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이 똥을 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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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이 똥을 쌌대

by &#$@*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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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이 똥을 쌌대]는 친구 지민이를 나쁜 소문으로부터 지켜 주기 위해 애쓰는 동민이의 이야기입니다. 지민이가 신문지 위에 똥을 쌌다는 소문은 아이들의 상상이 보태어져 금세 부풀려지고 퍼져나갑니다. 지민이를 좋아하는 동민이는 “박지민이 안 그랬대.”하고 외치지만 아이들은 동민이의 말을 듣지 못합니다. 동민이는 지민이가 소문을 듣고 속상해할까 봐 전전긍긍하지요. 다음날 학교에서 지민이에 대한 소문이 사라져 동민이는 안심합니다. 아이들도 학교 생활을 하며 여러 가지 소문을 접하게 되지요. 분위기에 휩쓸려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거나, 나쁜 소문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지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쉽게 부풀려지고 퍼지는 소문의 특성을 알고 이를 경계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민이를 소문으로부터 지켜주고 싶어 하는 동민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알게 될 것 같아요.

 

수업이 끝났습니다. 동민이는 운동장 끝에 있는 정글집으로 달려갔어요. 학교 앞으로 영어 학원 버스가 오는데, 시산이 좀 남아서 놀고 싶었던 거지요. 동민이는 원숭이처럼 날쌔게 정글집에 매달렸습니다. 그러고는 새파란 하늘에 닿기라도 할 것 처럼 재빨리 올라갔습니다. 정글집 꼭대기에는 호준이와 우석이가 앉아 있었어요. 반가운 마음에 “호준아! 우석아!” 하고 이름을 부르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어요. “박지민이 똥 쌌대.”

동민이는 이 말을 듣고 놀라서 당나귀처럼 길쭉해진 귀를 연신 움찔거렸습니다. 동민이는 박지민이를 참 좋아하거든요. 박지민은 옆 동에 살아요. 동민이는 엄마아 함께 지민이네 집에 자주 놀라갔답니다. 하지만 지민이랑 자주 보아서 친해진 건 아니에요. 지민이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못하거든요. 좋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싫으면 고개를 삐딱하게 세운 채 살랑살랑 짓기만 하지요.

지민이랑 좀 친해진 건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부터입니다. 지민이가 학원에 온 첫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우리 마음’을 그려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제각기 자기가 생각하는 마음을 자유롭게 그렸지요. 그런데 지민이는 뭣이든 동그렇게 그리는 것이었어요. 사람 얼굴 도 동글, 다리도 동글, 자동차도 동글, 창문도 동글, 길가에 핀 꽃도 동글, 참새도 동글. “지민이는 동그라미밖에 모르나 봐.” 아이들이 놀리니까 지민이는 그림을 그리다가 말고 샐쭉하니 가만히 있었습니다.

동민이는 지민이가 동그라미밖에 못 그리는 게 아니고 동그라미를 정말 좋아해서 그런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답니다. 동그란 걸 좋아해서 그런지, 지민이는 생긴 모습도 정말 동글동글하지요. 얼굴, 손, 다리도 오동통하거든요. 머리에 둥근 해바라기 꽃핀을 꽂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양볼엔 팬 보조개도 작디작은 새끼 달 같아요.

 

동민이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해 주려다가 그만두고, 지민이에게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줄까?”라고 물었어요. 지민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민이가 그린 동그란 얼굴에 네모난 안경과 동그랗게 그린 자동차 지붕 위에슨 세모난 깃발을 그린 뒤 ‘안녕’이라는 글씨도 써넣어주었답니다. 깃발이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는지 지민이도 ‘안녕!’하며 인사를 하고는 빙그레 웃었어요. 동민이는 그런 지민이를 계속 웃게 해주고 싶었지요.

정글집에 올라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동민이가 꼭대기를 향해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호준이가 우석이한테 하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거지요. “박지민이 거실에다 신문지를 깔아 놓고 똥을 쌌대. 내 동생이 엄마 심부름으로 부침개를 들고 지민이네 집에 갔었거든. 할머니가 문을 열어 주셨는데, 그때 지민이가 놀라서 방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가더라는 거야. 이상해서 보니까 거기에 똥 한 덩이가 놓여 있었대. 동생이 너무 놀라서 부침개를 할머니께 얼른 드리고 재빨리 뛰어나왔대.” “근데 왜 신문지에다 똥을 싸? 화장실이 있는데.” 우석이가 물었어요. “지민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털 많이 달린 벌레래. 그 벌레가 화장실에 나타난 뒤로 지민이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싫어하게 되었대. 아마 그것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호준이가 꽤 그럴싸하게 말하자, 우식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히히히, 그래서 똥 쌌구나.”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한참을 키득거리던 호준이와 우석이가 정글집에서 내려와 교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동민이도 영어 학원 버스를 타야해서 정류장으로 갔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서로 마주 보면서 소곤거리는 거예요. “박지민이 똥 쌌대.” “어떤 애가 학의천 산책로에 갔는데, 박지민이 강아지풀 사이에 앉아서 똥 싸는 것을 봤대.” “박지민 똥이 무지무지 굵대.” 아이들이 소곤거리는 이야기를 들은 동민의 가슴이 왈랑거리기 시작했어요. 호준이와 우석이가 소문을 낸 거예요. 소문은 없던 이야기까지 보태져 퍼지고 말았습니다.

