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동물, 사람]은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고 있는 ‘말’에 대한 안호숙의 글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말을 하지요. 다른 동물들도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해 더 정교한 말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늘 말을 합니다. 하지만 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지요.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말은 어떤 역할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사람들은 왜 말을 할까요?
사람마다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태어나서 돌이 지나면 말문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말을 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지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가 처음 말을 한 순간 주위 사람들이 매우 기뻐했을 거라는 사실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마’나 ‘맘마’라는 말을 처음 합니다. 사람마다 어떤 말을 처음 했는지는 다르지만, 말을 시작했다는 건 놀랄 만한 사건이랍니다.
사람들은 왜 말을 하는 걸까요? 오늘 하루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곰곰이 떠올려 보세요.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을 겁니다.
- 동물들도 생각을 주고 받아요.
돌고래는 자신들끼리 의사소통을 합니다. 돌고래가 꼬리를 들어 올려 물을 철썩이면 화가 났다는 표시이지요. 턱을 딱딱 부딪혀 소리를 내면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입니다. 돌고래는 휘파람과 딸각거리는 소리를 섞어서 내거나 물 표면을 지느러미말로 쳐서 의사소통을 합니다.
동물들은 주로 자기의 짝이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하지요. 수컷들은 암컷에게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신호를 보냅니다. 수컷 공작은 암컷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려고 장식깃을 화려하게 펼칩니다. 수컷 반딧불은 빛을 냅니다. 수컷 두루미는 암컷이 보는 앞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멋진 춤 솜씨를 뽐내지요. 이때 암컷은 수컷의 춤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수컷의 춤에 어울리는 춤을 추기도 합니다. 이렇게 마음이 통한 두리미끼리 서로 짝을 짓게 된답니다.
벌은 벌집 앞에서 여러 가지 춤을 춥니다. 다양한 춤 동작으로 동료들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려 주지요. 둥글게 춤을 추면 가까운 곳에 먹이가 있다는 뜻이고, 엉덩이를 흔드는 것처럼 8자로 추면 조금 먼 곳에 먹이가 있다는 뜻이랍니다. 고래는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고래는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을 수 있는 초음파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캥거루쥐는 다양한 방법으로 발을 구르지요. 자기 영역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발 구름, 짝짓기를 할 때 표현하는 발 구름, 천적인 뱀을 쫓아낼 때 쓰는 발 구름이 제각각 다르답니다. 캥거루쥐는 발 구르기를 이용해 서로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소리를 만듭니다.
동물들이 정말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호기심을 느껴 연구를 해 왔지요. 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어류는 약 10~15가지, 조류를 약 15~25가지, 포유동물은 20~40가지 정도의 신호를 이용해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합니다.
동물들은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몸짓으로 하는 것보다 초음파는 의사소통을 하는 게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죠. 서로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 동물들은 자신의 몸이나 주변 환경에 알맞은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간답니다.
- 사람들은 말로 생각을 주고받아요.
사람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평소에 텔레파시가 통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데, 친구가 슈퍼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사 줄 때가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 생각이 통하는 일리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랍니다. 텔레파시로 생각을 주고받는 건 힘든 일이지요. 그렇다면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접 말을 하는 게 좋겠지요.
- 몸짓이나 표정을 이용해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꼭 말을 해야 할까요? 손짓을 사용해서 생각을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고개를 끄덕이거나 절레절레 흔드는 몸짓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도 있지요. 고개를 끄덕이는 건 알겠다는 뜻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건 싫다거나 모르겠다는 뜻이지요. 얼굴 표정으로도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나는 너를 좋아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몸짓이나 표정만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속상해.’라는 생각을 몸짓이나 표정만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요?
말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답니다. 수화는 손으로 나누는 말이라고 하는데, 가까이 있는 경우에만 서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지요. 하지만 말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도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사람들은 말과 글을 써서 생각을 주고받아요. 말과 글을 합해 ‘언어’라고 합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점은 사람이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지요. 사람은 수만에서 수십만 개의 낱말을 사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답니다. 동물들이 주로 짝이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한다면, 사람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합니다.
- 언제, 어디서나 말을 해요.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라면 누구나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지구 어느 곳에서든 사람이 두 명 이상 모이면 서로 말을 주고받습니다. 어떤 사람은 음악이나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휘파람으로 생각을 주고받기도 한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지요. 자신의 생각을 가장 손쉽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학교에 가서 공부하다가 모르는 게 있을 때도, 엄마에게 새 신발을 사 달라고 조를 때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소식을 주고받을 때도 말을 하지요.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알리기 위해 말을 하는 겁니다.
