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가 뚫어 준 울타리 구멍]은 시골 아이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만이는 옆집에 사는 친구 엄지네 소가 먼저 송아지를 낳자, 약이 올라 엄지와 함께 뚫어 놓은 울타리 구멍까지 막아버립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나빠진 구만이와 엄지는 친구들에게 상대방의 흉까지 보고 다니게 됩니다. 며칠 후 구만이네 소가 송아지를 낳자, 기분이 좋아진 구만이는 제가 막아 놓았던 울타리 구멍을 헤치고 엄지를 부르지만, 이번에는 엄지가 울타리 구멍을 막아 버립니다. 하지만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온 구만이와 엄지는 송아지들이 자신들이 막아 놓은 울타리 구멍을 뚫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고, 다시 사이좋은 친구가 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순박한 우정을 느끼게 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엄지네 초가집과 구만에 초가집은 솔가지로 엮어 놓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사촌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꼭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쌍둥이 형제 같습니다. 그러니까 엄지네 지붕 위에 박 덩굴이 오르면, 오르면, 구만네 지붕 위에도 박덩굴이 덮이고, 엄지네 박 덩굴이 하얀 박꽃을 피우면, 구만네 박 덩굴도 하얀 박꽃을 피웁니다.
엄지네 지붕 위에도 네댓 덩이의 박이, 구만네 지붕 위에도 네댓 덩이의 박이 당글당글 여물어 가고 있는 초가을입니다. 엄지네 엄마소가 송아지를 낳았어요. 꼭 큰 노루만한 송아지였지요. 매끈매끈하고 보드라운 금빛 털이 여간 예쁘지 않았답니다. 엄지는 정말 너무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마치 제가 송아지라도 된 듯이 깡충거리며 울타리 구멍으로 고개를 쏘옥 내밀고 구만이를 불렀습니다. “구만아! 구만아! 우리 소, 송아지 낳았다! 송아지 낳았어!” “뭐? 정말?” 구만이가 방 안에서 맨발로 뛰어나오며 소리쳤습니다.
“정말이야, 빨리 와 봐, 빨리! 예쁘다, 내 말이 맞았지?” 하고 엄지가 마구 뽐내자, 구만이는 그만 시무룩해지고 말았지요. 엄지네 엄마소도 배불뚝이었는데, 마침내 엄지네 엄마소가 이긴 것입니다. 엄지는 신바람이 나서 노래까지 부르며 자랑입니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구만이는 괜히 화가 나서 아무 말 않고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엄마소는 졌지만 구만이는 자기만은 꼭 엄지한테 이겨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얼른 책 보자기를 풀어놓고 일부러 큰 소리로 읽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가 될 리 없지요. 구만이는 문구멍을 뚫어 놓고 가만히 바깥을 내다봅니다. 울타리 구멍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엄지가 뵈지 않습니다. 보나 마나 외양간에서 송아지와 들까불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구만이는 살그머니 방에서 나와, 외양간으로 들어갔어요. 배불뚝이가 된 엄마소가 드러누운 채 시김질을 하고 있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요즈음은 일도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이 바보야!” 구만이는 다부지게 주먹을 꼬옥 움켜쥐고 엄마소를 노려 보았어요. “바보야, 왜 엄지네 엄마소에게 지냐 말이야. 뭣 땜에 지냐 말이다. 응? 제발 말해 봐. 인마 엄지네 엄마소는 오늘 송아지 낳았다, 바보야.” 하고 구만이가 화가 나서 노려보자. 엄마소는 문득 새김질을 뚝 그쳤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눈동자로 물끄러미 구만이를 쳐다보았습니다. 갑자기 달라진 구만이가 암만해도 이상하다는 눈치였지요.
정말 지금까지 구만이는 언제나 엄마소 편이었어요. 쇠파리를 쫓아 주고 시원스레 콧잔등을 긁어 주고 하는 것도 구만이었답니다. 쇠죽을 끓일 때마다 아버지 몰래 그 비싼 콩을 한 움큼씩이나 더 넣어 주곤 한 것도 구만이었지요. 그런데 오늘은 자꾸 화만 내고 있는 것이에요. “바보야, 왜 빨리 송아지를 못 낳는 거야? 응? 인마, 꼴도 젤 좋은 것만 골라서 베어 줬잖아? 그리고 콩도 이만큼씩 더 넣어 줬잖아. 날 봐! 난 엄지보다 달음박질도 훨씬 빠르고 공부도 잘한단 말이야. 근데 넌 왜 엄지네 엄마소한테 지냐 말이다, 응?” 하고 구만이가 호통을 치자, 엄마소가 문득 누운 채로 음메…, 긴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어쩌면 구만이 마음을 잘 알겠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구만이는 뒤 울 안에 있는 뒤주에서 날콩을 한 움큼 꺼내 왔어요. 엄마소가 젤 좋아하는 것이 콩입니다. 삶은 콩이라야 하지만, 쇠죽을 끓일 때가 아니니까 할 수 없습니다. 구만이는 여물통에 날콩을 넣어 주며, “바보야, 어서 일어나 먹어! 빨리 먹고 빠빨리 송아지를 낳아, 알았지? 엄지네 송아지보다 더 큰 송아지를 낳으란 말이야.” 하고 엄마소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엄마소는 마지못해 여물통에 머리를 박고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지요. 정말 그 여문 날콩을 씹고 있는 건지, 구만이 때문에 입만 우물거리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또 엄지가 구만이를 찾았어요. 암만 자랑을 해도 자꾸 뽐내고 싶은 모양입니다. “구만아, 뭐 하니? 빨리빨리 와 봐라.” “송아지 젖 빠는 것 좀 봐. 우습다! 어서 와!” 구만이가 아무 말 않고 몰래 내다보자. 엄지는 또 울타리 구멍으로 고개만 내밀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인마, 시끄럽다! 울타리 구멍이 대문이가?” 외양간에서 나오며 구만이가 말했어요. “왜 그래. 응?” 엄지가 놀란 얼굴로 물었습니다. “인마, 울타리 구멍으로 엿보지 말어.” “뭐…?” 하고 엄지가 빤히 구만이를 노려보다 말했습니다. “응, 알겠다. 샘이 나서 그렇지?” 우리 소가 먼저 송아지를 낳아 놓으니까, 그렇지 뭐.” “인마, 누가 샘이 나서 그렇대? 울타리 구멍으로 엿보지 말란 말이야. 사립문이 있잖아.” “좋아, 구만이 너도 이제는 이 구멍으로 안 다니지?” 엄지도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좋아, 난 오늘부터 절대로 안 다닐 테야.” 하고 소리치며, 구만이는 재빨리 마른 나뭇단으로 그곳을 막아 버렸지요.
