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장수 소금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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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 장수 소금 장수

by &#$@* 202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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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 장수 소금 장수]는 ‘사농공상’이라 하여 글 읽는 양반, 농사짓는 농부, 물건 만드는 기술자, 장사하는 상인 순으로 순위를 매겨서 작업의 귀하고 천함을 따지고 들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김장성의 작품입니다.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며느리를 대하던 양반댁 시부모가 자신들의 잘못된 편견을 뉘우치고, 직업의 편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의 이야기이죠. 세대가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직업 중에 어떤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할까요?

 

옛날 일이었습니다. 어느 마을에 숯 장사 하는 목 서방이랑 소금 장사 하는 염 서방이 살고 있었어요. 둘은 친한 친구 사이었는데 똑같이 예쁜 딸을 하나씩 두었습니다. 모두 무남독녀 외동딸인지라 애지중지 애면글면 곱게 길렀지요. 목 서방은 옷자락에 숯가루 털 짬도 없이 온 사방을 다니며 숯을 팔고, 염 서방은 온몸에 짠내가 배도록 온 사방을 다니며 소금을 팔아서 각기 하나뿐인 딸들을 뒷바라지했답니다.

 

덕분에 딸들은 잘 자라서 어느새 시집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얄궂게도 어찌어찌하여 글줄깨나 읽는다는 윗마을 최 진사 댁 쌍둥이 아들들이랑 각각 눈이 맞았지 뭐예요. 목 서방 딸은 큰아들, 염 서방 딸은 작은아들이랑 말이에요. 뭐 지금이야 직업에 귀하고 천함이 없으니 어떤 집안의 자식들이건 서로 사랑만 하면 혼인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가 않았거든요. ‘사농공상’이라 하여, 글 읽는 양반, 농사짓는 농부, 물건 만드는 기술자, 장사하는 상인 순으로 순서를 매겨서 직업의 귀하고 천함을 따지고 들었으니, 제일 귀하다는 양반 자식이랑 제일 천하다는 상인 자식이랑 혼인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당장 최 진사 집안에 난리가 났습니다. 최 진사 내외는 양반 체면에 어찌 장사꾼 딸들을 며느리로 맞을 수 있겠느냐며 펄쩍펄쩍 뛰고, 쌍둥이 아들들은 사랑만 하면 됐지 직업이 무슨 상관이냐며 혼인 안 시켜 주면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고 떼를 쓰고 말이에요. 그러니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은 최 진사 내외가 지고 말았답니다. 한날한시에 쌍둥이 두 아들 혼례를 올려줄 수 밖에 없었어요. 목 서방 딸을 큰며느리로, 염 서방 딸을 작은며느리로 한꺼번에 맞이한 거지요.

 

헌데, 그리하기는 했으되 최 진사 내외는 두 며느리가 영 못마땅했던 거에요. 자꾸 생트집을 잡아서 며느리들을 구박했거든요. 큰며느리가 어쩌다가 밥이라도 조금 태웠다 하면 “네가 숯 장수 딸이라 불을 세게 때서 밥을 태웠느냐?”며 야단을 치고, 작은며느리가 어쩌다가 음식을 좀 짜게 했다 하면 “네가 소금 장수 딸이라 소금을 많이 넣어 이리 짜게 간을 했느냐?”며 야단을 치고 말입니다. 또 어쩌다가 마루에 먼지라도 있으면 숯 장수 딸이라 지저분하다는 등, 밥을 먹다 반찬이 조금 모자라면 소금 장수 딸이라 인색하다는 등, 심지어는 큰며느리 얼굴이 달덩이 같다고 못마땅해하질 않나, 작은며느리 뒤꿈치가 달걀 같다고 흠을 잡질 않나, 흉 같지도 않은 흉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구박을 해 댔습니다.

 

그러니 며느리들이 어디 배겨날 수 있겠어요? 날마다 옷고름에 눈물 마를 짬이 없었답니다. 목 서방, 염 서방도 애간장이 다 탔습니다. 시집보낸 딸이 그렇게 산다니 속상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어찌해야 우리 딸이 시집살이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만났다 하면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늘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목 서방이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무릎을 탁 쳤어요. “여보게 염 서방, 내게 좋은 수가 있네.” 염 서방 귀가 번쩍 뜨였어요. “좋은 수? 무슨 순가? 어서 말해 보시게.” 목 서방이 바짝 다가앉아서 염 서방 귀에 대고 수군수군 말했어요. “이리저리 해서 여차저차한 다음, 이러쿵저러쿵하면 요렇게조헐게 하는 걸세.” “거참 좋은 생각일세! 당장 그리 하세.”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러고는 종이와 붓을 꺼내어 최 진사 댁에 보내는 편지를 똑같이 썼습니다.

