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물 세계의 선두 주자: 실리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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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물 세계의 선두 주자: 실리콘

by &#$@* 202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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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컴퓨터 문명의 시작, 실리콘

2. 고대 그리스에도 컴퓨터가 있었다

3. 계산 머신의 꿈

4. 운명이 갈린 형제 원소

5. 금속과 비금속 사이에서 

6. 전기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물질

7. 진공관과 저마늄 시대

8. 실리콘밸리의 기적

 

1. 컴퓨터 문명의 시작, 실리콘

고성능 컴퓨터가 널리 보급된 이루를 물질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실리콘 제조 기술의 고도화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최근 수십 년 만에 사회가 급격히 변화한 원인 또한 대부분 컴퓨터의 발달에 있으니, 실리콘이야말로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재료라는 사실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회가 급격히 변화한 원인 또한 대부분 컴퓨터의 발달에 있으니, 실리콘이야말로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재료라는 사실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날 컴퓨터는 다양한 용도로 쓰이지만 컴퓨터는 원래 ‘계산기’란 뜻입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복잡한 계산을 자유자재로 수행하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현대의 컴퓨터 문명을 만들어 냈는데, 이 시도는 훨씬 옛날에 시작되었지요.

 

2. 고대 그리스에도 컴퓨터가 있었다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크레타 섬 사이에 안티키테라란 작은 섬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인구가 수십 명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섬이지만 2천 년 전에는 해적의 본거지로 난폭한 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네요. 

 

1901년, 이 섬 앞바다에서 평범한 난파선이 발견되었지요. 하지만 난파선은 오랫동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다가 1951년이 되어서 놀랄 만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난파선에 잠들어 있던 기원전 150년에서 100년경에 만들어진 기계가 현대의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만큼 상당히 정밀했던 것이지요. 조사를 계속하면서 이 기계는 적어도 30개 이상의 톱니바퀴로 이루어졌으며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완벽히 재현했습니다. 일식과 월식이 일어날 날짜나 고대 올림픽 개최 연도까지 산출해냈다고 하니, 이 기계는 아날로그 컴퓨터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1,000년간 이토록 정교한 기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출현하지 않았고, 조사에 참여했던 한 연구자는 ‘희소성으로만 따지만 모나지라보다 (이 기계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3. 계산 머신의 꿈

많은 사람이 엄청난 양의 계산을 정확히 해내는 기계를 원했으므로 안티키테라 섬의 기계 외에도 시대마다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주판, 산가지(수를 셈할 때 쓰는 나무막대), 계산자 등 비교적 단순한 기구도 널리 사용되었고, 블레즈 파스칼이나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같은 저명한 수학자도 톱니바퀴식 계산 기계를 고안해냈지요. 

 

현재의 컴퓨터로 이어지는 계산기 개발에 몰두한 사람은 영국의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입니다. ‘계차 기관’이라 명명된 배비지의 기계는 지나치게 복잡했을 뿐 아니라 여러 번 설계가 변경된 탓에 곧바로 빠졌습니다. 결국 20년간에 걸친 노력에도 배비지는 계차 기관 개발을 단념해야만 했지요. 

 

1991년, 배비지 탄생 200년을 기념해 그가 생전에 완성하지 못한 계차 기관을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습니다. 이라 하여 폭 3.4m, 높이 2.1m, 400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계가 완성되었습니다. 시험 운전 결과 15자리 수 계산을 정확히 해냈다고 하니, 베비지의 설계는 틀리지 않았던 거지요.

 

인류 역사에서 전자계산기가 처음으로 탄생한 때는 1945년으로, 기념할 만한 최초의 컴퓨터에는 ‘에니악(ENIAC)’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발명된 시기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포탄의 탄도 계산 등 제2차 세계대전에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에니악은 전쟁이 끝난 후에야 완성되었습니다. 에니악은 1만 8천 개에 가까운 진공관, 7만 개의 저항기, 1만 개의 콘덴서로 이루어지며, 가로 폭 약 30m, 높이 2.4m, 세로 폭 0.9m, 전체 무게가 약 27톤에 달하는 괴물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따라 광범위한 문제를 풀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는 점이 획기적이었으므로 현대 컴퓨터의 조상이라고 불립니다. 

 

이 머신은 훌륭했지만 지나치게 거대한 데다 비용이 많이 들어 결국 매우 특수한 용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계산 기계가 우리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주는 기계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실리콘(규소)입니다. 참고로 실리콘은 원소의 하나인 ‘규소’의 영어 이름이나 여기서는 원소를 가리킬 때는 ‘규소,’ 반도체 재료를 가리킬 때는 ‘실리콘’으로 적절히 구분해 사용해왔습니다.

