 하늘 위, 고요하고 깜깜한 허공에서 은빛 거미줄 한 가닥이 천천히 자기 쪽으로 내려오지 않겠어요? 거미줄은 다른 이의 눈에 띌까 봐 조심조심 가느다란 한 줄기 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간다타는 거미줄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너무 기뻐 손뼉을 쳤어요. ‘저 거미줄에 매달려 계속 위로 올라가면 틀림없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어쩌면 극락에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이제 바늘 산으로 쫓겨 올라가지도 않고 피의 늪에 빠지지도 않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간다타는 얼른 거미줄을 두 손으로 단단히 거머쥐고 있는 힘을 다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악명이 높았던 대도둑이었으니, 이런 일쯤이야 오래전부터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하지만 지옥과 극락은 몇만 리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서둘러도 금방 위로 올라갈 수는 없었지요. 한동안 부지런히 올라가던 간다타도 마침내 한 뼘도 더 올라갈 수 없을 만큼 지치고 말았습니다. 간다타는 하는 수 없이 잠깐 숨을 돌리기 위해, 거미줄에 매달린 채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온 힘을 다해 올라온 보람이 있었던지, 좀 전까지 자기가 허우적대던 피의 늪은 어느덧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요. 희미하게 빛나던 무시무시한 바늘 산도 발아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올라가다 보면, 뜻밖에도 쉽게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간다타는 거미줄을 두 손에 감아쥐고는 지옥에 온 뒤로 몇 년 동안 한 번도 낸 적 없는 목소리로 “옳거니, 이젠 됐다.”하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많은 죄인들이 마치 개미 행렬처럼 자기를 뒤쫓아 정신없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간다타는 너무 겁나고 놀라 한동안 멍하니 입을 쩍 벌린 채 눈만 뒤룩거렸습니다. ’나 혼자 매달려도 끊어질 것 같은 가느다란 거미줄이 과연 저 많은 사람들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만약 중간에 끊어진다면 어렵게 여기까지 올라온 나도 함께 지옥으로 곤두박질칠지도 모르겠네. 그러면 참 큰일인데.’
그러나 그 순간에도 엄청난 수의 죄인들이 캄캄한 피의 늪 바닥에서 다닥다닥 붙어 기어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한 가닥의 거미줄에 줄줄이 매달려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답니다. 당장 어떤 수를 쓰지 않으면 거미줄은 뚝 끊어질 것 같았지요. 마침내 간다타는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습니다. “야, 이 죄인 놈들아, 이 거미줄은 내 거야. 네 놈들은 도대체 누구 맘대로 올라오는 거냐? 썩 내려가, 어서!”
바로 그 순간 여태껏 멀쩡하던 거미줄이 간다타가 매달려 있던 부분에서 갑자기 뚝 소리를 내며 끊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니 간다타도 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을 가르며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어둠 밑바탁에 거꾸로 처박힐 수밖에 없었지요. 이제 오직 거미줄만이 별도 달도 없는 허공에 짤막하게 드리워진 채 희미하고 빛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부처님은 극락의 연못가에 서서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간다타가 피의 늪 바닥에 돌덩이처럼 가라앉아 버리자, 부처님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습니다. 혼자만 지옥에서 벗어나려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그에 맞는 벌을 받아 간다타는 원래대로 지옥에 떨어진 것이지요. 그래도 부처님의 눈에는 어쩐지 간다타가 딱하게 보였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여태껏 멀쩡하던 거미줄이 갑자기 끊어져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처님은 왜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을까요?
-간다타는 왜 거미줄이 자기 것이라고 했을까요?
-부처님이 간다타를 딱하게 여기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다타가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지만 딱 한 가지 좋은 일을 했다는 이유로 간다타에게 거미줄을 내려 기회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부처님이라면 거미줄을 내려주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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