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보물섬]은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형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관한 사실을 이야기식으로 풀어쓴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생겨난 과정과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회귀한 생물들이 잘 그려져 있지요. 갈라파고스 제도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해서 ‘생물 진화의 야외 실험장’으로 일컬어지는 곳이랍니다. 그만큼 연구 가치 및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이에요.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회귀한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읽고 갈라파고스 제도의 현재 모습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모든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알아보면 어떨까요?
이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에 관하여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 섬은 태양의 각도에 따라 바다가 어떻게 요술을 부리는지, 섬의 한가운데를 채우고 있는 두터운 안개 이불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섬에 대해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며 자란 사람은 커서 자연을 해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지요. 오히려 자연을 살리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지요. 길을 가다 보세요. 길거리에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무언가를 함부로 버리는 일이 거의 없답니다.
자연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꺾어 가고 주워 가고 못살게 굴고 더럽히는 것은 어른들 일겁니다. 자연에서 무언가를 하나라도 긁어내어 돈을 벌려고 안달하는 것도 어른들이죠. 그러나 그 어른들도 어렸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그런 사람들은 어렸을 적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껴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가 자란 섬은 그런 점에서, 더할 나위가 없는 자연 사랑의 교육장이었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어떤 공부보다도 유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요.
내가 사랑하는 그 섬의 이름은 갈라파고스 제도입니다. 16개의 커다란 섬과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조금만 섬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지막 지상 낙원’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지요. 대평양의 다른 섬들은 사람들이 차례로 정복했지만 이 섬 만큼은 온전히 도마뱀과 새들의 왕국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몇백만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라고는 전혀 닿지 않은 덕분이었지요.
최초의 섬이 생겨난 것은 아주 먼 옛날의 일입니다. 바다 밑에 거대한 화산이 있었어요. 화산은 오랜 세월 바다 밑에 숨어 밖으로 솟구쳐 오를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00만 년 전, 화산이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지요. 붉은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얼마나 높이 솟았던지 하늘에 붉은 불도로가 뚫린 것 같았답니다. 해가 뜨고 지기를 수십 차례, 불기둥은 붉은 용암과 검붉은 바위가 되어 끝없이 바다 위로 솟구쳤습니다. 용암과 바위는 차가운 바닷물에 닿아 시커멓게 식어 가며 이제까지 없던 커다란 성을 이루었습니다. 오랜 세월 바람이 불고 비가 퍼붓는 공안, 용암과 바위들은 천천히 닳아서 기름진 흙으로 바뀌었지요.
세월이 흐르자, 이끼의 홀씨가 바람을 타고 섬으로 날아왔습니다. 파도에 실려 식물의 씨앗이 흘러들었습니다. 무서운 폭풍이 대륙을 휩쓸고 간 어느 날에는 대륙에서 통나무 하나가 떠내려왔습니다. 나무에 묻어 벌레들도 함께 따라왔지요. 쥐와 벌레들도 통나무를 타고 실려 왔습니다. 씨앗이 자라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자 새들이 놀다 갔어요. 개중에는 아예 둥지를 틀고 눌러 앉는 새들도 있었습니다. 물개나 거북, 이구아나들은 헤엄을 쳐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어느덧 섬은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로 생명이 넘쳐 흘렀습니다. 이 세상 어느 땅덩어리에도 불어 본 적이 없는 이 섬의 동식물들은 저희들끼리 진화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섬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회귀한 동물들과 식물들이 생겨났지요.
갈라파고스를 제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베를랑가라고 하는 선교사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50여 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그의 배는 잠시 머물다 갔습니다. 다시 150년이 흘렀어요. 이번에는 해적들이 몰려왔습니다. 대륙의 도시를 노략질하거나 보물선을 습격하는 해적들은 이 섬을, 잠시 숨어 지내거나 부서진 배를 수리하는 은신처로 삼았습니다.
잠시 포경선이 오기도 했습니다. 소문이 조금씩 퍼져 나가자 이번에는 물개 가죽을 팔아 한밑천 잡으려는 사냥꾼들이 패거리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해적이든 포경선이든 물개 사냥꾼이 든 간에, 섬을 찾는 뱃사람들이라면 빠뜨리지 않았던 일이 하나 있었어요. 황소거북을 찾아온 섬을 뒤지고 다니는 일이었습니다. 물과 먹이가 없이도 몇 달을 살 수 있는 황소거북을 잡아 화물칸에 가둬 두면 언제고 신선한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몇십 년 만에 수십만 마리의 황소거북이 황천길로 사라졌습니다.
