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키 아저씨가 죽었어요!

[부키 아저씨가 죽었어요!]는 누구나 결과를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을 몰랐던 부키 아저씨가 나그네의 일을 무조건 옳다고 믿고 행동한 해럴드 커랜더의 작품입니다. 이미 사고방식이 굳어진 어른들은 어떤 상황이나 현상에 대해 의문 없이 자신의 고정관념대로 수용하기 마련이지요. 이야기 속의 부키 아저씨 역시 ‘ 한 가지 일을 알아맞힌 사람이니 다른 것도 알아맞힐 것이다’ 또 ‘죽은 사람은 이래야 된다’라는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이런 어른들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 아이티라는 나라에 부키 아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키 아저씨는 나무를 하러 소나무 숲으로 갔어요. “어떤 나무가 좋을까? 그래, 저 나무가 좋겠는 걸!” 루키 아저씨는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 그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옆으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톱으로 자기가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쓱싹쓱싹!”

 

그때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루키 아저씨를 보았어요. “하하하! 아니, 어떻게 저렇게 멍청할 수가 있담! 자기가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자르면 땅에 떨어질 것을 모르나?” 열심히 나무를 자르던 부키 아저씨는 나그네의 웃음소리를 들었어요. “거기, 누구요? 당신이 예언자라도 된단 말이요? 앞날을 알아맞히게.” 나그네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갔어요. 부키 아저씨도 나그네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자르던 나무를 계속 잘랐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나뭇가지를 다 자르고 나자, 부키 아저씨는 나뭇가지와 함께 땅으로 ‘쿵’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쿠!” 부키 아저씨는 엉덩이를 만지며 말했어요. “가만…. 아까 그 남자가 말한 대로 됐잖아! 그럼 그 사람은 앞날을 알아맞힐 수 있는 예언자가 틀림없어!”

 

부키 아저씨는 얼른 당나귀를 타고 나그네의 뒤를 쫓아갔어요. “이봐요. 잠깐만요!” 나그네는 부키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부키 아저씨는 허겁지겁 당나귀에서 내려 나그네에게 절을 했어요.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예언자님,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제발 저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나그네는 부키 아저씨의 엉뚱한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점잖게 물었어요.

 

“그래, 부탁할 게 무엇이오?” “저… 예언자님, 제가 언제쯤 죽을까요?” “예끼, 여보시오! 당신이 제정신이라면 그런 건 알고 싶지 않을 텐데요?” “제발 부탁입니다! 꼭 알고 싶어서 그럽니다!” 나그네는 ‘흠흠’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꼭 알아야겠다면 할 수 없군요. 알려 드리리다. 당신이 타고 온 당나귀가 세 번 울면 그때 죽을 것이오.” 그렇게 말한 뒤 나그네는 가던 길을 다시 가기 시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언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부키 아저씨는 나그네의 뒷모습을 보며 몇 번이고 인사를 했어요.

 

“당나귀가 세 번 울면 죽는다고? 그런데 어쩌나. 저 녀석은 쉴새없이 우는 불보 당나귀인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당나귀가 울었어요. “히힝!”

“이 녀석아 울지 마! 아이구, 벌써 한 번 울었네!” 부키 아저씨의 얼굴이 눈처럼 하얗게 질렸습니다. 그때 당나귀는 또 한 번 큰 소리로 울었어요. “히히힝!” “이런, 그만 울라니까! 벌써 두 번이나 울었잖아!” 부키 아저씨의 심장은 북소리처럼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당나귀는 부키 아저씨가 안절부절못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입을 크게 벌렸어요. “안 돼!” 부키 아저씨는 힘껏 당나귀의 입을 막았어요. 정말 있는 힘을 다해 당나귀의 입을 막았습니다. 당나귀도 입을 벌리려고 있는 힘을 다했답니다. 하지만 결국 당나귀가 이기고 말았지요. 당나귀는 기분이 좋은지 입을 쩍 벌리고 우렁차게 세 번째 울음을 터뜨렸어요. “히히 히힝!”

 

“아이구, 이 녀석이 이어코 세 번을 다 울고 말았구나. 이제 난 죽을 거야!” 부키 아저씨는 그대로 땅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부키 아저씨는 예전에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었어요. 죽은 사람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던 부키 아저씨는 꼼짝 않고 땅에 누워 있었습니다. 

