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만든 최고의 걸작: 콜라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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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만든 최고의 걸작: 콜라겐

by &#$@*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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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콜라겐의 구조: 삼중 나선 구조로 이루어진 단백질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생존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추위를 막아 주는 털가죽의 역할이 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7만 5천 년 전에 인도네시아의 토바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켰는데요. 이때 하늘로 치솟은 화산재가 태양 빛을 차단해 이후 수천 년간 지구 전체에 혹독한 한랭기가 이어지는 바람에, 인류는 얼마 안 되는 식량과 태양 빛을 찾아 여기저기 떠도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이때 겨우 살아남은 고작 수천 쌍의 부부가 모든 현대 인류의 선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류는 개체 수에 비해 놀라울 만큼 균일한 유전자 특성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지요. 이 화산재로 인해 인류는 실로 멸종 위기의 극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인류는 빙하기를 여러 번 경험했고, 빙하기가 아닐 때도 한랭한 지역을 여행해야 했던 적이 많았지요. 이러한 인류에게 오랜 기간 유일한 방한복이 되어준 것은 동물의 털가죽이었습니다. 가죽은 유연성과 보온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가볍고 질깁니다. 다양한 대체 재료가 발명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죽 제품이 인기를 끄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데, 대체로 그 비결은 가죽의 주성분인 콜라겐이 가진 성질 덕분입니다.

 

콜라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화장품 등 미용과 관련된 제품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 몸에도 다량 있는 단백질의 한 종류이지요. 콜라겐은 세포와 세포의 간격을 메꿔 서로 붙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 역시 콜라겐입니다. 뼈는 콜라겐 섬유 사이를 인산칼슘 결정이 메꾸고 있어 흡사 철근 콘크리트 같은 구조로 상당히 단단합니다. 즉, 우리 몸을 지탱하고 몸의 형태를 유지하는 물질은 콜라겐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지요. 실제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1/3이 콜라겐입니다. 

 

그림 자료: 콜라겐의 모형, 단백질 구조
(그림 자료: 콜라겐의 모형, 단백질 구조)

 

콜라겐은 성질이 매우 특이한 단백질 입니다. 단백질은 20 종류의 아미노산이 일정한 비율로 길게연결되어있지요. 단순히 스파게티 면발처럼 기다란 모양이 아니라 일정한 형태로 접힌 모양입니다. 단백질은 필요한 화합물을 만들어 내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저마다 기능이 달라서 이렇게 일정한 형태로 접혀 있지 않으면 기능을 발휘할 없어요.

 

반면 콜라겐은 기다란 사슬 가닥이 하나로 꼬인 삼중 나선구조의 섬유로 단백질이 대부분 세포 내에서 작용하는데 반해 콜라겐은 세포 밖에서 작용 합니다.

 

 더군다나 콜라겐은 다른 단백질에서 찾기 힘든 기묘한 아미노산이 있습니다. 프롤린이나 라이신이란 아미노산에 여분의 하이드록시기(산소와 수소로 구성된 원자 그룹)과 붙은 아미노산입니다. 수많은 종류에 달하는 다른 단백질은 대개 20 종류의 아미노산 조합만으로 놀라울 만큼 다채로운 기능을 발휘하는데 콜라겐은 멋지게 규칙을 깨고 있지요. 

 

프롤린에 붙은 여분의 하이드록시기는 사슬의 수소와수소결합이란 힘으로 연결되어 단단히 묶인 사슬 가닥을 풀리지 않게 줍니다. , 자물쇠 같은 역할인 셈입니다. 

 

자물쇠가 헐거우면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비타민C 섭취량이 부족할 경우 하이드록시기와 수소가 원활하게 결합하지 않으므로, 수소결합이란 자물쇠를 채울 없지요. 그러면 튼튼한 콜라겐이 만들어 지지 못해 온몸의 혈관이 약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바로 괴혈병입니다. 괴혈병은 현재는 거의 보기 힘들지만 대항해시대(15-16세기, 유럽인들이 활발히 신항로를 개척하거나 신대륙을 발견하던 시대) 선원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질병입니다. 콜라겐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중요한 물질이기에 사소한 결함이 생명 활동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이지요. 

