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씨와 야옹 씨의 친구 이야기]는 서인도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는 참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어떤 사람은 노래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달리기를 잘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립니다. 이렇듯 어떤 사람도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멍멍 씨와 야옹 씨는 친구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만 친구를 사귀려고 했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람마다 취향이나 능력, 개성이 다르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이 점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야용 씨는 몸이 아픈데도 시장을 보러 가고 있었습니다. 거미 씨는 야옹 씨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보았어요. 한 손에는 시장바구니를 들고, 붕대로 칭칭 감은 다리를 절름거리면서 거미 씨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거미 씨는 그가 야옹 씨라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지요. 거미 씨가 야옹 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야옹 씨, ‘안녕?’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을 보니 그리 안녕하지 않는 것 같구나. 이 말을 들은 야옹 씨는 “거미 씨, 난 한결같이 언제나 안녕해.”라고 대답했어요. 이 말에 거미 씨는 어쩌다가 그런 변을 당했는지 물었어요. 야옹 씨는 멍멍 씨가 그랬다고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고 했지요. 거미 씨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정말 멍멍 씨가 그랬느냐고 물었어요. 야옹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멍멍 씨가 자기 다리를 부러뜨렸다고 했습니다.
“멍멍 씨가 실수로 그런 거겠지?” “글쎄, 며칠 전 나는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갔어. 그리고 내 순서를 기다렸지. 알고 봤더니 내가 맨 처음 온 손님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멍멍 씨가 내 앞에 뛰어들어, 나를 붙잡더니 벾으로 확 밀쳐 내지 뭐야. 나는 일어설 수가 없었어. 꼼짝도 못 했지.””세상에! 멍멍 씨가 완전히 미친 게로 군! 정말 미쳤어! 내가 알던 멍멍 씨가 아니야. 전혀 아니야.” 거미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아니야, 멍멍 씨는 원래부터 그랬어. 난 멍멍 씨가 그렇다는 걸 다 알고 있었어. 멍멍 씨가 나를 다치게 한 게 한두 번이 아니거든.”
“야옹 씨, 참 슬프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속상하네. 그런데 말이야, 멍멍 씨가 나쁜 짓을 한 건 맞지만, 본심이 그리 나쁜 건 아닐 거야. 멍멍 씨의 마음속에 괴팍하고 고약한 호랑이 귀신이 들어가서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아마 호랑이 귀신이 멍멍 씨에게 너를 밀라고 조종했을 거야.” “아니야, 거미 씨, 아니야! 그게 멍멍 씨의 본래의 모습이야. 항상 변함없이 그랬어. 멍멍 씨하고 한번 얘기해 보면 알 수 있을 걸?””얘기해 보라고? 그럼 지금 당장 가야겠어. 가서, 멍멍 씨가 너에게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말해 보라고 해야겠어.” 거미 씨는 당장 멍멍 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러고는 거미 씨는 곧바로 멍멍 씨를 만났어요. 멍멍 씨와 거미 씨는 다정하게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멍멍 씨, 오늘 내가 누구를 만났거든. 뭐라더라. 잉름이 고양이 씨라고 하던가? 그 고양이 씨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니?””몰라, 무슨 일?’ 멍멍 씨가 물었어요. “글쎄, 사자 씨가 고양이 씨의 다리를 부러 뜨러 놓았대지 뭐야?”그 소리를 들은 멍멍 씨는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여 사자들은 항상 그런다고 하고, 정말 무식하고 거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거미 씨가 만약 그 고양이 씨가 야옹 씨였다면, 그리고 사자 씨가 바로 멍멍 씨 자신이라면 뭐라고 했을지를 물었어요. 그러자 멍멍 씨는 거미 씨를 보기가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거미 씨는 야옹 씨의 다리를 고쳐 놓거나 아니면 서로 만나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본다고 상상해 보라고 했습니다. 잠시 생각한 멍멍 씨는 굳게 결심한 듯 말했어요. “그래. 좋아. 야옹 씨랑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줘.”
