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놀고 난 자리 나 뒷정리나 세수처럼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가끔씩 아이들은 하기 싫다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그럴 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요?
옛날에 일하기를 무척 싫어하는 남편이 있었어요. 하루 종일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놀기만 했어요. 농사철에는 부지깽이도 이리저리 뛴다고 하는데 도무지 일은 하지 않고 빈둥대기만 했어요. 보다 못한 아내가 남편에게 한마디 했어요. “여보, 당신도 밭에 조 ㅁ나가 보세요. 모두들 바빠서 쩔쩔매고 있잖아요!” 그러자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아내는 너무 기가 막혔어요. 남편은 아내의 성화 때문에 집 안에서 빈둥대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디든 멀리 떠날 생각을 하고는 아내가 짜 놓은 베 두필을 장롱에서 꺼내 집을 나가려고 했어요.
남편이 뒷산 고개를 넘어가는데 전에 못 보던 초가집이 한 채 보였어요. 웬 초가집인가 싶어 집 안을 들여다보니 어떤 노인 무언가 이상한 걸 만들고 있는 거였어요. 남편은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보다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해 물어보았어요. “영감님, 대체 그것이 무슨 물건입니까?” 그러자 노인은 빙긋이 웃기만 하는 거였어요. 남편이 다시 물어보았어요. “하도 괴상해 보여서 그럽니다. 그게 뭔가요?” “그게 그렇게 궁금하오? 정 그러면 알려주지.”그러더니 노인은 그 괴상한 물건을 번쩍 들어 올렸어요. “자, 보시오. 소머리 라오.” 정말 소머리 모양의 탈바가지였어요. “영감님, 그걸 어디 쓰려고 만드세요?”이렇게 말을 하고 길을 떠나려는데, 그 노인은 웃으면서 다 쓸데가 있어 만드는 것이라고 했어요. “일하기 싫은 사람이 쓰면 아주 좋은 일이 생기는 탈바가지 라오.”
일하기 싫은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에 남편은 귀가 번적 뜨였어요. 그래서 그는 소머리 모양의 탈을 넙죽 받아 쓰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 탈이 그만 남편의 얼굴에 딱 붙어 버렸지 뭐에요. 남편은 그 자리에서 소가 되고 말았어요.
노인은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소가 된 남편 목에 밧줄을 매었어요. “자, 넌 소가 되었으니 나를 따라 오너라.” 그러더니 노인은 고삐를 끌고 초가집을 나섰어요. 소가 된 남편은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감님, 이 탈 좀 벗겨 주세요.”라고 소리쳤어요. 그러나 그 소리는 꼭 소울음처럼 들렸어요. 이제 꼼짝없이 소가 되고 말았어요.
노인은 이 소를 몰고 장터로 가서 팔아 버렸어요. 그리고는 “이 소는 무를 먹으면 죽는다오. 그러니 무밭에는 못 가게 하구려.”라고 당부를 했어요. 농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소를 몰고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튿날부터 소가 된 남편은 엄청 힘든 일을 해야 했어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날라야 했고, 쟁기를 끌고 길고 긴 밭을 갈아야 했어요. 힘이 들어 조금만 일을 멈추면 농부의 채찍이 마구 날아왔어요. “난 사람이라오.”라고 아무리 외쳐도 ‘음매음매’하는 울음소리로만 들렸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일 년이 지났어요. 어느날 이 소가 밭으로 일하러 나가는데 길가에 무밭이 보였습니다. 문득 자기를 소로 만든 노인이 자기가 무를 먹으면 죽는다는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났어요. 소가 되어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느니 차라리 무를 먹고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를 우저우적 뽑아 먹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무를 먹자 소의 머리가 그만 탈바가지로 변해 버렸어요. 남편은 탈바가지를 벗고 쇠가죽도 벗어던졌어요. 무를 먹고 죽으려고 했는데 사람으로 돌아온 거예요.
사람이 된 남편은 농부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 갔어요. 돌아가는 길에 노인을 만나러 초가집에 갔지만 초가집은 온데간데없고 풀만 수북했어요. 거기에 옛날 자기가 가져왔던 베 두 필만 있었어요. 남편을 베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남편은 왜 일을 하기 싫어 했을까요?
노인은 왜 남편에게 탈을 씌어 소로 만들었을까요?
남편은 왜 소가 되어 남의 집에서 일을 했을까요?
노인은 왜 남편이 찾아 갔을 때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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