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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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by &#$@*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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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는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쟁이 낳은 비극을 소재로 했지만 돌이와 송아지가 인간과 동물이라는 관계를 넘어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 갑니다. 아이들과 함께 전쟁의 비극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돌이네가 송아지를 사 온 것은 삼 학년 봄방학 때였습니다. 아주 볼품없는 송아지였지요. 왕방울처럼 큰 눈에 눈곱이 끼고, 엉덩이가 상상하게 드러난 볼기짝에는 똥딱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어요. 돌이는 몇 해 동안 돈을 모아 사온 송아지가 너무 불폼이 없어서 실망하고 짜증이 났지요.

 

그래도 한 달 남짓 콩깍지와 사초를 잘게 썰어 여물에 콩도 넣어 먹였더니 송아지 꼴이 나오게 되었어요. 그 동안 돌이는 아침마다 송아지를 마당비로 쓸어 주었어요. 처음엔 송아지가 이리저리 날뛰더니 이제는 차차 익어져서 제법 의젓하게 가만히 서 있습니다. 똥딱지도 깨끗이 떨어져 나갔어요. 송아지도 시원한 맛을 아는 모양인지 이따금 큰 귀를 쫑긋거리면서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송아지의 코뚜레를 꿰 주었어요. 아버지가 노가주나뭇가지를 잘라다 코를 뚫을 때 돌이는 차마 다 보지를 못했어요. 송아지 코에서 피가 흐르고 눈에는 눈물이 괴어 있었습니다. 돌이가 떡갈잎으로 코피를 닦아 주려고 했지만 송아기가 겁을 먹고 눈 흰자위를 드러내며 고개를 내돌렸어요. 돌이는 저녁때 여물에 어른들 몰래 콩을 몇 줌을 더 갖다 넣어 주었어요.

 

봄이 되어 뜯어 먹을 만한 풀이 돋자 돌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대로 송아지를 데리고 방죽으로 나갔다가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오곤 했어요.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방죽 밑으로 내려가 강물을 먹였습니다. 한 번은 물을 먹여 가지고 다시 방죽 위로 올라오니까 고삐가 팽팽해졌는데도 송아지가 자꾸만 앞서 가가에 코뚜레 꿴 코가 아플 것 같아 고삐를 놓아준 일이 있었어요. 그러더니 혼자 집을 찾아가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부터 돌이는 강물을 먹이고 고삐를 놓아주어 달음박질 경주를 하곤 했어요. 언제나 돌이가 경주에서 졌지만 재미있어서 만족해했어요.

 

돌이는 매일 송아지 꼴을 먹이러 함께 다녔어요. 논밭의 낱알을 먹으려 하면 말리고, 고삐를 놓고 방죽에 앉아 숙제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때로는 누워 잠이 들기도 했지요. 저녁 그늘이 내리면 송아지가 혀로 목을 핦으면 방죽에 내려가 물을 먹이고 언제나처럼 집까지 달음박질 경기를 했어요.

 

무시무시한 6.25가 일어났습니다. 군대가 한 차례 밀려 내려왔다가 밀려 올라갔어요. 그 동안에 동네에서는 한 집이 비행기 폭격을 맞아 홀랑 날아가는 바람에 일가가 몰상을 당하고, 동네 사람 하나는 포탄 파편에 맞아 다리 하나를 쓰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군대들이 동네에 들를 때마다 곡식을 모아가고, 닭과 개와 돼지, 소를 끌어갔어요. 돌이네 집에 와서도 송아기를 끌어가려고 했습니다. 돌이는 송아지 목을 그러안고 놔주지 않고 얼마를 질질 끝려 갔어요. 군인은 돌이가 지독한 놈이라며 그냥 가 버렸습니다.

 

겨울철에 들어서자 북으로 올라갔던 군대가 도로 밀려 내려왔습니다. 그 뒤로 중공군이 구름처럼 몰려 내려온다는 풍문이 돌았지요. 사실 북쪽에서 먼 천둥 같은 폿소리가 들려왔어요. 온 동네가 피난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곡식을 거둬가고, 짐승을 끌어가는 것은 둘째로 하고 집과 사람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리고, 다리 하나를 못 쓰게 된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돌이네도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떠나는 날 새벽 돌이는 아버지에게 송아지도 데리고 가자고 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냥 짐만 꾸릴 뿐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돌이가 재차 묻자 강 얼음이 아직 엷어서 안된다는 말을 했지요. 돌이는 한숨을 지었지만 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요.

 

돌이는 콩을 담뿍 넣어 쑨 여물을 송아지에게 잔뜩 먹여 가지고 예전과 같이 집 뒤 도토리나무 밑으로 가 마당비로 쓸어 주고는 도로 외양간에 들여다 매었다. 그리고 콩깍지를 몇 아름이고 안아다 주고, 구유에다는 물을 가득 부어 놓았어요. 이걸 본 어머니가 그렇게 해 놓아도 곧 얼게 되어 먹지도 못할 거라고 했어요. 돌이는 공책 뚜껑을 뜯어서 그 뒷면 한복판에다 연필에 침을 묻혀 가며 큼직한 글로 “이 송아지에 콩깍지와 물을 좀 주세요, 군인 아저씨 부탁합니다.”라고 써서 송아지 목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돌이네 가족은 간단히 꾸린 짐을 갖고 집을 나섰습니다. 돌이는 “내가 곧 데리러 올게, 응.”라고 말하고는 떠났지요.

 

방죽을 내려 강에 들어서며 돌이는 발로 얼음을 굴러 보았어요. 딱딱했어요. 아버지가 가운데로 갈수록 살얼음이니까 살살 걸으라고 했어요. 돌이는 ‘강이 꽝꽝 얼어 도로 와서 송아지를 데리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강을 반 남아 건넜을 즈음, 돌이는 무심코 집을 돌아다보았습니다. 뜻밖에도 송아지가 외양간에서 나와 싸리 울타리 너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별안간 싸리 울타리를 뚫고 달려 나오고 있었어요. 고삐를 끊은 것입니다. 송아지는 쏜살같이 언덕배기를 내려 얼음판에 들어섰습니다. 돌이는 송아지가 달려오는 쪽으로 마주 걸어 나갔어요. 뒤에서 부모님이 “돌이야, 돌이야!”라고 불렀지만 돌이는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마주 걸어갔어요. 그냥 마주 걸어가는 돌이 얼굴은 환히 웃고 있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이제 조금만 더. 돌이와 송아지가 만나는 순간이었어요. 우지적 얼음장이 꺼져 들어갔습니다. 한동안 송아지는 허위적거리며 헤엄을 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얼음물 속에서 사지가 말을 듣지 않는 듯 그대로 얼음장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그러한 송아지의 목을 돌이가 그러안고 있었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돌이와 송아지는 어떤 사이였나요?

얼음장이 깨지고 송아지를 안았을 때 돌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처음에는 볼폼없는 송아지라고 짜증을 내던 돌이의 태도가 왜 바뀌었을까요?

돌이는 왜 송아지 여물에 콩을 몇 줌 더 갖다 넣었을까요?

돌이는 왜 얼음장이 깨질 것을 염려하지 않고 송아지에게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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