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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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by &#$@*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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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소년들의 섬세하고 복잡한 심리를 탁월하게 표사한 ‘헤르만 헤세’의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나’는 나비를 좋아하는 소년으로, 나비를 잡는 일에 푹 빠져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질투하던 모범생, 에밀이 귀한 나비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비를 보러 갔다가 충동적으로 나비를 훔치고 말지요. 하지만 곧 양심의 가책을 느낀 ‘나’는 고민 끝에 사실대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하지만 에밀은 경멸에 찬 시선을 보낼 뿐입니다. 이 이야기는 소년들의 성장 이야기인 동시에 ‘한번 어긋난 일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현실 세계의 차가운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나비를 잡는 소년

 

 

내가 나비를 잡기 시작한 것은 여덟 살인가, 아홉 살 때부터입니다.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나 열 살쯤 되던 여름부터 나비 잡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나비 잡는 일에 온통 정신이 팔려, 어른들이 내게 바니를 잡게 못하게 해야겠다고 말을 할 정도였지요. 나비를 잡다 보면 학교 가던 중이건,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이건, 시계탑 종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방학 때면 나비 채집 상자에 빵 한 조각을 넣고 나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한 기도 먹지 않고 뛰어다녔습니다.

 

지금도 아름다운 나비를 보면 그때의 마음이 조금씩 되살아나지요. 처음 산호랑나비를 잡으러 살금살금 다가갔을 때 느꼈던 설렘과 기쁨이 생각납니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마치 보물을 찾아 헤메는 모험가처럼 곤충 채집 망을 들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놀랍고 행복한 순간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서 있던, 신비스러운 숲 주변의 저녁이 떠오릅니다. 

 

특별한 나비는 아니었지만 어여쁜 나비가 햇살이 가득한 꽃 위에 앉아, 일록달록한 날개를 숨을 내쉬듯이 아래위로 펄럭이면, 나비를 잡고 싶은 마음에 숨이 막혀 왔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여러 빛깔로 반짝이는 얼룩무늬와 투명한 날개의 핏줄, 갈색을 띤 부드러운 더듬이 잔털을 들여다볼 때면 기쁨이 몰려왔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던 기분이었죠.

 

부모님은 가난해서 나에게 비싼 선물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비를 잡아 낡은 종이 상자 속에 넣어 두어야만 했지요. 코르코 병마개를 둥그렇게 잘라 상자 바닥에 붙여 핀을 꽂고 보물만큼 소중한 나비들을 초라한 종이 상자 속에 간직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내가 모아 둔 나비를 자주 보여 주었어요.

 

그러나 다른 친구들의 나비 상자는 내 것과 비교를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유리 뚜껑이 달린 나무 상자나, 녹색 헝겊을 친 상자에 나비를 모아 두었지요. 나는 곧 친구들에게 나비를 보여 주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특별한 나비를 잡아도 여동생들에게만 살짝 보여 주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리 마을에서 보기 힘든 파란 오색나비를 잡았습니다. 나는 이 나비를 이웃집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아이는 우리 집 건너편에 사는 선생님의 아들이었습니다. 이웃집 아이는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했지만 약간 건방진 게 흠이었어요. 이웃집 아이가 모아 놓은 나비는 몇 마리 되지도 않았고, 특별한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집한 나비가 깔끔하고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석같이 가치가 있어 보였지요. 게다가 이웃집 아이는 부서진 나비 날개를 다시 이어 붙이는 재주를 가진 모범생이었습니다. 나는 이웃집 아이가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해서 미워했답니다. 

