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환경이나 기후의 변화로 많은 식물이 멸종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씨앗을 보존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토종 씨보다 수입을 해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농산물 생산을 외국에 크게 의지하게 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답니다.
식물은 대부분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사람가 달리 금세 커서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자마자 곧바로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요. 식물은 왜 이렇게 빨리 자라서 잎과 뿌리가 말라죽을 때까지 열매를 많이 맺으려고 애쓰는 걸까요? 그것은 자기 가족을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지요. 식물은 빨리 자라지만, 아주 오래 사는 것도 있고 짧게 사는 것도 있어요. 밭에서 사는 호박은 1년밖에 못 사는 식물이라, 호박의 1년은 우리의 한평생과도 같아요. 이런 식물을 ‘한해살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2년 동안 사는 식물은 ‘두해살이’라고 하는데 가을이 되면 잎과 줄기가 말라붙었다가 이듬해 봄이 되면 뿌리에서 새싹이 올라와 다시 자라지요. 식물들은 보통 한해살이나 두해살이가 많은데 톱풀처럼 몇 년씩 사는 것도 있어요. 3년 이상 사는 식물은 ‘여러해살이’라고 하는데 소나무 같은 것은 수백 년씩 살기도 해요. 나무들은 대개 오래 사는 편이어요.
꽃이 피는 이유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입니다. 꽃은 한 번 피어나면 오래 살지 못하고 시들기 때문에 피어 있는 동안 꼭 열매를 맺으려고 해요. 어떤 암꽃들은 서로 힘을 합해 쌍둥이 열매를 만들기도 해요. 꽃 한 송이 안에 암술이 한 개인 경우가 많지만, 암술이 여러 개 있어서 쌍둥이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 식물도 있어요. 으름덩굴이 바로 그렇지요. 암꽃들이 계 모임을 하듯이 한자리에 모여서 커다란 열매 하나를 맺는 식물도 있어요. 이런 식물의 열매는 얼핏 보면 한 개 같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열매 여럿이 뭉쳐있는 거랍니다. 대표적인 열매가 뽕나무 열매랍니다. 이렇게 열매를 맺기 위해 암술이나 암꽃이 힘을 합하는 식물들과는 달리 혼자서 씩씩하게 열매를 맺는 식물들도 많이 있습니다. 길쭉한 콩꼬투리에 콩알이 들어 있는 콩과 식물이랑 복숭아, 감이 다 그런 식물들이어요. 하지만 씨앗이 하나밖에 없는 식물들도 많아요. 씨앗을 맺으려면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하나만이라도 잘 맺고 싶어 하는 거지요. 4-5월에 꽃이 피고, 7-8월에 열매를 맺는 복숭아가 그런 식물이에요. 감 속에는 씨앗이 네다섯 개씩 들어 있어요. 수박은 열매가 커다랄 뿐 아니라 그 안에 수백 개나 되는 씨앗이 들어 있어요.
식물들은 다른 식물들의 열매가 자기 땅에 들어오는 것을 아주 싫어해요. 그래서 제 몸에 난 잎사귀로 자기 땅을 지키기도 하지요. 가을에 잎이 빨갛게 물드는 나무들이 바로 식물들입니다. 산속 계곡가에 무리 지어 자라는 단풍나무는 싸움을 아주 좋아해요. ‘잎이 붉게 물든다’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아름답게 물들지만 단풍잎 속에는 무서운 비밀이 있어요. 그 속에는 다른 식물의 씨앗들을 죽이는 독이 들어 있지요. 자기 가족인 단풍나무 열매들에게만 영양을 주고 다른 식물의 씨앗들에게는 독을 뿜어 낸답니다. 사람들에게 맛 좋고 영양이 주는 밤나무도 다른 식물들하고는 같이 살지 않으려고 해요. 자기 가족들의 생명을 오래오래 이어 가려면 그럴 수밖에 없지요. 밤나무의 무기는 튼튼하고 커다란 잎이에요. 가을이 되어 땅에 떨어진 밤나무 잎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기 땅으로 숨어 들어온 다른 식물의 열매껍질을 이리 툭 저리 툭 쳐냅니다. 그러다 보면 열매껍질에 금이 가고 열매껍질이 벗겨지면,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해 결국 새봄에 싹을 틔우지 못하게 됩니다.
