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의 주인공, 헤이즐은 3월에 온 봄 폭풍으로 눈보라 속에서 동생들을 보호하며 죽게 되는 헬렌 그레이엄 레자토의 이야기입니다. 동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동생들을 살려 낸 거지요. 부모님이 보시기에 아이들은 마냥 어리고 걱정스럽고, 반면에 세상은 너무 위험해 보일 때가 있지요. 사고나 재난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데, 우리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아직 약해 보이니까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맏이인 헤이즐은 놀라운 용기와 지혜를 발휘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와 지혜, 그리고 희생을 배울 수 있습니다.

3월 15일 아침이었습니다. 날씨는 아주 쾌적하고 맑았어요. 노스다코타 주의 변두리에 사는 농부 윌리엄 마이너 씨는 일찌감치 일을 끝냈습니다. 얼어붙은 땅 위로 쌓인 눈이 녹아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잔설이 보였어요. ”오늘 밤만 자고 나면 녹이 다 녹겠는걸.” 정오가 되어 집에 들어온 마이너 씨는 아내에게 유쾌한 소리로 말했어요. 마이너 씨 부부는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모처럼만의 한가로운 오후였지요. 그때 문득 부엌 창문을 내다본 마이너 씨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수평선 북서쪽 위로 시커먼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던 거예요. 그 구름은 불과 몇 분 후에 닥칠 자기 운명도 모른 재 빛나는 태양을 향해 조용하고도 빠른 속도로 검은 자락을 펴고 있었어요. 블렌취 마이너 부인도 농사꾼 직감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봄 폭풍이에요!” 그들은 우두커니 앉아서 형체도 얼굴도 없는 그 괴물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마이너 씨가 벌떡 일어서며 부인에게는 가축돌을 우리에 넣으라고 했지요. 자신은 학교에 가서 애들을 데려오겠다고 했습니다.
마이너 씨는 옷을 단단히 껴입고 담요와 아이들 옷가지를 챙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집에 있는 말 중에서 가장 튼튼한 키트에게 안장을 채우고 집에서 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학교를 향해 떠났습니다. 눈이 녹아서 길이 질척 질척했습니다. 검은 구름은 벌써 잔뜩 부풀어 올라서 금방이라도 태양을 덮어 버릴 기세였습니다. 온 세상이 숨을 죽이고 두려움에 떠는 듯했지요. 이윽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이너 씨는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했어요. 마구간에서는 말들이 갑작스런 눈보라에 놀라 펄쩍펄쩍 뛰고 있었습니다. 마이너 씨는 먼저 키트를 마구간에 메어 놓고 교실로 달려갔어요. 선생님과 학생들은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창 밖의 날씨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말을 ㄹ몰아 썰매를 끌고 왔지만, 이렇게 궂은 날씨에 부모의 도움도 없이 혼자 집에 돌아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학교에 간 마이너 씨를 보자 큰 딸인 열다섯 살 헤이즐 마이너가 반갑게 소리쳤습니다. 헤이즐은 열한 살 남동생 에메트와 여덟 살 난 여동생 미르디트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우리끼리 늙은 모드를 몰고 집에 갈 수 있다는 걸 못 믿는 어떤 어른이 계실 거라고 했잖아.” 마이너 씨는 그 말에 빙그레 웃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다급하게 말했어요. “어서 서둘러라! 외투를 입어. 여기 목도리도 더 가져왔단다.” 헤이즐은 쪼그리고 앉아서 여동생의 털장화 끈을 단단히 묶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남동생에게 말했어요. “역사책 챙기는 것 잊지 마.”
마이너 씨는 헤이즐은 정말 듬직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딸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웠습니다. 마이너 씨는 막대 미르디트를 안고 밖으로 나와, 캔버스 천으로 둥글게 지붕을 대어 만든 썰매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짚을 깐 바닥에 어린 두 동생을 앉힌 다름 두꺼운 담요 두 장과 낡은 털외투로 단단히 여며 주었습니다. 헤이즐은 아버지가 모드를 썰매에 매는 동안 마부석에 앉아 있었어요. 무섭게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를 듣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기 꼼짝 말고 있거라!” 키트를 데려 온 다음 아빠가 앞장을 설 테니까!”