 

나는 그 완벽한 남자아이에게 내가 잡은 오색나비를 보여 주었어요. 그 아이는 전문가 같은 자세로 나비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귀한 나비임을 인정하고는 20페니히 정도의 가치는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에밀이라는 이웃집 아이는 모든 수집품, 그중에서도 특히 우표와 나비를 화폐 가치로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에밀은 나의 오색나비에 대해 아쉬운 점을 끄집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나비 날개가 완전히 펼쳐져 있지 않고, 오른쪽 더듬이는 휘어져 있는데, 왼쪽 더듬이는 위쪽을 향해 뻗어 있다고 지적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다리가 두 개 부족하다는 결정적 결점까지 정확하게 잡아냈습니다. 나는 에밀의 말을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에밀이 이런저런 트집을 잡는 바람에 오색나비를 바라보며 느꼈던 기쁨이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두 번 다시 에밀에게 내가 수집한 나비를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우리는 어느새 성숙한 소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나비를 잡는 일에 빠져 있었지요. 그 무렵 이웃집 에밀이 공작나비를 잡았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그건 대단한 사건이었지요. 여태까지 누구도 공작나비를 잡지 못했습니다. 나 또한 오래된 나비 도감에서 그림으로나 겨우 보았을 뿐,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요. 몇 번이나 나비 도감을 들여다보며 언젠가 한 번은 잡고 말겠다고 다짐하던 나비가 있었는데, 바로 공작나비였습니다.

 

내가 공작나비 그림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을 본 친구가 공작나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공작나비가 나뭇가지나 바위 위에 앉아 있을 때 새로 다른 적이 나타나 공격하려 들면, 공작나비는 흑갈색 앞날개를 조용히 펼쳐 화려한 색의 뒷날개를 적에게 보여 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뒷날개에 있는 밝은 색의 커다란 눈이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어, 새가 깜짝 놀라 공작나비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런 기막힌 나비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에밀의 손에 들어갔다니!!

 

에밀이 공작나비를 잡았다는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희귀한 동물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고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질투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나는 에밀에게 공작나비를 보여 달라고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생각이 났지요. 다음 날 학교에서 공작나비에 관한 소문이 사실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꼭 한 번은 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밥을 먹자마자 나는 이웃집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4층에는 에밀의 방이 따로 있었어요. 혼자 방을 쓰는 에밀을 부러워한 적도 많았었지요. 4층까지 가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에밀의 방을 두드려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어요. 에밀은 방에 없었습니다. 손잡이를 돌리자 평소에는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잠그고 다니던 방문이 열렸어요. 나는 공작나비를 보고 싶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에 놓인 두 개의 상자를 열어 보았지만 공작나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공작나비가 아직 전시판 위에 놓여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판을 보니 역시 공작나비가 놓여 있었습니다. 공작나비의 갈색 날개가 좁고 기다란 종이 조각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수그리고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보았습니다. 잔털이 수북한 연갈색 더듬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색의 날개 가장자리, 날개 안쪽에 나 있는 부드럽고 고운 잔털에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고 자세히 잘 펴보았습니다. 딱 한 가지, 종이 조각으로 덮여 있는 눈은 볼 수가 없었지요. 

 

가슴이 아주 빠르게 쿵쾅거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꽂혀 있는 핀을 뽑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공작나비의 커다란 눈 네 개가 나를 노려보았어요. 그림에서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나비를 보는 순간 나는 이 멋진 나비를 갖고 싶어졌습니다. 조용히 핀을 뽑고 공작나비를 떼어 내어 손바닥 위에 올린 뒤 급히 에밀의 방을 빠져나왔어요. 그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둑질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나비를 훔쳤던 순간에는 공작나비를 가졌다는 만족감 말고는 그 어떤 기분도 들지 않았지요. 나는 오른손에 공작나비를 감추고 계단을 내려왔어요. 그때 누군가 위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정신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누군가에 들킬 것만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나비를 든 손을 주머니 안에 넣고 천천히 계속 걸어갔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온 것은 그 집의 하녀였어요. 하녀 곁을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에는 죄를 지었다는 생각에 팔다리가 덜덜 떨렸습니다.