아버지께 야단까지 맞으며 엄지와 둘이서 뚫어 놓은 조그만 울타리 구멍을 통해 늘 다람쥐처럼 들락날락거리던 그 울타리 구멍을 막아 버리며, 구만이는 정말 엄지와는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정말 그때부터 구만이는 엄지를 보고도 못 본 척했지요. 서로 흉까지 보고 다녔답니다.
구만이가 동무들한테, “엄지가 어젯밤에 오줌 싼 것 모르지? 우리 집에 소금 얻으러 왔더라. 엘레레…. 오줌싸게하고 놀지 마.” 하고 흉을 보면, “구만이 배꼽이 두 개라더라. 배꼽 두 개하고 놀면 모두 배꼽이 두 개가 된대. 구만이하고는 놀지 마라.”하고 엄지도 엄지대로 흉을 보고 다녔답니다. 그래서 엄지는 오줌싸개가 되고, 구만이는 배꼽 두 개가 되어, 둘 다 꼭 같이 딴 동무들에게 놀림감만 되었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엄지와 구만이는 서로 남의 흉만 보고 다니는 겁니다.
구만이네 엄마소도 엄지네보다 꼭 나흘 뒤에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구만이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어요. 깡충깡충 뛰다 못해 마구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야단이었지요. 그리고 제가 막아 놓았던 울타리 구멍을 헤치고 엄지를 불렀어요. 엄지야, 우리 소도 송아지를 낳았다. 빨리 와 봐. 우리 송아지가 훨씬 더 크고 더 예쁘다, 빨리빨리!” 하고 구만이가 자랑하자, 이번에는 엄지가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인마, 울타리 구멍이 사립문이야? 너하곤 말도 안 해!” 하며 울타리 구멍을 막아버리지 뭐예요. 뚫릴 듯하던 울타리 구멍은 다시 꼭 막혀 버리고 말았지요.
구만이와 엄지가 서로 뾰로통해서 말도 하지 않고 지내는 동안, 송아지들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엄마소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쪼옥쪽…. 젖을 빨아먹곤 했지요. 느닷없이 깡충깡충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음메에…, 목을 길게 빼고 울기도 했습니다. 나흘이나 늦게 났지만 구만네 송아지도 엄지네 송아지나 다름없었지요. 꼭 쌍둥이 형제 같았습니다. 하지만 엄지는 엄지대로 자기네 송아지가 더 크고 더 빠르다고 뽐내었어요.
그런 어느 날, 구만이가 부리나케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송아지가 두 마리였답니다. 곡 같은 두 놈이 구만네 엄마소의 젖을 빨아먹고 있었어요. 그리고 울타리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한 마리는 엄지네 송아지였지요. 울타리 구멍을 빠져나와 구만에 집으로 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뚫어 놓았을까요? 구만이는 울타리 구멍과 엄지네 집을 살펴보고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를 알고 빙그레 웃었어요. 엄지네 식구 모두 들일을 나가 버린 후, 엄지네 송아지만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어야 했습니다. 심심했고, 젖도 먹고 싶었던 거지요. 그래서 혼자서 ‘음매애 음매애’하고 울고 있었을 때 구만네 송아지가 울타리 구멍을 뚫고 달려와 엄지네 송아지를 데려 온 거지요
두 송아지는 조금도 다투지 않고 정답게 젖을 빨고 있는 것입니다. 송아지 젖 빠는모습이 정말 우스꽝스러웠지요. 크기도 같고, 털 빛깔도 꼭 같고, 심지어는 젖 빠는 모습까지 꼭 같았습니다. 구만이가 송아지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새 돌아왔는지 엄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엄지는 울타리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 송아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선뜻 구만네 집으로 들어오기가 어쩐지 쑥스러웠던 거지요. 구만이가 엄지보고 자기 집으로 오라고 웃으면서 소리를 치자 엄지도 마주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엄지도 두 송아지 중에서 자기네 송아지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엄지는 고개만 갸웃거렸지요. 마침내 엄지네 송아지를 찾아낸 것은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들일을 마친 엄지네 엄마소가 마당으로 들어서며 ‘음~매’ 하고 우렁차게 운 순간이었지요. 그 때까지 구만네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던 송아지 한 마리가 느닷없이 울타리 구멍으로 빠져나간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부터, 울타리 구멍은 다시 막히지 않았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 구만이는 왜 소에게 화를 냈을까요?
- 엄지는 왜 울타리 구멍을 막았을까요?
- 구만이는 왜 엄지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을까요?
- 엄지네 송아지는 왜 울타리 구멍을 뚫었을까요?
- 엄지와 구만이는 왜 울타리 구멍을 다시 막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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