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알던 거인]은 봄과 겨울이라는 대비되는 계절을 배경으로 통해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입니다. 봄이 오자 마을은 작은 꽃과 새들로 가득하지만,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한 거인의 정원만은 굳게 닫힌 거인의 마음처럼 한겨울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거인이 자기밖에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고 정원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개방하자, 거인의 정원에도 봄이 오게 됩니다. 이야기 속 봄과 거울은 겉으로는 계절적인 배경을 나타내지만, 거인과 아이들의 관계 속에서 거인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요. 자기 것만 알고 남에게 베풀지 못하는 거인의 닫힌 마음은 일 년 내내 겨울인 셈입니다. 반면에 마음의 문을 열고 자기 것을 내어 준 뒤 거인의 마음은 화사한 봄과 같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남에게 양보하거나 남을 도와주고 행복해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날마다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거인의 정원으로 몰려갔습니다. 부드러운 잔디가 깔려 있는 정원은 널찍하고 아주 멋졌지요. 아름다운 꽃들이 잔디 위에 여기저기 별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복숭아 나무 열두 그루는 봄이 되면 자그마한 연분홍 진주빛 꽃망울을 터뜨렸고, 가을이 되면 탐스럽고 맛있어 보이는 열매를 맺었지요. 나무 위에 앉은 새들이 아름답게 노래를 하면 아이들은 뛰어놀다 말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습니다. “여긴 천국 같아!”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이 돌아왔어요. 거인은 먼 곳에 사는 괴물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그곳에서 7년을 보냈답니다. 7년이 지나자 거인은 친구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지요. 그래서 오랫동안 떠나 있던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거인이 돌아와 보니 아이들이 자기 집 정원에서 놀고 있지 않겠어요. “너희들 여기서 뭘 하는 거냐?” 거인은 엄청 거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도망을 갔지요. “이 정원은 내 것이야. 알겠어? 나 말고는 아무도 여기 들어올 수 없단 말이야!” 그러고는 정원 둘레에 높다란 담을 쌓았어요. ‘이곳에 들어오면 신고해 버리겠음!’ 거인은 이렇게 알림판을 써 붙였습니다.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거인이었어요.
아이들은 이제 뛰어놀 만한 곳이 없었지요. 길에서 놀려고 했지만 먼지도 많고 돌멩이투성이라 맘에 들지가 않았답니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나면 높은 담 주위를 빙빙 돌면서 거인의 아름다운 정원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요. “거기서 놀 때가 정말 좋았는데….”
마침내 봄이 오자 온 마을이 자그마한 꽃들과 새들로 가득했어요. 거인의 정원만 여전히 겨울이었어요. 아이들이 없으니 새들도 노래를 부를 생각을 하지 않고, 나무들도 꽃피우는 걸 잊어버렸답니다. 한번은 예쁜 꽃이 잔디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거인이 써 붙인 알림판을 보고 아이들이 너무 딱하다며 도로 땅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이런 정원이 반가운 것은 눈과 서리뿐이었습니다. “봄이 이 정원을 잊어버렸나 봐. 우리 여기서 일 년 내내 지내자.”
눈은 하얀 외투로 잔디를 온통 덮어 버리고, 서리는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은빛으로 칠해 버렸지요. 그러고는 북풍은 털로 온몸을 감싸고 초대해 함께 살았습니다. 북풍은 털로 온몸을 감싸고, 하루 종일 정원을 으르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굴뚝 뚜껑을 날려버렸어요. 북풍이 말했어요. “여기 정말 멋진 곳인걸. 우박한테도 놀러 오라고 해야겠어.” 그래서 우박도 왔지요. 날마다 세 시간씩, 우박은 기왓장이 다 깨질 때까지 지붕을 덜컥 덜컥 두드려 댔고 있는 힘껏 정원을 바쁘게 돌아다녔답니다. 회색 옷을 입은 우박의 숨결은 얼음처럼 차가웠습니다.
“왜 이렇게 봄이 더디 오는지 모르겠네.” 거인은 창가에 앉아 하얗고 싸늘하기만 한 정원을 내다보면서 말했어요.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좋으련만…” 하지만 봄도 여름도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봄도 여름도 오지 않았지요. 가을은 모든 정원에 황금빛 열매를 주었지만 거인의 정원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 거인은 너무 저밖에 몰라.” 하고 가을은 말했어요. 그래서 그곳은 늘 겨울이었어요. 그리고 북풍과 우박과 서리와 눈만이 나무 사이에서 춤을 추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침대에 누워 있던 거인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름다운 음악 같은 것이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왕의 군악대가 지나가는 모양이군.’하고 생각했답니다. 어디서 왔는지 작은 방울새 한 마리가 창문 밖에서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정원에서 들려오는 새의 노랫소리를 너무나 오랜만에 들은 거인은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우박이 머리 위에서 춤추기를 그만두었지요. 북풍도 잠자코 있었습니다. 열린 창문 사이로 달콤한 향내가 흘러들어 왔습니다.