모드는 집으로 가는 방향인 북쪽 교문을 향해 서 있었습니다. 평소에 얌전하고 말도 잘 듣던 늙은 암말 모드는 이번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런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 펄쩍 뛰더니 방향을 바꿔 남쪽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순간적인 움직임에 균형을 잃은 헤이즐은 쏟아지는 눈보라 속에서 앞을 볼 수 없었고, 그래서 모드가 어느 뱡향으로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요. 두 동생들 역시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헤이즐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헤이즐이 소리쳤어요. “걱정하지 마! 우리가 아빠보다 일찍 집에 도착할 거야! 집에 가는 길은 모드가 잘 알잖아.”
늙은 암말 모드는 어디론가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썰매에 맨 가죽끈 밑으로 고삐가 들어가 버려서 헤이즐은 말을 조종할 수가 없었어요. 한참을 미친 듯이 달리던 모드가 서서히 속도를 떨어뜨리더니 마침내 앞발을 한 번 높이 올렸다 내리며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에메트가 소리쳤어요. “집에 다 왔어? 우리가 아빠를 이긴 거야?” 헤이즐은 썰매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어요. 세상이 온통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달려드는 바다처럼 금방이라도 아이들을 삼켜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헤이즐은 고삐를 거머쥔 다음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마부석으로 기어올랐어요. “아니야, 아직 집안에는 다 못 왔어. 하지만 거의 다 온 것 같아. 이제 모드가 얌전해졌으니까 길을 잘 찾아갈 거야.”
모드는 이제서야 제 잘못을 후회하는지 힘없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모드의 잘못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요. 웅덩이에 살얼음이 얼고 눈이 쌓인 것을 땅인 줄 알고 그만 밟아 버린 것입니다. 말이 웅덩이에 빠지며 썰매가 기우뚱하는 순간, 가죽끈이 풀리며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헤이즐은 장갑을 벗고 썰매에서 내려와 얼음장 같은 웅덩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헤이즐은 맨손으로 물속을 더듬어 가며 가죽끈을 찾았습니다. 한참 만에 가죽끈을 찾은 헤이즐은 그것을 말에 다시 동여맨 후, 가까스로 말을 웅덩이 밖으로 끌고 나왔어요. 그렇지만 헤이즐의 허리 아랫부분은 어름물에 흠뻑 젖고 말았지요. 젖은 옷은 점점 얼어붙어서 잠깐 사이에 무거운 갑옷을 걸친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때 근처의 운 속에 묻혀 있는 울타리 기둥의 윗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헤이즐은 철조망이 나타날 때까지 눈을 파냈어요. 그 울타리를 따라가면 근처의 농가에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것은 헤이즐과 동생들이 안전할 거라는 약속처럼 느껴졌습니다. 에메트가 궁금한 얼굴로 썰매 밖으로 나왔습니다. 둘은 힘을 합해 모드의 얼굴에 붙어 있는 수정 같은 얼음 조각을 떼어 내었어요. 그리고 모드의 재잘을 잡아당겨서 울타리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애를 썼지만, 그 방향은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인지 모드는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에메트와 헤이즐은 제 방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 손으로는 모드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어떻게든 철조망이나 기둥을 잡아 보려고 애를 썼지요. 그러나 어느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거대한 눈더미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지만, 근처 농가는 그곳에서 겨우 6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어요.)
두 아이는 너무 지쳤고, 또 극성스러운 눈보라 때문에 숨쉬기 조차 힘들어져서 잠시 썰매 안으로 피했습니다. 그러자 모드는 다시 제멋대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는 눈 속에 감추어진 장애물에 걸려서 썰매가 썰매가 기우뚱거리며 옆으로 넘어졌어요. 그 바람에 세 아이들은 캔버스 천 뒤로 나동그라졌습니다. 헤이즐과 에메트는 다시 썰매 밖으로 나왔습니다. 두 아이는 썰매를 밀어도 보고, 끌어올려도 보고, 잡아당겨도 보았지만 썰매는 눈 속에 콱 처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때문에 세상이 온통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헤이즐은 적막하고 무시무시한 어둠 속에 서서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을 잘해야 해. 제일 언니니까. 모든 게 나한테 달려 있어.’
