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쓰레기가 아니라니까]는 쓰레기로 가득 찬 우리의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채인선의 작품입니다.
손이와 온이는 블록 쌓기를 하면서 방을 지저분하게 만들다가 쓰레기들과 함께 난지도로 가게 됩니다. 쓰레기장에서 자기들처럼 아직 사용할 수 있는데 버려진 많은 쓰레기들을 만나면서, 물건들이 얼마나 쉽게 버려지고 있는지 깨닫게 되지요. 사실 가정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실수로 우유를 바닥에 엎질렀을 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화장지를 두툼하게 풀어서 닦아 낼 것입니다. 하지만 화장지 대신 걸레를 손에 쥐어 보면 어떨까요? 또 감기로 고생하는 코는 화장지보다는 손수건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정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요일 오후입니다. 손이와 온이는 방에서 블록 쌓기를 하고 있었어요. 근사한 이층 집을 짓고 있는데 엄마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지금 청소할 거니까 당장 치워라!” 손이와 온이는 서둘러 블록을 챙겨 의자 위로 올렸습니다. 의자 위에다 집을 마저 지으려는데 엄마는 “저리 비키지 못하겠니?”라며 소리쳤습니다. 엄마가 청소하는 것이 안 보이느냐며 꾸중을 하셨지요. 이키! 손이와 온이는 다시 블록을 들고 아버지 책상 위로 이사를 했습니다.
지붕을 찾아 집 머리에 씌우기만 하면 되는데…. 손이와 온이는 마음이 급했어요. 그 빨간 지붕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아이들은 빨간 지붕을 찾느라 엄마가 소리 지르며 1초, 2초 하며 초를 새는 것도 몰랐지요. 엄마가 막 “3초!”하고 외쳤을 때 온이는 빨간 지붕이 쓰레받기 속에 다른 더러운 것들이랑 섞여 있는 걸 보았습니다. “오빠, 저기 있다!” 두 아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엄마 얼굴을 쳐다보았어요. 엄마는 그러거나 말거나 빗자루로 두 아이를 휙 쓸어 담아서는 빨간 지붕과 함께 쓰레기 봉지에 꼭꼭 눌러 담았습니다.
“아이고, 우린 쓰레기가 아니에요!” 이렇게 소리쳤지만 엄마 눈에는 쓰레기로만 보였던 거지요. 엄마는 두 아이가 들어 있는 쓰레기 봉지를 어깨에 메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막 떠나려고 하는 쓰레기 차에 봉지를 힘껏 던져 올렸어요. 쓰레기 봉지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차가 어슴푸레한 저녁 길을 달려갑니다.
손이와 온이는 빨간 지붕을 꼭 쥐고 숨을 죽였어요. 한참을 달리던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나 봐요. 곧 쓰레기 봉지들이 우르르 한쪽으로 쏠리더니 밑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손이와 온이도 함께 떠밀려 바닥에 ‘쿵’하고 떨어졌어요. 쓰레기 봉지를 다 쏟은 차는 어디론가 달려 가 다시 사라져 버렸습니다.
날이 저물더니 곧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여기가 어딜까?” 두 아이는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을 쳤어요. 하지만 봉지가 하도 꽉 묶여 있어서 나갈 수가 없었지요. 그 때 쓰레기 봉지 밖에서 누가 노크를 했습니다. 가만 보니 조그만 가위였어요. 손이와 온이가 구해 달라고 손짓 발짓을 하는 것을 보고 가위는 비닐을 부욱 찢어 주었습니다. “너희들은 어쩌다 이 난지도까지 오게 되었니?” 고맙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가위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블록 쌓기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청소하다가 손이와 온이까지 쓸어버리셨다고 대답했지요. 가위는 혀를 차면서, “쯧쯧, 아직도 쓸 수 있는 걸 버렸군. 너희들도 걸레를 빨거나 설거지쯤은 충분히 할 수 있잖아?”라고 말했어요. 두 아이는 물론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누가 바로 옆에서 중얼거립니다. “나도 아직 더 쓸 수 있어. 걸레를 빨거나 뭐 그러진 못하지만, 공책 열 권은 충분히 쓸 수 있다고, 난 연필이니까.” 옆에 있던 국어 공책을 열고 또박또박 글씨를 써 나갑니다. “자, 보라고, 얼마나 잘 쓸 수 있는데….” 그러자 공책도 한마디 합니다. “나는 너무 억울해. 내 얼굴이 못생겼다고 나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어. 내 마음은 이렇게 깨끗한데 열어 보지도 않고 말이야.” 공책이 훌쩍거리자 손이, 온이도 훌쩍훌쩍합니다. 연필이 글씨 흐트러진다고 신경질을 내는데 벌써 네모 반듯한 지우개가 와서 글씨를 지우고 있습니다.
공책과 연필뿐만 아니었어요. 어둠 속에서 갖가지 물건들이 나와 자기 자랑을 하며 떠들어 대느라고 시장 바닥 같습니다. 모자가 빙글빙글 춤을 추고, 크레파스가 밤 하늘에다 그림을 그리고, 신발도 큰 걸음을 걸어 보이며, “자, 봐! 우리는 멀쩡하다고!”하고 소리쳤어요. 손이와 온이도 걸레 빠는 시늉을 하고 설거지하는 시늉도 하며 자신만만하게 “우리도 잘하지? 우리도 멀쩡하지?”하며 맞장구를 쳤지요. 손이와 온이는 점점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어디선가 자기가 버린 물건들이 나와 욕을 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 떠올랐어요.
“너희들 모두 돌아가면 되잖니?” 손이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들 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우리랑 같이! 우리가 집에 갈 때 데려갈게. 쓰레기 청소차가 오면 태워 달라고 하지, 뭐!” 물건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에 다들 신나 했습니다.
그때부터 두 아이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아직 쓸 수 있는 물건들을 찾아냈습니다. 옷가지는 있는 대로 다 몸에 걸치고 신발은 있는 대로 다 신었어요. 모자는 겹겹이 머리에 쓰고 가위며 연필이며 지우개며 하는 것들은 주머니나 가방에 넣었습니다. 두 아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했지요. “한창 쓸 수 있는 걸 버리다니!” 몇 번이나 이런 말을 했는지 모릅니다. 두 아이는 새벽이 밝아 올 때까지 물건을 주었어요. 차 한 대가 새벽안개를 뚫고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손이와 온이는 주렁주렁 물건을 매단 채, “멈춰요, 잠깐만 멈춰요!”하며 달려갔어요.
트럭이 멈추자 손이와 온이는 운전사 아저씨를 붙들고 자기들을 집으로 돌아 가도록 태워달라고 사정했어요. 다행이도 운전사 아저씨는 착한 분이셨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셨습니다. 그래서 두 아이를 짐칸에 태우고 곧장 출발했어요. 상쾌한 새벽 바람이 불어 왔어요. 손이와 온이는 점점 멀어지는 난지도를 바라보며 이렇게 소곤댑니다. “오빠, 우리 내일 여기 또 오자, 쓰레기 주우러!” 그러자 몸에 매달린 쓰레기들이 소리쳤어요. “우린 쓰레기가 아니라니까!”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1. 엄마는 왜 손이와 온이를 쓰레기 봉지에 버렸을까요?
2. 손이와 온이는 왜 걸레를 빠는 시늉을 했을까요?
3. 손이와 온이는 왜 쓰레기를 집에 데려가려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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