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쁜 놈’은 서로 골목대장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만수와 길동이는 주위에서 흔히 불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비록 두 아이가 풀밭에서 싸움을 하고 풀 올가미로 골탕을 먹이지만, 서로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만수네 집에서 외갓집에 가려면 풀밭으로 된 길을 지나가야 합니다.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풀이 크게 자라서 땅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처음 이 길을 가는 사람은 길인지 풀밭인지 잘 모르게 되지요. 그러나 만수는 외갓집을 자주 다니기 때문에 땅이 안 보여도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그 이유는 풀잎의 부드럽기도 하고 차가운 촉감이 살갗에 닿아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요즘 만수가 외갓집에 갈 때면 기분 나쁜 일이 한 가지 생겼어요. 그것은 외갓집이 있는 마을에 만수 또래의 길동이라는 아이가 대장 노릇을 하기 때문이예요. 길동은 언제나 저보다 작은 아이들이나 힘이 약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심부름도 시키고 명령도 내리면서 대장 노릇을 합니다.
만수가 외갓집에 가면, 길동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힘 자랑을 할 때가 많았지요. 자기를 대장님으로 부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은근히 텃세를 부렸어요. 그러나 만수는 길동이를 대장님으로 부르고 싶지 않았어요. 차라리 길동이와 한판 힘겨루기를 해서 물리치고 자기가 꼬마들의 대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길동이가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힘겨루기를 해 보자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만수는 오늘도 풀밭을 지나 외갓집을 가다가 마침 저만치서 혼자 걸어오는 길동이를 보았습니다. 순간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길동이가 먼저 인사를 하면서 말을 걸었어요. 그러다 서로 한번 겨루어 이긴 사람이 대장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풀밭에서 씨름을 시작했어요. 둘의 힘은 서로 비슷하여 여간해서 누가 넘어가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만수는 닭다리 걸기를 하여 길동을 풀밭에 쓰러뜨렸습니다. 만수는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만세! 내가 이겼다. 이제 내가 대장이다.” 만수는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소리쳤어요. 길동은 슬금슬금 도망갔습니다.
만수는 외갓집에 가서도 사뭇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풀밭을 걸으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분이 좋았지요. 그래서 만수는 풀밭길을 껑충껑충 뛰었어요. 그런데 얼마 못 가서 무언가에 걸려 저만치 나가떨어져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만수는 간신히 일어나 무엇에 걸렸나 살펴보니 누가 일부러 길게 자란 풀의 양쪽 끝을 잡아 메어서 풀 올가미를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만수는 약이 올라 “어떤 나쁜 놈이 이런 못된 짓을 해 놓았어!” 그때 저만치 나무 뒤에 숨었던 길동이가 약을 올리는 듯 웃고 있었어요. 만수는 너무 화가 났지만 저만치 있는 길동을 쫓아가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걷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발 밑에 무엇인가 물컹거리는 것이 밟히면서 주르륵 미끄러졌습니다. 얼른 일어나 살펴보니 발 밑에는 눈 지 얼마 안 되는 똥이 있었습니다. 쿠린내가 지독히 났어요. “아이 더러워, 어떠 나쁜 놈이 길에다 똥을 눠 놨어?””하하하, 똥 밟고 넘어진 기분 어떠냐?” 길동은 또다시 놀렸어요. 만수는 너무 화가 나서 다음에 길동에게 꼭 앙갚음을 해 주겠다고 마음속 깊이 다짐했습니다.
이튿날 풀밭길로나가서 미루나무 뒤에 숨어서 길동이가 동네에서 나오기만 기다렸어요. 얼마 후에 길동이가 동네 꼬마들을 데리고 풀밭 쪽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만수는 얼른 풀밭으로 나가서 길게 자란 풀 끝을 양쪽으로 옮겨 매서 사람이 지나가다 걸려서 넘어지도록 폴 올가미를 만들어 놓았어요. 그리고 풀 올가미 사이에 길동이가 밟고 미끄러워지라고 똥을 눠 놨습니다. 만수는 길동이와 길동이 부하들이 걸려서 넘어지고 똥을 밟아 넘어지면 약 올려 주려고, 나무 뒤로 가서 몸을 숨기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길동이가 눈치를 챘는지 풀밭 길로 오다가 멈춰서 뭐를 하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만수는 답답했어요. 길동이와 패들이 지나가야지 보기 좋게 앙갚음을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외갓집 동네에서 나와 손을 잡고 정답게 풀밭길을 오는 이는 만수 동생과 누나였습니다. 누나와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기분 좋게 풀밭 길을 겅중겅중 뛰면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가던 동생이 풀 올가미에 걸려서 저만치 나가떨어졌습니다. 누나가 얼른 달려가서 동생을 일으켜 세웠어요. “어떤 나쁜 놈이 이런 짓을 해 놨어?” 누나와 동생이 커다란 소리로 외치는 것이 만수의 귀에까지 다 들렸어요. 만수는 그 소리가 무척 괴로웠습니다. 이번에는 누나가 앞에 가다가 만수가 풀 속에 눠 놓은 똥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졌습니다. 만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뛰어 나갔습니다. “누나, 저쪽으로 가. 이리 가다가는 풀 올가미가 또 나타날지 몰라.” 누나는 만수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어떤 나쁜 놈이 이런 못된 짓을 해 놨어.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마음이 더럽고 나쁜 놈이 틀림없어.” 누나는 약이 올라 이렇게 욕을 하는 것이었어요. 만수는 그 어떤 나쁜 놈이 바로 만수인 것을 누나가 알까 봐 두렸웠어요.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만수는 왜 길동이와 겨루고 싶었을까요?
만수는 왜 싸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길동이는 왜 만수를 골탕을 먹였을까요?
여러분은 길동이와 만수 중 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