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왕이 철이라고 한다면, 재료 세계의 천생 배우라고 할 만한 물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탄산칼슘입니다. 무릇 배우라면 영웅부터 악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탄산칼슘만 한 물질이 없습니다. 탄산칼슘은 놀라울 만큼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탄산칼슘은 석회암의 형태로 대량 산출됩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탄산칼슘 덩어리는 예나 지금이나 교실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분필입니다. 연마력이 있는 탄산칼슘 가루는 치약이나 지우개에 들어가고, 도기 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 종이를 뜰 때 종이가 하얗게 비치는 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에 제지업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탄산칼슘은 심지어 식품에도 들어갑니다. 탄력 있는 라면 면발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함수, 빵을 빨리 발효하게 해주는 이스트, 햄, 소시지, 과자류 등을 비롯해 영양 강화제나 위약품인 알약의 기본 재료가 되는 등 다방면에 걸쳐서 활약합니다.
겉모습은 완전히 다르지만, 대리석의 주성분 또한 탄산칼슘입니다. 대리석은 석회암이 마그마 열에 녹았다가 다시 결정을 이룬 것으로, 조각이나 건축에 빠뜨릴 수 없는 재료입니다. 또 석회 가루를 물과 안료로 착색한 다음 완전히 마르기 전 회반죽 위에 그림을 그리는 기법은 프레스코화라고 합니다. 대표적 프레스코화는 로마 바티칸 궁정 내 시스티나 예배당에 걸린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꼽히고 있지요.
게다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알려진 라스코 동굴 벽화 또한 석회암 위에 그려진 일종의 프레스코 화입니다. 벽화가 1만 5,000년이나 되는 세월을 견디고 우리 눈앞에는 존재하는 까닭은 오랜 세월 변하거나 닳지 않는 석회암에 그려진 덕분이지요. 예술 분야에서 탄산칼슘이 인류에게 베풀어준 은혜는 상당히 큽니다.
운명이 걸린 쌍둥이 행성
지구에 탄산칼슘이 풍부한 이유는 무얼까요? 사실 탄산칼슘의 원료는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입니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쉽게 녹으므로 바다에 흡수되어 탄산이 되고, 더 나아가 바닷물 속에 풍부한 칼슘이온과 만나 불용성의 탄산칼슘이 되어 가라앉습니다.
이렇듯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석회암으로 ‘고정’된 사건은 지구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잘 알려졌듯이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로, 태양열을 대기 안에 가두어 지구 온도를 높입니다. 지구가 갓 탄생했을 당시에는 무려 60 기압에 달하는 짙은 이산화탄소가 지표를 덮고 있어서,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바닷물이 바싹 말라버릴 만큼 지구는 고온이었지요. 그러나 해저 화산 등에서 분출된 칼슘과 바닷물에 녹은 이산화탄소가 결합해 해저에 쌓이는 반응이 일어남으로써 대기 속 이산화탄소가 감소했고 기온도 점차 내려갔습니다.
금성은 지름과 질량이 지구와 거의 비슷해 지구의 쌍둥이 행성이라 불립니다. 한때는 금성에도 바다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조금 더 가까운 탓에 열을 많이 받아서,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도 전에 완전히 증발해버렸지요. 그 결과 금성의 대기에는 90 기압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남았으며, 강렬한 온실효과로 기온이 무려 섭씨 400도 이상이나 됩니다.
조금만 어긋났더라면 지구 또한 금성처럼 뜨거운 행성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쾌적한 온도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가두어준 탄산칼슘 덕분입니다.
탄산칼슘이 없으면 인류가 굶주린다?
석회가 중요한 재료인 이유는 나뭇재와 함께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알칼리성 물질이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석회석이나 조개껍질을 빻은 후 열을 가하면 이산화탄소가 날아가서 생석회(산화칼슘)가 되지요. 이 생석회는 더욱 알칼리성으로 살균작용을 합니다.
뜻밖의 장소에서는 생석회를 조명에 사용하기도 했지요. 생석회를 수소와 산소의 혼합 가스로 만든 고온의 불꽃으로 태우면 강렬한 백색 빛을 발산하는데, 이 빛은 석회(영어로 라임, lime)의 빛이라는 뜻에서 ‘라임라이트, limelight)’ 라 불리며 극장의 무대 조명 등으로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백열전구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영어권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라임라이트를 ‘주목하는 대상’이란 의미로 사용합니다.
