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풍선]은 프랑스 파리 시내를 배경으로 하는 알베르 라모리스의 작품입니다. 오래전에 쓰인 외국의 글이지만 요즘 아이들도 쉬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요. 외로운 소년 파스칼은 우연히 가로등에 묶여 있는 빨간 풍선을 발견하고 가져옵니다. 빨간 풍선은 파스칼의 친구가 되어 파스칼을 따라다니며 여러 가지 사건을 일으킵니다. 파스칼은 풍선을 때로는 친구처럼, 때론 자기 자신처럼 생각하게 되지요. 어쩌면 파스칼과 풍선은 둘 다 집이나 학교, 교회, 넓게는 사회와 모든 규칙과 규율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혹시 파스칼처럼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규칙이 없는지, 만일 있다면 그 규칙이 무엇 때문에 아이를 힘들게 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 파리 시내에 파스칼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파스칼에게는 형제나 자매가 없었어요. 그래서 파스칼은 늘 슬프고 외로웠답니다. 한 번은 파스칼이 주인 잃은 고양이 한 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길 잃은 강아지도 데리고 왔지요. 그러나 어머니는 동물들이 집 안을 더럽힌다고 싫어하셨어요. 파스칼은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가 깨끗이 정돈해 놓은 방에 외로이 남겨진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파스칼은 학교 가는 길에 가로등에 묶여 있는 예쁜 빨간 풍선 하나를 보았어요. 파스칼은 가방을 땅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로고는 가로등 기둥을 타고 올라가 풍선을 풀어서 들고 내려왔어요. 그러고는 풍선을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차장이 승차 규칙을 내세우며, 큰 짐이나 풍선도 버스에 태울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큰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택시를 타야 했지요. 또한 풍선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풍선을 내버려 두고 버스를 타야 했어요. 그러나 파스칼은 풍선을 놓고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차장은 출발 신호 종을 울렸고 버스는 파스칼을 남겨 둔 채 떠나 버렸어요.
학교는 멀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파스칼이 마침내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지각을 하면서, 그것도 풍선을 들고 나타난다면! 이런 일은 이제껏 한번도 보지 못한 일이었어요. 파스칼은 매우 걱정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파스칼은 마당을 쓸고 있던 수위 아저씨에게 풍선을 맡기고 교실로 들어갔어요. 다행히 파스칼이 지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벌을 받지는 않았답니다. 학교가 끝나자 수위 아저씨는 자신의 방에 보관해 둔 풍선을 파스칼에게 돌려주었어요.
그 때그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풍선을 들고는 버스를 탈 수 없다는 ‘바보 같은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파스칼은 집에까지 걸어가야만 했답니다. 파스칼은 풍선이 비를 맞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마침 노신사에게 우선을 씌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파스칼은 우산에서 우산으로 옮겨 다니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는 파스칼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자 기뻤어요. 그렇잖아도 무척 걱정을 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는 풍선 때문에 파스칼이 늦었다는 것을 알고는 무척 화가 났어요. 어머니는 풍선을 잡더니, 창문을 열고 밖으로 던져 버렸지요. 보통 풍선은 놔 주면 날아가 버리지요. 그러나 파스칼의 풍선은 창문 밖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파스칼과 풍선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서로를 바라보았어요. 파스칼은 풍선이 날아가지 않아서 놀라긴 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많이 놀라지는 않았지요. 친구란 자기의 친구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해 주기 마련이거든요. 만약 풍선이 친구가 된다면 풍선은 친구를 위해 날아가지 않았을 것이고요. 파스칼은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풍선을 끌어와 방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다음 날, 파스칼은 학교에 가기 전에 팡문을 열어 풍선을 밖으로 내보낸 뒤, 나중에 부르면 그때 오라고 말했습니다. 파스칼은 가방을 들고 어머니한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파스칼은 길가로 나서자마자, 풍선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풍선이 파스칼에게 날아왔어요. 풍선은 줄을 잡아끌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주인을 따라가는 강아지처럼 파스칼 뒤를 졸졸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풍선은 강아지처럼 늘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파스칼이 길을 건너기 위해 끈을 잡으려고 하자, 풍선은 파스칼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파스칼은 풍선을 신경 쓰지 않는 체하기로 했습니다. 마치 풍선이 거기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걸어가다가, 어느 집의 모퉁이 뒤로 숨어 버렸어요. 