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망원경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려면 천체 망원경이 꼭 필요합니다. 천체 망원경을 발명한 사람은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하지만 망원경이라는 장비를 처음 만든 사람은 네덜란드의 안경 업자 리퍼세이입니다. 갈릴레이는 이 소식을 듣고 직접 유리를 갈아 자기도 망원경을 만들어 보았어요. 그리고 바로 하늘을 관찰했어요. 그때부터 갈릴레이는 수많은 과학적 업적을 이룰 수 있었지요. 당시에 갈릴레이가 만든 천체 망원경의 배율은 9배 정도였답니다. 요즘과 비교하면 문방구에서 파는 가장 값싼 천체 망원경보다 성능이 좋지 못했지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어머어마한 발명이었어요.
이렇게 천문학은 천체 망원경과 함께 발전했어요. 보통 망원경은 렌즈가 클수록 멀리 보이기 때문에 유명한 천문대에는 대형 렌즈가 있는 아주 커다란 천체 망원경이 있어요. 망원경에는 볼록 렌즈를 사용해 별빛을 모아서 보는 굴절 망원경과 거울로 빛을 모아서 보는 반사 망원경 그리고 우주의 전파를 모아서 별을 관측하는 전파 망원경이 있답니다.
오늘날 가장 큰 렌즈가 달린 망원경은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있는 반사 망원경입니다. 지름이 무려 10m나 된다고 하네요. 하지만 2026년이 되면 이 기록도 달라질 거랍니다. 칠레 안데스 산맥에 지름이 25m나 되는 아주 거대한 반사 망원경을 만드는 중이기 때문이죠.
거대 망원경을 만드는 데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가 힘을 합친다고 해요. 그 나라들 가운데 우리나라도 있지요. 그래서 얼마 후면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가진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수많은 나라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경쟁하듯 대형 망원경을 만들고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망원경은 허블망원경입니다. 허블은 별들이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천문학자입니다. 바로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인 허블 망원경이지요. 허블 망원경은 반사경의 지름이 겨우 2.4m밖에 안됩니다. 앞에서 말한 대형 망원경에 비하면 정말 작지요. 하지만 세계의 어느 망원경보다도 더 선명하고 자세하게 별을 관찰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바로 허블망원경이 우주에 있기 때문이에요. 지구에서 보는 별빛은 대기권 때문에 흐려지지만, 우주에서는 그럴 일이 전혀 없거든요. 허블망원경 말고도 우주를 탐사하는 수많은 무인 우주선들 역시 우리에게 선명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있지요. 그런 사진들 덕분에 천문학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어요.
프리즘을 비춰 별 속을 해부하다!
천체 망원경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저 먼 우주의 별들까지 관측할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망원경으로도 별 속을 볼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별에 대해 신기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태양이 빛나는 이유는 거대한 석탄으로 이루어져서 그렇다던가, 태양 속은 서늘한데 표면 위의 구름이 빛나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태양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잘 알고 있지요. 태양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와 3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별들의 구성 성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19세기 경 독일에 세계 최고의 유리 기술자이자 물리학자인 요제프 프라운호퍼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초대형 망원경을 만들어 태양계 행성 가운데 하나인 해왕성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프라운호퍼가 만든 또 하나의 걸작은 바로 프리즘이지요. 비가 온 뒤에 하늘에 무지개가 나타나는 걸 본 적이 있나요? 무지개는 공기 중에 맺힌 물방울에 햇빛이 닿아 여러 가지 색깔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프리즘은 이런 자연 현상을 인공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삼각형 모양의 유리로 된 물체예요. 1814년 프라운호퍼는 자기가 만든 프리즘으로 햇빛을 비춰 봤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색깔 말고도 각각의 색깔 사이에 뭔가 검은 선이 보이지 않겠어요. 프리즘이 잘못된 게 아닐까 몇 번이고 다시 관찰해 봐도 결과는 같았어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비교적 밝은 빛을 내는 별을 프리즘에 비춰 봐도 역시 검은 선이 생겼다는 거지요. 사람들은 그 선을 프라운호퍼선이라고 불렀지만, 정작 프라운호퍼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평생 알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그 검은 선의 정체는 별에 어떤 원소들이 있는지 알려 주는 선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태양의 프라운호퍼선을 조사한 뒤, 태양에는 나트륨과 철을 비롯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원소 대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까지 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원소도 발견했지요. 그 원소가 바로 고대 태양신 헬리오스의 이름을 따서 지은 ‘태양의 원소’ 헬륨입니다. 물론 그 이후 지구에서도 아주 적은 양의 헬륨을 발견할 수 있었고, 요즘은 인공적으로 헬륨을 만들기도 전에, 이름부터 먼저 지은 건 헬륨 하나뿐이지요.
프라운호퍼선으로 알 수 있는 게 또 하나 있어요. 바로 별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프리즘 대신 빛을 아주 미세하게 나눠 주는 분광기를 써야만 하지요. 만약 수백, 수천 억 개의 별이 있는 은하가 1400억 개 정도 존재한다면, 별들을 맴도는 행성의 숫자는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프라운호퍼선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태양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별들이 수없이 많이 발견되었어요.
