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멤논의 최후
아가멤논, 그리스군 총사령관이 되다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은 숙부 티에스테스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미케나이의 왕이 되었습니다. 아가멤논의 위세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일부분에 그치지 않았고 그리스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했다고 합니다. 그는 싸움에 한 번 나서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용맹한 장군이었지만,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자는 가차 없이 처단하는 잔인한 면도 있었지요.
한편,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는 스파르타의 공주 헬레네와 결혼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헬레네가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와 함께 도망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가멤논은 동생의 일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지요. 더불어 이 일은 트로이아를 제압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트로이아 전쟁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아가멤논은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에서 군대를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기세 당당하게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으로 트로이아 전쟁에 출정했답니다.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다
그리스군의 함대가 마침내 트로이아를 향해 출정하던 날, 갑자기 바람이 딱 멈춰 버려 배가 항구에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때 원정에 참가한 예언자 칼카스가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바치면 바람이 다시 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전에 아가멤논은 아르테미스 여신의 숲에 들어가 사슴을 사냥한 일이 있었어요.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을 산 그는 그 대가로 그 해에 태어난 가장 아름다운 아이를 바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가 바로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인 것을 알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었지요. 그래서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이 풀리고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매우 고심한 끝에 딸을 희생 제물로 바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람이 다시 불어 배가 무사히 출항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당시 인신공양(人身供養, 인간을 산 제물로 신에게 바치는 것) 풍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죠.
부인과 조카에게 최후를 맞다
아가멤논이 원정을 나간 사이에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이기스토스와 애인 관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트로이아 전쟁이 수년 동안 계속되자 아이기스토스가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유혹했고, 남편을 원망하던 그녀는 그에게 넘어가고 말았답니다. 그녀는 딸을 잃은 사건으로 큰 상처를 받고 있었지요.
딸을 제물로 바친 남편을 원망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트레우스에 원한이 있던 아이기스토스, 이 두 사람은 아가멤논의 암살을 계획합니다. 이들은 불륜이 밝혀질까 봐 두려워 아가멤논을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원망과 복수의 마음으로 그를 없애려 한 것이지요.
시간이 흐르고 아가멤논이 개선하자,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한대하는 척 과장스러운 축복과 찬사의 말로 그를 맞았습니다. 그리고는 아가멤논이 긴 여정의 피로를 풀려고 욕탕에 들어가 있을 때, 남편을 향해 도끼를 치켜들고 두 번, 세 번 연달아 내리쳐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저주와 복수가 한데 뒤섞인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것입니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중에서 걸작으로 평가되는 [아가멤논]은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후 아가멤논의 비극을 그린 것입니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남매: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
아버지의 원수를 갚다
아가멤논이 죽은 후 아이기스토스가 미케나이의 왕좌에 올랐습니다. 아가멤논의 어린 아들 오레스테스는 다른 나라의 친척에게 맡겨지고, 딸 엘렉트라는 왕궁에 갇힌 채 냉대 속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성장한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할 지 말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답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고 해서 친어머니를 살해하는 행위가 과연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혼란스러워 그는 델포이로 가서 이 고민을 아폴론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오레스테스는 신탁으로부터 ‘복수할 것’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온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눈이 엘렉트라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남매를 힘을 모아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노라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오레스테스는 우선 자기가 죽었다는 헛소문을 퍼뜨렸지요. 그리고는 길 가는 나그네 행색을 하고 왕궁에 잠입해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였습니다. 마침내 아버지의 복수에 성공한 것이죠. 일찍이 펠롭스 때부터 시작된 저주가 아트레우스와 아가멤논을 거쳐 오레스테스에 이르기까지 연달아 비극적인 운명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오레스테스, 아테나이 법정의 심판을 받다
아버지의 복수에 성공한 오레스테스는 친어머니를 살해한 자신의 죄를 견디지 못하고 미쳐 버립니다.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크로노스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잘랐을 때 그 피가 대지에 떨어져 태어난 여신)가 그에게 벌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에리니에스는 죄를 지은 인간의 마음에 죄의식을 심어 주어 고통을 받게 만듭니다. 친어머니를 죽인 것은 매우 중요한 죄이므로 오레스테스는 그 죄의식의 무게를 견디기 어렸을 거예요.
이후 아폴론의 도움으로 오레스테스는 아테나이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피고는 오레스테스, 원고는 에리니에스 여신들, 그리고 변호인은 아폴론, 재판장은 아테나, 배심원은 아테나이에서 뽑은 12명의 시민들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당시 아테나이 민중 법정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지요.
배심원의 투표 결과는 유죄 6표, 무죄 6표였습니다. 표가 똑같이 나왔기 때문에 재판장이 판결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아테나 여신의 의중에 따라 오레스테스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었는데, 여신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비극 작품의 소재가 된 이야기
아가멤논의 자식들을 둘러싼 이 복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답니다. 특히 비극의 적절한 소재가 되어 3대 비극 시인들도 각각 작품들을 남겼지요.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과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에우리피데스의 [오레스테스] 등이 그것입니다.
앞서의 이야기는 주로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중 [공양하는 여자들]과 [자비의 여신들]에 따른 것입니다. [공양하는 여자들]은 성장한 오레스테스가 델포이 신탁을 받고 엘렉트라와 함께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후 에리나에스에게 쫓기는 부분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비의 여신들]은 오레스테스가 재판을 받는 장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작품과 다른 비극 시인들의 작품은 차이를 보입니다. 아이스킬로스의 작품은 주로 오레스테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소포클레스는 엘렉트라를 중심인물로 부각 시키고 있지요. 한편 에우리피데스는 엘렉트라 이야기에 살을 붙여 어머니를 직접 살해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엘렉트라의 면모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답니다.
*3대 비극 시인의 엘렉트라 묘사 방법
작가(작품명) | 표현 방법 |
아이스킬로스(공양하는 여자들) | 왕궁에서 냉대를 극복하며 오직 남동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누이의 모습. 여기에서 엘렉트라는 오레스테스가 복수를 하는 장면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
소포클레스(엘렉트라) |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공공연하게 비난하는 강한 성격의 딸. 오레스테스의 복수가 이뤄지자 환희의 비명을 지릅니다. |
에우리피데스(오레스테스) |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가난한 농부에게 시집을 가서 증오심을 키워 복수의 화신으로 변합니다. 나약한 오레스테스는 누이의 걱정에 휘말려 어머니를 살해할 것을 수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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