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변화하는 만능 재료: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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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변화하는 만능 재료: 플라스틱

by &#$@* 2022.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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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역사를 통틀어 없을 만큼 많은 재료를 개발했지만 플라스틱만큼 다른 재료의 영역을 많이 빼앗은 재료도 없다.”

 

차례

1. 모든 재료의 자리를 빼앗은 신소재

2. 원하는 대로 만들어 드립니다.

3. 플라스틱을 죽인 황제

4. 플라스틱은 거대 분자

5. 우연에서 비롯된 중대한 발견

6. 플라스틱을 발견하기까지…

7. 플라스틱의 왕, 폴리에틸렌의 탄생

8. 플라스틱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1. 모든 재료의 자리를 빼앗은 신소재

페트병은 가볍고 운반하기 편하며, 투명해서 내용물이 보일 뿐 아니라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뚜껑을 열었다 다시 닫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획기적이지요. 그래서 페트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유리병을 시장에서 몰아낸 것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페트병의 독특한 디자인 또한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요. 원하는 대로 쉽게 성형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유리는 따라 하기 힘든 플라스틱만의 장정이기도 합니다.

 

그림 자료: 폴리에틸렌
(그림 자료: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이 주스 병만을 대체한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이 보급된 때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이지만 그때까지 목재나 도자기, 유리로 만들었던 수많은 제품은 서서히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지요. 종이 가방이나 천 가방도 얇게 늘린 플라스틱, 즉 비닐봉지에 그 자리를 넘겨 주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플라스틱 섬유로 된 옷을 입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플라스틱 식기로 음식을 먹으며, 플라스틱 카드로 돈을 냅니다. 플라스틱 매체로 기록된 영상을 플라스틱제 화면에 띄어 바라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저하된 시력을 플라스틱 렌즈로 교정하면서 생활합니다. 역사를 통틀어 인류는 수많은 재료를 개발해 다양하게 활용해왔지만 플라스틱만큼 재료의 영역을 빼앗은 것도 없을 것입니다. 

 

2. 원하는 대로 만들어 드립니다.

플라스틱의 이러한 강력한 ‘영역 빼앗기 능력’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답은 결점이 적고 변형이 자유롭다는 점에 있지요.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며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투명하게 만들 수도, 다양하게 색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즉 어떤 형태로든 성형이 가능한 것이지요. 

 

훨씬 가볍게 만들고 싶다면 발포 스티롤이나 우레탄폼처럼 공기를 넣어 경량성과 보온성을 추가해도 됩니다. 튼튼하게 만들고 싶다면 폴리카보네이트가 제격이지요. 폴리카보네이트의 내충격성은 일반 유리의 250배 이상으로, 가혹한 조건에도 견디는 까닭에 폴리카보네이트는 CD와 신호등, 항공기 재료 등에 널리 사용됩니다. 

 

열에 약하다는 점이 플라스틱의 치명적 약점이지만 비용만 아낌없이 투자한다면 꽤 높은 온도에 견디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폴리이미드라는 플라스틱은 섭씨 400도에 가까운 고온이나 절대 0도에 가까운 극저온에도 견디기 때문에 우주 개발에 필수 재료입니다. 

 

약품에 대한 내구성을 원한다면 테플론이 좋습니다. 진한 황산이나 강한 알칼리에 담가도 변하지 않으므로 실험용 기구에 안성맞춤인 거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일반적이면서 중요한 용도는 플라스틱의 마찰 계수가 낮다는 점을 활용한,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입니다. 

 

이처럼 플라스틱의 강점은 다채로운 얼굴, 폭넓은 용도에 있습니다. 순수 인공 재료여서 설계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성질을 부여할 수 있지요. 높은 발전 가능성은 목재나 금속과 같은 재료가 아무리 애를 써도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굳이 약점을 꼽자면 햇빛을 받았을 때 성능이 떨어지므로 장기간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정도인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성질 또한 현대 소비 사회에 걸맞은 특징이라 할 수 있답니다. 

 

3. 플라스틱을 죽인 황제

이처럼 다른 재료를 간단히 대체하는 플라스틱의 실력을 맨 처음 알아차린 사람은 어쩌면 로마제국 제2대 황제, 티베리우스였을 것으로 봅니다. 어느 날 어느 장인이 유리잔을 바치고 싶다며 티베리우스를 방문했는데요. 황제가 잔을 들고 감상하자, 장인이 잔을 돌려 달라고 하고는 그 잔을 바닥에 내던졌습니다. 그런데 그 잔은 깨지지 않고 움푹 파이기만 했지요. 장인은 느긋하게 작은 망치를 꺼내 잔 안쪽을 두드려 움푹 팬 곳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은 것이었습니다. 티베리우스는 그 장인만 컵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 버렸습니다. 장인이 만든 이 잔은 우리가 아는 플라스틱인 것으로 추측 됩니다. 장인이 죽는 바람이 안타깝게도 잔의 제조법은 영원히 미궁으로 빠지게 된 겁니다. 