그러자 풍선은 파스칼을 놓칠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서둘러 따라왔답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 풍선은 또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그 때 시작종이 울렸고, 교문이 막 닫히고 있었어요. 파스칼은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뛰어가 줄을 섰습니다. 파스칼은 매우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풍선이 학교 담장을 넘어와서 학생들의 줄 뒤로 따라섰습니다. 선생님은 이 이상한 새로운 학생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그러고 풍선이 학생들을 따라 교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학생들도 매우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이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실로 들어왔어요. 그러고는 풍선을 붙잡아 교실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풍선을 잡을 수가 없었지요. 교장 선생님은 파스칼의 손을 잡고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그러자 풍선도 교실에서 나가 파스칼과 교장 선생님을 따라갔어요. 교장 선생님은 시청에 급한 볼 일이 있었지요. 그래서 파스칼과 풍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파스칼을 교장실에 혼자 남겨 두고 밖에서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혼잣말로 “풍선은 문 밖에서 기다리겠지.”라고 중얼거렸어요. 그러나 풍선은 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었던 거예요. 풍선은 교장 선생님이 호주머니에 열쇠를 넣는 것을 보고서, 교장 선생님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시내 사람들은 모두 교장 선생님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교장 선생님 뒤로 풍선이 따라가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교장 선생님이 장난을 치고 계시네. 저건 옳지 않지. 교장 선생님은 위엄이 있어야 해. 마치 자기네 학교의 어린 학생들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는 거야.”
불쌍한 교장 선생님은 풍선을 잡아 보려고 무지 애를 썼지만 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참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청 밖에서 풍선은 멈추어 섰지요. 풍선은 시청 바깥에서 교장 선생님을 기다리다가 교장 선생님이 밖으로 나오자 다시 그를 뒤따라갔습니다. 학교까지 돌아오는 길 내내 풍선은 교장 선생님을 따라갔지요. 교장 선생님은 오자마자 파스칼을 내보냈어요. 그리고 풍선이 파스칼과 함께 떠나가자 속이 아주 후련해 졌답니다.
파스칼은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거리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 하나가 눈에 띄어 걸음을 멈추었어요. 그 그림은 굴렁쇠를 굴리는 소녀를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파스칼은 저런 소녀와 친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파스칼은 소녀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소녀는 그림에 있는 소녀와 같아 보였지요. 작은 소녀는 예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끈을 쥐고 있었습니다. 끈은 파란 풍선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파스칼은 그 소녀에게 빨간 풍선이 마법의 풍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풍선은 파스칼에게 잡히려 하지 않았죠. 그러자 작은 소녀는 웃어버렸어요. 파스칼은 화가 났답니다. “훈련된 풍선을 가졌다 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 주지 않는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야?” 파스칼은 혼잣말을 했어요.
바로 그때, 이 근처에 사는 거친 소년들이 다가왔습니다. 그 소년들은 파스칼의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고 있는 풍선을 잡으려고 했지요. 그러나 풍선은 재빨리 파스칼에게 날아갔어요. 파스칼은 풍선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 더 많은 소년들이 나타나, 막다른 길로 몰로 갔어요. 파스칼은 풍선을 놓아주었습니다. 풍선은 즉시 하늘로 올라갔어요. 소년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동안, 파스칼은 그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계단 꼭대기로 달려갔지요. 거기서 파스칼이 풍선을 부르자, 즉시 날아왔습니다. 이 광경은 소년들을 매우 놀라게 했어요. 이렇게 해서 파스칼과 풍선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교회에 가기 전에 파스칼은 풍선에게 조용히 집에 있어야 하며,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특히 밖에 나가지 말라고 꼭꼭 당부를 했어요. 그러나 풍선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지요. 파스칼과 어머니가 교회에서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풍선이 들어와 그들 위에 조용히 떠 있었습니다. 교회는 풍선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모두가 풍선을 보느라 예배에 주목하지 않았지요. 파스칼은 수위 아저씨에게 쫓겨, 서둘러 자리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풍선은 확실히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파스칼은 걱정거리가 너무 많았지요.
