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선비, 장사하는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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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선비, 장사하는 선비

by &#$@* 202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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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선비, 장사하는 선비’는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의 전반부를 어린이에게 맞게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선비 허생의 매점매석이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상황과 가난하여 도둑이 된 무리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요. 여기서 박지원은 당시의 시대가 이미 낡은 인습에 얽매인 사회 체제였음을 밝히고 있어요. 즉 그 시대의 관념적 유교 사회와 경제 체제를 비판하고, 새로운 사회를 위한 ‘실학 정신’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발한 문체와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구성 덕분에 오늘날 까지도 많이 읽히는 고전 소설이지요.

 

옛날 옛날에 서울 남산 밑에 가난한 선비 허생이 살았습니다. 허생의 집은 조금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낡은 초가집이었어요. 집안이 그렇게 가난해도 허생은 책 읽기만 좋아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저 책만 읽었지요. 당연히 집안 살림은 허생 부인이 도맡아 꾸려 나갔어요.  남의 집에 삯바느질을 해서 간신히 먹을 것과 땔감을 장만했어요. 그렇게 해도 워낙 가난해서 쌀밥은 구경도 못하고 죽만 먹고 살 지경이었어요. 

 

어느 날, 허생 부인이 너무 배가 고파서 울먹이면서 말했습니다. “당신은 과거도 보지 않으면서 책은 왜 읽습니까?” 그러자 허생은 “나는 아직 책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소.”라고 대답했어요. “집이 이렇게 가난한데 책만 읽고 있으면 어쩌자는 것이지요?” 부인은 하도 답답해서 물었어요. 

허생은 대답도 없이 책장만 넘기자, 부인은 “지금까지 책만 읽었는데도 아직 부족하다는 건가요? 이제는 제발 물건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 일이라도 해서 살림을 꾸려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어요. 허생은 물건을 만들거나 집 짓는 일을 배우지 못했다고 하자, 장사라도 해 보라고 했지요. 부인은 “밤낮으로 책만 읽더니 배운 것이라고는 못하겠다는 소리뿐이군요. 그럼 집 살림은 누가 꾸려가나요? 이도 저도 하지 못할 거면 도둑질이라도 해서 식구들 끼니라도 마련해야지요?” 라며 화를 내며 다그쳤어요. 부인의 말을 듣던 허생은 읽던 책을 덮고 혼잣말을 했어요. “참으로 슬픈 일이다. 내가 10년 동안 책만 읽으려 했는데, 이제 7년밖에 안되었거늘….” 

 

 

허생은 집을 나섰어요. 그런데 7년 동안 문 밖 출입을 하지 않고 책만 읽어서 아는 사람이 없었지요. 그는 장터에서 아무나 붙잡고 “서울에서 누가 제일 부자인지 아시오?” 라고 물으니 “그야말로 두 말할 것도 없이 장안에 사는 변 씨가 아니겠소.”라고 대답했어요. 그 말을 들은 허생은 인사를 하고 변 씨를 찾아갔습니다. 허생은 변 씨를 보자마자 “집이 가난해서 장사를 해보려고 하는데 밑천이 필요합니다. 만 냥만 빌려 주시오.”라고 요청했어요. 이 말을 들은 변 씨도 대뜸 그렇게 하라면서 선뜻 만 냥을 내주었는데, 허생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습니다. 변 씨 집안의 하인들을 그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했어요. 왜냐하면 허생의 몰골이 완전히 거지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허생의 눈매는 총명한 기운이 있었습니다. 하인들이 주인 영감한테 아는 사람인지 물었지요. 주인 영감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비록 옷차림은 남루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간단하게 하고 조금도 비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으므로 재물을 탐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한번 시험해 보려고 만 냥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만 냥을 빌린 허생은 서울을 떠났어요. 그리고 안성까지 내려갔는데, 안성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큰 시장도 서는 곳이었습니다. 안성에서 대추와 밤, 귤, 배, 석류, 유자, 사과, 그리고 포도같은 과일을 두배나 되는 값으로 모두 사들였어요. 허생이 과일을 모두 사들이는 바람에 온 나라의 과일은 아주 귀해졌습니다. 온 나라에 과일이 없어서 잔치나 제사를 지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나 권세가 있는 사람들은 하인들을 안성까지 보내 비싼 값으로 과일을 사는 수밖에 없었어요. 과일 장사꾼들도 허생한테서 다시 과일을 살 수밖에 없었고요. 자기들이 팔았던 값보다 열 배는 더 주고 사야 했습니다. 허생은 돈을 아주 많이 벌었지만 겨우 만 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나라 형편을 알 만하다며 한탄했습니다. 

