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옷? 원님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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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옷? 원님 옷!

by &#$@*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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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날 때 겉모습이나 외모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판단할 수도 있지요. ‘거지 옷? 원님 옷!’은 사람들의 선입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새로 원님이 왔어요. 원님은 요즘 말로 하자면 시장에다가 경찰서장을 합친 것쯤 되는, 한 고을을 다스리는 꽤 높은 우두머리이지요. 원님이 새로 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고을의 인심이 어떤지 살피는 일입니다. 백성들의 마음씨가 어떤지 알아야 고을을 잘 다스릴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백성들의 마음씨를 잘 알아볼 수 있을까요? 원님은 곰곰 생각하다가, 심부름하는 아이를 시켜 아주 허름한 옷 한 벌을 구해 오라고 했어요. 원님은 화려한 원님 옷을 벗고, 그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아이에게 물었어요. “이 고을에서 제일 부잣집은 어느 집이고 제일 가난한 집은 어느 집이냐?” “예, 제일 부잣집은 아랫마을 김 부자네 집이고 제일 가난한 집은 윗마을 박 서방네 집인 줄로 아옵니다.”

 

원님은 그 길로 관청 문을 나섰어요. 먼저 그대로 고래 등 같은 집이었어요. 높은 솟을대문에 문고리는 번쩍번쩍하고 높다란 담장이 뺑 둘러선 게 아주 으리으리한 기와집이었어요. ‘자 부자 인심이 어떤가 알아보자. ‘ 원님은 대문을 탕탕 두드리면서 “이리 오너라!”라고 소리쳤어요. 그러자 그 집 하인이 문을 빠끔 열면서, “누구신지요?”라고 물었어요. 원님은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집주인 좀 보자고 했지요. 그런데 거지 같은 사람이 집주인을 찾으니 머뭇거렸어요. 그때, 김부자가 방문을 열고는 몸을 반쯤 내밀고 “밖에 웬 소란이냐?”라고 물었습니다. 원님은 먼길 가는 나느네인데, 배가 고프니 밥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원님은 위아래로 훒어보더니 노잣돈도 안 갖고 다니는 한심한 사람 같아 하인을 불러 무어라고 말을 하고는 방문을 쾅 닫아 버렸어요.

 

하인은 원님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헛간에 세워 놓고 행랑채에 딸린 부엌으로 들어 갔습니다. 조금 뒤에 밥상을 내 오는데, 다리 하나 부러진 개다리소반 위에 식어빠진 꽁보리밥 한 덩이랑 간장 한 종지, 젓가락도 없이 몽당 숟가락 하나 달랑 얹어 놓았어요. ‘허허, 이게 부자의 인심이라니!’ 원님은 속으로 부아가 치밀었어요. 당장 ‘내가 이 고을의 원님이다!’라고 하고 혼꾸멍을 내고 싶었지만, 인심을 살피러 왔으니 꾹 참고 묵묵히 밥을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원님이 윗마을 박 서방네 집을 찾아갔어요. 울타리도 없고,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이었습니다. “계시오?” 원님이 부르자 박 서방이 방문을 열고 나왔어요. “뉘신지요?” 원님은 먼길을 가는 나그네인데 배가 고프니 무언가 먹을 것을 달라고 했어요. 박 서방은 머뭇거리면서 “밥이야 드릴 수 있습니다만, 찬이 변변치 않아서요.” “허허, 괜찮습니다. 시장기만 면할 수 있으면 맨밥인들 어떻습니까?” 박 서방은 누추하지만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고는 아내를 불러 상을 차려 오라고 했어요. 조금 뒤에 밥상이 들어왔어요. 비록 보리밥이지만 갓 지은 따끈한 잡에 김치 한 보시기를 소담하게 담아왔어요. 원님은 조금 전에 김 부자네에서 밥을 먹고 왔는데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어요. 그 정성이 너무 고맙고 맛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났어요. 원님은 다시 김 부자네 집을 찾았어요. 이번엔 화려한 원님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말을 타고 갔지요.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원님이 문을 두드리자 하인이 문을 열어보니 고을 원님이 서 있지 않겠어요. “김 부자 어른, 김 부자 어른! 원님이 오셨습니다. 그 소리에 김 부자가 방문을 활짝 열고 버선발로 뛰쳐나와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아이고, 원님께서 저희 집에 다 와 주시다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원님.” 김 부자는 원님을 큰 방으로 들이고, 호랑이 가죽 방석이 깔린 아랫목으로 모셨어요. 그러고는 원님이 시장하실 터이니 아주 푸짐하게 상을 차려 오라고 했습니다. 조금 뒤에 음식이 들어왔어요. 널따란 자개상에 기름진 흰쌀밥을 고봉으로 담고, 고기에 생선에 갖가지 나물에 튀김이며 부침이며 떡이며 과일에다 향기 솔솔 나는 맛난 술까지 한 상 그득하게 아주 잘 차렸지요. 김부자는 자꾸 음식을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원님은 김 부자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젓가락을 들었어요. 그런데 음식을 집어서 입으로 넣는 게 아니라 자기 옷에다 척척 갖다 놓는 게 아니겠어요. 고기 한 점은 소매 속에, 나물 한 젓가락 집에서 바지 위에, 술 한 잔은 저고리 주머니에 들어부었어요. 김 부자가 아주 기겁을 했습니다. “아니, 원님! 어쩐 일로 그러십니까? 무슨 못마땅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원님은 조용히 말했어요. “나는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오. 당신은 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옷을 보고 대접하는 것이 아니오? 그러니 내 옷에게 음식을 주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김부자는 어리둥절했지요.

 

원님이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며칠 전 허름한 옷차림의 나그네가 들른 적이 있지요? 그 나그네에게 식어빠진 보리밥 한 덩이를 개밥 주듯 주었지요?” “그런데 그, 그걸 어떻게….” “그 나그네가 바로 나였소.” 이 말은 들은 김 부자는 기겁을 했습니다. 원님은 김 부자에게 옷을 벗어던져 주면서 이 옷에게 맛난 음식이나 실컷 대접하라고 하고는 관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틑날, 원님은 김 부자와 박 서방을 관청으로 불렀어요. 박 서방에게는 큰 상을 내리며 칭찬해 주었고, 김 부자에게는 박 서방의 마음씨를 본받으라며 타일렀습니다. 이 이야기는 금세 온 고을에 퍼졌습니다. “새로 온 원님은 참 올바른 분이셔.” “그럼, 그렇고 말구.” 그 뒤로 고을 사람들은 허름한 옷차림을 하던,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건 겉모습보다는 사람 됨됨이를 소중하게 여기며 진실하게 살아갔어요. 김 부자도 크게 뉘우치고 착하게 살았답니다.

 

하브루타식 질문의 예:

원님은 조금 전에 김 부자네서 밥을 먹고 왔는데도, 박 서방네에서 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을까요?

김 부자는 왜 원님에게 진수성찬을 대접했을까요?

김 부자네서 원님은 왜 음식을 옷에 척척 갖다 놓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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