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는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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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는 ‘걱정 마’

by &#$@*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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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는 ‘걱정 마’]는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의 엄마는 아무리 걱정스러운 일이 생겨도 항상 “걱정 마.”를 외치며 자신만만하게 웃어넘기는 낙관론자입니다. 그래서 자녀들은 고민이 있어도 엄마와 의논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고민을 말해도 엄마는 “어떻게든 되겠지, 걱정 마.”라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빠가 회사에서 일하다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가던 날부터 엄마한테서 “걱정 마.”라는 말이 사라지게 되었어요. 모두가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걱정할 때, 엄마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여 다른 가족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되어 줍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그동안 엄마가 왜 자신들에게 “걱정 마.”라고 했는지 이해하게 되고, ‘걱정 마.’라는 말이 ‘힘내자.’라는 뜻의 가족 암호가 되지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가족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난 아무리 걱정스러운 일이 있어도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는 그냥 웃어 넘겨 버리니까요. “아하하, 그깟 일로 걱정을 하니? 걱정 마.” 하고 말이에요. 그래서 고민이 있어도 엄마와는 의논하지 않게 되지요. 도대체 뭘 걱정 말라는 건지, 정말.

 

얼마 전에도,.. 학교에서 걸레를 만들어 오라고 했습니다. 나는 엄마가 바느질을 잘 못하는 걸 알기 때문에 미리 말해 두었어요. “월요일까지요. 걸레를 꼭 만들어 놓아야 해.” “걱정 마. 엄마한테 맡겨. 토끼 모양을 오려 붙여서 귀엽게 만들어 줄 테니까.” “토끼 같은 것은 필요 없어. 그냥 평범한 거로 해도 되니까 잊어버리지만 마.” “걱정 마. 걱정 마.”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큰소리를 떵떵 쳤답니다.

 

그런데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월요일 아침, 온 식구가 바빠서 허둥지둥 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걸레 만드는 걸 잊어버렸다고 미안해하면서 금방 얼른 만들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지요. 아빠는 아침 식사를 거르고 출근하셨고, 오빠는 연습에 늦으면 모두 내 걸레 때문이라며 신경질을 부렸어요. 엄마는 토끼가 그려진 내 수건으로 걸레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건 안돼.” 엄마 손에서 잽싸게 수건을 낚아챘어요. 엄마는 다른 수건을 꺼내 와서는 어차피 걸레로 쓰면 다 걸레가 되니 꿰맬 필요가 없다고 중얼거리면서 만들었어요.

 

완성된 걸레는 바느질이 삐뚤빼뚤 했지요. 아무리 걸레라도 좀 너무하다 싶었는지 엄마도 약간 마음에 걸린 것 같았어요. “너무 서두르다 보니… 미안하구나.”합니다. 오빠는 킥킥 웃으면서 자신이 직접 꿰멨다고 했어요. 나도 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봄에 가정 방문을 할 때도…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하러 오신다고 했어요. 가정통신문에는 “평소의 생활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따로 준비할 것은 없을 거라고 엄마는 말했어요. “선생님한테 평소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집이 어딨 어?”“ 내 방은 내가 깨끗이 치울 테니 엄마는 집 청소 좀 해 줘.”엄마는 이번에도 알았으니 걱정 말라고 했어요.

 

하지만 선생님을 모시고 집에 와 보니… 현관에는 젖은 걸레랑 양동이, 현관 입구엔 돌돌 말아 놓은 발닦개와 거실에는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청소기가 보였어요. 엄마는 한창 청소 중이었던 거예요. 그러고는 소파를 옮기는 일까지 선생님한테 일을 시켰어요. 선생님께서 난처해 하지 않고 도와주시고 창 밖 마당 풍경을 마음에 들어 하셔서 다행이었지만 역시 우리 엄만 걱정이에요.

 

그런 엄마한테서 ‘걱정 마.’란 말이 사라진 날. 그 날은 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회사에서 일하다 쓰러진 겁니다. 구급차로 근처 병원에 실려 갔지요. 엄마랑 오빠가 학교로 나를 데리러 왔어요. “얼른 병원에 가 보자.”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꼭 쥐었습니다. 

 

병원은 굉장히 멀었습니다. 전철을 세 번이나 갈아탔고, 사람들로 무척 붐볐지요. 아침, 저녁 시간에는 훨씬 더 복잡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이 엄마는 입을 꾹 다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병원에 도착하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와 계셨습니다. 아빠 회사 사람들도 와 있었어요. 엄마는 아무한테도 인사하지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은 채, 묵묵히 입술만 깨물고 있었어요. 나랑 오빠는 할머니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처럼 굳어 버린 엄마를 병원에 남겨 두고서….

 

할머니는 우리와 함께 집에 있었어요. 병원에 있는 엄마한테서는 전화도 한 통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차를 몰고 집과 병원을 오가며 볼일을 보아주셨어요. 그때마다 병원 소식도 전해 주셨어요. 아빠 수술이 잘 되었지만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했어요. 

 

얼마 후, 아빠가 드디어 깨어 나셨다고 하셨어요. “엄마는요?” 내가 묻자, 통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집으로 데려와 좀 쉬게 하자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나… 엄마, 일 주일이나 못 봤어. 목소리도 못 들었어. 엄마, 어떻게 된 거야? 나, 잊었어?’ 나는 너무너무 쓸쓸하고 슬펐습니다. 아빠가 아파 누워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이기적이지만…. 나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변기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마음속으로 ‘엄마!’하고 소리쳤습니다. 내 마음의 소리가 엄마한테 가 닿을 수 있도록…. 그러다가 퍼뜩 깨달았어요. 엄마도 마음속으로 소리치고 있고, 아빠를 격려하고 있다는 것을 요. “걱정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하고. 엄마가 ‘걱정 마.’라고 하면 정말 걱정 안 해도 될 거예요. 그러니까 아빠도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좋아. 나도 힘내야지.”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일어섰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화장실에 걸려 있는 수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내 토끼 수건. 아이 참, 엄만 정말!” 

 

벌써 삼 주일째가 되었어요. 아빠는 아직 입원 중입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이제 위험한 고비는 넘겼대.” “아빠 치료도 열심히 받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 금방 건강해질 거래.” 엄마가 그랬어. “그때까지는 우리도 힘내는 거다.” 엄마가 말하자 오빠와 나는 “걱정 마. 문제없어.”라고 말했어요. “걱정 마, 걱정 마.” 이 말은 우리 가족의 암호. “힘내자!’라는 우리만의 암호랍니다.

 

하부르타 질문의 예:

유경이는 왜 고민이 있어도 엄마와 의논하지 않았을까요?

엄마는 왜 병원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까요?

왜 엄마만 쓰던 “걱정 마.”라는 말을 가족 모두가 쓰게 되었을까요?

왜 유경이네 가족은 아빠가 아프시기 전에 “걱정 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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