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거북이 릴로’는 제목과는 다르게 보통 거북이 아닌 아주 특별한 거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노력 없이 주어지는 명예와 부는 평범한 사람이 노력을 통해 얻은 작은 행복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것은 무엇이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해요. 꼭 생일이나 성탄이 아니어도 말이에요. 아버지는그런 나에게 “네가 수학 시험에서 ‘수’를 받아 오면 선물을 해 주마, 아주 멋진 걸로 말이야.” 그러나 나는 수학 시험에서 수를 받지 못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지요.
어느 날 나는 수를 받았어요. 공부벌레인 뚱보 막스의 답안지를 몰래 베꼈기 때문이에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나는 선물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아버지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수를 받은 시험지를 보자마자 달려 나가 거북이를 사 오셨습니다. “수를 받아 와서 상으로 주는 ‘수를 받게 한 거북이’란다.”라고 하며 거북이를 건네주었어요. 나는 기쁜 마음으로 거북이를 받으며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 거북이는 개가 아니지만 살아 움직이는 동물인 것이지요. 나는 거북이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거북이는 시끄럽지도 않고, 키우는 데에도 손이 많이 가지 않아요. 그 점은 아버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내 거북이에게 ‘릴로’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릴로는 자기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고, 우리는 금세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나는 릴로를 내 방에서 데리고 자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우리는 아주 마음에 드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기적이 일어났어요. 그날도 나는 수학 시험에서 또 수를 받은 것이었어요.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가장 많이 놀란 사람은 바로 나였어요. 이번에는 남의 것을 훔쳐보고 한 것도 아니었고, 수는 한 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 아버지는 만족해서 내가 선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어요. 아버지는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이게 다 릴로 덕분이라도 했어요. 그 소리에 난 웃었지만 웃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어요.
바로 그 다음 날, 또 수를 받았어요. 이번에는 철자법 시험에서였어요.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어요. 이것은 기적이었습니다. 나는 철자법을 그다지 열심히 공부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수를 받을 정도로 공부를 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매우 기뻐했어요. 아버지가 나에게 릴로를 선물한 다음부터 나는 해낼 수 있게 되었지요. 정말 이상한 일이에요.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또 ‘받아쓰기’에서 수를 받았어요. 이것은 내가 한 번도 수를 받아 본 적이 없는 과목이에요. 선생님까지도 이 사실이 뜻밖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내 시험지를 끝까지, 다시 끝에서 처음까지 찬찬히 검토했어요. 틀린 답은 하나도 없었고 사소한 실수조차도 눈에 띄지 않았어요. 나는 몹시 자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좀 꺼림칙하기도 했어요.
아버지는 계속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선물에 드는 비용이 많아져서인지 선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나는 작문에서 또 수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그 사실에 대해 별로 놀라지 않았어요. 내가 한 작문은 내가 봐도 언제나 썩 괜찮았기 때문이에요. 선생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선생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릴로도 평소와 다름없었어요. 여전히 게으르고, 느릿느릿 움직이고, 먹기만 하고, 말도 잘 듣는 평범한 거북이의 모습 그대로였어요. 릴로는 아주 평범한 거북에요. 릴로가 아주 평범한 거북이라고? 난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게 되었어요. 수를 받는 일이 거기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모든 과목에서 차례차례 수를 받았어요. 미술, 음악, 수학 모두… 나는 숙제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수를 받았으니까요.
아버지는 공부를 잘하는 아들을 두었다고 우쭐거렸지만 난 더 우쭐댈 수가 없었어요. 친구들은 내가 소름끼치게 싫어하는 ‘공붓벌레’라는 별명을 붙였기 때문이에요. 공부를 잘하게 된 것은 내 탓이 아니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나를 싫어하고 나를 때리려고 했어요. 특히 뚱보 믹스는 더 심했어요. 자신이 더 이상 일등을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내가 일등이 된 거지요. 아이들은 나를 따돌리고 쉬는 시간에도 끼워주지 않았어요.
나는 릴로한테 무슨 비밀이 감추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릴로는 그저 아버지가 나에게 선물로 준 평범한 거북이에 지나지 않은데요. 나는 시험에서 틀리려고 무던히 애를 썼어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어요. 나는 확실히 이게 다 릴로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릴로가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된 다음부터 내가 갑자기 모범생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면… 나는 릴로에게 “릴로야, 네가 앞으로도 자꾸만 그러면 나는 너를 데리고 있을 수가 없어. 너도 그 사실을 깨달아야 해. 계속해서 ‘수’만 받은다면 말이야. 이젠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야!”라고 말했어요. 릴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이제 아버지도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았어요. 아버지는 이게 다 릴로 때문이라는 사실을 믿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렇게 괴로우면 릴로를 아버지에게 도로 선물을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당장 그날 저녁에 아버지에게 릴로를 선물했어요.
다음 날 저녁, 아버지는 얼굴이 하얘져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버지가 승진을 한 것이었어요. 하룻 밤 사이에… 아버지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어요. 다음 날 아침, 나는 학교로 갔어요. 그날 나는 수학 시험에서 첫 번째 ‘양’을 받았어요. 아이들은 하나같이 고소해하며 히죽거렸어요. 그리고 쉬는 시간에 나와 함께 놀아 주었어요. 나는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어요.
처음 승진을 하고 나흘쯤 지난 어느 날, 아버지는 그 새 부사장으로 승진을 한 것이었어요. 사흘 뒤에 아버지는 사장이 되었어요. 난는 진작에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요. 또 아버지가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짐작하고 있었어요. 이제 아버지의 동료들이 아버지하고 얘기도 잘하려고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나는 그런 아버지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버지와 나는 둘이 마주 않자 심각하게 고민을 했어요. 아버지는 앞으로 또 승진을 할까봐 걱정하고, 나는 또 일등을 할까 봐 걱정을 했어요. 안타깝지만 릴로가 없어져야 할 것 같았어요. 아버지와 나는 좋은 방법을 생각했어요.
아버지와 나는 릴로를 모퉁이에서 채소를 팔던 아저씨에게 릴로를 선물했어요. 채소를 팔던 아저씨는 지금 슈퍼마켓 주인이 되었어요. 릴로는 다시 프란츠 삼촌에게 갔어요. 그 후 삼촌은 경주용 자동차를 모는 선수가 되었어요. 아버지와 나는 그다음에 고모에게 릴로를 선물했어요. 고모는 노래를 잘 불렀는데, 일주일이 지나가 고모는 오페라 가수가 되었어요.
아버지와 나는 그 뒤로도 여러 번 다른 사람들에게 릴로를 선물하곤 했어요. 하지만 일 주일만 지나면 릴로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릴로가 돌아오면, 나는 바로 그 다음날 ‘수’를 받았지요. 그리고 아버지는 계속 사장으로 머물러 있었어요. 그러는 동안에 릴로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사람들이 릴로를 선물 받고 싶다고 말해요. 하지만 이제 릴로를 아무에게도 선물하지 않아요. 어차피 릴로는 일주일 뒤에는 다시 돌아올 거니까요. 누가 뭐래도 릴로는 내 거북이고 나는 릴로를 사랑해요. 게다가 나는 ‘수’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릴로는 왜 ‘평범한 거북이 릴로’로 불렸을까요?
나는 왜 수를 받지 않게 되었을 때 기뻤을까요?
아버지와 나는 릴로를 더 이상 아무에게도 선물하지 않았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