 

티베리우스가 장인의 목을 친 이유는 이러한 물건이 나돌면 금을 비롯한 보물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는 로마 제정의 창시자인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뒤를 이어 안정된 국가를 건설하고자 절치부심한 인물입니다. 그의 눈에는 새로운 보물이 모처럼 확립한 가치 체계를 어지럽힐지도 모를 무시하기 힘든 위험 인자로 비쳤을 겁니다.

로마 이후의 유럽 문명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를 신소재는 발명자의 목숨만 앗아간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4. 플라스틱은 거대 분자

영어 단어 ‘plastic’은 본래 ‘가능성 있는,’ ‘유연한’이란 뜻이 형용사입니다. 단지 이러한 성질뿐이라면 점토든 밀가루 반죽이든, 모든 것이 플라스틱이란 말이 됩니다. 

그러나 단, 고무, 칠감, 접착제 등은 제외한다고 하는데요. 원자를 인공적으로 많이 결합시켜서 사용하기 쉽게 굳힌 물질은 모두 플라스틱인 셈입니다. 즉 플라스틱이란 말에는 소름이 끼칠 만큼 광범위한 물질 군이 포함되어 있지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 또한 정의상 플라스틱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림 자료: 고분자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의 구조
(그림 자료: 고분자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의 구조)

 

실제로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라는 고분자는 성형 방법에 따라 페트병이 되고, 플리스나 셔츠 같은 의류도 되며, 심지어 자기 테이프까지 됩니다. 플라스틱은 자유자재로 변하므로 전혀 달라 보이지만 분자 레벨에서 보면 똑같은 물질인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거대 분자라고는 해도 터무니없을 만큼 분자가 결합한 상태는 아닙니다. 플라스틱은 대부분 기본이 되는 단위 분자(모노머)가 여러 개 결합한 반복 구조입니다. 

 

플라스틱의 명칭에는 ‘폴리에틸렌,’ ‘폴리스타이렌’처럼 앞에 ‘폴리(poly-)’가 붙는 말이 많은데, 폴리는 그리스어로 ‘많은’이란 뜻입니다. 즉, 폴리에틸렌이나 폴리스타이렌은 각각 에틸렌과 스타이렌이란 단위가 많이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거대 분자란 말은 화학자가 다루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거대 분자는 좀처럼 액체에 녹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고분자 화학은 저분자 화학과 비교해 상당히 늦게 발전했습니다. 화학 공업이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한 데 반해, 플라시틱이나 합성섬유가 이보다 1세기쯤 지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거지요. 

 

5. 우연에서 비롯된 중대한 발견

그럼 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플라스틱을 흔히 ‘합성수지’라고 부르는데 수지 (송진 같은 나무 수액을 말려서 얻은 액체)는 인류가 처음으로 이용한 플라스틱 상태의 화합물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용도는 접착제나 미끄러짐 방지 장치 등에 제한되어 있었지요. 

 

옻 또한 이와 같은 수지의 한 예입니다. 옻나무에서 나온 수지를 목재 등의 표면에 말리면 수지에 포함된 우루시올이라는 성분이 효소 및 산소의 작용으로 서로 결합해 고분자가 됩니다. 즉, 옻그릇은 플라스틱의 먼 조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공 플라스틱은 한참 시대를 거슬러 내려온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탄생했습니다. 플라스틱 제1호 발견의 계기를 마련한 사람은 독일의 화학자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쇤바인(Christian Friedrich Schonbein)입니다. 1845년, 쇤바인은 자택 주방에서 실험을 하다가 질산과. 황산을 바닥에 쏟고 말았지요. 그런데 그 순간 앞치마가 불에 휩싸이더니 순식간에 타버렸습니다. 앞치마에 불이 붙은 이유는 앞치마의 성분인 셀룰로스가 황산의 작용으로 질산과 화합해 나이트로셀룰로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지요. 쉽게 불이 붙는 이 화합물은 훗날 전쟁터에서 ‘면화약’으로 크게 활약했습니다.

 

그리고 1856년에는 나이트로셀룰로스에 장뇌(녹나무를 증류하면 나오는 고체 성분)를 20% 섞으면, 이 물질이 단단해지지요. 미국의 인쇄업자이자 발명가인 존 웨슬리 하이엇(John Wesley Hyatt)은 이를 간편하게 만드는 법을 연구해 실용화에 성공했고 ‘셀룰로이드’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습니다. 셀룰로이드는 안경테, 틀린, 피아노 건반, 칼 손잡이 등에 널리 사용되어 폭발적인 매출을 올렸답니다. 1889년에는 카메라 및 필름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이스트먼 코닥이 셀룰로이드로 만든 영화 필름을 개발했고, 이 필름은 1950년대 무렵까지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셀룰로이드는 20세기 문화를 이끈 중요한 물질입니다. 그런데 셀룰로이드에는 불이 무척 붙기 쉽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셀룰로이드의 제조 및 저장에는 엄격한 규제가 가해졌지요. 오늘날에는 훨씬 다루기 쉬운 플라스틱이 출현하면서 셀룰로이드를 볼 기회도 줄었습니다. 셀룰로이드는 이제 거의 설 자리를 잃었지만 재료의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해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6. 플라스틱을 발견하기까지…

