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 푸]는 중국의 옛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비천한 신분의 티키 푸라는 아이가 예술혼을 발견하고 구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마술옷의 비밀]에서는 소망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주제로 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티키 푸가 가진 예술에 대한 열정이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끼는 많은 예술 작품은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작품들입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티키 푸는 화방에서 심부름을 하는 소년이었습니다. 티키 푸는 하루 종일 일하고 밤에는 화방 마루에서 잠을 잤어요. 비록 심부름 소년이었지만, 티키 푸는 그림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심부름 소년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일은 업었지요. 티키 푸의 주인인 선생은 스스로를 예술가로 여겼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화방에서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화방 벽에는 오래 전에 죽은 화가들의 유명한 그림도 몇 점 걸려 있었습니다.
티키 푸가 주로 하는 일은 화방 청소였어요. 학생들이 바쁠 때면 먹을 것이나 차를 사다 주는 일도 했답니다. 티키 푸가 할 일은 그 밖에도 많았습니다. 가끔씩 발이나 창틀도 고쳐야만 했지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으면 붓이나 벼루를 던지를 학생들도 있었기 때문이죠. 티키 푸는 학생들이 그림을 그릴 종이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게으른 학생들은 물감을 섞는 일까지 티키 푸에게 맡겼어요. 그때야말로 티키 푸의 숨어 있던 영혼이 손끝에 나타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티키 푸는 온 신경을 집중해 물감을 섞었습니다. 그런 일이라도 없었다면 티키 푸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겁니다.
티키 푸는 쭈그리고 앉아 물감을 섞으면서 선생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티키 푸는 선생이 설명하는 유명한 화가를 이미 다 알고 있었지요. 그 화가 중에는 위오 와니라는 화가도 있었습니다. 화방 한 쪽에는 위오 와니가 직접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그 그림은 티키 푸에게 있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티키 푸는 그 그림에 얽힌 유명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그 그림을 위와 와니의 ‘뒷동산’ 또는 ‘무덤’이라고 놀렸습니다. 하지만 티키 푸는 그림에 얽힌 이야기가 틀림없이 사실이라고 믿었어요. 그 그림은 위오 와니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이었답니다. 햇살이 따뜻한 정원에 나무와 꽃들이 높게 자라 있었습니다. 그 사이 길이 나 있었고, 길의 끝에는 위오 와니가 살고 싶어 했던 궁전이 있었습니다.
위오 와니의 그림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황제가 직접 그림을 보러 왔습니다. 황제는 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길과 멋진 궁전을 보았어요. 황제는 그림 속의 풍경을 갖고 싶은 마음에 한숨을 쉬었습니다. 바로 그때, 위오 와니가 그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위오 와니는 길을 따라 걷다가 궁전 문 앞에 섰어요. 위오 와니는 아주 작아 보였지요. 문을 열면서 위오 와니는 황제에게 손짓을 했어요. 그러나 황제는 위오 와니의 뒤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위오 와니는 궁전의 문을 닫았어요. 위와 와니와 세상을 잇는 문을 닫아 버린 것이지요. 그것은 이미 삼백 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티키 푸는 위오 와니의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했습니다. 티키 푸는 밤마다 문을 잠그고 그림을 보았어요. 달빛 하나에 의지해 그림을 보았지요. 위오 와니가 세상에서 사라진 그 문을 보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지면 그림 속의 문을 두드리며 물었습니다. “위오 와니, 아직도 거기에 있나요?”
티키 푸는 조금식 깨어 있는 밤이 많아졌습니다. 화방의 창호지에 햇빛이 비치는 아침이 오면 티키 푸는 자신의 내부에서 타오르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감당하기 힘들었답니다. 티키 푸는 화가가 되는 것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었던 티키 푸는 점차 대담해졌습니다. 새벽이 밝아오면 티키 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학생들이 쓰는 종이를 가져다 엉성한 그림을 마구 그려 댔지요. 학생들은 왜 그렇게 일찍부터 오는지요. 티키 푸는 학생들이 오기 전에 자신이 그린 흔적을 깨끗이 치워야 했습니다. 붓과 벼루를 씻고, 화방 구석구석을 닦았습니다. 화방을 청소하는 티키 푸의 손끝에는 아직도 지난밤의 여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티키 푸는 양초를 훔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잠들었을 시간에 티키 푸는 양초를 꺼내 불을 밝혔어요. 밤새 양초 하나에 의지해 그림을 그리던 티키 푸에게 새벽은 희망이었습니다. 새벽에는 양초가 필요없었지요. 티키 푸는 자신이 그린 엉성한 그림에 만족했습니다. 티키 푸는 생각 했어요. ‘위오 와니가 날 가르쳐 주기만 한다면, 난 틀림없이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있을 텐데!’
