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초원을 떠돌던 유목민이나 항해를 하던 선원들에게 밤하늘은 친구이자 길잡이였습니다. 사람들은 유난히 빛나는 별들을 이어 동물 모양을 만들어 내거나 신화 속 영웅들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재미난 이야기도 함께 곁들어서 말입니다. 그게 바로 별자리의 시초였지요. 별자리는 처음에 재미를 위해서 생겨났지만, 중세에 이르러 항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용적인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서 별자리가 지도의 역할을 한 거지요. 또한 망원경도 함께 발달하면서 새로운 별자리들도 생겨났어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러 사람이 제각각 별자리를 만들다 보니 같은 별자리인데도 지역에 따라 모양과 이름이 모두 달랐던 겁니다. 그러자 1922년 국제 천문 연맹은 회의를 열어 밤하늘 별자리 지도를 정리했어요.
그 후 1928년에 열린 총회에서 황도에 따른 12개의 별자리와 북반구 하늘의 별자리 28개, 남반구 하늘의 별자리 48개를 합쳐 총 88개의 공식 별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가운데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총 67개예요.
북극성으로 시작하는 별자리 여행
별자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별의 크기랍니다. 밝게 빛나야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기원전 2세기경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가 별의 밝기에 따라 등급을 만들었어요. 1등급부터 6등급까지 있는데 각 등급의 차이는 2.512배예요. 그러니까 6등급 별보다 5등급 별이 2.512배 밝은 거지요.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 보면 1등급 별과 6등급 별은 약 100배 정도 밝기 차이가 나요. 물론 이건 지구를 기준으로 하는 ‘겉보기 등급’이에요. 별의 거리를 상관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정한 등급입니다. 그래서 ‘절대 등급’이라는 개념이 생겨 났지요. 별들이 지구와 32.6광년 떨어져 있을 때를 기준으로 별들의 밝기를 계산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북극성의 겉보기 등급은 2등급 별이지만, 절대 등급으로는 금성과 비슷한 밝기인 -4.5등급 별입니다. 그러니까 북극성이 32.6광년보다 훨씬 더 멀리 있어서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인다는 뜻입니다.
별자리를 볼 때는 기준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기준은 바로 북극성이랍니다. 북극성은 생각보다 밝은 편이 아닌데 어떻게 기준이 될 수 있었을까요? 모든 별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에 1시간에 약 15도 정도씩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일주 운동과 하루에 약 1도씩 서쪽으로 움직이는 연주 운동을 합니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볼 수 있는 별자리도 바뀌지요.
이렇게 별들이 계속 움직이면 위치를 알기 힘든 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북극성은 지구의 자전축과 일직선으로 있기 때문에 일주 운동과 관계가 없고, 거리도 엄청나게 멀어서 지구의 공전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아요. 그래서 기준 별이 될 수 있는 거지요. 레이더가 없었던 시절 항해사들은 북극성을 보고 배의 위치를 가늠했다고 합니다. 북극성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을 찾는 겁니다. 그런 다음 국자의 끝 부분에 있는 두 별의 거리를 잽니다. 그리고 그 거리의 다섯 배 정도 떨어진 곳을 보면 북극성이 있답니다.
