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의 동물 이야기’는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인 제인 구달의 자서전 ‘침팬지와 함께한 나의 인생’의 일부를 어린이를 위해 쉽게 고쳐 쓴 글입니다. 제인 구달은 자신이 사랑했던 침팬지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에 관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려 주고 있습니다.
나 (제인 구달)는 1960년에 탄자니아의 곰배에 처음 왔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많은 침팬지를 관찰할 수 있었지요. 부끄럼을 타는 바람에 자주 볼 수 없거나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은 침팬지를 제외하면, 침팬지들을 자구 그리고 많이 볼 수 있어 침팬지에 대해 잘 알게 되었지요. 침팬지는 인간과 비슷해서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침팬지, 그러 그렇게 생각하는 침팬지, 그리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침팬지가 있었답니다. 구달이 특히 좋아하는 침팬지는 늙은 플로였어요. 플로는 나의 캠프에 처음으로 다가온 침팬지였고, 또 자주 찾아왔기 때문에 플로와 그 가족들을 보면서 침팬지의 행동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1964년 플린트를 낳았을 즈음에 폴로는 우두머리 암컷이었습니다. 다 자란 수컷들에게는 함부로 대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암컷들과 어린 수컷들을 휘두를 수는 있었지요. 플로는 플린트가 필요할 때마다 플린트를 보호하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형제자매들도 플린트를 보호해 주었지요. 그래서 플린트는 점점 자신만만해져 자기보다 나이 많고 힘센 침팬지들에게도 덤비곤 했습니다. 침팬지들이 앙갚음을 하려고 하면 엄마나 형제, 자매들이 도와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플린트가 네 살이 되었을 때, 플린트는 그야말로 정말 ‘버릇없는 아이’였어요. 그즈음 폴로는 플린트의 젖의 떼려고 했지요. 그래서 플린트가 젖을 먹으려고 하면 밀쳐 내 버렸습니다. 이동할 때 플린트가 등에 타면 얼른 떨어뜨려 버렸어요. 다른 새끼들처럼 플린트도 몹시 화를 냈지요. 거칠고, 마구 덤벼들고, 숨이 막힐 때까지 울부짖기도 했어요. 심지어는 엄마를 물기까지 했습니다. 플린트가 너무 심하게 굴어서 플로는 다른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젖을 뗄 수가 없었어요.
침팬지들은 동생이 태어나면 혼자 자기 시작해요. 하지만 플린트는 새로 태어난 여동생 플레임을 안고 있는 엄마 품으로 자꾸만 파고 들었어요. 플로가 못하게 하면 울부짖는 바람에 그냥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여동생이 배에 매달려 있거나 말거나 엄마 등에 올라탔어요. 그리고 플로임의 털을 골라주면 자기도 해 달라고 졸랐어요. 그러나 어린 여동생을 괴롭히지는 않았지요. 여동생과 놀아주기도 하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기도 했어요.
어느 날, 여섯 달 된 새끼 플레임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요. 폴로가 몹시 아팠을 때 였어요. 플로는 너무 약해져서 나무에 오르지도 못했어요. 플레임이 아마도 엄마로부터 병이 옮아 죽은 것 같았지요.
며칠 뒤 플로는 다시 건강해졌어요. 이제 엄마의 모든 관심은 플린트가 차지하게 되었어요. 플린트는 엄마의 잠자리에서 함께 잤고,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끊임없이 털을 골라 달라고 칭얼거렸습니다. 보통 수컷 침팬지는 여덟 살이 되면 엄마를 떠나 다 자란 수컷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어른이 되었을 때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 시작해요. 하지만 플린트는 엄마를 너무 의지했어요.
오십에 가까운 나이가 된 플로는 너무 늙어 보였어요. 이빨은 닳아서 잇몸만 남고, 까맣던 털도 갈색으로 변한데다 드문드문 빠졌습니다. 늙은 할머니처럼 쪼그라든 연약한 모습이었어요. 등에 타려고 할 때마다, 엄마가 너무 늙어 자주 쓰러지는 바람에 플린트는 이제 걸어 다녀야만 했어요.
플로와 플린트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폴로의 몸이 약해져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었지요. 플린트가 옆에서 지켜주는 바람에 폴로는 말년을 행복하게 보낸 것 같아요.
1972년 엄마 플로가 죽었어요. 센 카콤베 강가에 죽어 있었지요. 플린트에게 엄마의 죽음은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엄마를 잃은 플린트는 더 이상 살아갈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풀이 죽은 플린트는 엄마가 죽은 강둑에 앉아 있기도 하고,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 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손을 끌어당겨서 털을 골라달라고 조르는 것 같기도 했지요. 하지만 엄마 플로의 몸은 차갑게 식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플린트는 그곳을 떠났어요.
플린트는 살아 갈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늘 혼자 지냈어요. 우리가 플린트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먹지 않고, 언제나 혼자 지냈어요. 그러다가 플로가 죽은 지 3주 후에 플린트도 죽고 말았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폴로는 왜 유난히 플린트를 거절하지 못했을까요? (젖 떼는 일; 등에 올라타는 일)
플린트가 다 자란 수컷들과 어울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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