거미 씨는 중재자 역할을 했습니다. 거미 씨는 멍멍 씨와 야옹 씨 사이의 나쁜 감정을 없애 주었어요. 마치 둘 사이의 문제는 거의 풀린 것처럼, 아니, 아예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요. 멍멍 시는 날마다 야옹 씨 집에 놀러 갔습니다. 또 다친 야옹 씨를 대신해서 나무도 패다 주고, 물도 길어다 주었어요. 야옹 씨의 다리가 거의 다 회복되었을 즈음, 멍멍 씨와 야옹 씨는 완벽한 친구가 돼 있었답니다. 멍멍 씨와 야옹 씨는 어디든 함께 다니고, 일도 같이 하고, 아주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멍멍 씨가 야옹 씨에게 해변에 함께 가자고 했지요. 야옹 씨는 머뭇거렸습니다.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더 싫었지요. 그들은 함께 해변으로 갔습니다.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멍멍 씨는 얼른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을 치고, 다이빙을 하고 온갖 종류의 물놀이를 했어요. 그러나 야옹 씨는 야자나무 아래에 앉아서 멍멍 씨를 지켜보았지요. 멍멍 씨는 야옹 씨를 향해 손짓을 하며 외쳤습니다. “이리 들어 와! 이리 와 봐! 물속이 참 좋아!” “나는 여기 있으면서 구경이나 할게.” 야옹 씨가 대답했습니다. 이따금씩 멍멍 씨는 야옹 씨에게 들어오라고 소리쳤습니다. 멍멍 씨가 야옹 씨에게 들어오라고 외칠 때마다, 야옹 씨는 “나는 여기 앉아 서 구경이나 할게.”라고 대답했지요. 멍멍 씨는 물 위에 떠 있다가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또 갑자기 튀어나왔다가 다시 풍덩 빠지면서 갖가지 장기를 선보였습니다.
멍멍 씨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야옹 씨는 멍멍 씨에게 대단한 수영 선수라고 칭찬했습니다.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지. 겁쟁이가 아니라면.” 멍멍 씨가 자랑스럽게 말했지요. “아니, 너는 수영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지만, 나는 원래부터 수영을 못해. 그래서 여기 앉아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거야.”야옹 씨가 말했어요. “말도 안 돼.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어. 겁쟁이만 아니라면.” 멍멍 씨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아니, 너는 수영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지만, 나는 원래부터 수영을 못해. 그래서 여기 앉아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거지.” 야옹 씨가 말했어요. 하지만 멍멍 씨는 계속 겁쟁이만 아니라면 누구나 수영르 할 수 있다고 외쳐댔지요. 그러자 야옹 씨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어요. 야옹 씨는 자기가 수영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답니다.
며칠 뒤, 그날은 휴일이었어요. 야옹 씨는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멍멍 씨에게 소풍을 가자고 했습니다. 멍멍 씨는 일부러 아무것도 먹지 않고, 엄청나게 배가 고픈 채로 갔어요. 그런데 야옹 씨는 딴청을 부리며 도시락은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야옹 씨는 길고 긴 자기네 조상 얘기만 늘어놓았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도시락 주머니를 어깨애 둘러맸습니다. 그러고는 나무에 몸을 바짝 붙여, 사뿐사뿐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지요. 어느새 야옹 씨는 도시락을 들고 나뭇가지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멍멍 씨는 나무 위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러자 야옹 씨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어요. “멍멍 씨, 네가 먹을 점심이 여기 있어. 이리로 올라와서 가져가.”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나무를 못 탄다는 것 너도 잘 알잖아. 내 배 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 안 들리니? 장난 그만하고 어서 내려와. 빨리 점심이나 먹자.” 그러자 야옹 씨가 말했어요. “누구나 나무를 탈 수 있어. 겁쟁이가 아니라면.”