사철 내내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도 사실은 낙엽으로 자기 땅을 지키는 나무입니다. 소나무 잎을 솔잎이라고 하는데 바늘처럼 뾰죽하게 생겼지요. 소나무에 새잎이 돋으면 지난해에 났던 솔잎은 낙엽처럼 누렇게 되어 떨어지지만 새 솔잎이 매달려 있기 때문에 늘 푸르게 보입니다. 헌 잎이 떨어질 때쯤 새잎이 나오기 때문에 늘 잎이 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요. 솔잎은 다른 나뭇잎과는 달리 잘 썩지 않아요. 솔잎 속에 잔뜩 들어 있는 끈적끈적한 송진이 잎을 석지 않게 해 주거든요. 그러니 멀리서 다른 식물의 열매가 날아온다 하더라도 그 위에 솔잎이 떨어져 쌓이면 햇빛을 받지 못해 죽게 되지요. 그런데 소나무들은 같은 가족끼리라고 해도 좁은 땅에서 북적거리며 함께 살면 서로 자리다툼을 해요. 싸움에서 진 소나무는 다른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들시들 병들어 죽고 맙니다. 자기 영역을 넓히려는 경쟁은 숲 속에 사는 다른 나무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식물에는 꽂이 피는 꽃식물과 꽃이 피지 않는 민꽃식물 두 종류가 있습니다. 민꽃식물이란 꽃이 피지 않고 홀씨를 이용해 번식하는 식물인데, 이끼, 고사리, 미역, 김 등이 바로 민꽃식물입니다. 몸 구조가 단순한 초기 민꽃식물이 지구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약 4억 4천만 년 전이었어요. 바로 이끼 종류랍니다. 이때를 고생대라고 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꽃을 피울 수도 없었고, 꽃가루받이를 해 줄 곤충도 없었어요. 꽃이 없으니 암술, 수술도 없고 열매도 맺을 수 없었어요. 대신 원시적인 방법으로 ‘홀씨’ 또는 ‘포자’라고도 불리는 주머니를 터트려서 번식을 시작했어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나타난 것은 약 1억 5천만 년이 지난 약 2억 9천만 년 전이어요. 이때를 고생대 후기라고 합니다. 민꽃식물들은 그 뒤로 진화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원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고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민꽃식물들은 어른이 되면 자기 몸에서 직접 세포를 쪼개 자기와 똑같은 분신인 홀씨를 만듭니다. 커다란 주머니에 담겨 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밖으로 튀어 나가 여기저기에 퍼집니다. 물이 조금만 있어도 싹이 잘 터서 원래의 식물처럼 커다랗게 자라나지요. 이끼와 고사리가 대표적인 식물입니다.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꽃이 피기는 해도 피는 둥 마는 둥 하고 열매를 잘 맺지 못하는 식물도 있어요. 이런 식물들은 열매를 거의 맺지 못하는 대신 다른 식물들보다 뿌리가 아주 튼튼하고 생명력이 강합니다. 또 아기 뿌리들도 쑥쑥 잘 만들어 내기 때문에 땅속에서 자기 영역을 마음껏 늘려 갈 수 있어요. 이들 식물에는 개나리, 고구마, 마늘, 그리고 상사화 등이 있어요.
줄기에 마디가 있는 대나무는 땅속줄기를 길게 뻗어 가족을 불려 가는 여해살이풀 입니다. 땅속줄기란 땅속에서 옆으로 옆으로 뻗어 나가면서 자라는 줄기를 의미해요. 이 땅속줄기의 마디에서 새순과 새 뿌리가 수없이 돋아나 가족이 갑자기 늘어나게 되지요.
콩은 열매일까요, 씨앗일까요? 밤은 열매일까요, 씨앗일까요? 정답은 둘 다 씨앗입니다. 강낭콩이 들어 있는 콩꼬투리는 열매이고 깍지를 까고 나온 강낭콩은 씨앗입니다. 흔히 열매로 착각하기 쉬운 은행도 사실을 씨앗이지요. 그러니까 씨앗을 아기라고 치면, 열매는 씨앗들이 자라는 인큐베이터라고 할 수 있어요. 씨앗들을 품고 있는 열매 인큐베이터는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열매는 모두 세 겹으로 되어 있는데 맨 바깥에 있는 벽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해요.
아주 어린 씨앗들이 다 자라면 열매 인큐베이터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답니다. 드디어 열매 안에 들어 있던 씨앗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된 거지요. 하지만 바깥세상은 씨앗들에게 너무나 위험한 곳이에요. 그래서 씨앗들은 보드라운 껍질 옷과 잠자면서도 먹을 수 있는 배젖이 있어요. 배젖은 씨앗들이 나중에 싹을 틔울 때 먹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영양분을 뜸뿍 담아 만든 맛있는 도시락 같은 거예요. 엄마 식물은 그밖에도 우유와 비슷한 단백질, 밥과 비슷한 탄수화물도 챙겨서 넣어 줍니다. 이런 영양분이 있기 때문에 몇 년 묵은 씨앗들도 싹을 틔울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전라남도 대원사에서는 2천 년 전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연꽃 씨앗이 최근에야 발견되어 싹을 틔운 일도 있었어요. 씨앗들은 싹을 틔우기 전에 잠에 빠져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며 숨을 쉬고 있는 거랍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여러 가지 식물들에 대해 알아보고, 씨앗의 한살이와 여러 종류의 씨를 알아보아요.
우리나라 토종 씨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토종 씨앗을 더 개발하고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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