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지 알아맞혀 볼래?]는 생전 처음 보는 쑥개떡을 손에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한광이에 대한 이야기로 박완서 작가의 작품입니다. 샌드위치와 소시지를 좋아하는 한광이는 둥치네 할머니가 주신 쑥개떡을 통해 잊혀 가는 옛 음식에 친숙함을 느끼게 되지요.
가정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평온한 문제로 엮어 가는 것으로 잘 알려진 작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떡이라는 소재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아이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혀 가는 과정에서 어른들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과거의 음식과 만나게 되지요. 이야기를 읽고 오늘날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부모님의 세대의 생활을 비교하면서 대화를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광이는 높은 아파트 7층에 살고 있습니다. 한광이하고 제일 친한 친구인 둥치는 마당이 있는 이층 집에 살고 있지요. 아파트 동네와 이층 집 동네는 서로 붙어 있습니다. 유치원 갈 때 가기가 아주 좋답니다. 그러나 둥치가 한광이네로 오는 것은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고, 주로 한광이네 둥치네로 놀러 갑니다.
둥치가 한광이네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 하니까요. 둥치 엄마는 둥치가 혼자서 엘리베이터르 ㄹ타는 걸 위험하다고 허락하지 않으시기 때문이죠.
둥치네 마당에는 지붕이 빨갛고 담이 노란 쬐그만 집에 똘돌이라는 강아지가 살고 있답니다. 한광이도 둥치 못지않게 똘똘이를 이뻐하지요. 한광이는 똘똘이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자주 둥치네로 놀러 가는 것입니다.
오늘도 유치원에 갔다 온 한광이는 엄마가 만든 간식을 뚝딱 먹어 치웠습니다. 그러고는 둥치네로 놀러 가겠다고 졸라댔지요. 엄마는 둥치네 가서 너무 오래 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허락을 해 주셨어요. 한광이는 엄마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 속에서 슬쩍 빼낸 소시지를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우쭐우쭐 신이 나서 아파트 단지 뒷문을 빠져나갔어요. 똘똘이가 소시지를 보고 꼬리 치며 반길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신이 나나 봅니다.
아파트 단지 둣문 밖이 둥치네 동네입니다. 찻길을 건널 필요는 없지만, 굴목을 몇 번이나 꼬부라져야 둥치네 집이 나오지요. 뒷문 밖으로 곧장 가다가, 약국이 있는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꼬부라집니다. 그리고 한참을 가면 왼쪽에 문구점이 나옵니다. 문구점을 끼고 꼬부라지면 곧바로 파란 대문 집이 보입니다. 이 집이 바로 둥치네 집이랍니다.
한광이가 약국 앞까지 왔을 때였어요. 이상하게 생긴 할머니가 한광이에게 손짓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웃고 계셨지만, 갈고리코에, 무서운 눈에다, 얼굴도 온통 쭈글쭈글한 게 그림책에 나오는 할머니를 닮았더랬어요. 옷은 또 얼마나 이상하다고요. 예쁜 빛깔도 아니고, 하늘하늘한 옷감도 아닙니다. 뻣뻣한 옷에 허리를 끈으로 질끈 동여매서 더 이상하게 보였어요. 왠지 기분 나쁜 할머니여서 한광이는 도망을 칠까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글쎄, 할머니 입에서 둥치라는 말이 나오지 않겠어요? “고 녀석, 꼭 우리 둥치만 하네. 너 혹시 둥치네 집이 어딘지 아냐?”둥치한테 시골 할머니가 계시단 소리는 들었지만, 저렇게 이상한 할머니인 줄은 몰랐지요. 한광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고 앞장을 섰습니다. 할머니도 둥치네를 처음 와 보시는 건 아닌가 봐요. 문구점 앞까지 오자 “아, 바로 저기구나.”라고 하셨어요.
한광이는 오늘은 할머니 때문에 둥치나 똘똘이하고 노는 게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았어요. 한광이는 그냥 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한광이를 불러 세우셨어요. 그러고는 이상한 걸 하나 손에다 쥐어 주셨지요. 둥글 납작, 거무스름, 찐득찐득, 크기는 찻잔 받침만 한 게 생전 처음 보는 거였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미처 물어보기도 전에 할머니는 둥치네 집으로 걸어가고 계셨어요. 한광이는 할머니가 주신 이 못생긴 물건이 별로 쓸모없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렇다고 당장 길에 버릴 수도 없었지요. 당장 그 할머니가 나타나 호령을 하실 것만 같았거든요. 한광이는 얼굴만 찡그린 뿐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있었지요.
그럴 때, 같은 유치원 친구인 슬기를 만났어요. “슬기야, 이게 뭔지 알아맞펴 볼래?” “고무 찰흙이잖아. 나 좀 줄래?” 만들기를 잘하는 슬기가 그 둥글납작한 것의 반을 뚝 떼어 갔어요. 한참 주물러 대다가 잘 안되나 봅니다. “뭐, 이런 불량품이 다 있어.”하고는 길에다 탁 버리고 가 버렸어요.
이번엔 놀이터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시내를 만났어요. “시내야, 이게 뭔지 알아맞혀 볼래?” 시내가 한참을 들여다 보고는 깔깔대며 놀려댔습니다. “똥이야! 또~옹! 이 바보야. 얼라리꼴라리. 한광이는 똥을 주워서 주무른대요.” “아냐, 똥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 똥은 노란데 이건 까맣잖아.” “사람 똥은 아니라도 개나 고양이나 쥐나 그런 짐승 똥일 거야.” 시내는 한광이까지 똥 보듯이 “아유, 더러워.” 하며 멀리 도망을 가버렸지요.
이번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동네를 산책하시는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할아버지는 울상을 하고 있는 한광이가 손에 쥐고 있는 걸 보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정답게 웃으시면서 물으셨어요. “웬 개떡이냐?” “개떡이요? 아하, 그럼 이건 개떡이군요?” 한광이는 안심이 되어 활짝 웃었어요. 할아버지 말씀이 맞는 것 같았어요. ‘내가 똘똘이 먹을 것을 꿍쳐 가는 것처럼 할머니도 똘똘이 먹이를 꿍쳐 오신 거구나.’ 한광이는 마귀 할머니 같던 할머니가 갑자기 인자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 대답은 영 딴판이었어요. “예끼 놈, 이 귀한 걸 개먹이라니. 모양 안 보고 아무렇게나 만들었다고 해서 개떡이라고 하는 거다. 이건 쑥까지 넣은 쑥개떡이로구나. 참 맛있겠다. 어디 맛 좀 볼까?” 반쪽만 남은 쑥개떡이 할아버지의 커다란 입 속으로 날름 들어가 버렸어요. 할아버지는 그 떡을 천천히 맛보면서 꿈꾸듯이 행복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한광이는 아깝고도 억울해서 빈 손을 코끝에 대 보았어요.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군침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둥치네 집에 가면 그걸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지요. 한광이는 돌아서서 냅다 둥치네로 뛰었갔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1. 한광이는 왜 둥치네로 자주 놀러 갔을까요?
2. 한광이는 왜 쑥개떡이 별로 쓸모없다고 생각했을까요?
3. 왜 한광이는 쓸모 없다고 생각한 쑥개떡을 바로 버리지 않았을까요?
4. 한광이는 왜 돌아서서 둥치네로 뛰어갔을까요?
5. 할아버지는 쑥개떡을 천천히 맛보고 꿈꾸듯이 행복한 얼굴이 되었어요. 그런데 한광이와 친구들은 왜 쑥개떡이 먹는 것인지 모르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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