 

4. 운명이 갈린 형제 원소

화학자에세 주기율 효란 단순한 원소 목록이 아닙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이런저런 생각이 샘솟는,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의 샘 같은 존재이지요. 이 배열표에서 탄소와 규소의 배열은 불가사의하게 느껴집니다. 탄소와 규소는 주기율표에서 바로 위아래에 위치한 형제 원소입니다. 결합 팔이 네 개 있고 규소의 결정 구조는 다이아몬드와 완전히 똑같다는 점 등 이 둘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지요. 하지만 탄소와 규소는 존재하는 장소와 작용하는 곳이 전혀 다릅니다. 

 

그림 자료: 원자 번호 14번인 규소
(그림 자료: 원자 번호 14번인 규소)

 

탄소는 생명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소이지요.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 DNA가 모두 탄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지표와 해양, 즉 우리가 눈으로 본 세상에서 탄소는 중량비로 따졌을 때 겨우 0.08% 정도를 차지할 뿐이나, 우리 몸무게의 약 20%는 탄소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처럼 탄소는 그야말로 생명에게 없어서는 안 될 원소입니다. 

 

그러면 탄소와 매우 흡사한 규소 역시 생명체를 구성할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누구나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실제로 규소는 생명 세계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규조류 같은 플라크톤이나 볏과 식물 등 극히 일부에서 예외에서 볼 수 있을 뿐, 생물계에는 규소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규소는 지구 상에 상당히 풍부할 뿐 아니라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많은 생물이 이 원소를 거부하고 있지요. 

 

규소는 대부분 암석으로 존재합니다. 우리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이나 바위는 규소와 산소, 그리고 각종 금속 원소가 촘촘한 그물코 모양으로 결합한 단단한 덩어리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눈으로 보는 세상을 원소별로 나누면, 중량비로 따졌을 때 산소가 약 절반을, 규소는 약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만일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면 생명의 존재는 거들떠보지 않고 지구를 ‘규산염 덩어리가 물에 덮인 행성’으로 단순히 인식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탄소와 규소 형제는 손을 맞잡고 결합하지도 않습니다. 탄화규소라는 광물이 운석 등에서 아주 미량으로 발견되기는 하지만, 이 외에 자연계에서 탄소와 규소가 결합한 화합물은 눈을 씻고 보아도 도저히 찾을 길이 없지요. 

 

다만 탄소와 규소가 절대로 결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어서 인공적으로 이 둘을 결합시킬 수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주방용품이나 의료용 재료 등에 사용하는 실리콘입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실리콘고무는 유연하고 내구성이 높은 데다 열에도 강합니다. 이처럼 뛰어난 재료를 만들어내는 탄소-규소 결합이 자연계에 없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수께끼 같습니다. 여하튼 탄소와 규소는 본래 사이좋은 형제 원소였으나 한쪽은 생명 세계의 리더가 되었고 한쪽은 무기물 세계의 선두 주자 자리에 앉았지요. 오늘날까지도 자연계에서 이 둘은 절대 섞이지 않고, 마치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어쩐지 그리스 신화처럼 애정이 뒤얽힌 장대한 이야기가 연상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5. 금속과 비금속 사이에서 

규소는 생명의 구성 요소로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재료로서는 인류에게 무엇보다 고마운 원소입니다. 돌멩이는 물론 유리 역시 규소와 산소가 1:2 비율로 결합해 무질서하게 뒤엉킨 것입니다. 

 

이처럼 규소는 흔하디흔하고 대량으로 존재하는 원소인데도 인간이 발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규소는 로듐이나 팔라듐, 오스뮴 등 존재량이 극히 적은 원소보다 한참 늦은 1823년에야 비로소 스웨덴의 화학자 옌스 야코브 베르셀리우스(Jons Jakob Berzelius)에 의해 순수하게 분리되었습니다. 

 

규소가 이처럼 늦게 발견된 이유는 규소와 산소의 상생이 지나치게 좋은 나머지, 서로 강력하게 결합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규소를 순수하게 분리해내는 작업은 수많은 기술가 사고방식의 진보를 필요로 하는 매우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순수한 규소는 은빛 광택을 내뿜는 고체로 언뜻 금속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각종 성질 면에서는 금속과 다른 부분도 많으므로 규소를 ‘반금속’으로 분류합니다. 이를테면 전기를 통과시키는 성질을 가진 금속과 전기를 통과시키지 않는 비금속의 중간인 반도체의 성질을 지닙니다. 규소가 현대 산업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커다란 이유는 바로 이 모호한 성질에 있습니다. 

 

6. 전기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물질

오늘날 반도체란 말을 흔히 듣지만 ‘전기를 통과시키는 물질과 통과시키지 않는 물질의 중간’이란 설명으로는 대체 어떤 물질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는 불순물의 양이나 빛을 쏘이는 방법 등으로 전기를 통과시키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이지요. 