영국의 우주생물학자 루이스 다트넬(Lewis Dartnell)은 그의 저서 ‘지식-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리부팅 안내서’에서 세계가 어떤 형태로든 종말을 맞이한 이후 인류가 과학 문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방법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다트넬은 문명을 재건할 때 가장 먼저 채굴해야 할 재료로 탄산칼슘을 꼽았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탄산칼슘이 식량 생산에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죠. 작물이 얼마나 잘 자라느냐는 토양의 산성도에 크게 좌우됩니다. 산성도가 높으면 중요한 영양분인 인산을 흡수하기 어려운 탓에 식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특히 산성 토양이 많은 국가에서 이는 큰 문제인데, 석회를 뿌림으로써 산성을 중화합니다. 게다가 석회에는 작물을 병충해로부터 보호해주는 효능이 있으므로 농업과 원예업에도 석회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탄산칼슘 덕분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탄산칼슘의 용도눈 시멘트의 원료라는 것입니다. 석회암 70-80%에 점토, 규석, 산화철 등을 20-30% 정도의 비율로 섞어 제분소에서 빻은 후 이 가루를 섭씨 1,450도쯤 되는 고온에서 구우면 탄산칼슘(CaCo2)에서 이산화탄소(CO2)가 빠져 산화칼슘(CaO, 생석회)이 됩니다. 이 덩어리(클링커)를 다시 한번 빻은 것이 바로 시멘트입니다. 그리고 시멘트를 물로 반죽한 후에 내버려 두면, 칼슘과 규산 이온 등이 결합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단단하게 굳는데, 여기에 모래나 자갈을 섞어 강도를 높인 것이 콘크리트이지요.
시멘트는 자유롭게 형태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굳으면 돌처럼 단단해지므로 건축 재료로 더없이 고마운 존재입니다. 이 획기적 재료를 처음으로 사용한 대는 약 9,000년 전의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 어느 시대든 발명가는 있었나 봅니다. 이집트는 시멘트를 피라미드 축조에 사용했고, 중국에서도 약 5,000년 전부터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시멘트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고대 로마인들이었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기원전 753년에 이탈리아반도 중부에 세워진 고대 로마는 다양한 변천을 경험하면서 지중해 세계를 제패했고 눈부신 문화의 꽃을 피워냈습니다. 체격으로나 지리 조건으로나 절대 유리하지 않았던 로마인들이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1,000년 이상이나 국가를 유지해 온 것은 세계사의 기적입니다. 이처럼 로마가 오랜 기간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도로와 수도, 각종 건축물과 같은 인프라에 있었지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속담처럼 로마는 도로를 철저히 정비했습니다. 도로의 전체 길이는 약 15만 km로, 거의 지구를 네 바퀴 도는 길입니다. 도로의 상당 부분이 2,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남아 있을뿐더러 심지어 현재 자동차 도로로 사용되는 곳도 있다고 하니, 그 견고함에 놀라울 따름이지요.
로마의 표준도로는 마차가 스쳐 지나갈 수 있도록 폭이 최소한 4m였고, 차도 양옆에는 폭 3m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차도는 최대 2m 깊이까지 팠으며, 그곳에 돌로 삼층 구조의 노반(도로나 철로의 바탕이 되는 땅바닥)을 만들었어요. 표면에는 커다랗고 두꺼운 돌을 빈틈없이 깐 다음 시멘트로 굳혔습니다. 산에는 터널, 강에는 다리를 놓았는데 모두 대형 투석기와 같은 군사 장비가 통과 가능한 크기였지요.
이처럼 잘 정비된 도로 덕분에 로마시대의 여행자들은 도보로 하루에 25-30km, 마차로는 35-40km를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영토 전체에 촘촘히 깔린 이 도로 덕분에 아무리 먼 곳에서 전란이 일어나도 로마군은 재빨리 출동할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영토를 겨우 30만 명의 병사로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훌륭한 도로 덕분으로, 견고한 시멘트의 위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콜롯세움이나 공중목욕탕을 비롯한 건축물들, 각 지방에서 수도로 청결한 물을 운반한 수도 등 로마는 모든 인프라에 시멘트를 활용했습니다. 시멘트라는 재료가 없다면 로마제국의 영광도 없었을 것입니다.