19세기 초 에콰도르라는 나라가 갈라파고스를 자기네 땅이라고 선언한 후, 갈라파고스는 죄수들의 유배지로 사용되었습니다. 다윈이라는 젊은 학자가 도착한 것도 이 무렵이었지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다윈은 진화론의 아버지입니다. 하지만 다윈이 진화론을을 발견한 것도 바로 이 갈라파고스에서였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다윈은 갈라파고스에 5주 동안 머물며 섬의 생물들을 연구하여 진화론이란 대단한 학설을 발표했지요. 그 후 세계 곳곳의 과학자들과 탐험가들이 갈라파고스로 몰려들기 시작했답니다.
갈라파고스에 정착하는 사람들도 점차 생겨났습니다. 사람들은 땅을 일구어 커피나 바나나, 채소를 심었습니다. 염소와 소를 기르고 아이를 낳았지요. 우리 집도 그 중 하나랍니다. 1955년, 섬 전체 인구는 1500여 명에 불과했어요. 그때만 해도 갈라파고스는 평화로웠으며, 이곳을 아는 사람들은 과학자들과 탐험가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습니다. 이 즈음에 육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은 조그만 화물 선 뿐이었지요. 한 번 왔다 가면 두세 달, 어떤 때는 여섯 닷이 지나야 조그만 화물선은 수평선 위에 모습을 드러내곤 하였습니다. 화물선은 멀리 있는 친척들의 편지와 양초, 밀가루, 설탕 같은 것을 잔뜩 싣고 왔어요. 그리고 며칠 후, 말린 생선과 섬에서 기른 가축들과 커피로 화물칸을 채우고 떠났습니다. 한 번은 웬일인지 화물선이 몇 달이나 늦게 온 적이 있었는데, 성냥이 떨어져 우리는 마치 원시인들처럼 불씨를 소중히 모셔야 했지요. 우리의 생활은 원시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모두들 건강했습니다. 섬에는 의사가 없었으므로 몸이 아픈 것도 사치였어요. 그러나 화물선이 올 때마다 치과 의사가 와서 이를 봐주고 돈을 긁어모아 갔습니다. 전기도 수도도 없었지만, 나는 우리 집에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라고 생각 했지요.
갈라파고스의 바다에는, 디즈니랜드보다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았어요. 이 세상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 싶어 한다지만, 디즈니랜드 마술의 집이 익살꾸러기 바다사자와 함께 다이빙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까요? 바닷속에는 온갖 동물들이 다 있지요. 이 세상에 이곳 갈라파고스의 바다만큼 풍요로운 곳은 없답니다. 온갖 종류의 해초가 가라고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몰려듭니다. 바다 거북이 노처럼 생긴 넓적한 앞다리를 휘저으며 느릿느릿 헤엄을 치는가 하면, 노랗고 파란 열대 물고기 떼들이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아마 물속에서 제일 헤엄 솜씨가 뛰어난 것은 펭귄일 겁니다. 어찌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이지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곳 바다에서 제일 재미있고, 신기한 녀석은 바다이구아나입니다. 바다이구아나는 오로지 갈라파고스에만 살고 있지요. 녀석은 아마 이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1등일 겁니다. 오죽 못났으면 바다이구아나를 처음 본 다윈이 일기에 이렇게 적어놓았어요. “커다란 몸집에 구역질 날 만큼 흉측하게 생긴 도마뱀, 짧은 다리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이 동물은 구멍이 쑹쑹 뚫린 이곳 바위처럼 새까맣고 제멋대로 생겼다. 마치 어둠 속의 새끼 도깨비 같다.” 다윈은 위대한 학자이지만 한 가지만은 알지 못했지요. 바다이구아나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동물인지 말이에요. 비록 생긴 것은 괴물 같지만 바다이구아나는 느림보에다 온순하기 그지없답니다. 다른 동물이나 사람들을 조금도 의심할 줄 모르지요. 녀석들은 바닷가에 떼를 지어 있다가 배가 고프면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꼬리를 흔들거리며 잠수를 합니다. 그러고는 마치 해저의 목장에 놀러 온 소 떼처럼 느긋하게, 바위틈에 발톱을 박고 해초를 뜯어먹지요. 배를 채우고 나면 부지런히 바닷가로 올라와 꼼짝 않고 일광욕을 한답니다. 잠수하는 동안 콧속에 들어온 소금물을 콧구멍으로 푸르르 푸르르 뿜어 내면서 말이지요. 그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만 감탄 아닌 감탄을 했지요. ‘저처럼 못생긴 동물이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하고 말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갈라파고스는 1968년 무렵 막 변화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1968년은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큰 화산, 페르난디나가 폭발한 해입니다. 그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장관이었지요. 하늘까지 불길이 솟구쳐 오르고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수십 미터 밖에까지 뜨거운 열기가 뿜어 나왔습니다. 버섯구름은 며칠 동안 가라앉지 않았지요.