“이제야 봄이 왔군.” 거인은 침대에서 내려와 밖을 내다보았어요. 거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담장 작은 틈 사이로 아이들이 기어 들어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어요. 눈에 보이는 나무마다 아이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나무들은 아이들이 돌아와 무척 기뻤는지 온통 꽃으로 단장하고 아이들 머리 위로 부드럽게 가지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새들도 즐겁게 지저귀며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꽃들은 푸른 잔디를 돌아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구석은 여전히 겨울이었습니다. 가장 구석진 그곳엔 작은 아이가 서 있었는데, 너무 작아 나뭇가지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무 주위를 돌면서 엉엉 울고 있었답니다. 가엾은 그 나무는 여전히 서리와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북풍이 그 위에서 으르렁대고 있었지요. “이리 올라봐 보렴, 꼬마야!” 나무가 할 수 있는 만큼 가지를 낮추었지만 아이는 너무 작았지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거인의 마음은 눈 녹듯 녹아내렸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나밖에 몰랐구나! 이제야 왜 이곳에만 봄이 오지 않았는지 알겠군. 저 가엾은 꼬마를 나무 위에 올려 주어야지. 그리고 저 담을 다 부숴 버릴 테야. 이제부터 내 정원을 언제까지나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게 할 테다.” 거인은 지금까지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뉘우쳤지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이 정말로 미안했어요. 거인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살그머니 현관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은 거인이 나타나자 겁을 먹고 모두 달아나 버렸습니다. 다시 정원에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단지 그 작은 아이만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거인이 다가오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거인은 아이 뒤로 걸어가 한 손으로 살며시 안아 나무 위에 올려 주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나무는 꽃망울을 터트리고 새들도 날아와 노래를 불렀어요. 아이는 두 팔을 벌려 거인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답니다. 이것을 본 다른 아이들도 이젠 거인이 전처럼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달려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봄도 왔습니다. “얘들아, 이제 이곳은 너희들의 정원이다!” 거인이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커다란 도끼를 가져와 담을 허물어 버렸습니다.
한낮에 시장에 가던 동네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거인이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놀다가 저녁이 되자 거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어요.”그런데, 그 꼬마 친구는 어디 있니? 내가 나무 위에 올려 주었던 그 아이 말이다.” 거인은 자기에게 입맞춰 준 그 아이가 가장 사랑스러웠어요. “모르겠는데요. 갔나 봐요.” 아이들의 말에 거인은 “내일 여기 오라고 그 아이에게 꼭 전해 주렴.”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거인이 말한 아이가 어디에 사는지 몰랐습니다. 전에 한 번도 그 아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인은 몹시 슬펐어요.
날마다 오후가 되어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거인과 함께 놀았습니다. 그러나 거인이 사랑하는 그 아이는 다시 오지 않았지요. 거인은 아이들에게 무척 잘해 주었지만 그 꼬마 친구를 잊지 못해 종종 말하곤 했습니다. “그 아이가 보고 싶구나!”
세월이 흘러 거인은 아주 늙고 쇠약해졌어요. 더 이상 아이들과 놀아 줄 수도 없었지요. 거인은 커다란 안락의자에 앉아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원이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쁜 꽃들이 많구나. 그래도 가장 아름다운 꽃은 아이들이지.”
어느 겨울날 아침에 거인은 옷을 입으면서 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이제는 겨울이 싫지 않았어요. 그저 봄이 잠을 자고, 꽃들이 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별안간 거인은 깜짝 놀라 눈을 바라보았지요. 그리고 보고 또 보았습니다. 정원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남 한 그루에 하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가지는 모두 황금빛이고 은빛 열매가 여기저기 매달려 있었어요. 나무 아래에는 거인이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작은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거인은 너무 기뻐서 계단을 뛰어 내려가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서둘어 정원을 가로질러 그 아이에게 달려갔어요. 아이 곁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거인은 몹시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지며 말했습니다. “누가 감히 네게 이런 짓을 했니?” 아이의 두 손바닥과 작은 두 발에 못 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냐니까?” 거인이 외쳤어요. “말해 보거라. 내가 큰 칼을 가져다가 그 놈을 없애버릴 테니.!” “아니에요!”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건 사랑의 상처예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거인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아이는 거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언젠가 한 번 당신의 정원에서 저를 놀게 해 주신 적이 있지요. 오늘은 저와 함께 제 정원인 천국으로 가실 거예요.
그날 오후, 아이들이 달려왔을 때, 거인은 숨을 거둔 채 나무 아래 누워 있었습니다. 하얀 꽃들에 묻혀서….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거인은 왜 “아무도 여기에 들어올 수 없어!”라고 했을까요?
거인의 정원은 왜 늘 겨울이었을까요?
거인은 왜 담을 허물었을까요?
거인은 왜 아이들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했을까요?
거인은 왜 작은 아이가 보고 싶었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