 

콜라겐의 구조적 특징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삼중 나선 형태로 꼬인 각각의 콜라겐 섬유들이 마치 다리를 놓듯이 연결하는 특한 결합이 발견되었는데, 또한 다른 단백질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구조입니다. 사슬끼리 여기저기서 이어져 마치 그물처럼 망이 매우 촘촘해집니다. 다리 수가 늘어나면 콜라겐은 전체적으로는 튼튼해지지만 유연성을 잃게 됩니다. 사실 인간의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의 경우, 나이를 먹을 수록 다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유연성이 사라지고 주름이 생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리 결합은 젊음과 미용에 적이지만 콜라겐 조직을 강하고 질기게 합니다. 털가죽이 견고하고 따뜻한 이유도 결합 덕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소홀히 취급해서는 무척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2. 콜라겐으로 무기를 만들었다?

콜라겐은 피부만 만드는 물질이 아닙니다. 뼈에도 주요 성분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힘줄은 거의 순수한 콜라겐 덩어리라고 있지요. 석기시대에는 동물의 뼈와 힘줄 또한 인류에게 고마운 재료였습니다.

구하기 쉽고 단단하며 무게가 적당한 뼈는 돌멩이와 더불어 인류가 처음 사용한 강력한 무기였을 겁니다. 

 

물론 뼈는 다른 용도로도 널리 쓰였습니다. 일본 나가노현 노지리 호수에서 동물 뼈로 만든 칼과 긁개, 찌르개 구것기시대의 유물로 보이는 것이 출토되었습니다. 청동과 같은 금속이 보급될 때까지 뼈는 단단한 성질을 지닌 귀중한 재료였습니다. 

 

뼈는 기록 매체이기도 했습니다. 19세기 , 청나라의 학자 왕의영은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용골이라는 약재에 어떤 문자 같은 것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바로 한자의 원형이 갑골문자였습니다. 

 

왕조 시대에는 소나 사슴의 견갑골(어깨뼈) 열을 가한 금속 막대기를 대어 금이 형태로 길흉을 점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점괘 결과를 뼈에 새긴 것이 이른바 갑골문자이지요. 뼈가 3,000 후에 파헤쳐져 정체불명의 한약재로 쓰였던 것입니다. 방면에 조예가 깊었던 왕의영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귀중한 자료가 가루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위장 속으로 사라졌을 것입니다. 뼈라는 단단하고 변형이 적은 매체에 점괘 결과가 새겨진 덕분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자의 뿌리를 직접 확인할 있게 것은 엄청난 행운입니다.

 

3. 인간이 먹이사슬 꼭대기로 올라선 까닭

콜라겐이 무기로 응용된 예는 곤봉을 대신한 벼만이 아닙니다. 콜라겐을 듬뿍 포함하는 탄성이 높은 뼈와 힘줄은 활의 재료로도 사용됐습니다. 

가장 오래된 활과 화살은 9 유럽에서 출토된 것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오래전부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거리에서 정확하게 표적을 노릴 있는 활과 화살의 출현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로써 근력과  속도 모두 다른 동물에 한참 뒤쳐져 있던 인류는 힘센 동물을 안전하게 사냥할 있게 되었습니다. 활과 화살을 개발함으로써 인류는 단숨에 먹이 사슬의 정점에 오르게 셈입니다. 

 

활과 화살은 널리 사용되었고, 점차 비거리를 늘리고 속사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량되었습니다. 주로 나무를 사용해 활을 만들었으나 이것만으로는 탄력과 강질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나무로 만든 뒷면에 동물의 뼈나 힘줄을 덧댄복합 개발되었지요. 복합 활은 작고 가벼워서 말을 채로도 다루기 쉬웠으므로 기병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몽골제국이 세계를 정복할 때도 복합 활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강력한 화살을 만들려면 탄성이 높은 뼈와 힘줄뿐 아니라 이것들을 목재에 단단히 덧붙일 접착제가 필요합니다. 이때 이용한 물질이 바로 갖풀(짐승의 가죽, 힘줄, 따위를 진하게 고아서 굳힌 끈끈한 )이었어요. 

