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주관하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그녀의 남편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미의 여인으로 너무 유명합니다. 그녀의 특권은 무엇보다도 유례없이 뛰어난 미모였지요. 헤라와 아테나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여신들은 모두 고상하고 아름답지만, 아프로디테의 경우는 그 완벽한 용모와 더불어 남자들을 사로잡는 관능적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는 신이든 인간이든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답니다. 본래 아프로디테는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는데, 점차 사랑의 여신으로서의 성향이 짙어졌어요. 아프로디테는 신과 인간들의 사랑을 주관하면서, 육체의 쾌락을 긍정합니다. 그녀는 인간은 물론 올림포스의 세 처녀신, 즉 아테나, 아르테미스, 헤스티아를 뺀 모든 신들에게 사랑의 마음과 욕정을 품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품에서 탄생한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는 크로노스가 낫으로 베어버린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바다에 떠다닐 때 생긴 거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남쪽 앞바다에 있는 키테라 섬으로 흘러들어 갔다가, 다시 지중해 동쪽 끝의 키프로스 섬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이 두 섬은 아프로디테를 숭배하는 중심지로 특히 키프로스 섬의 파포스에는 가장 오래된 아프로디테 신전이 세워져 있지요.
키프로스 섬으로 흘러간 이 아름다운 여신은 드디어 올림포스 신들의 영접을 받게 됩니다. 그녀가 섬에 오르자 신들이 마중 나와 옷을 입혀 주고, ‘거품에서 태어난 신’이라고 해서 아프로디테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아프로디테 옆에는 수행자로서 에로스가 항상 따라다녔지요. 이 둘은 모두 사랑을 주관하는 신으로 함께 수많은 사랑을 탄생시켰어요.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행복한 사랑만은 아니었어요. 여신의 노여움을 산 이들은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했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헤파이스토스
아프로디테의 결혼 상대는 올림포스의 추남 헤파이스토스였어요.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로, 신들 중에서도 태생이 올바른 존재였지요.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에다 못 생긴 외모 때문에 헤라의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헤레가 그를 하계로 떨어뜨려 불행하게 성장을 했어요.
하계로 떨어진 헤파이스토스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에우리노메의 보호 속에서 자랐어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를 불쌍하게 여기고 구해 준 것인데, 이때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게 되었지요. 그들과 함께 9년 동안 지내면서 헤파이스토스의 마음속에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증오가 점점 커져 갔습니다.
포박당한 헤라
다 성장한 헤파이스토스는 근사한 황금 의자를 만들어 어머니에게 선물로 보냈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대장장이 신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었는데, 그 황금 의자는 누가 보아도 너무도 훌륭해 탐이 날 물건이었지요. 그런데 헤라가 그 의자에 앉자마자 가는 쇠사슬이 나와 그녀를 옭아맸습니다. 헤파이스토스가 의자에 속임수를 써 놓았던 것이죠. 헤라는 이러저러한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쇠사슬을 풀지 못해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헤파이스토스만이 헤라를 풀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신들은 그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이려고 했어요. 그러나 어머니를 원망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은 그는 쉽사리 오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신 디오니소스가 아직 술에 취해 본 적이 없는 헤파이스토스에게 술을 먹여 그가 잔뜩 취했을 때 억지로 올림포스로 데리고 왔지요. 그러나 헤파이스토스가 완전히 취한 것은 아니었답니다. 헤라를 풀어 주는 조건으로 아프로디테와 결혼을 요구한 것이지요.
*아프로디테는 로마 신화에서는 베누스(Venus: 영어 발음은 비너스)와 같습니다. 비너스는 금성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군신 아레스와 미소년 아도니스
헤파이스토스의 덫
헤파이스토스의 아내가 된 아프로디테는 결코 정절을 지키는 아내가 아니었어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혼인한 아프로디테는 헤라피스토스와의 결혼 생할에 만족하지 못했고, 더욱이 사랑과 정욕의 여신이라는 본래 성격상 많은 스캔들을 일으켰습니다.
그녀와 바람을 피운 상대는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친밀한 관계를 가졌던 이는 군신 아레스입니다.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기 때문에 헤파이스토스의 형제관계였습니다. 아프로디테는 틈만 나면 남편의 눈을 피해 아레스와 정을 나누었어요. 세상만사를 지켜보는 헬리오스는 보다 못해 이 사실을 헤파이스토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어요.
이 둘의 밀회 소식을 들은 헤파이스토스는 본때를 보여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계략을 고안하여 둘이 사용하는 침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촘촘한 그물을 씌워 놓았어요. 급기야 둘이 함께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기 시작하자 갑자기 그물이 그들을 덮쳤습니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는 침대 위에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지요. 외도 현장을 포착한 헤파이스토스는 다른 신들에게 이 둘의 행태를 낱낱이 보이며 서슬 퍼런 얼굴로 아내의 부정을 비난했습니다.