북두칠성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별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북두칠성을 ‘칠성님’이라고 부르며 사람의 수명을 결정하는 신이라고 믿었지요. 고구려 사람들은 자신들을 북두칠성의 자손이라고 믿어서 왕의 무덤 벽에 북두칠성을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북두칠성은 큰 곰자리의 꼬리에 속하는 별자리입니다. 북극성을 기준으로 북두칠성의 반대편에는 ‘W’ 자 모양으로 빛나는 별자리가 있어요. 바로 카시오페이아 자리이지요. 카시오페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왕비로 아름답지만 허영심이 무척 많았어요. 그러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화가 나 벌을 내렸고, 그 결과 거꾸로 매달리게 된 거라고 합니다. 그 옆에 보이는 오각형 모양의 별자리는 케페우스자리로 카시오페이아 왕비의 남편이랍니다. 또한 그 주변에는 작은 국자 모양의 작은 곰자리, 기다랗게 이어진 용자리와 기린자리 등이 놓여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별자리
*봄철 별자리
각 계절에 따라 별자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바로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럴 때 쓰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먼저 봄에는 ‘봄철 대삼각형’을 찾아야 해요. 역시 이때도 북두칠성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국자 모양의 손잡이 끝에 있는 별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유난히 반짝이는 별인 목동자리의 알파별 아르크투루스를 발견할 수 있어요. 그 별에서 다시 내려가면 처녀자리의 알파별인 1등급별 스피카가 보이지요. 거기서 다시 대각선으로 향하면 사자자리의 알파별인 데네볼라를 볼 수 있어요. 이 세 별을 연결하면 봄철 대삼각형이 이루어져요.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면 봄철의 별자리를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 별자리
여름에는 은하수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날씨가 춥지 않아서 별 보기가 참 좋은 때입니다. 여름철 별자리 역시 ‘여름철 대삼각형’을 찾으면 되지요. 가장 먼저 십자가 모양으로 은하수 위를 나는 백조자리의 알파별 데네브를 찾아요. 그곳에서 양쪽 대각선을 보면 둑수리자리의 알파별 알타이르와 거문고자리의 알파별 베가가 있는데 이 세 별자리가 만나 여름철 대감각형을 이루어요. 그런데 알타이르와 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유명해요. 바로 견우성과 직녀성이에요. 은하수를 기준으로 떨어져 있는 두 별의 모습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견우와 직녀를 닮은 것 같아요.
*가을철 별자리
가을철 별자리는 다른 계절의별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게 빛나는 별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별자리를 찾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요. 가을철 별자리의 기준은 ‘가을철 대사각형’인데 바로 하늘을 나는 명마 페가수스자리의 몸통입니다. 페가수스자리 옆에는 카시오페이아 왕비의 딸이자 아름다운 미녀였던 안드로메다 자리가 있어요. 우리가 잘 아는 안드로메다 은하가 바로 이 별자리의 허리 부분에 있지요. 그 위에는 바다뱀에게서 안드로메다를 구한 영웅 페르세우스 자리도 있습니다.
*겨울철 별자리
겨울은 날씨가 무척 춥지만 유난히 별이 많고 또 볼 수있는 별자리도 많은 계절입니다. 오리온자리가 바로 겨울철의 대표적인 별자리이죠. 오리온자리의 어깨에 해당하는 베텔기우스와 그 아래 가장 밝은 작은 개자리의 알파별 프로시온이 모여 ‘겨울철 대삼각형’을 이루지요. 보통 별자리를 보기 위해서는 저녁 9시쯤 맑은 날을 골라 다른 빛이 없는 어두운 곳으로 가야 합니다. 사실 어딜 가나 밝은 요즘의 우리나라에서는 참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모든 별자리를 다 보려면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하지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플레네타리움(천체 투영실)이에요. 주로 과학 체험관이나 천문대에 있는데 천장의 돔에 별자리를 비추어 사계절 별자리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메시에 마라톤
‘메시에 마라톤’은 별보기 마라톤입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는 1758년에서 1759년 사이에 지구에 올 것이라고 예측된 헬리 혜성을 프랑스 최초로 관측한 사람입니다. 그 후 그는 혜성을 찾는 걸 자신이 평생 목표로 여겼지요. 후에 메시에는 혜성과 성운을 헷갈리지 않기 위해 성운 110개를 기록한 목록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목록표에는 성운뿐만 아니라 성단과 외부 은하까지 포함되어 있었어요. 당시에는 대부분의 천체를 ‘성운’이라고 뭉뚱그려 말하던 때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1960년대 스페인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메시에는 성운 목록표를 평생에 걸쳐 만들었지만 우리는 잘만 하면 목록표에 있는 별들을 하룻밤 안에 다 관측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 후 1970년대가 되자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함께 모여 누가 더 많은 별을 관측하는지 내기하는 대회를 열었습니다. 그 대회가 바로 메시에 마라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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