 

허생은 과일 판 돈을 갖고 제주도로 들어가서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과 다 바꾸었어요. 옛날 양반들은 머리에 상투를 틀고 그 위에다 망건을 썼습니다. 망건은 말총으로 만든 거지요. 허생이 망건 만들 말총을 다 사들여서 양반들이 쓸 망건 값이 치솟기 시작했어요.  금세 망건 값이 열 배나 뛰었어요. 허생은 이번에도 아주 비싼 값으로 말총을 팔아서 많은 돈을 벌었답니다. 

 

허생이 제주도에서 장사를 끝내고 육지로 나오면서 늙은 뱃사공에게 바다 건너에 사람이 살 만한 빈 섬이 있는지 물어 봤어요. 뱃사공은 꽃과 나무들이 무성하고 과일이 저절로 익어가는 섬을 알려 주었습니다. 허생은 사흘 동안 배를 타고 가서 섬의 위치를 정확히 봐 두고, 다시 사흘 동안 배를 타고 육지에 도착해서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갔습니다. 사방을 두루 살펴보다가 도적들이 사는 마을을 발견하고 그곳에 찾아갔어요. 도둑들의 처지를 듣고 허생은 배에 돈을 마련해 놓고 그 돈을 갖고 섬으로 가서 살도록 해 주었습니다. 허생은 먼저 섬으로 가서 이천 명이 1년 먹을 양식을 준비해 두었지요. 이 도둑들과 함께 농사를 지었는데 매년 풍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은 곡식으로 가난한 이웃 나라를 도와주면서 살았어요. 그러니 나라 안에는 도둑이 없어진 거지요. 3년 동안 도둑들과 함께 살던 허생은 섬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허생은 떠나기 전 도둑들에게 마지막 연설을 했어요. “… 자녀를 낳아 기르게 되면 음식을 뜨는 수저는 오른손으로 잡게 하고, 하루라도 먼저 태어난 사람에게 먼저 먹도록 양보하게 해라. 이것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허생은 배를 몰아 육지로 향했습니다. 육지로 가는 도중에 남은 돈에서 백만 양을 바다로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어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냥은 우리나라에서 다 쓰지도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육지로 돌아 온 허생은 나라 안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루 재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고도 아직 십만 냥이 남았어요. 허생은 그 돈으로 변 씨를 찾아가 갚기로 했어요. 변 씨를 만나 빌린 돈 만 냥과 이자까지 합쳐 십만 냥을 돌려주었습니다. 깜짝 놀란 변 씨가 이자는 십 분의 일반 받겠다고 하자 허생은 크게 화를 내면서 자신은 장사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변 씨가 붙잡는 소매를 뿌리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어요. 

 

변씨 집을 나온 허생은 남산 밑에 있는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5년 전에 집을 떠날 때와 똑같은 꾀죄죄한 차림새를 하고 말이에요. 물론 돈은 한 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

허생은 왜 부인에게 야단을 맞았을까요?

변 부자는 왜 물어보지도 않고 허생에게 만 냥을 빌려 주었을까요?

변 부자는 허생의 어떤 모습을 돈을 갚을 것이라고 생각했나요?

허생은 무엇을 위해 돈을 벌었을까요?

허생이 돈을 많이 벌었지만 정작 집에는 돈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지요. 그의 행동이 옳은 행동일까요? 옳지 못한 행동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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