현대 문명 또한 시멘트와 콘크리트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참고로 콘크리트의 경우 압축에는 매우 강하지만 인장(어떤 힘이 물체의 중심축에 평행하게 바깥 방향으로 작용할 때 물체가 늘어나는 현상)에 약합니다. 그리하여 콘크리트에는 쉽게 금이 간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는 철과 정반대 되는 특징이지요.
이러한 까닭에 철로 골격을 만든 다음 콘트리트로 덮은 ‘철근 콘크리트’가 19세기 중반에 프랑스에서 개발되었어요. 철과 콘크리트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뿐 아니라, 알칼리성인 콘크리트로 덮은 철은 녹슬지 않고 오래갑니다. 고층 빌딩이나 긴 다리 등 우리가 ‘도시’란 말에서 떠올리는 조형물은 곧 철근 콘크리트 덩어리인 것입니다.
탄산칼슘이 만드는 최고의 보석, 진주
앞에서 이산화탄소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칼슘이 반응해서 탄산칼슘을 만든다고 설명했는데요. 수많은 해양 생물도 이 화학반응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조개와 산호, 일부 플랑크톤 등은 이 반응으로 생성된 탄산칼슘으로 껍데기를 만들어 자신을 보호합니다. 지천으로 널려 있을뿐더러 단단해서 잘 부서지지 않는 탄산칼슘은 많은 해양 생물에게 그야 말고 하늘이 준 선물이었습니다.
이 생물들이 만든 껍데기는 생물이 죽은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점차 바다 밑바닥에 쌓여갔습니다. 실제로 분필가루를 고해상도의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그곳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평범한 분말처럼 보였던 분필 가루에 원반이 붙은 원형이나 삼각형, 별모양 구조체 등 복잡하고 불가사의한 모양의 가루가 잔뜩 포함되어 있는데, 이 가루들은 모두 백악기(약 1역 4,500만 년-6,600만 년 전)에 증식한 플랑크톤이 만든 탄산칼슘 껍데기입니다. 이들 중 일부가 지상으로 솟아올라 지층이 된 것이죠. 백악기이 ‘백악’은 원리 석회암을 가리키는 말로, 현재 우리가 탄산칼슘을 싼값에 대량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무려 1억 년이나 더 옛날에 살았던 해양 생물 덕분입니다.
틴산칼슘으로 만들어진 모두 싼값에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고귀한 물건도 있습니다. 특정한 종류의 조개에서 조개껍데기 성분을 분비하는 외투막이란 부분이 우연히 내부로 들어가 만들어진 만들어진 구슬 모양의 탄산칼슘이 있는데 바로 진주입니다.
완벽한 원형을 이루며 빛을 반사해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를 사람들은 예부터 최고의 보석으로 여겼습니다. 지금 5mm쯤 되는 완벽한 원형의 진주는 진주조개 1만 개 중 겨우 한 개가 발견될 정도라고 합니다.
역사를 바꾼 클레오파트라의 진주
진주는 고대부터 최고의 보석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 줄곧 비싼 값에 거래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로마 장군 안토니우스가 남긴 일화일 겁니다.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대접한 호화로운 식사를 두고 클레오파트라는 ‘이것은 진정으로 호화로운 식사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안토니우스가 그렇다면 진정으로 호화로운 식사를 보여달라고 재촉하자,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 앞에서 귀걸이에 달린 큼지막한 진주를 빼 식초 속에 넣어 녹여버립니다. 이 진주는 1,000만 세스테르티우스, 현재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백 억 원에 달하는 매우 귀한 보물이었습니다. 엄청난 광경에 할 말을 잃은 로마인들 앞에서 클레오파트라는 단숨에 식초가 든 잔을 비웠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란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기지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식초 정도의 사성으로는 진주가 녹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표면의 광택이 사라질 뿐입니다. 어쩌면 클레오파트라는 진주를 녹인 척하고 그대로 삼켜버린 것이 아닐까요?
