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해 갈까요? 그들이 갖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터널을 지나’는 열한 살 소년 제리가 바다 밑 터널을 통과하며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제리는 바다 밑 터널을 홀로 통과할 자신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피나는 연습을 통해 마음속 공포를 극복하고 결국 바다 밑 터널을 통과하게 됩니다. 이로써 제리는 자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독립심을 갖게 되지요.
제리는 엄마와 함께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떠났어요. 여름휴가 첫날 아침, 제리는 엄마와 함께 해변을 걸었습니다. 그 해변은 휴가 때마다 엄마와 함께 갔던 곳으로 너무나 익숙했어요. 제리는 해변을 거닐면서 자꾸 바위가 많은 만을 바라보았어요. 산책 중에 뒤쳐지는 제리를 엄마가 빨리 오라고 재촉했어요. 걸으면서 그리고 오전 내내 안전한 해변에서 놀면서 계속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은 만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어요.
다음 날 아침 수영과 일광욕을 하러 갈 시간에 엄마는 똑같은 해변에 가는 게 지겨울 수도 있으니 다른 곳에 가자고 제안을 했어요. 하지만 제리는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했어요. 제리를 엄마와 함께 해변 길을 걷다가 저쪽으로 가서 바위들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바위가 있는 곳은 위험해 보였고 인적도 드문 곳이라서 엄마는 구경만 하고 해변이나 별장으로 돌아오라고 말했어요.
제리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이제 열한 살밖에 안 된 소년이었어요. 엄마는 자신이 제리를 너무 간섭해도 안 되고, 관심이 부족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제리는 내가 돌보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서 놀 수 있는 나이야. 제리도 나 없이 지낼 수 있어야 해.’ 엄마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달래면서 해변으로 갔어요.
제리는 엄마가 해변에 도착하는 걸 지켜본 뒤 만으로 가는 가파른 내리막길로 들어섰어요. 그리고 검붉은 바위를 지나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어요. 작은 곶과 거칠고 뾰족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고, 잔물결이 일렁이는 수면은 보랏빛과 검푸른 빛으로 빛났습니다. 한참 만에 도착하자 눈앞에는 하얀 모래 위에 부서지며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하얀 파도와 그 거머로 짙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어요.
제리는 곧장 물속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했어요. 제리는 수영을 잘 했답니다. 하얀 모래가 반짝이는 얕은 바다를 지나, 색이 바랜 바위가 괴물처럼 흩어져 있는 중간 지점을 지나, 제법 깊은 바다로 들어갔어요. 바닷물을 은 따뜻했지만 순간순간 깊은 곳에서 흘러든 차가운 해류로 제리는 깜짝깜짝 놀랐어요. 만과 곳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을 만큼 해변에서 멀리 나갔을 때, 제리는 바다 위에 둥둥 떠서 해변에 있는 엄마를 보았어요. 엄마를 발견하고 안심한 제리는 다시 해변으로 헤엄쳐 갔어요. 제리는 갑자기 외로움을 느꼈어요.
만 한 쪽에는 아까 보았던 곳에서 떨어진 작은 곳이 있었어요. 곶 가장자리에는 듬성듬성 바위들이 있었는데, 그 위에서 아이들 몇몇이 옷을 벗고 있었어요. 옷을 다 벗은 아이들은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 같았어요. 제리는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아이들 쪽으로 헤엄쳐 갔어요.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아이들은 고개를 돌려 실눈을 뜨고 경계하듯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제리는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아이들 옆에 있는 바위로 헤엄쳐 갔어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함께 놀라는 표정을 지었어요. 아이들은 큰 소리로 제리에게 인사를 했어요.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빙그레 웃었어요. 그러자 아이들은 제리가 관광 온 외국 소년임을 알아차리고 관심이 없다는 듯 제리를 멀리했습니다. 제리는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높은 바위 위에서 짙푸른 바다로 계속 다이빙을 했어요. 제리도 바위로 올라가 자신이 뛰어내릴 순서를 기다려 다이빙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아이들 중 가장 큰 아이가 물속으로 뛰어들더니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자 제리는 무슨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제리를 바라보더니 다시 바다로 눈을 돌렸어요. 시간이 얼마 즈음 지났을 때, 그 아이가 커다랗고 검은 바위 건너편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아이들도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한순간 주위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로 가득하다가 이내 하늘도 바다도 쥐 죽은 듯이 잠잠해졌어요. 짙푸른 바닷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어두운 물체만 눈에 띌 뿐이었습니다.