미국 나사(NASA)는 1977년 태양계의 행성들을 조사하기 위해 무인 우주선 보이저 1호와 2호를 우주로 보냈어요. 그 안에는 도금 처리된 동판 레코드가 들어 있었어요. 레코드에는 세계 각 나라의 인사말이 녹음되었고, 우리나라도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녹음 했지요. 뿐만 아니라 클래식부터 아프리카 부족의 노래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악과 새소리, 폭풍, 화산 소리 등 자연의 소리도 들어 있었어요. 또한 도로와 풍경 사진 그리고 지구의 지식수준을 증명할 수 있는 수학 및 과학 공식을 찍은 사진도 넣었고요. 은하계 내 지구의 위치도 그려 넣고요. 해왕성을 지나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미지의 우주를 영원히 떠도는 보이저 1호와 2호,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쉬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천문 관측 기기의 역사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옛날부터 망원경도 없이 하늘을 관측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지금처럼 인공적인 불빛이 없었고 대기도 맑아서 맨눈으로 천체 관측을 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먼 옛날 고조선 때부터 밤하늘을 관측했어요. 농사를 지으려면 계절의 변화를 알아야 했지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를 관찰하면 계절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럼 고조선 때부터 천체 관측을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1978년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문의면 가호리 아득이 마을에서 고조선 시대의 고인돌 유적이 발굴되었어요. 청동기 조각과 토기들이 발견되었는데, 그 가운데 얇은 돌판도 있었습니다. 그 돌판에는 작은 홈이 65개나 파여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 홈을 조사했고, 바로 고조선 시대의 별자리를 그려 놓은 천문지도였던 거지요.
그 돌판에는 북두칠성을 비롯해서 작은곰자리, 용자리, 케페우스자리 등 지금도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들이 새겨져 있었어요.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이 이후로도 우리나라의 천문 관측 역사는 계속 되었습니다. 삼국 시대에는 여러 개의 천문대도 세워졌습니다. 신라시대 선덕 여왕 때 만들어진 첨성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기구입니다. 게다가 첨성대 안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어요. 첨성대는 맨 아래부터 위까지 모두 29단으로 되어 있는데 바로 음력의 한 날 날짜와 똑같습니다. 그리고 돌들의 총 개수 역시 1년을 나타내는 265일과 거의 비슷하다고 하네요. 이를 보면 신라 시대의 과학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지요.
고구려 역시 천문 관측에 많은 힘을 쏟았어요. 고구려 시대의 고분인 무용총의 벽화에는 별자리가 함께 그려져 있어요. 그리고 강화도 마니산에 있는 참성단도 그때 세워진 겁니다. 조선 시대의 ‘세종실록지리지’를 보면 고구려 시대에 세워진 첨성대의 터를 발견했다는 기록도 나옵니다. 조선 시대 세종 16년(1434년) 경복궁에는 ‘대간의대’라는 천문대가 있었어요. 하지만 임진홰란 때 부서져 아쉽게도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 세종 때에는 또 다른 천문대인 ‘소간의대’가 만들어졌고, 숙종 14년(1688년)에는 소간의대를 참고해서 천체의 위치를 관측하는 ‘관천대’를 만들었는데 현재 창경궁에 가면 볼 수 있어요.
이처럼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아주 열심히 밤하늘을 관찰했습니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혜성, 일식, 월식 등을 관측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이러한 천문 현상은 나라에 아주 중요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알려주는 신호로 여겨졌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계산도 무척 정확했다고 해요. ‘삼국사기’에 나온 일식과 월식이 일어난 날짜를 지금의 컴퓨터로 계산해 봐도 무려 80%가 넘게 일치합니다. 기록의 기록이 약 70% 정도 정확하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놀라운 숫자입니다.
흔히 1611년에 갈릴레이가 태양의 흑점을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고려 시대의 역사서 ‘고려사’를 보면 이미 1024-1383년까지 모두 34회에 걸쳐 태양의 흑점을 관측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어요. 그 당시에는 검은 색 수정을 통해 흑점을 관측했다고 해요. 당시 기록을 보면 흑점이 11년 주기로 보인다고 나와 있는데, 최근까지 태양의 흑점이 나타나는 평균 시기와 일치한다고 해요.
조선 시대는 천문 관측기구들을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시대입니다. 특히 세종 대왕이 이루어 낸 업적은 놀랍습니다. 가장 유명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혼천의’입니다. 이 기구는 중구 고대에도 많이 만들어졌지만, 측정할 때마다 수동으로 작동시켜야 했어요. 하지만 세종 대왕 때 만들어진 혼천의는 자동 기계 장치였답니다. 또한 조선 시대 밤하늘의 별자리를 모두 그려 넣은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지금 봐도 정말 아름답지요. 이 두 가지 발명품은 마음만 먹으면 아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만 원짜리 지폐 뒷면을 보면 동그란 기구가 하나 있고, 그 뒤로 별자리들이 그려진 그림이 바로 혼천의와 천상열차분야지도랍니다.
이외에도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천문 관측기구는 무척 많아요. 실내에서도 천체의 위치를 관측하기 위해 혼천의를 간편하게 만든 간의, 태양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의 일종인 앙부일구 등 놀라운 발명품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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