멍멍 씨는 충격을 받았어요. 지난번 해변에서 했던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멍멍 씨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그래, 야옹 씨가 나에게 뭔가 교훈을 주려고 꾀를 쓴 모양이야.”멍멍 씨는 혼란스러웠어요. 멍멍 씨는 해변에서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멍멍 씨가 야옹 씨에게 수영하러 가자고 한 이유는 함께 가서 즐겁게 놀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부러 야옹 씨를 가만히 앉혀 놓으려 한거나 어떤 교훈을 주려고 한 것도 아니었죠.
‘모든 일은 자연스러운 게 좋은 법이지. 특히 친구 사이의 일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해.” 멍멍 씨는 혼잣말을 했어요. “그런데 친구의 잘못을 잡아 내어 교훈을 주려고 일부러 꾸민 일이라면 그것은 꾀야.” 이러는 동안, 멍멍 씨는 점점 더 배가 고파졌어요. 멍멍 씨는 나무 주변을 뱅글뱅글 돌다가 나무 꼭대기를 향해 말했습니다. “야옹 씨, 음식을 가지고 내려와! 네가 날 점심 식사에 초대했단 말이야. 도시락을 가지고 내려오라고!” “멍멍 씨, 이리 올라와서 가져가라니까! 누구나 나무를 탈 수 있어. 겁쟁이가 아니라면.” 멍멍 씨는 야옹 씨가 나무 위에 편안하게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멍멍 씨는 나무 아래에 기대고 앉았습니다. 그러고는 야옹 씨가 내려오기만 하면 곧바로 공격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지요. 멍멍 씨는 도시락에 대해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멍멍 씨는 너무 배가 고팠어요. 멍멍 씨는 도시락을 포기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야옹 씨를 덮쳐서 도시락을 빼앗을 수도 없었지요.
이때 갑자기, 야옹 씨가 나무에서 내려왔어요. 그러고는 멍멍 씨에게 도시락을 건네주었습니다. 멍멍 씨는 야옹 씨를 노려보았습니다. 당장 야옹 씨를 덮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요. 하지만 도시락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가 야옹 씨를 덮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어요. 어쩔 수 없이 멍멍 씨는 도시락을 받아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고깃덩어리를 뼈다귀에 우적우적 씹어 먹었습니다. 멍멍 씨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도시락 먹는 데만 열중했지요.
야옹 씨는 자신이 왜 오늘 이렇게 했는지를 설명해 주었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다르다는 것을요. “제각기 다른 재능을 갖고 있어. 새는 ‘짹짹 거리며 울고, 개구리는 ‘개굴개굴’ 울고, 소는 ‘음매’하고 울어. 말은 달리기를 잘하고, 캥거루는 점프를 잘하지. 무슨 뜻인지 알겠니? 또 어떤 이는 물에서 하는 일을 잘하고, 어떤 이는 나무에서 하는 일을 잘하지. 무슨 뜻인지 알겠어, 멍멍 씨? 알겠다고 말해 봐, 어서!”
멍멍 씨는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 벌떡 일어섰어요. 그러고는 말했어요. “멍멍 씨, 우리가 어쨌든 친구로 지내려면, 땅에서 놀아야겠다. 물에서도 안 되고, 나무 위에서도 안 되잖아. 됐지?” 멍멍 씨는 발끈 화를 내고 가 버렸습니다. 아직까지도 고양이와 개는 친구 사이로 지내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1. 거미 씨는 왜 멍멍 씨에게 가서 “네가 왜 야옹 씨를 다치게 했니?”라고 묻지 않았을까요?
2. 야옹 씨는 왜 수영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을까요?
3. 야옹 씨는 왜 도시락을 들고 나무 위에 올라갔을까요?
4. 멍멍 씨는 왜 야옹 씨와 친구로 지내려면 해변이나 나무 위에서가 아닌 땅에서 놀아야겠다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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