 

이윽고 현관문 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가슴은 두근거리고, 이마는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한 나 자신에게 놀라 머리가 멍한 상태였지요. 잠시 뒤 나비를 가질 수 없으며, 가져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만들고 싶었지요.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에 들킬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허겁지겁 계단 위로 뛰어올라갔습니다. 1분쯤 후에 나는 다시 에밀의 방 앞에 서 있었습니다. 주머니에서 손을 조심스럽게 꺼내 나비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나비를 제대로 바라보기도 전에 나는 이미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지려고 했어요. 공작나비가 망가져 버렸기 때문이었지요. 오른쪽 앞날개와 더듬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떨어진 날개를 조심스럽게 꺼내려 했지만, 날개는 모양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스러져서 이어 붙일 수도 없었답니다. 도둑질보다도, 희귀하고 아름다운 나비를 내 손으로 망가뜨렸다는 사실이 더 괴로웠습니다. 나는 멍한 얼굴로 손과 책상을 번갈아 바라보았어요. 날개 모양을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슬픔에 잠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내내 집 앞 마당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어서야 어머니를 찾아가 모든 것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의 놀란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욱 슬펐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이 나에게는 어떠한 벌을 받는 것보다 더 힘들었을 거라는 사실을 아셨던 것 같았습니다. “에밀을 찾아가서 사실을 직접 이야기해라.” 어머니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그렇게 하기 전에는 나도 너를 용서할 수 없어. 네가 가진 것 중에서 무엇이든 주겠다고 말해 보렴. 네가 망가뜨린 걸 보상해야 하잖니. 그리고 용서해 달라고 부탁해 보아라.”

 

만약 상대가 에밀이 아니었다면 훨씬 쉬웠을 거예요. 에밀이 나의 사과를 받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녁이 될 때까지도 나는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어요. 저녁이 될 때까지도 나는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래층 현관에서 서성이는 나를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중으로 찾아가야 한다.”결국 나는 에밀을 찾아갔습니다.

 

에밀은 나를 보자마자 누군가가 공작나비를 망가뜨려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못된 놈이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새나 고양이가 범인일지도 모르겠다고 했지요. 나는 나비를 좀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올라갔어요. 전시판 위에 망가진 나비가 놓여 있었습니다. 에밀이 날개를 다시 붙이려고 작업한 흔적이 엿보였어요. 하지만 날개는 원래대로 되지 않았고, 더듬이도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내가 말을 꺼냈습니다. 공작나비를 망가뜨린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려고 설명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에밀은 화를 내거나 소리치지도 않고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 그렇지. 넌 그런 애였지.”나는 에밀에게 내 장난감을 무엇이든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에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어요. 여전히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모아 둔 나비를 전부 주겠다고 했습니다. “아주 고맙군. 나는 네가 모은 나비들이 어떤 것인지 이미 잘 알고 있어. 오늘 있었던 일을 네가 나비를 어떻게 다루는지 안 봐도 뻔하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나는 친구의 나비를 못 쓰게 만든 나쁜 놈이 되어 있었고, 에밀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아이라도 된 듯이 차가운 얼굴로 내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한 번 잘못된 일은 어떻게 해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지요. 

 

나는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는 다행히 아무것도 묻지 않고 조용히 내 볼에 입맞춤을 해 주었어요. 잠들기 전, 나는 나비 상자를 가져와 열었습니다. 그런 다음, 나비를 하나하나 꺼내 손에 쥐고 산산조각이 나서 가루가 되도록 짓이겨 버렸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1. 나는 왜 나비를 여동생들에게만 보여 주었을까요?

2. 나는 왜 두 번 다시 에밀에게 내가 수집한 나비를 보여 주지 않았을까요?

3. 에밀은 왜 ‘나’가 나비를 전부 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받지 않았을까요?

4. 에밀은 왜 화를 내거나 소리치지도 않고 이 사이로 휘파람 소리를 냈을까요?

5. 주인공인 ‘나’에게 나비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자 자랑거리였어요. 그런데 왜 ‘나’는 왜 자신이 모은 나비들을 짓이겨 버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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