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집은 켄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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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집은 켄타 별

by &#$@* 202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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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집은 켄타 별]은 아버지 일 때문에 도망치듯 산동네로 전학 와서 학교도 친구들도 마음에 들지 않은 태후의 이야기로 윤혜숙의 작품입니다. 태후의 반에는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가 한 명 더 있었지요. 우주에서 왔다는 새벽이 입니다. 어느 날 저녁 우연히 만난 태후와 새벽이는 친구가 되고, 태후는 새벽이가 우주선을 타기 위한 훈련을 도와주게 됩니다. 태후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태후는 학교에 가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별이 잘 보이는 산동네를 좋아하게 되지요.

 

왜 태후는 새벽이가 켄타 별에서 왔다는 말을 믿어 주었을까요? 때로는 진실이냐 아니냐 보다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태후가 새벽이를 이해하고 친구가 된 것은 새벽이의 맘 속에 감춰진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지요. 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경험이나 친구에게 믿기지 않는 말을 들었던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주 속의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새벽이

 

 

새벽이를 만난 건 저녁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동네 입구에 있는 슈퍼마켓에 라면을 사러 가는 길이었지요. 산동네라 그런지 한 동네에 서너 개쯤 있는 편의점도 없었어요. 비슷비슷하게 생긴 골목이라 몇 번을 돌았는데도 슈퍼마켓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화번호라도 적어 가지고 나왔어야 하는데요.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자 축대와 잇닿은 놀이터가 보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내 눈에 축대 돌담에 얹힌 검은 형체가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나무껍질에 달라붙은 커다란 개미와 같았지요. “슈퍼에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돼?” 아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넌 4학년 2반 전학생이지?”라고 물었어요. “나 알아?” “나도 2반이니까.” 그제야 유리창 옆에 바짝 붙어 앉은 한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전학 온 날에 아이들은 나에게 쉬지 않고 질문을 했지만, 그 아이만 아무것도 묻지 않아 기억에 남아 있었어요. 하루 종일 창밖만 쳐다보고 밥 먹을 때 말고는 입을 꽉 다물고 있어서 말을 못 하는 줄 알고 있었지요. “쟤 우주여행 하다가 다리를 다쳤대. 그게 말이 되니?” 짝꿍이 머리 위로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빠르게 말했습니다. 짝꿍이 거짓말쟁이라고 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것 좀 볼래?” 새벽이가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어요. 불빛도 없는데 얼기설기 쌓아 놓은 돌 하나에서 빛줄기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습니다. 빛이 사라지고 나서 자세히 보니, 자잘한 거품 구멍이 숭숭 뚫린 까만 돌이었어요. “빛이 나오는 걸 보니 보석인가 봐.” “켄타 별에서 가져온 거야.” “켄타 별?” 내가 알고 있는 별은 북극성, 오리온, 작은 곰자리, 그런 것뿐이었지요. 새벽이는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 것 같았어요. “내가 살던 켄타 별은 지구에서 엄청 멀어. 제일 빠른 비행기를 타고 가도 10년쯤 걸릴 거야. 아빠가 그러는데 아직 지구인들은 우리 별을 모른대. 지구랑 비슷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지구인들이 켄타 별을 차지하려고 난리 날 거래. 아빠는 지구를 떠날 때까지 비밀로 하자고 그랬어.”

 

천문학과 다니는 사촌 형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새벽이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가만히 있었지요. 우주에는 바닷가 모래안 수보다 열 배나 많은 별이 있고, 그중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지구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많은 별 중에 지구랑 비슷한 곳에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네가 외계인이라는 거야? 순 거짓말쟁이.’ 나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켰습니다. 대신 새벽이를 따라 담벼락을 기어 올라갔어요. 여기로 오기 전까지 나도 아이들에게 거짓말쟁이로 통했거든요. “우리 아빠 해외 출장 가셨어. 선물로 스포츠 워치 사 오신대.””니네 아빠 회사에서 쫓겨났다며? 니네 집 곧 이사 갈 거라고 우리 엄마가 그랬어!” 유치원 때부터 한 반이었던 영우가 1초도 안 돼 그렇게 말했어요. “아냐, 아빠가 출장 갔다 오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했어.” “거짓말쟁이!” 누군가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날부터 아이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어요. 난 입을 닫았고, 도망치듯 이곳으로 전학 왔습니다.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내 말을 믿어 주었다면, 전학 올 때 덜 슬펐을까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 일 때문은 아니지만 왠지 새벽이 말을 믿어 주고 싶었답니다. 황당한 이야기라고 해서 다 거짓말은 아니고, 거짓말로 감추고 싶은 비밀도 있으니까요.

