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 않아]는 일본의 옛이야기를 다시 쓴 작품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죽음과 병에 대한 생각은 센따로로 하여금 영원히 죽지 않는 방법을 찾아 나서게 만듭니다. 결국 센따로는 우여곡절 끝에 영원히 사는 나라에서 살게 되지만 그곳은 센따로가 생각했던 그런 나라는 아니었지요. 이 이야기는 사람에게 있어서 죽음의 의미와 동시에 유한한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 한 옛날에 센따로란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센따로라는 이름은 백만장자라는 뜻이었습니다. 센따로는 이름처럼 엄청난 부자는 아니었지만 가난하게 살지도 않았지요. 아버지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아 그것으로 살고 있었어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서른두 살이 되도록 그렇게 살았지요. 그렇게 살 던 어느 날, 갑자기 죽음과 병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죽거나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은 센따로를 슬프게 만들었답니다. 센따로는 “사람의 일생은 즐기며 살기엔 너무도 짧아, 건강한 몸으로 한 오백 년은 살고 싶어.”라고 중얼거렸어요.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바라는 대로 오래 살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센따로는 진시황에 관한 옛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진시황제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강한 황제였지요. 커다란 궁전을 지었고, 유명한 만리장성도 쌓았지요. 황제는 탐욕스럽고 잔인했습니다. 황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가 있었지요. 하지만 황제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하루 종일 죽음에 대한 생각은 황제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자나 깨나 오로지 죽음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불로장생의 영약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황제는 정말로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고 싶었습니다. 마침내 황제는 신하들을 불러 모았어요. 황제는 자신을 위해 불로장생의 영약을 구해 줄 사람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늙은 신하 하나가 나서서 말했어요. “바다 건너 작은 나라에 은자가 살고 있습니다. 그 은자는 마시기만 하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약을 가졌다고 합니다.” 황제는 늙은 신하에게 은자를 찾아 약을 가져오라고 명령했어요. 황제는 은자에게 주라면서 배에 가득 보물을 실어 주었습니다. 바다를 건너간 늙은 신하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황제는 늙은 신하를 기다리다 병으로 죽었지요. 늙은 신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늙은 신하는 은자를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은자가 갖고 있던 약을 자신이 마셔 버리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때 이후로 후지 산이 바로 늙은 신하가 숨은 곳이라는 소문이 퍼졌어요. 늙은 신하는 후지 산을 지키는 신으로 숭배되었습니다.
센따로는 은자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은자를 찾기만 한다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어.’라고 센따로는 생각했어요. 센따로는 어릴 때 들었던 또 다른 옛이야기를 떠 올렸습니다. 옛이야기에 의하면 은자는 높은 산 꼭대기에서 도를 닦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센따로는 가까운 친척에게 집을 맡겨 놓고 길을 떠났습니다. 센따로는 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 찾아갔지요. 힘들여 꼭대기까지 올라갔지만 은자가 있는 산은 없었습니다.
마침내 후지 산에 도착한 센따로는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센따로가 물었어요. “불로장생의 영약을 갖고 있는 은자가 사는 곳을 아십니까?” 사냥꾼은 “그런 건 몰라, 나는 사냥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라며 비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사냥꾼의 비웃음이 마음에 걸렸지만 센따로는 은자를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후지 산 어디에도 은자는 없었지요. 센따로는 마음이 흔들렸어요. 이런 식으로 길을 찾다가는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센따로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그냥 돌아가자니 너무 아쉬웠어요. 센따로는 마지막으로 늙은 신하가 모셔진 절이라도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수호신으로 숭배되는 바로 그 늙은 신하를 말이에요.