 

얼마 후 부키 아저씨의 친구들이 그곳을 지나갔습니다. “어, 저기 부키가 길에서 자고 있네!” 한 친구가 말했어요. “이상한데? 꼼짝도 하지 않아!” 다른 친구가 부키 아저씨를 괭이로 툭툭 치며 말했어요. 또 다른 친구는 부키 아저씨를 억지로 일으켜 앉혀 보려고 했지만, 부키 아저씨는 힘없이 쓰러져 버렸습니다. “이런, 불쌍한 부키가 죽었다! 얼른 부키네 집으로 데려가자!” 친구들은 부키 아저씨를 들고 걷기 시작했어요. 부키 아저씨의 얼굴은 뒤로, 발은 앞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따라오던 부키 아저씨의 당나귀가 부키 아저씨의 얼굴에 코를 대고 ‘킁킁 킁킁’ 냄새를 맡았어요. 부키 아저씨는 코가 간지러웠어요. 정말이지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에, 에, 에취!” 부키 아저씨는 그만 재채기를 하고 말았어요. “으악, 부키 귀신이 나타났다!” 부키 아저씨의 친구들은 깜짝 놀라 부키 아저씨를 땅에 떨어뜨리고 달아나 버렸어요. 혼자가 된 부키 아저씨는 다시 땅에 누웠습니다. 이번에도 부키 아저씨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요.

 

얼마 후 부키 아저씨의 또 다른 친구들이 다가왔어요. “저기 좀 봐! 부키가 쓰러져 있어!” 친구들은 부키 아저씨를 에워싸고 손가락으로 이곳저곳 쿡쿡 찔렀습니다. 부키 아저씨는 간지러웠지만, 꾹 참고 꼼짝도 안 했어요. “이런, 불쌍한 부키가 죽었다! 얼른 부키네 집으로 데려가자!” 부키 아저씨의 친구들은 부키 아저씨를 들고 부키 아저씨네 집으로 갔습니다. 

 

조금 가다 보니 두 갈래 길이 나타났습니다. “부키네 집에 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하지?” 한 친구가 물었어요. “나무 사이로 난 이 길이야.” 다른 친구가 말했어요. “아니야, 앞으로 쭉 뻗어 있는 저 집이야.” 두 친구는 서로 자기가 맞다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부키 아저씨를 땅에 내려놓고 말이에요. “이 길이야!” “저 길이라니까!”

 

부키 아저씨는 답답했습니다. 참다못한 부키 아저씨는 눈을 감은 채 팔을 천천히 들어, 오던 길을 가리켰어요. “죽은 사람이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잘 알지만, 자네들 모두 틀렸어.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은 아까 지나쳤다구.” “으악, 부키 귀신이 나타났다!” 부키 아저씨의 친구들은 깜짝 놀라 달아나 버렸어요. 부키 아저씨는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한참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부키 아저씨는 참을성이 많았습니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등이 배겼지만 꾹 참았어요. 죽은 사람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한 부키 아저씨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배가 고픈 거예요. ‘죽은 사람은 배가 고프지 않아!’ 부키 아저씨는 이렇게 생각하며 꾹 참았어요. 

 

얼마 후 부키 아저씨의 배 속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꼬르륵꼬르륵.” “꼬르륵꼬르륵.” 배가 고플 때 나는 소리 같았어요. 부키 아저씨는 슬그머니 한쪽 눈을 떴습니다. 당나귀가 땅에 떨어진 나무 열매의 냄새를 맡고 있는 게 보였어요. 당나귀는 막 입을 벌려 나무 열매를 먹으려고 했습니다. “안 돼. 먹지 마!” 부키 아저씨는 당나귀를 밀치고 나무 열매를 빼앗았어요. “죽었든 안 죽었든. 난 지금 배부터 채워야겠어.” 부키 아저씨는 허겁지겁 나무 열매를 먹었습니다.

 

나무 열매를 다 먹은 부키 아저씨는 당나귀 위에 올라탔습니다. “죽었든 안 죽었든, 어서 집에 가서 밥 먹고 잠을 좀 자야겠어.” 부키 아저씨는 당나귀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 부키 아저씨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 부키 아저씨가 내 이웃이라면 어떨 것 같나요?

- 부키 아저씨는 왜 나그네의 말을 믿게 되었을까요?

- 부키 아저씨는 왜 처음에는 배고픈 것을 꾹 참았을까요?

- 부키 아저씨는 왜 아직도 자기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헷갈리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