 

“켄타 별로 언제 돌아가는데?” 시무룩하던 새벽이의 얼굴이 환해졌어요. “아빠가 오면 바로 떠날 거야. 그때까지는 여기에서 기다려야 해. 아빠도 저걸 보면 금방 날 찾을 거야.” 새벽이의 손끝에 반짝거리는 십자가가 보였어요. 그곳이 성당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이라는 것을 안 것도 얼마 전이이었지요. 보육원 아이들 중엔 열 살이 넘어도 엄마 아빠가 자기를 찾으러 온다고 믿는 애들이 있다니. 새벽이도 그런 아이 중 하나인 걸까요? “10년을 기다렸으니 앞으로 5년만 더 기다리면 돼.””그렇게 오래?” “겨우 5년인데 뭐.” 하루하루가 지겨운데 겨우 5년이라니? 새벽이는 5년이 다섯 달쯤 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지구에서의 1년이 켄타 별에서는 한 달이거든. 켄타 별에서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 “정말? 나도 켄타 별에 살았으면 좋겠다. 그럼 아홉 달 살다 오면 스무 살이 되는 거잖아. 난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 “켄타 별은 정말 좋은 곳이야. 공부 같은 거 안 해도 되고 작은 집에 산다고 놀림 받지도 않거든. 나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 새벽이가 갑자기 말을 딱 끊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새벽이의 눈은 맑고 깊었어요. “넌 내 말 다 믿어? 다른 애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아빠가 날 버리고 도망갔다고 그러는데….” “난 믿어. 네가 켄타 별에서 온 것도. 곧 다시 돌아갈 거라는 것도.”솔직히 새벽이 말을 다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말했습니다. 거짓말이어도 켄타 별 이야기라면 더 듣고 싶었지요.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고 아빠가 그러셨거든. 너한테 보여 줄 게 있어.” 말 끝나기 무섭게 새벽이는 축대에서 풀쩍 뛰어내렸습니다. 절룩거리는 다리 때문에 새벽이의 몸은 앞으로 고꾸라질 듯 휘청거렸어요. “아유, 또 깜박했네. 아직도 내가 다리를 전다는 걸 가끔 잊을 때가 있어.” 새벽이가 민망한지 나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습니다. 어둑한데도 새벽이의 빨개진 얼굴이 고스란히 보였습니다.

 

 

새벽이는 조금 전 보았던 돌멩이를 조심스럽게 빼내더니 구멍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어요. 잠시 후 새벽이가 보여 준 것은 주먹 두 개를 합친 크기의 양초였어요. “이건 우주선에 쓸 고체 연료야. 여기에 감취 둔 건 나만 아는 비밀이야.” 내 눈엔 그저 흔한 양초일 뿐이지만 엄마가 쓰는 고체 향수를 생각해 보면 진짜일 것 같았어요. 엄마는 손목에 살짝 바르기만 해도 향기가 하루 넘게 가서 정말 경제적이라고 했습니다. 새벽이는 조심스럽게 양초를 도로 넣었어요. “나 매일 저녁에 여기 오는데, 너도 올래?” 나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거푸 끄덕였어요. 방학이어서 심심한 데다 켄타 별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새벽이가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했을지도 모릅니다.

 

밤새 나는 덜컹거리는 우주선을 타고 거대한 어둠 속을 여행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본 우주는 내가 아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아름다웠어요. 별이 반짝 거리는 것은 별이 스스로 타는 거라서 그런 다는 어떤 천문학자의 말이 기억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꿈속에서 본 장면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어요. 

 