헤이즐은 엉금엉금 기어서 캔버스 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얘들아, 우린 지금 작은 동굴 속에 있는 거야. 우리 함께 이곳을 멋지고 아늑하게 꾸미자.” 썰매가 옆으로 기울어져서 좁은 나무판자가 야트막한 벽이 되고, 캔버스 천 지붕은 끝 부분이 열린 터널 같은 텐트가 되었습니다. 헤이즐은 어둠 속에서 담요와 털외투를 찾아냈어요. 이제는 곱아서 잘 펴지지도 않는 손으로 담요를 펴서 바닥의 캔버스 천 위에 깔았습니다. “에메트, 추우니까 미르디트를 꼭 안아 줘.” 열려 있는 구멍으로 바람이 구멍을 가려 바람을 막아 보려고 했어요. 그러나 털외투는 겨우 구멍을 막았나 싶으면 번번이 바람에 날려 떨어져 버렸습니다. 마침내 헤이즐은 털외투로 바람막이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동생들을 감싸 주었습니다.
바람은 계속해서 사납게 불었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캔버스 천은 얼마 안 가 갈가리 찢어지고 말았어요. 헤이즐은 바람에 펄럭이는 천조각들을 힘들게 찢어 낸 다음 쓸 만한 것을 모아 동생들을 덮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천조각들이 날아가지 않도록 그 위에 엎드렸어요. 이제 세 아이들과 누보라 사이에는 얇은 나무판자밖에 없었습니다.
눈은 끊임없이 내렸습니다. 세 아이들은 엄청한 자연의 재난 속에서 꼼짝 않고 누워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헤이즐이 일어났어요. 그러고는 에메트와 미르디트에게 절대로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숫자를 세면서 맞춰 달리기 할 때 처럼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라고 시켰지요. 헤이즐은 동생들의 조그만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자신도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음뿐이었고, 이미 팔다리의 감각이 마비되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동생들이 힘들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하자 헤이즐은 다른 동작을 하도록 더 시켰습니다.
에메트가 동굴 안은 따뜻하니 들어오라고 했지만 헤이즐은 거절했지요. 자신의 갑옷처럼 얼어붙은 옷이 동생들한테 닿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얼어붙은 옷은 그대로 훌륭한 바람막이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랬다간 털외투랑 천조각이 바람에 날아가 버릴 거야. 난 그걸 못 날아가게 붙잡고 있어야 돼. 게다가 별로 안 추운 걸 뭐. 자 우리 노래하자. 오늘 아침에 수업 시작할 때처럼 말야.”털외투 아래에서 아이들의 가냘픈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날 아침에 불렀던 노래였지요. 그리고 백 년도 더 전부터 불러온 노래이기도 했습니다. “과일이 풍성한 평원 위에 위대한 자줏빛 산….” 아이들은 4절까지 노래했습니다. “우릴 도와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자.” 미르디트가 말했어요. “오늘도 무사히 잠자리에 들게 해 주시고….” 그러자 헤이즐이 말했습니다. “아니야, 그 기도는 안 되겠다. 대신 ‘하느님 아버지’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엄숙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그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밤이 깊어 가는 동안 헤이즐은 동생들에게 운동을 시키고, 이야기를 해 주고, 노래를 부르게 하고 기도를 시켰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헤이즐은 몇 번이나 일어나서 이제는 거의 뻣뻣하게 굳어 버린 손가락으로 미르디트와 에메트의 다리 주위에 얼어붙은 눈들을 두드려 깬 다음 손톱으로 긁어 냈습니다. 헤이즐은 동생들에게 계속해서 다짐을 받았어요. “자면 안 돼. 혹시 언니가 자더라도 말이야. 아무리 졸려도 안 자겠다고 약속할 수 있지? 서로 잠들지 않게 지켜 줘야 한다! 내 말 알겠어?” 아이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몇 번인가 미르디트가 이렇게 묻는 소리가 들렸어요. “왜 아빠는 아직도 안 오실까?”