제리도 물속에 뛰어 들어 갔습니다. 눈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검은 벽을 손으로 더듬거리다가 곧바로 물 위로 올라왔어요. 낮은 담장처럼 검은 벽이 바닷물을 갈라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물 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물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던 아이들도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명, 한 명 바위 건너편에서 모습을 드러냈어요. 제리는 아이들이 바위 사이에 난 좁은 터널을 빠져나가 건너편으로 건너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리는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물속에서 아이들을 찾아 따라가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어요. 다시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바위 위에 있던 아이들은 다시 차례차례 바다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리를 뛰어넘어 계속해서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바위 위에는 아무도 남지 않고 뜨거운 햇살만 가득했습니다. 제리는 바위에 앉아 아이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으나 나오지 않아 수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160을 세었을 때 아이들이 한, 둘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숨을 몰아쉬며 옷을 집어 들고 제리를 피해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제리는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소리 내어 엉엉 울었어요.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시간이 꽤 흐른 후, 제리는 거칠고 뾰족한 바위 틈새로 보이는 검푸른 바다로 뛰어 들었어요. 발이 닿는 바닥까지 내려간 뒤 검은 벽을 다시 만져 보았지만 짠 바닷물 때문에 눈이 너무 아파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바다에서 나와 별장으로 돌아 간 제리는 엄마에게 물안경을 사 달라고 졸랐어요. 가게에서 엄마가 계산하자마자, 제리는 물안경을 낚아채듯 뺏어 들고 만으로 가는 가파른 내리막길로 달려갔습니다.
제리는 커다란 바위까지 가서는 물안경을 쓰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어요. 숨이 차면 다시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가득 들어마시면서 제리는 반복해서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왔다 했어요. 그리고 어렵사리 검은 바위벽 근처에서 터널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터널 안은 구불구불하고 어두워서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터널을 들어가 보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좁고 해초들이 있어서 무서운 생각이 들어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그 터널은 생각보다 길어서 오랫동안 숨을 참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제리는 다음 날, 그 다음 날에도 계속 그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연습을 했습니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코피를 많이 흘려 어지럽기까지 했어요. 그렇지만 제리는 계속 연습을 하고 난 후 그곳을 떠나기 하루 전에 모험을 실행하기로 했지요.
드디어 제리는 물안경을 꼼꼼히 챙기고 바닷속의 터널로 들어갔어요. 터널은 좁고 길어서 숨을 참기가 어려웠어요. 캄캄한 어둠 속을 지나갈 때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머리가 부풀어 오르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 죽을 것만 같은 느낌과 함께 의식도 흐릿해져 갔습니다. 제리는 물 위로 올라와서 정신없이 공기를 마셨습니다. 제리가 물안경을 벗자, 핏방울이 바다로 흘러내렸습니다. 코에서 흐른 피가 물안경에 가득 고였던 것입니다.
제리는 해변으로 헤엄쳐 가서 별장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제리는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가 바깥에서 들리는 엄마의 발소리를 듣고 깨어났어요. 제리는 얼굴에 있는 핏자국과 눈물 자국을 엄마에게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급히 화장실로 가서 씻었습니다. 제리의 얼굴에 몹시 피곤해 보였습니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을 했지만 제리는 마음이 편안했어요. “엄마, 2분 동안, 아니 최소한 3분 동안 물속에 잠수할 수 있어요.” 이제 제리는 더 이상 만에 가는 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제리는 왜 엄마의 부탁이나 청을 거절하지 못했을까요?
제리는 왜 동굴의 반대 쪽으로 나가는 구멍이나 터널을 찾아내고 싶었을까요?
제리는 왜 지금 터널을 통과하지 않으면 영영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제리가 터널을 통과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터널을 통과한 후 제리는 왜 더 이상 만에 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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