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웃은 누가일까요? 우리 주변의 이웃을 둘러보고 말을 건네고, 눈을 마주 보고 따스한 사랑을 나누면 어떨까요? ‘우리 이웃 이야기’는 ‘나(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나’의 집은 골목 맨 끝 집이라서 이웃이라곤 딱 한 명, ‘구질구질한 딕’ 아저씨뿐입니다. 아저씨 옆집에는 메이시 할아버지가 살았습니다.
‘딕’ 아저씨는 혼자 살았어요. 소문에 의하면 부인이 있기는 있었는데 옛날에 도망을 갔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은 아저씨 마음대로 하고 살며, 엄마는 그것을 보고 아저씨가 돼지우리에 사는 돼지 같다고 말해요. 어느 날, 나는 엄마한테 자유롭게 사는 딕 아저씨가 부럽다고 했다가 된통 혼이 났어요. 딕 아저씨한테는 부러운 점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아저씨는 고물 차가 두 대나 있어요. 한 차에는 토끼를 키우고, 또 다른 차에서는 암탉을 쳤지요. 그리고 아저씨는 달걀을 팔아 살림에 보내며, 주로 고물을 팔아서 먹고살았지요. 그는 보통 고물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다녔지만 가끔 삼륜차를 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아저씨를 보고 놀려대곤 했답니다. 언젠가 내가 왜 남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삼륜차를 타면 넘어질 걱정 없이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며 느긋하게 달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옆집의 메이시 할머니도 우리 엄마 못지않게 딕 아저씨를 싫어 했어요. 하긴 할머니는 모든 사람들을 싫어했지요. 할아버지가 일을 그만둔 뒤로, 할머니는 매일 할아버지를 마당으로 내쫓고 문을 꽁꽁 잠가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할머니 성에 찰 때까지 할아버지가 일을 해야 문을 열어 주었어요.
할머니는 주위에 살아있는 것이 돌아다니는 꼴을 못 보았어요. 할머니가 우리 집을 못마땅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우리가 개와 고양이와 노라의 모란 잉꼬 두 마리를 키우기 때문입니다. 그런 할머니가 딕 아저씨네 암탉과 토끼를 얼마나 싫어할지는 말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다가 메이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딕 아저씨를 진짜로 미워하게 된 사건이 터지고 말았어요. 할아버지가 어디서 몰래 개 한 마리를 가져왔어요. 아빠는 할아버지가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에 그 버리려는 사람에게 사정해서 얻어왔을 거라고 했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 몰래 개를 헛간에서 키우고 계셨던 거예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짧고 곱슬곱슬한 누런 털을 묻히고 들어오는 바람에 온 집 안이 털투성이가 되었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분명히 동물을 키우고 계시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할아버지가 눈이 먼 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할머니는 불호령을 내리며 할아버지에게 개를 원래 있던 곳에 버리고 오라고 말을 했어요. 잔뜩 겁을 먹은 할아버지는 개를 거리로 내보냈습니다. 나는 그 개가 걱정이 되어 밖에 나가보았어요. 개는 거리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어요. 개를 따라잡으려고 뛰어가는데, 마침 딕 아저씨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아저씨에게 개가 다가오자 아저씨는 걸음을 멈추고 기다렸습니다. 그는 개를 손수레의 잡동사니에 올려놓아 데려갔어요. 구질구질한 딕’ 아저씨는 같이 사는 동물들을 잘 보살피고, 이번에 새 식구로 들인 눈먼 개도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빗질도 잘해주고 밥도 잘 주었어요.