사람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태어나면서부터 보거나 들을 수 있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갓난아기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차츰 말을 따라 하게 됩니다. 태어나서 3년이 지나면 10-11개의 낱말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된다고 해요. 그때부터 6개월마다 약 300개 정도씩 사용하는 말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바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때 서로 의사소통이 되는 거예요. 말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 서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요.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 전으로 돌아가 옛날 사람들을 만난다면 서로 말이 통할까요? 우리 조상들은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한문으로 글을 썼지만 사용하던 말은 현재 우리가 쓰는 말과 비슷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 쓰였던 말이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거나 오늘날 쓰이는 말이 그 당시에는 없는 경우가 있어서 정확하게 뜻을 주고받기가 힘들 거예요. 똑같은 말이 뜻이 다른 경우도 있지요. 옛날에는 ‘어리다’라는 말이 ‘어리석다’는 뜻이었습니다. 서로 대화를 하려면 쓰는 말과 그 뜻이 같아야 하지요. ‘넌 참 어리구나’는 말이 어떤 사람은 ‘어리석다’는 뜻으로 쓴다면 서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없을 거예요. 새롭게 말이 생겨나기도 하고, 말의 뜻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 과거와 현재를 이어줘요.
전설이나 민담, 신화는 원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나중에 글로 기록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 겁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생각을 알 수 있는 건 말이나 글이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건국 신화인 단군 신화가 기록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입니다. 단군 신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또 글로 남아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로 일컬어지는 공후는 악기는 남아 있는데 연주하는 방법이 남아 있지 않아 연주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이 말이나 글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말과 글,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기도 합니다.
- 저마다 쓰는 말이 달라요.
사람은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며, 여러 제도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통되게 살아가는 방식을 문화라고 해요. 문화에는 생활하는 습관뿐만 아니라 의복, 주택, 음식, 도구처럼 사람이 만들어 사용하는 물질문화가 있고, 종교나 예술 같은 정신문화가 있어요. 지역이나 민족에 따라 문화가 서로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사는 집 모양을 생각해 보세요. 아프리카와 남극이 굉장히 다릅니다.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식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모두 자신들에게 맞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나라의 문화를 살필 때는 어떤 환경 속에서 그 문화가 싹터 왔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사는 지역이나 민족에 따라 문화가 다른 것처럼 서로 사용하는 말도 제각각 다르답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은 그 문화를 닮아 있어요.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먹다’를 ‘eat’ 하나로 쓰지만, 우리말에서는 ‘먹다,’’드신다,’’잡수신다’등 존댓말이 발달되어 있지요.
살아가는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해요. 일 년 내내 눈을 보며 사는 에스키모들 사이에서는 ‘가루눈, 젖은 눈, 큰 눈’등에 관한 말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 자라면서 문화를 받아들이고, 말을 사용하게 돼요.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은 태어나 자라면서 배우고 써 온 말들이랍니다.
- 말은 사라지기도 하고, 널리 쓰이기도 해요.
전 세계 사람들이 쓰고 있는 말은 약 5,000 가지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쓰는 사람 수는 제각각이지요. 미국 인디언들의 말처럼 쓰는 사람이 없어진 경우도 있어요. 서로 같은 말과 글을 쓰는 집단을 ‘언어 공동체’라고 하는데, 말은 언어 공동체가 있어야 생명을 가질 수 있답니다. 그 말을 쓰던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되면 말은 사라지게 되니까요. 또 한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원래 쓰던 말 대신 다른 말을 쓰는 게 더 이롭고 편하다고 믿게 되면 원래 쓰던 말은 사라지게 됩니다.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정해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신들이 원래 쓰던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말이 사라지게 되면 그 말을 써 온 사람들이 수천 년 간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이 사라지게 됩니다. 사라지는 말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경우도 있어요. 영어는 전 세계 우편물의 70%를 차지하며 무역, 금융, 과학 부분에 공식적인 언어로 쓰이고 있답니다. 영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국어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 더 뛰어난 말이 있는 건 아니에요.
서로 쓰는 말이 다를 뿐 더 뛰어나거나 뒤떨어지는 말이 있는 건 아닙니다. 포크를 사용하면 자랑스럽고, 젓가락을 사용하면 부끄러운 게 아닌 것처럼 말이에요. 각 나라의 말은 저 다마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요. 프랑스어는 아름다운 발음으로 유명하고, 독일어는 군더더기 없는 실용적인 언어로 알려져 있답니다. 베트남어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고 하지요. 우리말은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이 많아 어감이 풍부하답니다.
사람은 말을 하면서 살아가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자신의 느낌을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도록, 자신이 자라온 환경 속에서 익힌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디언 원주민 대릴 베이브 윌슨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백인들의 말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영원히 살아남으려면 우리말을 알아야 한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1. 동물들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까요?
2. 사람들은 왜 말을 사용할까요?
3. 말은 왜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고 했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