절에 도착한 센따로는 영원히 사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칠일 동안 기도하고 빌었습니다. 칠 일째 되던 날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센따로는 여전히 기도하고 있었어요. 제단 깊숙한 곳의 문이 열리더니 늙은 신하가 나타났습니다. 환히 빛나는 구름에 싸인 늙은 신하는 센따로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어요. 가까이서 보니 늙은 신하는 정말로 늙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지요. 늙은 신하는 말했습니다. “네가 바라는 건 너무나도 이기적이다. 불로장생의 영약을 얻으려면 은자가 되어야 한다. 너는 은자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하느냐? 은자는 나무 열매와 소나무 껍질만 먹어야 한다. 은자는 세상에서 떨어져 욕심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 그렇게 지내야만 몸이 가벼워져서 물 위를 걷거나 두루미 등에도 탈 수 있다. 센따로, 너는 편하게 사는 것만 좋아한다. 보통의 사람들보다도 더 게으르지! 더워도 불평, 추워도 불평이고, 한겨울에는 맨발로 걷지도 못한다. 센따로, 네가 은자의 삶을 살 만한 참을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센따로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늙은 신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물었어요. “네가 그런 삶을 살 만한 참을성이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센따로는 자신이 있고, 그런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늙은 신하는 잠시 생각하고는 센따로가 열심히 기도를 해서 도와주겠다고 하며, 혹여라도 나중에 자신을 원망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영원히 사는 나라로 보내 주겠다고 했지요. 늙은 신하는 센따로에게 종이로 된 작은 두루미를 주고, 등 위에 타면 그 나라로 데려다줄 거라고 했습니다. 센따로는 의심이 들었지만 명령을 따르기로 했어요.
센따로가 두루미 등에 타자 이내 커지면서 날개를 피고 산을 넘어 바다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센따로는 이내 익숙해졌지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 며 칠 후에 그들은 섬에 도착했습니다. 두루미는 육지 쪽으로 날아가 착륙했어요. 센따로가 내리자 두루미는 날개를 접더니 다시 조그맣게 변해 센따로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센따로는 호기심에 가득 차 영원히 사는 나라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이상했고, 센따로가 살던 곳과는 달랐어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그래도 부자티가 났습니다. 센따로는 이곳에 머물기로 결심하고는 여관을 잡았지요. 여관 주인은 친절한 남자였습니다. 센따로는 큰 소리로 “이 나라에 살러 왔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주인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센따로가 표정이 이상한 이유를 묻자 주인은 곧 알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주인은 센따로가 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주었어요. 이리하여 센따로의 소원대로 영원히 사는 나라의 사람이 되었지요.
섬사람들이 알기로 지금까지 섬 안에서 죽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섬사람들은 병에 대해서는 아예 알지도 못했지요. 옛날에 이 곳에 들른 수도자들은 섬사람들에게 ‘천국’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나라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천국은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즐거운 곳이라고 했어요. 그러나 천국은 오직 죽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죠. 천국 이야기는 대대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천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섬사람들은 죽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랍니다. 센따로와는 달리, 섬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제발 죽여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섬사람들은 죽지 않는 삶을 지겨워했어요. 그들은 오래전에 수도자들이 말했던 행복과 만족을 준다는 천국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센따로는 섬사람들의 생각이 자신과 정반대임을 알았지요. 센따로는 죽음을 피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영원히 사는 나라에서 안도감을 느꼈답니다. 섬사람들은 죽고 싶어 했어요. 섬사람들은 영원히 사는 나라에서 불행을 느꼈어요. 그들은 센따로가 독약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거리낌 없이 먹었지요. 그런데 센따로가 좋은 음식으로 여겼던 음식은 전혀 먹고 있지 않았답니다. 다른 나라에서 상인이 오면 부자들은 앞다투어 그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독약을 얻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면 혹시 천국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지요. 하비만 그 어떤 독약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죽을 희망에 약을 마셨던 사람들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어요. 섬사람들은 헛되게도 죽음을 원했습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영원히 사는 것은 그들에겐 지겹고 슬픈 일이었지요. 약국에는 독약을 찾는 사람들로 끊이지 않았습니다. 독을 제거하지 않은 복어나 독충으로 만든 소스를 팔고 샀어요. 하지만 섬사람들은 감기조차 걸리지 않았습니다.