 

금속의 경우에는 원자 속의 전자 일부가 원자로부터 분리되어 있습니다. 전자가 자유롭게 임직이기 쉬운 상태이므로, 한쪽에 ‘전자야, 이쪽으로 와’라는 명령, 즉 전압을 걸면 전자들은 곧장 그쪽을 향해서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이것이 바로 금속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입니다.

 

반면에 규소 결정 속 전자는 조금 더 원자에 강하게 속박된 상태여서 금속에서처럼 자유롭게 멀리 나갈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순수한 규소 결정에서는 전기가 거의 흐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불순물로 다른 원소를 아주 조금만 섞는 ‘도핑’이란 방법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규소보다 전자수가 적은 원소인 붕소를 섞으면 규소 결정에 붕소가 섞여 붕소가 섞인 곳만 전자가 부족한 상태, 이른바 ‘전자 구멍’이 뚫린 상태가 됩니다. 전압을 걸면 가까이에 있더 ㄴ전자가 구멍을 향해 이동하고, 전자가 이동한 빈 구멍에 또 다른 전자가 들어가는 과정이 반복해서 일어난 결과 전기가 흐르게 됩니다.

 

7. 진공관과 저마늄 시대

반도체 시대에 최초로 사용된 원소는 사실 규소가 아니라 저마늄입니다. 위에서 탄소와 규소를 주기율에서 같은 세로줄에 있는 형제 원소라고 설명을 했는데요. 저마늄 또한 규소 바로 밑에 위치하므로 규소와 성질이 비슷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반도체로서 가능합니다.

 

저마늄을 이용한 새로운 장치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탄생했습니다. 벨연구소를 설립한 미국이 통신회사 에이티앤드티(AT&T)는 미국 전체로 사업을 확장 중이었는데, 멀리 떨어진 곳과 통화할 때는 음성 신호가 약해져 잘 들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기 신호를 증폭시키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1947년에 벨연구소는 저마늄의 결정을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바로 트랜지스터이지요. 여태까지 사용해온 진공관은 수명이 고작 수천 시간 정보밖에 되지 않아 에니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진공관을 교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트랜지스터는 수명이 길고 비용이 낮을 뿐 아니라 원리적으로는 얼마든지 작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트랜지스터의 등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산업의 포문을 열었지요. 

 

8. 실리콘밸리의 기적

반도체 시대의 서막을 연 저마늄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저마늄 트랜지스터는 열에 약해서 60도가 되면 작동 오류룰 일으켰던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약점은 저마늄이 희소한 원소인 탓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림 자료: 모레에서 온 실리콘
(그림 자료: 모레에서 온 실리콘)

 

이로써 결국 규소가 등장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규소가 반도체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규소는 녹는 점이 1,410도로 높아서 열에는 강해도 정제하거나 결정을 만들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반도체는 극히 적은 양의 원소를 도핑하기만 해도 성질이 크게 변하므로 의도치 않게 불순물이 들어가면 반도체의 품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는 샌프란시스코만 구석에 있는 골짜기에서 일어났습니다. 현재 이 지역은 ‘규소의 골짜기,’ 즉 실리콘 벨리라고 불립니다. 

 

스텐퍼드 대학의 프레데릭 터만(Frederick Terman) 교수는 우수한 연구자들을 스탠퍼드 대학에 초빙해 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하도록 권유했습니다. 때마침 높은 군사적 수요가 호재로 작용해 기업들은 성장 가도를 달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시작이지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리콘벨리에서는 주요한 혁명과 사건이 수없이 일어났습니다. 1959년에는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로버트 노이스 팀이 실리콘 직접회로(IC)를 개발했고, 1964년에는 오늘날에도 컴퓨터에 빠뜨릴 수 없는 마우스가 발명되었습니다. 인텔이 1971년 역사상 최초의 CPU, ‘4004’를 발표한 곳도, 1976년에 애플이’Apple 1’을 전 세계에 처음 선보인 곳도 바로 실리콘밸리입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는 어도비 시스템, 애플, 구글, 휴렛팩커드, 인텔, 페이스북,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야휴의 본사가 있습니다. 이 기업들의  영향력은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실리콘 반도체만큼 극적인 발전을 계속하는 분야도 인류 역사상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놀라운 발전을 거득한 결과, 10년쯤 전의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능력을 갖춘 머신이 지금은 우리의 한 손에 들어갈 만큼 작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알파고(Alpjago)’가 인류 최강의 바둑 기사를 쓰러뜨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근래에 탄생한 인공지능은 점점 더 우수한 신소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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