윌리엄 마이너 씨는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없어져 버린 것을 알았을 때, 제발 모드가 집으로 가 주었으면 하고 빌었습니다. 제발 모드가 집으로 가 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빌었지요. 마이너 씨는 미친 듯이 키트를 채찍질하여 무섭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고 집으로 달렸습니다. 마이너 부인이 문 앞에 나와 있었어요. 마이너 씨 부부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꼼짝 않고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다음 순간, 마이너 씨는 뛰어가서 마을의 비상종을 울렸습니다. 대략 4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와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지요. 마이너 씨와 학교 사이의 들판과 길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역시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었지요. 칠흙같은 어둠이 내리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고, 눈보라는 점점 심해져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도록 미친 듯이 휘몰아쳤습니다. 음울한 희색빛 세상에는 어둠만 가득했지요. 게다가 눈보라는 여전히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아이들 찾는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어떤 사람이 학교의 남쪽 문에서 조그만 썰매와 말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했다고 알려 왔습니다. 그러나 그 흔적은 얼마 안 가서 눈 속에 가려졌어요. 신속하게 수색대가 다시 조직되었어요. 썰매를 탄 사람들, 말을 탄 사람들, 그냥 걸어서 가는 사람들, 부채꼴 모양으로 그 지역을 샅샅이 훓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온통 수의를 덮어 놓은 것 같은 땅 위를 이리저리 힘겹게 헤매고 다녔습니다.
마이너 씨네 아이들이 없어진 지 만 하루하고도 한 시간이 지난 수요일 오후 2시, 사람들은 학교에서 남쪽으로 3.2킬로미터 떨어진 목초지에서 어떤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뒤집혀진 썰매였어요. 그리고 그 옆에는 유령 같은 말이 마치 보초를 서듯이 꼼짝 않고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숨은 붙어 있었습니다. 맨 위에 있던 헤이즐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앞단추가 풀어진 채 동생들을 감싸고 있는 털외투만이 바람에 펄럭이며 살아 있는 시늉을 하고 있었습니다. 헤이즐이 살아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미 식어 버린 몸은 한껏 팔을 벌려 동생들을 꼭 안은 채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어떤 위험도… 죽음도… 절대로 안 돼!’
그리고 털외투 속의 상반신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살이었어요. 헤이즐은 젖지 않은 속옷을 벗어 동생들을 덮어 주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조심조심 부드럽게 헤이즐의 몸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헤이즐이 날아가지 못하게 자신의 몸으로 누르고 있던 속옷과 찢어진 켄버스 천조각들과 털외투를 천천히 벗겨냈습니다. 그 밑에는 에메트와 미르디트가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고 있었지요. 두 아이는 좀 멍하고 창백하게 얼어 있었지, 살아 있었습니다. 헤이즐에게 절대로 자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올리버 군의 군청 앞 광장 한복판에는 화강암으로 된 기념비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습니다.
헤이즐 마이너를 추모하며
1904년 4월 11일
1920년 3월 16일
고인에게는 찬사를
산 사람에게는 추억을
후세 사람들에게는 감동을
* 헤이즐 마이너의 삶과 비극적인 죽음은 올리버 군의 공식 문서에 기록되어 있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1. 헤이즐은 왜 동생들과 함께 썰매 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2. 헤이즐은 왜 동생들에게 손과 발을 움직이게 하고, 기도하고 노래하게 했을까요?
3. 사람들은 왜 헤이즐을 위한 기념비를 세웠을까요?
4. 헤이즐이 후세의 사람들에게 준 감동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5. 글쓴이는 왜 여행자들에게 올리버 군의 공식 문서에 기록되어 있는 글을 읽어 보라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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