센따로는 섬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센따로는 지금 이 생활이 기쁠 뿐이었습니다. 결코 사는 데 싫증내기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는 섬 안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사람이었지요. 수천 년을 계속해서 살기를 원했으며 결코 죽음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센따로는 살아서는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센따로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씩 다른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센따로는 사업에서 많은 손해를 봤어요.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비었던 지갑은 어느새 채워져 있었어요. 몇 번을 실패해도 마찬가지였지요. 다음 날이 되면 모든 것은 그대로였습니다. 센따로는 이웃들과도 많이 다투었습니다. 제발 이웃이 사라졌으면 했지만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어제 싸운 이웃과 오늘도 싸워야 했습니다. 내일도 그 이웃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센따로는 조금씩 영원히 사는 나라가 싫어지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삼백 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하지만 그 삼백 년 동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요. 센따로는 영원히 사는 나라가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센따로는 고향 집을 그리워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삶은 단지 놀이에 불과했어요. 이런 나라에 머무르는 것은 바보짓이었습니다. 센따로는 이제 영원히 사는 나라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지요. 센따로는 죽기 싫다는 소원을 들어준 늙은 신하를 떠올렸습니다. 센따로는 고향 집으로 보내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제발 죽게 해 달라고 고 말이에요.
센따로가 기도를 마치자 종이 두루미가 튀어나왔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종이 두루미는 그대로였어요. 종이 두루미는 센따로가 탈 수 있을 만큼 커졌습니다. 센따로가 타자 두루미는 날개를 펴고 일본을 향해 날았습니다. 센따로는 자신이 두고 온 땅을 돌아보았어요. 센따로의 마음이 흔들렸지요. 이번에는 영원히 사는 나라가 그리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두루미의 날갯짓을 막아보려 했지만 헛된 일이었습니다. 두루미는 계속해서 날았어요.
갑자기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비에 젖은 종이 두루미는 점차로 느리게 날았지요. 마침내 종이 두루미의 날개가 바다에 닿았습니다. 한번 물에 닿자 종이 두루미는 날지를 못했어요. 센다로는 빠져 죽을 것만 같은 생각에 비명을 질렀습니다. 센따로는 죽기 싫었습니다. 늙은 신하의 이름을 불렀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주위에는 배 한 척 없었습니다. 거대한 상어가 센따로를 향해 왔습니다. 상어의 무서운 이빨을 보는 순간 센따로는 죽음이 코앞에 닥친 것을 느꼈어요. 센따로는 제발 구해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러나 상어는 센따로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았지요. 상어는 센따로의 목을 물었어요. 센따로는 이제 더 이상 울부짖지 않았습니다.
센따로는 자신이 지른 비명 소리에 놀라 깨어났습니다. 기도를 하다 잠에 빠진 것입니다. 센따로의 모든 놀라운 모험은 한바탕 꿈에 불과했던 것이죠. 센따로는 식은땀을 흘렸어요. 센따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제단 깊숙한 곳의 문이 열리더니 늙은 신하가 나타났습니다. 환히 빛나는 구름까지 꿈에서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늙은 시하는 센따로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어요. 가까이서 보니 늙은 신하는 정말로 늙어 보였지요. 늙은 신화는 “네가 바라는 건 너무나도 이기적이다. 불로장생의 영약을 얻으려면 은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어요. 센따로는 더 이상 늙은 신하의 말을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센따로는 고향으로 가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살았습니다. 센따로는 결혼해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또 결혼해 손자를 낳았어요. 센따로가 열심히 일한 덕분에 집안은 번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센따로는 행복하게 죽었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사냥꾼은 왜 센따로를 비웃었을까요?
여관 주인은 왜 이상한 표정을 지었을까요?
죽음을 두려워했던 센따로가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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