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의 여신인 아르테미스
아폴론의 쌍둥이 누이동생 아르테미스는 젊고 아름다운 수렵의 여신으로 활쏘기의 명수였습니다. 아폴론이 태양신이라면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었지요. 또한 그녀는 처녀의 수호신으로 순결의 상징이었어요. 그녀를 따르는 님프들도 평생을 순결하게 보내야 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산과 들에서 님프들과 사냥개, 아기 사슴 등을 데리고 수렵을 즐겼으며, 강이나 샘물에서 목욕을 하는 등 목가적인 일상을 보내곤 했답니다.
아지만 아르테미스도 아폴론처럼 가끔 잔혹하고 냉혹한 성격의 일면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아르테미스를 모독하거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 이들에게는 가차 없이 형벌을 내렸던 것입니다.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에게 자식을 잃은 니오베
테바이의 왕비 니오베에게는 많은 자식들이 있었어요. 아들과 딸이 각각 일곱이나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자식들을 무척 아끼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런제 자식 자랑이 지나친 나머지 니오베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어요. “나에게는 14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있으므로 자식을 둘 밖에 출산하지 못한 레토(티탄 신족으로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을 출산함) 여신보다 내가 행복하다.”
레토는 바로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의 어머니입니다. 이에 화가 난 레토는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에게 니오베의 자식들을 죽이라고 명령했답니다. 아르테미스 남매도 어머니의 명예를 더럽힌 니오베를 용서할 수 없었어요. 둘은 곧바로 니오베의 자식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한 명씩 잇달아 화살로 쏘아 죽였답니다.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니오베는 마지막 남은 딸 하나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사정을 봐 주지 않았습니다. 자식을 모두 잃는 니오베는 밤낮으로 울며 슬퍼하다가 그대로 돌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냥개에 물어뜯긴 악타이온
아르테미스는 아테나와 마찬가지로 평생 처녀신으로 지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목욕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악타이온에 대해서는 불행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일이 생겼어요.
악타이오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사냥 실력도 뛰어났습니다. 그날도 그는 사냥개 무리를 거느리고 깊은 산속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어느 맑은 샘에 이르렀는데, 거기서 우연히 아르테미스 여신이 목욕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님프들이 서둘러 여신의 몸을 에워쌌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요. 부끄럽고 당황하여 크게 화가 난 여신은 악타이온을 꾸짖었어요. “나의 알몸을 보았다고 어디 한번 떠들고 다녀봐라. 그리 할 수 있다면 말이야.” 그 순간 악타이온의 머리에서는 두 개의 뿔이 돋아났고, 손발은 굽이 달린 다리가 되었으며, 입고 있던 옷은 알록달록한 털가죽이 되었습니다. 여신이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바꾸어 버린 거랍니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지요. 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이 당황 하며 숲을 헤매고 있을 때 개 짖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습니다. 그게 데리고 온 50마리의 사냥개들이 사슴으로 변한 주인을 사냥감으로 생각하여 추격해 온 것이지요. 악타이온을 발견한 사냥개들은 주인의 몸을 갈기갈기 물어뜯고 말았습니다.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산 님프, 칼리스토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의 시중을 드는 아름다운 님프로 여신을 따라 영원히 처녀를 지키겠다고 맹세를 했습니다. 아르테미스도 그런 그녀를 아껴 함께 사냥을 다니는 등 늘 가까이 따르도록 했지요. 그러나 대신 제우스의 바람기가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순결한 칼리스토는 제우스의 사랑을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제우스가 끈질기게 그녀에게 접근했지요. 결국 제우스는 그의 특기인 변신술을 써서 아르테미스로 변신해 칼리스토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순결을 빼앗고 말았지요. 칼리스토는 처녀를 잃은 데다 제우스의 아이까지 임신했지만 여신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목욕을 하려고 무심코 옷을 벗었을 때 비밀이 그만 탄로 나고 말았지요. 사실을 알게 된 순결의 수호신 아르테미스는 “이 더러운 것!”이라며 화를 내고, 이런저런 상황을 묻지도 않은 채 그녀를 님프들의 무리에서 추방해 버렸습니다.
그 후 칼리스토는 홀로 남자아이를 출산했는데, 이름이 아르카스였어요. 칼리스토는 이번에는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의 질투를 받게 되었습니다. 헤라는 그녀에게 저주를 내려 커다란 곰으로 변하게 했답니다. 남편의 바람기를 자극한 칼리스토의 아름다움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칼리스토가 엎드려 용서를 빌려고 했으나 이미 곰으로 변한 뒤였어요. 또 일설에 의하면 순결의 맹세를 어긴 죄가 탄로 났을 때 아르테미스가 곧바로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하게 했다고도 합니다.
큰 곰자리와 작은 곰자리가 된 칼리스토와 아르카스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는 어머니의 일을 모른 채 성장하여 사냥을 하러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숲 속에서 곰 한 마리와 마주쳤는데, 그 곰은 바로 칼리스토였지요. 칼리스토는 한눈에 자신의 아들 아르카스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팔을 벌리고 아들에게 다가갔지만, 아르카스에게 그것은 큰 곰으로밖에 안 보였던 거죠. 곰이 갑자기 자기를 공격한다고 생각했기에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르카스는 떨리는 손으로 창을 꽉 잡고 용기를 내어 곰에게 다가갔어요. 이 순간 이를 보고 있던 제우스가 얼른 제지시켰습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는 비극을 두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죠. 제우스는 두 모자를 천상으로 올려보네 별자리로 만들었는데 어머니 칼리스토는 큰 곰자리가, 아들 아르카스는 작은 곰자리가 되었답니다.
그러나 질투의 화신 헤라는 연적이 별자리가 되어 천상에 있는 것조차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여신은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에게 “이 두 별자리에게 휴식을 주지 마세요!”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두칠성을 포함한 큰 곰자리와 북극성을 포함한 작은 곰자리는 수평선 밑으로 지지 않고 끊임없이 밤하늘을 돌며 반짝이게 된 것이랍니다.
*아르테미스는 로마 신화에서 디어나(Diana)와 동일시됩니다. 영어 발음은 다이애나로 여성들의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케아노스는 로마신화에서 이름 오케아누스(Oceanus)를 거쳐 오션(Ocean)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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