이런 모든 걱정들로 파스칼은 배가 고파졌어요. 그때 교회에 헌금하려고 가져온 동전이 생각났습니다. 파스칼은 그 돈으로 조각 케이크를 사 먹으려고 빵집에 갔어요. 빵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파스칼은 풍선에게 말했어요. “이제 내 말을 좀 듣고 기다려 봐. 사라지면 안 돼.” 풍선은 착하게 굴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햇볕을 쬐기 위해 상점의 모퉁이 쪽에 비켜서 있었지요. 하지만 그곳은 이미 너무 멀리 떨어진 장소였나 봅니다. 왜냐하면 그 전날 풍선을 잡으려고 했던 악동들이 풍선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악동들은 풍선에게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다가가 뛰어올라 풍선을 잡아채고는 다른 곳으로 가지고 가버렸습니다. 파스칼이 빵집을 나왔는데 풍선이 보이질 않았어요.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온 사방으로 뛰어다녔지요. 풍선이 다시 말을 듣지 않은 것이지요. 풍선은 혼자 사라벼 버린 것입니다. 파스칼이 목청껏 풍선을 불러 보았지만, 풍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악동들은 풍선을 굵은 줄에 묶었습니다. 그러고는 풍선에게 묘기를 가르치려 했지요. “서커스 장에서 마법 풍선의 묘기를 보여 주면 좋겠어.” 악동들 중의 한 소년이 말했어요. 그 소년은 풍선을 향해 막대기를 흔들어 대면서 “이리 와. 안 그러면 널 터뜨려 버릴 테다.”하고 소리쳤습니다. 이때 다행스럽게도, 파스칼이 담장 너머로 떠 있는 풍선을 발견했어요. 풍선은 무거운 줄 끝에 달려 있으면서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던 거지요. 파스칼은 풍선을 불렀습니다. 파스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풍선은 파스칼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습니다.
파스칼은 재빨리 줄을 풀어 주고 풍선과 함께 있는 힘껏 달렸습니다. 악동들이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서,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멈추어 서서, 쫓고 쫓기는 모습을 구경했어요. 이 모습만 보면 마치 파스칼이 악동들의 풍선을 훔쳐서 달아나고 있는 것 같았지요. 파스칼은 동네 사람들 틈에 숨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빨간 풍선은 어디를 가나 눈에 띄었습니다. 파스칼은 악동들을 따돌리기 위해 좁은 골목길로 달려갔어요. 뒤따라 오던 소년들은 파스칼이 왼쪽 골목으로 돌았는지 오른쪽 골목으로 돌았는지 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악동들은 여러 패로 나뉘었어요. 파스칼은 악동들을 피했다고 생각하고 잠시 쉴 곳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파스칼이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소년들 중 한 명과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파스칼은 왔던 길로 되돌아 뛰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더 많은 소년들이 있었지요. 파스칼은 절망감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공터로 이어지는 옆길로 빠져나갔어요. 파스칼은 공터가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갑자기 사방에서 악동들이 나타나 파스칼을 둘러쌌습니다. 파스칼은 풍선을 놓아주었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악동들이 풍선을 쫓는 대신 파스칼을 공격했습니다.
풍선은 조금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다가 파스칼이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어요. 악동들은 풍선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파스칼이 외쳤습니다. “날아가, 풍선아! 날아가!” 하지만 풍선은 친구를 떠나려 하지 않았지요. 풍선은 악동들이 던진 어느 돌멩이에 맞아 터지고 말았습니다. 파스칼은 터진 풍선을 보고 울었습니다. 바로 그때,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온 사방에서 풍선들이 날아올랐습니다. 풍선들이 하늘 높이 떠서 하나의 줄을 지어 서는 게 보였습니다. 이것은 모든 붙잡힌 풍선들의 반란이었어요. 파리 시내의 모든 풍선들이 파스칼의 주위로 몰려와 춤을 추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서로의 줄을 꼬아 하나의 강한 줄을 만들어 파스칼을 하늘로 들어 올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파스칼은 온 세상을 향해 멋진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1. 풍선은 왜 날아가 버리지 않고 파스칼 방 창문 밖에 머물러 있었을까요?
2. 빨간 풍선은 왜 시청에 가는 교장 선생님의 뒤를 따라갔을까요?
3. 작은 소녀 앞에서 파스칼은 왜 화가 났을까요?
4. 파스칼은 왜 빨간 풍선을 훈련시키려고 했을까요?
5. 파스칼은 빨간 풍선 때문에 걱정거리가 많아졌어요. 그런데도 파스칼은 왜 빨간 풍선을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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