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소스의 탄생
세멜레는 테바이의 왕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딸이었습니다. 그녀는 제우스에게 사랑을 받고 아이를 갖지만, 예외 없이 질투심 많은 헤라가 그녀를 파멸의 길로 이끕니다. 세멜레의 유모로 변신한 헤라는 그녀에게 해인이 정말 제우스가 맞는지 의심을 품도록 꼬드겼지요.
다음날 제우스가 나타났을 때 세멜레는 이떠한 부탁이라도 들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제우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스틱스 강에 걸고 맹세를 했지요. 그러자 세멜레는 제우스가 헤라 왕비를 찾아갈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자신에게 와 달라는 것이었지요. 이는 모두 헤라가 짜낸 계략이었답니다. 제우스는 상당히 당혹스러웠지만 스틱스 강에 맹세를 했기 때문에 취소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우스는 번개와 천둥으로 둘러싸인 본래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그런 제우스를 본 세멜레는 그의 강렬한 빛과 열을 견디지 못해 타 죽고 말았지요.
제우스는 참혹하게 죽어 있는 세멜레의 태내에서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미숙한 태아를 꺼냈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허벅지 안에 넣고 꿰맸습니다. 헤라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달이 차자 제우스의 허벅지를 뜷고 아이가 태어났는데, 바로 이 아기가 디오니소스였습니다.
디오니소스가 태어난 후에도 헤라의 질투는 계속되었습니다. 어린 디오니소스는 세멜레의 자매 이노에게 맡겨졌는데, 그녀는 헤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이에게 여자 옷을 입혔지요. 그러나 이를 알게 된 헤라는 이노와 그녀의 남편 아타마스를 미쳐 버리게 했습니다. 헤라에 의해 미친 이노와 이타마스는 친아들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를 살해하고 맙니다. 디오니소스를 걱정한 제우스는 아이를 아기 사슴으로 변신시켜 니사의 님프들에게 양육을 맡기게 됩니다.
그리스에 와인을 퍼뜨린 디오니소스
니사에서 성장한 디오니소스는 포도나무 재배법과 포도주 양조 기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과 술에 의한 도취, 해방을 전파하고자 여행을 떠납니다. 언젠가 아티카 지방의 이카리아를 방문한 디오니소스는 자신을 친절하게 환대해준 마을 농부 이카리오스에게 포도나무 재배법과 와인 담그는 기술을 가르쳤습니다. 이카리오스는 신에게 받은 은혜를 마을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를 물에 타지 않고 마셨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에서는 보통 술을 물에 타 마셨는데, 그냥 마시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로 간주) 심하게 취해 버렸지요. 마을 사람들은 ‘술’이라는 것뿐 아니라 ‘술에 취한다’는 것도 어떤 것인지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 때문에 틀림없이 독을 타서 먹인 것으로 알고 이카리오스를 죽였습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고, 기근이 들고 마을 처녀들이 하나둘 미쳐 갔답니다. 이는 디오니소스가 신벌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신탁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알고는 이때부터 디오니소스 신을 숭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는 시리아를 거쳐 인디아까지 여행을 하면서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를 담그는 법을 가르치고 자신에 대한 신앙을 전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였지만, 그리스로 돌아오고 나서야 점점 더 숭배를 하게 되었습니다.
광란의 디오니소스 축제
디오니소스는 각지에서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점점 더 세력을 키워 마침내 그리스 전역의 사람들에게 숭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술로 인해 도취와 해방을 맛본 이들이 그를 열렬히 따랐기 때문이지요. 이런 현상은 디오니소스 축제라는 광란의 축제 의식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 광란의 축제는 서민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지만, 다른 편에서는 야만적인 신앙이라고 귀족들에게 박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디오니소스는 자신을 섬기지 않는 이에게는 엄격하게 신벌을 내려 신의 힘을 보여 주었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원래 한밤중에 비밀의식으로 거행되었습니다. 신자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차지했는데, 그들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황홀한 표정으로 난무를 즐겼답니다. 때로는 짐승을 갈기갈기 찢어서 피가 흐르는 생고기를 먹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인간의 관습과 금기를 벗어난 원시적 힘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지요.
사람들은 이런 괴이한 모습을 보고 그녀들을 마이나스, 즉 광란의 여자라고 불렀어요. 디오니소스를 열광적으로 숭배했던 여인들은 짐승의 가죽을 몸에 걸치고 손에는 포도와 지팡이를 든 채 광란의 축제를 벌였습니다. 디오니소스 주위에는 그들의 무리인 마이나데스와 판 신, 사티로스, 요정 등 추종하는 이들이 항상 따랐습니다.
어머니의 손에 죽은 펜테우스
디오니소스의 고향 테바이에서도 그에 대한 신앙이 퍼져 나갔습니다. 여신도들은 키타이론 산을 광기에 찬 모습으로 휘젓고 다녔고, 왕가의 사람들도 광적으로 숭배하기 시작했습니다. 테바이 왕 펜테우스는 이 괴상하고 음란한 신흥 종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박해를 했습니다. 그 무렵 테바이에 나타난 디오니소스는 펜테우스에게 광란의 축제를 보러 가자고 부추겼지요.
디오니소스의 안내를 받아 키타이론 산을 찾은 펜테우스는 여자들이 광란하는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습니다. 여자들은 지팡이를 들고 짐승들을 죽이면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그의 눈에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때 나무 위에서 훔쳐보고 있던 펜테우스가 여자들에 의해 발각되자 디오니소스는 여자들에게 광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광기에 찬 여자들은 펜테우스가 있는 나무 아래로 몰려들어 무두 매달린 채 나무를 흔들어댔습니다. 그녀들은 마침내 그 큰 나무를 쓰러뜨리고 비명을 지르는 펜테우스를 붙잡았지요. 그녀들은 마침내 그 큰 나무를 쓰러뜨리고 비명을 지르는 펜테우스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짐승이라고 생각해 갈기갈기 찢어버렸어요.
그 선두에 있었던 여자가 바로 펜테우스의 어머니 아가베였어요. 제정신이 든 아가페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는데, 디오니소스는 냉혹한 말을 내뱉을 뿐이었지요. “신인 나를 감히 업신여긴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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