개가 딕의 아저씨네 뒷뜰에 나와 누워 있으면, 할아버지는 울타리 너머로 애절 하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자신이 한때 길렀던 그 개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개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라고는 헛간에서 가슴 졸이며 보낸 아주 짧은 시간뿐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늙은 개는 할아버지 쪽으로 다가가지 않았지요. 할아버지는 그렇게 있다가 무서운 할머니가 부르면 허둥지둥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딕 아저씨네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식을 메이시 할아버지로부터 듣게 되었어요. 할아버지는 딕 아저씨가 집 문들을 잠그지 않고 다니기 때문에 도둑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을 했어요. 딕 아저씨는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 후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경찰은 주말이 지나도록 우리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요. 어쩌면 할아버지가 지어 낸 이야기 같았어요. 월요일 아침 나는 학교를 달려가다가 할아버지는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울타리에 서 있다가 소곤거리며 작은 소리로 인사를 했어요. 이상했지만 나는 부리나케 뛰어가던 참이라 큰소리로 인사만 하고 갔어요. 그다음 날 아침에도 할아버지는 똑같은 방법으로 나에게 인사를 했어요. 이번에는 일찍 나온 터라 걸음을 멈추었어요. 할아버지는 누가 엿보기라도 한 것처럼 두리번거리면서 말을 걸었어요. “우리 집 뒤뜰에 이런 게 있지 뭐냐.”그것은 아주 더러운 양말 속에 무언가 잔뜩 들어 있는 뭉치였어요. “이것만 들려 놓으면 돼. 그 자리에 그대로. 날 봐서라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입도 뻥긋하지 말아 줘.” 그 외에 아무런 설명도 해 주지 않고 다짜고짜 그런 일을 시켜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걸 보니, 할아버지는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어 보였어요. 할아버지는 아저씨한테 앙심을 품고 양말을 훔쳤지만 이젠 겁이 난 것이어요. 난 할아버지 말대로 했어요.
할아버지로부터 양말을 받아 윗옷 속에 집어 넣고 딕 아저씨 집으로 갔어요. 현관문을 똑똑 두드려도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아저씨는 이미 손수레를 끌고 나간 것 같았어요. 처음으로 아저씨네 집으로 들어갔는데 짐작했던 대로 집은 더러웠고 아저씨, 닭, 토끼들 냄새와 개 냄새로 가득했지만 가축들이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나는 집 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아저씨는 도둑을 맞은 후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저씨는 그 일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어요. 정작 그 일을 떠벌린 사람은 다름 아닌 가엾은 메이시 할아버지였던 것이지요. 벽난로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문이 ‘철커덕’ 열리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가 현관문 쪽으로 뚜벅뚜벅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양말을 굴뚝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는 곧장 방에서 나왔어요. 그러다가 세면대 아래 넝마 더미에 앉아 있던 눈먼 개가 바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나와 개가 서로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동안 주위는 고요했지만, 아래층에서 딕 아저씨가 내가 움직이는 기척을 알아챈 것 같았어요. “자, 이리 내려오는 게 어때?” 딕 아저씨는 큰 소리로 외쳤어요.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아저씨는 등을 돌린 채 열린 문가에 서서 밖을 보고 있었어요. 자기 집에 누군가 들어왔는데 놀라지도 않은 것 같았지요. 아저씨가 뒤를 돌아본 순간 아저씨는 내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어요. 아마도 메이시 할아버지가 온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나는 양말을 갖다 놓으러 왔을 뿐이라고, 절대 내가 가져간 게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아저씨가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나를 보고 문 쪽으로 고갯짓을 했어요. 그 순간 나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나오고 말았어요. 게다가 학교에 늦은 터라 죽어라고 뛰어갔습니다. 그 뒤로 다시는 아저씨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날 아침 엄마는 딕 아저씨한테 좀도둑을 막으려면 문을 잘 잠그고 다니라고 일러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자신이 기르던 가축들을 마을 사람들한테 공짜로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삼륜차를 타고 엄마한테 와서 나한테 주라고 했지요. 나한테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고요.
한참 후 아저씨는 별로 짐도 없는 손수래 꼭대기에 늙은 개를 싣고 떠난 것이었습니다. 벽난로 선반 위에 있던 집세 장부 옆에 지폐가 가득 찬 검댕투성이 양말이 놓여 있던 것을 보면 아저씨는 틀림없이 거의 돈 한 푼 없이 떠난 게 틀림없었습니다. 아빠는 딕 아저씨가 집에 눌러사는 것이 싫어서, 특히 이웃 사람들한테 넌더리가 나서 떠났다고 했어요. 아저씨는 떠돌이가 되고 싶었고, 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엄마는 왜 이웃을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엄마는 왜 딕 아저씨가 부럽다고 말한 나를 혼냈을까요?
딕 아저씨는 왜 집의 문을 하나도 잠그지 않고 다녔을까요?
메이시 할아버지는 왜 딕 아저씨의 돈을 훔쳤을까요?
딕 아저씨는 왜 늙은 눈먼 개와 함께 떠났을까요?
나는 왜 딕 아저씨가 여전히 부러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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