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는 자기만 생각하고 꾀를 부리다가 오히려 손해를 본 토끼의 이야기입니다. 토끼는 자기 옷이 젖을까 봐 노루가 먼저 옷을 벗어 놓아두기를 기다렸다가 노루 옷 위에 자기 옷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소낙비가 내려, 위에 올려놓았던 토끼 옷만 젖게 되었지요. 자기만 생각하고 꾀를 부리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도 알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토끼와 노루는 김을 매러 밭으로 나갔습니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지만 어찌나 무더운 날인지 밭으로 나오는 동안 토끼와 노루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습니다.
밭에 다다른 토끼와 노루는 옷을 벗고 일할 채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장마철이어서 땅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축축이 젖어 있었습니다. 토끼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먼저 옷을 벗어 놓으면 내 옷만 젖겠는데.’ 토끼는 빨간 눈을 또글또글 굴리며 일부러 꾸물거리면서 노루가 먼저 옷을 벗어 놓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토끼의 속마음을 모르는 노루는 아무 생각 없이 좀 둔덕진 깨끗한 땅 위에 풀을 한 줌 뜯어 밑에 놓고 그 위에 옷을 차곡차곡 개어 놓았습니다. 토끼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위에 자기 옷을 살짝 덧올려 놓으며 맘 놓이는 듯 두 귀를 쫑긋거렸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까치가 물었지요. “토끼 아저씨! 옷을 왜 위에 올려놓나요?” 그 말에 토끼는 잦이 간지러웠으나 시치미를 떼고 슬쩍 이렇게 둘러쳤습니다. “까치야, 뜨거운 햇볕을 오랫동안 받으면 옷 색깔이 변한단다. 난 노루의 옷 색깔이 바랠까 봐 격정이 돼서….”
토끼는 이렇게 말해 놓고 자기의 대답이 아주 그럴듯한 것이 기뻐 일부러 큰기침을 했습니다. “아, 난 그런 걸 모르고, 어쩌면 마음씨가 꽃처럼 고울까!” 까치는 혀끝을 차며 어디론가 포롱포롱 날아갔습니다.
노루와 토끼는 날이 더 무덥기 전에 일을 끝내자고 일손을 부지런히 놀렸습니다. 노루와 토끼가 마지막 밭고랑의 김을 거의 매 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고 우르릉 꽝꽝 천둥이 치더니 우둑후둑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노루와 토끼는 놀라서 허리를 폈습니다. 서쪽에서 쏴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빗발이 뽀얗게 물려왔습니다.
토끼와 노루는 벗어 놓은 옷 생각이 나서 주먹을 꽉 쥐고 힘껏 달렸습니다. 그러나 토끼와 노루는 긴 밭이랑 한쪽 끝에 가 있었으므로 몰아오는 소낙비를 피할 수가 없었어요.
얼핏 지나가는 소낙비라 한줄기 기세 좋게 내리붓더니, 토끼와 노루가 밭머리에 가 닿기도 전에 멀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앞서 달려온 토끼가 옷을 쳐드니 위에 올려놓았던 자기 옷만이 함빡 젖어 있었지요.
뒤이어 달려온 노루가 하나도 젖지 않은 제 옷을 보고 토끼들에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토끼. 자네 마음씨는 참말 비단결 같군 그래!” 노루의 말에 토끼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자그마한 손해도 안 보려고 토끼처럼 얕은수를 쓰다가 이런 소낙비를 맞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닐까요.
하부르타식 질문의 얘:
토끼 옷이 왜 젖게 되었을까요?
노루가 토기에게 “자네 마음씨는 정말 비단결 같군 그래!”라고 했을 때, 토끼는 왜 아무말도 못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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