다음 날 해가 떨어지자마자 놀이터로 달려갔습니다. 새벽이는 무슨 일인지 잔뜩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곧 아빠가 돌아오실 것 같아.” “연락 왔어?” “아니, 그런 건 느낌으로 아는 거거든.” 나는 어떤 느낌이냐고 묻지는 않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기 때문이었죠. 이제 겨우 내 말을 믿어 줄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요. 내가 아무 말도 안 하자 새벽이는 한참 동안 자기 왼쪽 다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비밀 하나 말해 줄까?” 비밀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어요. “한쪽 다리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게 되면 웃을지도 몰라….” 제가 생각해도 웃긴지 새벽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키득거렸어요. “안 웃을게. 약속해.” 난 적어도 친구의 불행을 고소해할 만큼 나쁜 아이는 아니니까. “지구에 도착했다는 아빠 말에 급하게 나오다가 우주복 한쪽이 문턱에 걸려 뜯어져 버렸거든. 그래서 한쪽 다리가 이렇게 쪼그라든 거야.” “말도 안 돼.” 너무 어이없으니까 입에서 바람소리가 났어요. “너 소금물에 배추를 집어넣으면 어떻게 돼?” 배춧잎이 쪼그라들어.””바로 그거야. 갑자기 산소를 쐬면서 내 다리가 이렇게 된거야. 조금 절뚝거리는 하지만 별로 불편하지 않아.”말도 안되는 얘기였지만, 나도 바지가 뜯어져서 다리에 상처가 난 적이 있어서 믿는다고 했지요. 방학 동안 새벽이와 나는 켄타 별과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그네 타기 놀이도 하였지요. 또는 뒷산에 올라 우주선을 숨겨 놓았다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 되었습니다. 나는 새벽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까지 했지요. 며칠 전 새벽이는 우주선에 올라가기 위한 마지막 훈련을 했었습니다. 그 사이에 나는 도서관에 가서 우주와 우주인에 대해 공부했어요. 내가 읽은 책에서는 켄타 별을 찾을 수 없었지만 셀 수 없이 많은 별 중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겨우 오천 개 정도고 도시에서는 백 개도 안 된다는 글을 읽었을 때는 산동네 마을이 좋아지기도 했지요. 우리 동네가 시내에서 제일 높은 곳이었고 매일매일 하늘을 보다 보면 언젠가 켄타 별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유리창 쪽을 봤어요. 새벽이의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동생들 때문에 늦어지는 거라고 짐작하면서도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요. 우리 반에서 새벽이가 오지 않은 걸 알아채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어요. 선생님이 새벽이의 소식을 전해주기까지는 말이에요. “우리 반 이새벽 친구가 아빠를 따라 시골 학교로 전학 갔어요. 우리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아빠를 만났으니 새벽이한테는 잘된 일이에요.” 갑자기 선생님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습니다. “새벽이가 태후에게 못 보고 가서 미안하다는 꼭 전해 달라고 했어요. 겨울 방학 때곡 자기 별로 초대하겠다는 말도요. 별 보는 걸 좋아하더니 고향을 별이라고 말했나 봐요. 후후.” 선생님이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렸습니다. ‘고향이 아니라 켄타 별인데….’ 나는 그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어요. 그제야 새벽이한테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은 게 떠올랐습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놀이터로 달려갔어요. 켄타 별에서 가져왔다는 돌멩이가 쑥 빠져나간 담장에는 큰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구멍 안으로 손을 넣어 보았지만 양초는 없었어요. 무언가 쑥 빠져나가 심장이 뻥 뚫린 것 같았습니다. 다리 힘이 쭉 빠졌어요. 담벼락에 머리를 댔습니다. 담장에 못 보던 구멍이 생긴 걸 알아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쩌면 원래부터 거기 구멍이 있었다고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엄마 전기 저편에서 엄마 전화를 받는데 힘이 하나도 없었지요. 친구가 힘들게 했냐는 말에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전화기 저편에서 엄마가 무슨 일이냐며 물었지만 계속 눈물만 났습니다.

 

 

한동안 놀이터에 가지 못했습니다. 빈 놀이터를 보면 뱅뱅이와 그네를 타던 새벽이 얼굴이 떠오를 것 같았기 때문이죠. 팔 근육을 키우는 데는 철봉이 좋다는 말을 안 한 것도. 보육원에 한 번도 따라가 보지 않은 것도. 떡볶이 한 번 같이 먹어 보지 않은 것도 다 후회가 되었어요. 새벽이는 무사히 훈련을 마쳤을까요? “새벽이는 켄타 별에서 왔어.” 내 말을 믿어 주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 반에서 거짓말쟁이는 나 혼자뿐인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섭섭하지도 밉지도 않았지요. 언젠가는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새벽이 얼굴이 조금씩 잊혀가던 어는 날이었습니다. “오늘 보분산 천문대의 윤태성 연구원이 안드로메다 성운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윤 연구원은 시립과학관에서 있었던 자신의 강연에 참가했던 한 시민이 그 별의 위치를 알려 주었으며 이름을 켄타 별이라고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천문학계의 저명한 모 교수는 보통 때에도 학문적 업적을 늘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던 윤 연구원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말했을 거라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아직도 나는 그 뉴스를 잠결에 들었는지, 아니면 꿈속에서 들었는지 자꾸 헷갈립니다. 새벽아, 켄타 별에 무사히 도착한 거지?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 12개의 별자리 중 내가 아는 별자리는 몇 개인가요?

- '나'는 왜 새벽이의 말을 믿는다고 했을까요?

- 새벽이는 왜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을까요?

- '나'는 왜 친구들에게 새벽이가 켄타 별에서 왔다고 말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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