올림포스 신들 중에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한 헤파이스토스를 동정하는 이도 있었고, 헤르메스처럼 아프로디테와 친밀하게 지낸 아레스를 부러워하는 이도 많았다고 하네요. 헤르메스는 아무리 그물이 몸을 얽어맨다고 해도, 또 신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해도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 했습니다.
이 사건은 포세이돈의 중재로 일단락이 되었지요. 아프로디테는 키프로스 섬의 파포스 샘물에서 몸을 씻고 다시 처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남편의 반격을 받았다고 해서 기가 꺾길 아프로디테가 아니었지요. 이후에도 아레스와 변함없이 밀애를 즐기면서 4명의 자식까지 낳았습니다. 이들은 부모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에로스, 테바이의 왕 카드모스와 결혼한 하르모니아, 데이모스입니다.
난폭한 성격의 아레스
아프로디테의 애인 아레스는 매우 난폭한 전쟁의 신입니다. 같은 전쟁의 신이라도 사려깊고 정의롭게 전쟁을 이끄는 아테나에 비하면 아레스는 단지 폭력적 살육과 피를 좋아했답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 항상 에뉘오, 에리스, 포보스, 데이모스 등 싸움과 관련된 신들을 거느리고 다녔어요. 이들은 갑옷과 무기로 완전 무장하고 전차를 몰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전쟁을 벌였습니다. 그의 난폭한 성질은 신들도 꺼려 아버지 제우스조차 그를 어떻게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와같이 아레스는 난폭하고 호전적이었지만 뛰어난 외모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애인이 된 것이죠. 훗날 아레스는 자신의 딸 알키페를 범한 포세이돈의 아들 할리로티오스를 살해하고, 신들로부터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때의 재판은 ‘아레스의 언덕’이라는 뜻의 아레오파고스로 불리며, 아테나이 아레오파고스 회의의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별다른 활약이 없는 신이지만, 로마신화에서는 군신 마르스로 나옵니다. 로마 신화의 마르스는 유피테르(제우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로마 건국자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는 마르스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저주받은 아도니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습니다. 그녀는 다른 신들이 이 귀여운 아이를 못 보게 하려고 상자에 넣어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맡겼어요. 하지만 페르세포네도 아도니스의 매력에 반해 곁에 두고 몹시 귀여워했지요. 이를 알게 된 아프로디테는 아이를 돌려 달라고 했지만, 페르세포네가 순순히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아도니스를 둘러싼 두 여신의 싸움이 일어났는데, 이를 지켜보던 제우스가 중재를 하기로 했어요. 그 결과 아도니스는 1년 중 3분의 1은 혼자서 자유롭게 지내고, 다른 3분의 1은 페르세포네와 지내며, 나머지 3분의 1은 아프로디테와 살게 되었습니다.
아도니스는 허락받은 자유의 시간에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지내며 여신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명계의 페르세포네보다는 아름답고 관능적인 아프로디테와 지내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지요. 아프로디테 역시 잠시도 아도니스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요. 여신이 잠시 올림포스에 올라간 사이 아도니스가 사냥을 하던 중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생명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프로디테는 늘 아도니스에게 위험한 동물을 사냥하지 말라고 충고했으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손쓸 겨를도 없었던 것이죠. 아프로디테가 이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이미 때는 늦었어요.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에 넥타를 뿌리면서 추모했는데, 여기저기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요. 이 꽃이 아네모네라고 합니다. 아도니스 곁으로 사나운 멧돼지를 보낸 것이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레스라고도 하고, 또는 수렵의 여신이면서 순결한 처녀신인 아르테미스라고도 합니다.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은 이들
1. 에오스: 새벽의 여신; 저주받은 이유- 아프로디테의 애인 아레스와 관계를 맺음; 저주받은 벌- 항상 슬픈 사랑만 하게 됨; 에오스는 많은 연인을 만나지만 모두 슬픈 결말을 맞습니다.
2. 렘노스 섬의 여자들: 저주받은 이유- 아프로디테 숭배를 게으르게 함; 저주받은 벌-여자들에게 악취를 풍기게 함; 말로- 남편들은 다른 섬의 여자들을 아내로 맞이했다. 이런 모욕에 화가 난 렘노스 섬의 여자들은 남자들을 참살했습니다.
3. 히폴리토스: 아테나이 왕 테세우스 아들; 저주받은 이유- 처녀신 아르테미스를 숭배하고 연애를 무조건 싫어함; 저주받은 벌- 계모 파이트라의 끊임없는 욕정의 대상이 됨; 말로- 파이드라를 거부한 히폴리토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나라 밖으로 추방되었습니다.
*아레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마르스(Mars)로, 고대의 전쟁이 겨울에 중단되었다 봄에 재개된 데서 마치(March-3월)의 어원이 되었지요. 또한 마르스는 화성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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