지민이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요? 다른 아이들이라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따지기라도 할 텐데 지민이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아이들이 뭐라 그래도 입을 조개처럼 꼭 다물고 있지요. 선생님조차 그런 지민이를 어쩌지 못해 애를 먹지요. 사람들은 지민이가 싫어서 말을 안 하는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그렇다는 걸 전혀 몰라요. 지민이도 아이들이 말을 시키면 대답을 하려고 골똘히 생각하느라 콧등이 힘이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지민이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가 버린답니다.

동민이는 어떻게든 지민이가 놀림 받는 걸 막아 주고 싶었지요. 그때 아이들이 소곤대는 걸 들었습니다. “지민이는 밥을 잘 먹어서 똥도 자주 마려운가 봐.” 그러면서 지민이는 당근, 대파도 잘 먹는다고 말했지요. 아이들은 식판에 음식을 받으면 당근, 양파, 대파는 남기거나 몰래 버리는데, 지민이는 남김없이 밥을 잘 먹거든요. 하지만 밥을 잘 먹어서 똥을 잘 싸는 거라고 놀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동민이는 마음이 급해졌어요. 아이들 말을 빨리 막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손을 번쩍 들었어요.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말하고 싶을 때는 손을 번쩍 들라고 하셨거든요. “아니야. 박지민이 안 그랬대!”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영어 학원 버스가 왔답니다. 아이들은 동민이의 말은 듣지도 않고 서둘러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을 끊는 게 어려워 입술만 달싹였지요. 입술에서는 ‘박지민은 신문지 위에 똥 안 쌌어. 그건 사실 진흙이야. 나도 진흙으로 똥 모양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고. 그리고 지민이가 학의천 강아지들 사이에 앉아서 똥을 누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야. 지민이는 강아지풀에 볼을 비빈 거야. 가아지풀 사이에 있던 똥은 지민이가 싼 것이 아니라 꽃집에서 기르는 큰 개가 싼 거라고. 나도 그 똥 본 적이 있는걸. 그렇게 굵고 기다란 똥은 처음 봐서 얼마나 놀랐는데.’란 말이 뱅뱅 돌았습니다.

하지만 동민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학원 앞에서 내렸습니다. 지민이를 따라다니는 소문을 방패처럼 다 막아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기운이 빠져버렸어요. 학원이 끝난 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누웠는데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훌쩍훌쩍 울고 있는 지민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내일이면 소문이 더 멀리멀리 퍼져 나갈 텐데 정말로 걱정이에요. 동민이는 억지로 눈을 감고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어요. 그런데 꿈속에서도 박지민이 똥 쌌다고 소문을 마구 퍼트리는 커다란 입을 가진 괴물이 나타났지 뭐예요. 동민이는 꿈속에서도 커다란 창을 집어 들고 괴물과 맞서 싸웠답니다.

얼마나 열심히 싸웠던지, 아침에 일어나니까 너무 지치고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도 지민이를 지켜 주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쁘듯하고 절로 힘이 났지요. 애들이 또 지민이 똥 이야기를 하면 호준이와 우석이가 지어낸 이야기뿐이라고 말한다고 결심했지요. 그래서 학교에 도착해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귀를 쫑긋 세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 보았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더 이상 지민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하룻밤 사이에 지민이에 대한 소문이 모두 사라졌나 봅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괴물과 온 힘을 다해 싸운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했답니다. ‘후유, 다행이다.’ 동민이는 마음이 푹 놓여, 콧등에 송송 솟은 땀을 손등으로 훔쳐 냈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우석이는 왜 호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까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동민이는 왜 가슴이 왈랑거렸을까요?

동민이는 왜 아무말도 하지 못했을까요?

동민이는 왜 꿈속에서만 커다란 입만 있는 괴물과 맞서 싸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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