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훔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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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훔친 날

by &#$@*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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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훔친 날’은 동수라는 아이가 엉겁결에 아기 신발을 훔친 후에 다시 그 신발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은 이야기입니다. 신발을 제자리에 도로 갖다 놓을 때까지 동수는 마음의 괴로움을 겪습니다. 누구나 한 번 즈음 겪어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나는 학교 앞 상가로 달려갔어요. 엄마 아빠가 상가 지하에서 전파사를 하기 때문이지요. 가게는 햇볕이 전혀 들지 않아 우중충했어요. 그리고 먼지와 곰팡이가 많이 찌들어 있어서 청소를 해도 깨끗해지지 않았어요. 가끔 쥐도 나오고 무척 좁았어요. 그래도 나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가게로 가서 밥도 먹고, 숙제도 했어요. 집에 가면 주인아줌마 눈치를 봐야 해서 가게가 편했어요.

 

가게에서는 엄마가 아기를 안고 계셨어요. 아기는 얼마 전에 태어난 내 여동생이랍니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으니까 나와는 아홉 살 차이가 나는 셈이에요. 엄마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아빠는 스마일 할아버지네 수도를 고치러 갔다고 했어요.

 

상가 어른들은 모두 십 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 오셨습니다. 그래서 서로 아주 친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친목회도 하고, 어른들은 서로를 부를 때 별명을 주로 불렀어요. 그래서 방앗간 아저씨는 ‘두꺼비’, 젓갈집 할머니는 ‘짠순 할매’, 쌀집에서 일하는 형은 ‘떡배 총각,’ 화장품 가게 누나는 ‘분이,’ 그리고 울 엄마는 ‘곱네’ 였다가 나중에 아기를 낳고 갑자기 몸이 불어서 ‘곰네’로 불렀습니다. 나는 엄마 별명이 ‘곰네’로 바뀌었어도 마냥 좋았어요.

 

나는 동생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이쁜 동생이 생겨서 너무 좋았어요. 엄마는 자고 있는 아기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살 어루만지셨어요. 아기는 성가시다는 듯 보채며 발로 포대기를 걷어 찼어요. 그러자 분홍색 아기 발가락이 밖으로 쏙 빠져나왔어요. 발가락이 옥수수 알갱이보다 더 작았어요. 나는 그 발가락이 너무 앙증맞고 귀여서 웃었어요.

 

그때 엄마가 2층 뚜벅이네 신발 가게에 가서 아기 신발이 제일 싼 것으로 얼마쯤 하는지 알아보고 오라고 하셨어요. 나는 후다닥 2층에 있는 뚜벅이네 신발가게로 뛰어 올라 갔어요.

 

‘뚜벅이’는 상가 2층에서 신발 가게를 하는 아주머니였어요. 부자는 아니었지만 상가 안에서 꽤 잘 사는 축에 들었어요. 상가에 있는 가게들 중에 세 낼 걱정을 하지 않고 장사하는 가게는 아줌마네뿐이었지요. 가게에 들어가니 2층에서 장사하는 몇몇 아주머니들이 신발 가게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나는 가게로 들어서면서 아주머니들에게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아기 동생 신발을 보러 왔다고 말했어요. 뚜벅이 아줌마는 진열장에 있는 아기 신발을 천천히 둘러보라고 말했어요. 나는 안쪽 진열장 앞에 서서 아기 신발을 구경했어요.

 

아기 신발은 모두 너무 예뻤어요. 리본이 달린 것, 방울이 달린 것, 앞코가 오리 주둥이처럼 널찍한 것,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것 등…. 그중에서도 리본 달린 신발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얼른 가격표를 보았어요. 삼만 구천 원이었어요. 아쉽지만 나는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것들은 대부분 2만 원이고, 만원이 조금 넘는 것도 있고, 만 원 아래로는 없었지요. 나는 동생의 귀여운 발가락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때 발아래 놓인 신발 한 켤레가 눈에 띄었어요. 손님 중 누군가가 꺼내 보고 그냥 두고 간 것 같았어요.

 

나는 가게 안을 한 바퀴 둘러 보았어요. 아주머니들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요. 내게 신경을 쓸 겨를은 없는 것 같았어요. 나는 조그만 아기 신발이라 슬쩍 접어서 주머니에 쏙 넣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았지요. 식은땀이 흘렀어요. ‘이제 곧 겨울인데 동생의 조그만 발이 얼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가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망설이다가 나는 잽싸게 신발을 집어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어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나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도망치듯 신발 가게를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지하로 내려갔어요. “그래. 얼마쯤 하던?” 엄마가 물으셨어요. 나는 아무렇게나 말을 지어 대답을 했어요.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불룩한 내 바지 주머니를 보았어요. “주머니에 든 게 뭐니? 이리 좀 와 봐.”