1970년에 미국의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Leo Backeland)가 페놀과 포르말린을 섞으면 단단한 고체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베이클라이트(Bakelite)’란 이름으로 판매했습니다. 베이클라이트는 완전한 인공 화합 플라스틱 제1호라 불리며, 지금도 전기 제품의 절연체로 사용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틱을 학문 면에서 이해를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1920년에는 독일의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거(Hermann Staudinger)가 거대한 분자, 즉 고분자 개념을 내놓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원자 수가 수십 개에서 수백 개 정도의 저분자만 알려져 있었으므로 그의 주장을 지나치게 기발한 아이디어로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설을 증명해 낸 화학자는 미국의 월리스 캐러더스(Wallace Carothers)였습니다.  캐러더스 팀은 연구를 계속하다가 어느 날 연구원 한 명이 이 덩어리에 막대를 꽂아 당기면 덩어리가 길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연구원들은 얼마나 길게 늘어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캐더러스가 연구실을 비운 날, 방 안을 돌면서 덩어리를 당겨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명주실과 흡사한 질긴 섬유가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합성섬유 제1호, 나일론입니다. 

이처럼 고분자의 성질은 분자 하나하나의 구조보다 대개 분자끼리 어떻게 모이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고분자를 길게 잡아당기는 기법에는 ‘냉연신법’이란 이름이 붙어 질긴 섬유를 만드는 한 가지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답니다. 

나일론으로 만든 스타킹은 1940년에 미국에서 발매되어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들어진 거미줄보다 가늘고 비단보다 아름다우며 강철보다 강한 섬유’란 선전 문구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림 자료: 합성섬유 제1호, 나일론
(그림 자료: 합성섬유 제1호, 나일론)

 

7. 플라스틱의 왕, 폴리에틸렌의 탄생

플라스틱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폴리에틸렌은 가히 왕이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존재이지요. 양동이나 비닐봉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은 대개 폴리에틸렌으로 만듭니다. 생산량으로 따지면 전체 플라스틱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당분간 그 지위가 흔들릴 일도 없어 보입니다. 

 

폴리에틸렌은 1933년, 영국의 임페리얼케미컬 공업이 에틸렌 가스를 벤즈할데하이드란 물질과 반응시키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1,400 기압, 170도의 고온고압에서 내부가 흰 밀랍 상태의 물질로 덮여 있었던 것입니다. 머지않아 이 물질은 에틸렌이 여러 개 결합한 물질, 즉 폴리에틸렌이란 사실이 판명되었습니다. 그리고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던 해에 폴리에틸렌 제조법이 확립되어 처음으로 생산 공장이 가동되었습니다. 이  순간은 세계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폴리에틸렌이 레이더 설계에 혁명을 일으킨 까닭입니다. 

 

이렇게 폴리에틸렌의 역사는 우연한 발견의 연속이었습니다. 이후 각종 플라스틱의 생산성과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인 지글러-나타 촉매의 발견 역시 우연이 크게 작용했으며 테플론이나 폴리카보네이트 등도 행운의 산물입니다. 

 

8. 플라스틱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플라스틱은 자연계에 없던 물질이므로 발견 개량에 기존의 방법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한 행운 덕에 발전해온 플라스틱의 역사야말로 황무지에서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길을 개척해온 고난의 증거일 겁니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노하우가 축척되어 다양한 기능의 플라스틱을 설계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리고 발광이나 발전 기능이 있는 플라스틱도 차츰 등장하고 있지요. 이 플라스틱들은 앞으로 우리 생활을 지탱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순수 인공 재료인 플라스틱에는 이에 상응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각종 천연 재료와는 달리, 플라스틱은 세균이나 효소 작용에 의해 분해되어 자연으로 완전히 환원하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수 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미세 플라스틱)의 해양 유출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요. 인간이 쓰고 버리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은 자외선을 받으면 약해져서 잘게 분해되는데, 바다에 이 미세 플라스틱이 대량으로 떠다니고 있습니다. 물고기 같은 해양 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고 이 물고기를 또다시 인간이 먹고 있는 거지요. 플라스틱은 유기물을 쉽게 흡착하므로 각종 독성 물질을 농축 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미리 방지하고자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움직임에 활발해졌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일회용 빨대와 포크의 빨대와 포크의 사용을 금지하고 의무적으로 음료수 용기의 90%를 회수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미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가볍고 얇아서 잘게 쪼개지기 쉬운 비닐봉지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인간은 여태껏 수많은 재료와 함께 생활해오면서 이미 온갖 공해와 환경오염을 경험했고 똑 극복해왔습니다. 이제는 사전에 방지하는 지혜를 익혀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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