추악한 세계사의 단면, 콜럼버스의 진주
시대가 흘러 르네상스시대(14-16세)를 맞이해서도 진주는 여전히 고급품이었는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이 진주를 손에 넣고자 야심을 불태운 사람이었어요. 항해를 후원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그는 스페인 국왕에게 ‘항해에서 얻은 진주, 보석, 금화, 향신료 등의 90%를 바치겠다’는 조건으로 후원을 얻어 대서양으로 떠났습니다.
콜럼버스는 애초에 생각했던 것만큼 금과 은을 얻지 못했지만, 세 번째 항해에서 도달한 베네수엘라에서 진주로 몸을 장식한 원주민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콜럼버스 일행은 크게 기뻐했고, 그 땅에서 약 55L에 달하는 진주를 모으는 데 성공합니다. 그들이 당도한 곳은 말 그대로 보석의 산이었지요. 그러나 콜럼버스는 진주에 눈이 멀어 사욕에 휩싸였는지, 귀중품의 90%를 스페인 국왕에게 바치겠다는 약속을 깨뜨리고 160알 정도만 바쳤답니다. 훗 날 이 일이 발각되어, 콜럼버스의 처지는 위태로워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주민들에게 이 사건은 비참한 역사의 시작이었습니다. 스페인인들은 바다에 잠수하는 능력이 없었으므로 원주민들을 폭력으로 위협해 그들이 진주를 채집하게 했습니다. 또 원주민들은 스페인으로 끌려가 노예로 팔렸는데, 그 값은 약 진주 두 알 뿐이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경시되었는지, 또 진주가 얼마나 귀중한 보물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짜인 듯 가짜 아닌 양식 진주
이후 시대가 변해도 진주의 인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의 로젠탈 가문은 세계 각지에 지점을 두고 진주 유통을 독점해 ‘진주의 제왕’이라 불릴 정도였지요. 로젠탈 가문이 진주 가격을 상승시키는 사람에 20세기에 접어들 무렵에는 진주의 가격이 다이아몬드를 뛰어넘을 만큼 급등했답니다.
로젠탈 가문의 오랜 지배 체제를 끊은 것은 일본의 신기술이었습니다. 이에현의 아고만에서 양식 진주 개발에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1920년대에 수출되기 시작한 양식 진주는 유럽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점은 독점해 온 진주 유통 업자들에게는 악몽 같은 것이어서, 그들은 양식 진주를 가짜라고 치부해 맹렬하게 비난하고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물론 성분까지 완전히 똑같아서 반으로 갈라보지 않으면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므로, 당연히 양식 진주 쪽으로 인기가 옮겨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로젠탈도 양식 진주 앞에 무릎을 꿇고 양식 진주를 가게에 진열하게 됩니다.
‘바닷속 열대우림’의 위기
말 그대로 숨은 실력자로서 묵묵히 문명을 지탱해온 시멘트부터 전 세계가 쟁탈전을 벌인 고귀한 진주에 이르기까지, 탄산칼슘만큼 다채로운 얼굴을 지닌 재료도 드뭅니다. 탄산칼슘을 일컬어 재료 세계의 천생 배우라고 한 이유입니다.
한편, 탄산칼슘은 오늘날 지구 환경이 맞이한 위기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산호초는 작은 동물인 산호가 만들어낸 탄산칼슘이 군체를 이룬 것입니다. 겨우 수 밀리미터의 산호가 한데 모여 우주 공간에서도 보이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같은 거대한 산호초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자연의 힘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바닷속 열대우림’이란 이름에 걸맞게 산호초에는 수많은 바다 생물이 삽니다. 산호초는 지구 표면적의 0.1%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전 세계 170만 종의 생물 중 9만 종이 이곳에 서식합니다. 그야말로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셈입니다.
이 산호초가 현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바닷물 온도의 상승, 천적인 가시와오간불가사리의 증식, 대기 속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해양의 산성화 등으로 산호초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산호초의 20%가 파괴되었으며, 온전한 산호초는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산호초가 파괴되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약해져 지구온난화 속도 또한 빨라지리라는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이산화탄소의 탄산칼슘 사이에 유지되어온 위태로운 균형이 지금 무너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아무런 의식 없이 땅에 발을 디디며 살아가는데, 대체 무엇이 이 땅을 지탱하고 있는지 잠시 멈춰 서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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