 

앞에서 설명했듯이 콜라겐은 삼중 나선 구조입니다. 콜라겐을 물에 넣고 끓이면 사슬이 풀려 하나씩 분리되므로 수분을 듬뿍 흡수한 덩어리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젤리나 푸딩을 만드는데 중요한 젤라틴입니다. 

 

갖풀의 주성분 또한 젤라틴입니다. 콜라겐(Collagen)이란 이란 말의 어원은갖풀접착하는 물질, 회화 기법의 하나인콜라주(Collage)’(근데 미술에서, 화면에 종이, 인쇄물, 사진 따위를 오려 붙이고, 일부 가필하여 작품을 만드는 작업) 뿌리와 같습니다. 

 

뼈와 힘줄이 콜라겐이라면 갖풀 또한 본래 콜라겐이므로, 요컨대 복합 활은 콜라겐으로 덧붙인 무기입니다. 뛰어난 재료의 힘은 다양한 형태로 인류의 힘을 증폭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콜라겐 또한 훌륭한 예로 손꼽힐 것입니다. 

 

4. 수명 연장의 꿈을 실현해 콜라겐

시대가 흘러 금속이나 도기 등이 보급되면서 그릇 등은 점차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털가죽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이 동경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표범이나 사자의 모피를 몸에 둘러 신성을 드러냈고, 유럽의 왕과 귀족 또한 호사스러운 모피를 입고서 누가 사치스러운지를 겨뤘습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그린 유명한 그림에도 흰족제비의 모피로 만든 호화로운 망토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털가죽은 오랜 역사 속에서 변함없이 권력과 부의 상징이란 지위를 유지해왔지요. 

이런 까닭에 근대 이후, 세계에서는 조직적으로 동물을 사냥했습니다. 아름다운 털가죽을 가진 동물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많은 생물이 모피 사냥의 대상이 되어 멸종 또는 멸종 직전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최근 들어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져 모피 착용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일어난 데다가 합성 피혁(천에 합성수지를 발라 만듬)의 발전으로 겉보기에는 물론 보온성까지 천연 모피에 뒤지지 않는 제품이 등장하면서, 드디어 모피 동물 감소 추세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콜라겐은 사진 필름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컬러 사진 필름은 플라스틱 필름 위에 각종 감광제를 콜라겐으로 분산시켜 층층이 여러 바른 것입니다. 콜라겐은 장기간 보존할 있고 현상할 수분을 유지하므로, 사진 필름의 재료로 가장 적합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디지털 카메라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사진 필름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그럼 콜라켄이 활약한 분야는 이대로 점차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생체와 맞는 콜라겐은 의료, 바이오 분야에서 점차 폭넓게 활약하고 있지요. 이미 화장품이나 의약품의 첨가물로 콜라겐을 널리 사용 중입니다. 

 

오늘날 콜라겐은 재생 의료의 필수 재료로도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손상된 장기나 신체 기능을 자신의 세포를 바탕으로 재구축한 다음 이식하는 치료법에서입니다. 치료법은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할 때보다 거부 반응이 적고 윤리적 측면에서도 부담스러우므로, 미래 의료로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양분만 주어서는 세포가 저절로 자라지 않습니다. 장기이식 등에 사용하려면 증식시킨 세포를 필요한 모양으로 성형해야 합니다. 따라서 형태의 콜라겐을 다음 위에 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콜라겐은 본래 세포와 세포를 붙이는 역할을 만큼 세포와 찰떡궁합입니다. 구조가 툭수해서 다른 단백질과 비교해 좀처럼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같은 특징 덕분에 콜라겐은 재생 의료에서 빠뜨릴 없는 재료입니다. 이미 연골이나 점막 세포 등과 콜라겐을 조합해 만든 제품이 발매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콜라겐이 활약할 분야는 더욱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인류의 행동반경을 넓히고 인류의 능력을 확장해준 콜라겐이란 재료는 이제 인류의 수명을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식물이 만들어낸 최고의 재료가 셀룰로스라면, 동물이 만들어낸 최고의 재료는 단연 콜라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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