 

나는 뒷걸음질을 쳤어요. 훔친 신발을 엄마에게 보이면 아단을 맞을 것이 틀림없었지요. “그냥 휴지 조각이에요. 나 집에 가서 숙제할게요.” 가게에서 숙제를 하면 엄마가 보아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상가를 빠져나와 무작정 달렸습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놀이터가 나왔어요.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땀에 젖은 손바닥을 바지에 닦고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신발을 꺼냈어요. 손이 떨렸지요.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하늘을 올려 보았어요. 하늘은 맑고 눈이 부셨지만 괜스레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나는 ‘훔친 신발을 아기에게 신겨도 될까? 훔친 신발에 저주라도 내리면? 뚜벅이 아줌마 눈에 띄면 어떡하지? 도대체 어쩌자고 신발을 훔친거야? 신발을 훔친 게 상가 안에 소문나면 어쩌지? 내 별명은 ‘도둑놈’이 될지 몰라.’ 이런 생각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나는 상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손가락질을 당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았어요. “나쁜 녀석! 도둑놈!” 사람들의 꾸짖는 소리와 아기 울음소리가 머릿속에서 마구 뒤섞였어요. 숨이 탁 막혔어요. 나는 더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신발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한달음에 상가로 달려갔지요.

 

신발 가게 앞에 서서 가게 안을 살펴보니 뚜벅이 아줌마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어요. 나는 문 앞을 서성이다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게로 들어갔어요. “아… 동수 왔구나.” 아줌마의 목소리가 몹시 어색해 보였어요. 아줌마는 신발이 없어진 것을 알고 가슴앓이를 하고 계셨던 게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 자신이 없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저, 신발 구경을 좀 할게요.”라고 말했어요. 더 말을 하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간신히 말을 마쳤어요. 그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훔친 신발이 있던 자리에 가서 도로 놓았어요.

 

진열장 앞에 서서 뒤를 흘끗 돌아보다 아줌마와 눈이 딱 마주쳤어요. 하지만 아줌마는 얼른 고개를 딴 데로 돌리셨어요. 나는 신발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어요. 그때 아줌마가 나를 부르셨어요. “저기, 동수야!” 순간 나는 눈을 질끔 감았지요. 아줌마한테 야단을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 망설이고 있었지요. 아줌마는 내 곁으로 다가오셔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끈을 잘 묶고 다녀야지. 이러다 넘어지면 다친다.” 아줌마는 무릎을 꿇고 내 신발 끈으로 매듭을 지어 주었어요. 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돌아가 앉으셨어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는 용기가 생겨 주머니에서 신발을 꺼내 아줌마가 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어요. 떨리는 손으로 신발을 바닥에 사뿐히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미안하다. 동수야.” 등 뒤로 아줌마의 눈길이 느껴졌어요. 잘못은 내가 했는데 왜 아줌마가 미안하다고 할까. 다리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았어요.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지하로 내려갔어요.

 

“집에 간다더니 왜 다시 돌아왔니?” 엄마가 눈이 동그랗게 뜨고 물으셨어요. 엄마 등에서 아기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어요. “엄마, 내가 이다음에 크면 내 동생 신발부터 사 줄게. 돈 많이 벌어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걸로 사 줄 거야.” 엄마는 내가 오늘 정말 이상하다면서 야단을 치셨지만 엄마의 눈과 코가 금세 빨개졌어요. 엄마는 울음을 참기 힘들었는지 나를 와락 껴안으셨어요. 그리고 소리 죽여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어요. 날카로운 것이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어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꼭 깨물었습니다.

 

조금 뒤 나는 상가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습니다. 나는 가로수 그늘을 따라 걸었어요. 한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계속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지요. 하늘 위에 떠 있는 해님이 나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늘 밖으로 살며시 나와 보았어요.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햇볕이 그대로 머리 위로 쏟아졌습니다. 순간, 몸속에 쌓여 있던 찌꺼기가 한꺼번에 쑤욱 빠져나가는 것처럼 시원했습니다. 몸이 부르르 떨렸어요. 나는 햇볕을 마시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시는 그늘 속으로 숨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

동수는 왜 아기 신발을 주머니에 집어넣었을까요?

동수는 왜 다시 신발 가게에 갔을까요?

엄마와 껴안았을 때 왜 날카로운 것이 후벼 파는 것 같았을까요?

엄마와 껴안을 때는 눈물을 꼭 참다가 밖으로 나오자 동수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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