그다음 해부터 섬에 비행기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요. 처음에는 전세 비행기였는데,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나중에는 아예 규칙적으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갈라파고스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입니다. 섬 전체를 통틀어 1500명밖에 안 되던 인구가 눈 깜짝할 사이에 1만 5천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갈라파고스는 국립공원이 되었습니다. 진기한 야생 동물들을 구경하러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들을 따라 장사치들도 몰려왔어요. 관광객들을 상대로 좀 더 쉽고 빠르게 돈을 벌려고 말이지요. 해변의 선착장은 바람들로 붐비고 경치가 좋은 곳에는 호텔들이 지어졌습니다. 황소거북과 상어와 해삼을 잡아가는 밀렵꾼들도 자꾸 늘어 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황소거북과 이구아나들은 여전히 바위 위에서 햇볕을 쬐며 빈둥거렸지만 섬의 분위기는 나날이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바다에서 잠수를 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닷속에는, 깡통처럼 생긴 주둥이의 귀상어 떼가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상어 떼가 나타났는데 무섭지 않았느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았지요. 갈라파고스의 상어 떼들은 먹잇감이 바로 앞에 있어도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귀상어들이 이곳 갈라파고스를 찾는 이유는 느긋하게 쉬려는 것이니까요. 귀상어들은 깊은 바닷속에서 야밤에만 사냥을 합니다. 그래서 귀상어 떼가 출몰해도 바다거북이며 펭귄이며 조그만 물고기들까지도 덤덤하기만 하지요.
그런데 그날은 왠지 상어 떼들이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전혀 두려울 것 없는 상어 떼가 말이지요. 갑작스럽게 머리를 흔들어 대는 것이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했어요. 그러다 다음 순간 모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알을 밴 암컷 귀상어 한 마리가 낚싯줄에 걸려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귀상어들은 무언가 기분 나쁜 손길이 자신들을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나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귀상에 떼의 공동묘지를 발견한 것이었어요. 배를 드러낸 채 죽어 있는 귀상어들은 하나같이 등지느러미가 싹둑 잘려 나간 채였습니다. 상어의 자존심, 그 자랑스럽던 등지느러미가…. 밀렵꾼들의 짓이었던 것이죠. 이곳 갈라파고스 바다를 찾는 귀상어 떼가 많다는 사실을 안 밀렵꾼들이 몰래 그물질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난을 당하는 것이 어찌 귀상어뿐만일까요. 나는 내 가족이 죽기라도 한 것처럼 원통했습니다.
이제 갈라파고스는 해마다 5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변했습니다.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비행기는 항상 초만원을 이루고 있지요. 아무리 주의를 해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에는 위험이 따르게 되어 있지요. 정부의 단속을 피해 비싼 값에 팔리는 상어 지느러미를 보시면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수백만 년 동안 천적이 없이 평화롭게만 살았던 이구아나도 새로운 천적을 갖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레 들쥐가 늘어난 까닭입니다. 들쥐들은 바다이구아나의 알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이 섬으로 들여온 고양이나 개 따위도 문제가 됩니다. 또 사람들이 섬으로 들여온 고양이나 개 따위도 문제가 되고 있지요. 느려 터진 이구아나들을 곧장 물어 죽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라파고스는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 틀림없습니다. 에콰도르 정부에서는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래 꾸준히 보호와 감시 활돌을 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의 수를 제한하고, 관광객들에게는 자연보호 교육을 실시합니다. 신기하다고 동물을 만지거나 괴롭히는 것은 물론 풀 한 포기, 돌멩이 한 개라도 갖고 나가서는 한 됩니다. 만약 주의 사항을 세 번 이상 어기면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 구경을 왔을지라도 섬에서 쫓겨나고 말지요.
우리는 대자연이 준 고귀한 선물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대자연과 그 선물은 우리 사람들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와 벌레 한 마리까지 포함한 모든 생명을 위한 것이랍니다. 사람도 그중 하나일 뿐이지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 따라 자연이 훼손될 수도 있고, 영원히 보존될 수도 있음을 보여 주는 곳이 바로 이곳 갈라파고스입니다. 만약 우리가 자연 앞에 겸손한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사람들과 야생 동물들에게 아름다운 미래는 없을 겁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글쓴이는 원시인같이 살면서도 왜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라고 생각했을까요?
사람들은 왜 자연 앞에서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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