 

‘아무 날 아무 시에 사돈과 식사라도 함께 했으면 합니다.’ 곧 편지 두 통이 최 진사 댁에 도착했어요. 최 진사가 받아 보니 양쪽 집안에서 한날한시에 식사 초대를 한다는 편지였거든요. “허허, 이를 어쩌나? 몸을 둘로 쪼갤 수도 없고….” 최 진사는 한참 고민을 했지요. 아무리 천한 집안이라도 사돈은 사돈인거죠. 쉽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요. 생각 끝에 두 내외가 나눠 가기로 했지요. 최 진사는 목 서방내로, 최 진사 부인은 염 서방내로 말이에요.

 

이윽고 초대받은 날이 되어 최 진사 내외는 각각 사돈댁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최 진사가 목 서방네 집에 도착하여 방으로 들었어요. “어서 앉으시지요, 사돈. 날이 추워 방을 따뜻하게 데워 놓았습니다.” 목 서방 말에 최 진사가 자리에 앉고 곧 밥상이 들어왔는데, 아주 잘 차린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최 진사가 마침 출출한 터라 침을 꿀꺽 삼키며 나물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그 나물이 싱겁기 짝이 없었어 아무 맛도 없는 거였습니다. 그래 이번엔 고기를 한 점 집어 들었지요. 한테 그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전혀 간이 없어 영 먹지를 못했어요. 최 진사가 할 수 없이 젓가락을 놓았지요. “입맛이 없어 그런지 영 음식을 못 먹겠습니다 그려.” 그러자 목 서방이 넌지시 말했어요.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실은 소금 장수 염 서방이 자기가 소금 장사를 하는 까닭에 딸이 시댁에서 구박을 받는다며 장사를 그만두어 소금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음식이 이리 싱겁게 되었지 뭡니까. 소금 장수가 천하다지만 소금이 있어야 음식 맛을 내고, 그래야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는데요.”

 

그때였어요. 최 진사가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목 서방에게 꾸벅 절을 하며 말했어요. “사돈께서 내게 아주 값진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 음식을 못 먹어 배는 고프지만 값진 것을 깨달아 마음이 부르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그러고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지요. “내가 그동안 우리 며느리들에게 몹쓸 짓을 했구나.”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말이에요.

 

한편, 최 진사 부인도 염 서방네 도착했는데 아주 거창한 음식상이 차려져 있었어요. 고기에 생선에 떡에 나물에 온갖 맛난 것이 그득한 진수성찬이었지요. “어서 드시지요, 사돈, 입에 맞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염 서방 말에 최 진사 부인이 입맛을 다시며 음식을 들려고 자리에 앉았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방바닥이 냉골이었지요. 도무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왼쪽으로 옮겨 않아도 마찬가지요, 오른쪽으로 옮겨 앉아도 마찬가지였답니다. 나중엔 온몸이 덜덜 떨려서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먹을 수가 있어야지요. 최 진사 부인이 할 수 없이 젓가락을 놓았어요. “고뿔이 오렸는지 추워서 영 못 앉아 있겠습니다 그려.”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실은 숯 장수 목 서방이 자기가 숯 장사를 하는 까닭에 딸이 시댁에서 구박을 받는다며 장사를 그만두어 숯을 구하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방을 데우지 못하고 말았지 뭡니까. 숯 장수가 천하다지만 숯이 있어야 방을 데우고, 그래야 우리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때였어요. 최 진사 부인이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염 서방에게 꾸벅 절을 하며 말했어요. “사돈께서 제게 아주 값진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 음식을 못 먹어 배는 고프지만 값진 것을 깨달아 마음이 부르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그러고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지요. “내가 그동안 우리 며느리들에게 몹쓸 짓을 했구나.”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최 진사 내외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두 며느리를 불러 놓고 사과를 했답니다. “숯이 있어야 방을 데우고 소금이 있어야 맛을 내니, 세상엔 숯 장수도 소금 장수도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들인데, 우리가 그걸 모르고 이제껏 너희들을 숯 장수 딸, 소금 장수 딸이라고 구박했구나. 이 못난 부모를 용서해 다오.”

 

그 뒤로 최 진사네 집안에서는 절대 며느리들을 구박하는 일이 없었답니다. 그러니 목 서방, 염 서방이 애간장 탈 일도 없고, 새 집안이 오순도순 아주 친하게 잘 지냈지요. 뭐라고요? 목 서방이랑 염 서방은 진짜로 장사를 그만두었느냐고요? 에이, 그랬으면 지금 우리가 따뜻한 방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살 수 있겠을까요?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 최 진사 내외는 왜 두 며느리가 영 못마땅했을까요?

- 목 서방과 염 서방은 왜 애간장이 다 탔을까요?

- 목 서방과 염 서방은 왜 최 진사 내외를 식사에 초대했을까요?

- 최 진사 내외는 음식을 못 먹어 배는 고프지만 값진 것을 깨달아 마음이 부르다고 했어요. 최 진사 내외가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요?

- 최 진사 내외는 자신들이 깨달은 것을 왜 값지다고 했을까요?

- 최 진사 내외는 왜 사돈 댁에 다녀온 뒤부터 며느리들을 구박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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