마침내 티키 푸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티키 푸는 커다란 종이를 준비해 위오 와니의 그림 앞에 섰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려 본 적은 없었습니다. 티키 푸는 양초를 켜고는 위오 와니의 그림을 흉내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줄줄이 늘어선 나무와 꽃들, 그 사이로 난 산책길과 아름다운 궁전, 티키 푸가 흉내내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것들이었지요. 티키 푸는 그림을 보고 또 보다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궁전 문이 열리더니 늙은 노인 하나가 길을 따라 티키 푸 쪽으로 걸어왔어요. 티키 푸는 기뻐서 펄쩍 뛰었습니다. “위오 와니가 틀림없어!” 티키 푸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노인을 향해 모자를 벗고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위오 와니가 그림 끝에 서서 손을 내밀었어요. “나를 따라오너라.” 위오 와니가 말했어요. “네가 배우기를 원한다면 가르칠 것이다.” 티키 푸가 물었습니다. “위오 와니, 정말 계속 그곳에 계셨어요?” 티키 푸는 위오 와니가 내민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위오 와니가 대답했습니다. “창문으로 널 보고 있었지. 어서 오너라.” 티키 푸는 그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티키 푸의 발이 그림 속의 정원에 닿았습니다. 높다란 나무와 아름다운 꽃들이 잘 어우러진 정원에서는 요정들이 뛰놀고 있었습니다. 위오 와니는 궁전을 향해 걸어갔어요. 티키 푸가 위오 와니의 뒤를 따르며 물었어요. 황제가 위오 와니의 뒤를 따르지 않은 것은 바보짓이 아닌지 궁금했던 거지요. 위오 와니는 황제는 예술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바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위오 와니는 아름답게 칠해진 궁전 문 안으로 티키 푸를 이끌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와 촛불이 꺼졌습니다. 화방을 어둠에 잠겼어요.
티키 푸가 돌아온 것은 아침이 환히 밝은 후였습니다. 티키 푸는 빠른 걸음으로 산책길을 지나 그림 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학생들이 오기 바로 전에야 티키 푸는 벌여 놓았던 것들을 모두 치울 수 있었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은 티키 푸가 무언가 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티키 푸를 살펴보았지만 달라진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선생은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아무도 없는 밤에 나쁜 짓을 하는 게 분명해.’
밤이 되자 선생은 티키 푸가 있는 화방으로 갔습니다. 화방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비치고 있었어요. 선생은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는 눈을 댔습니다. 위오 와니의 그림 앞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고, 티키 푸는 그 앞에서 미친 듯 붓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선생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요. ‘저런 놈을 보았나?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심부름하는 주제에 감히 그림을 그려?’ 하지만 먼발치로 보기에도 티키 푸의 그림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어떤 화가의 것보다도 훌륭했습니다.
바로 그때 위오 와니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매일 밤 위오 와니가 티키 푸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죠. 위오 와니는 그림의 앞쪽으로 와 티키 푸를 불렀어요. 선생은 넋을 잃고 위오 와니와 티키 푸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때 위오 와니의 손을 잡은 티키 푸는 그림 속으로 풀쩍 뛰어 들어갔습니다. 산책길을 따라 걷던 그들은 궁전 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졌어요. 선생은 슬픔과 분노로 얼어붙었습니다. ‘이 조그만 녀석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나쁜 놈! 그 그림 안이 네 녀석이 공부하는 곳이었구나! 감히 내 그림 안으로 들어가다니. 그 그림은 내 눈의 즐거움을 위해 샀단 말이다. 조금 있으면 그림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될 거다.’
선생은 문을 열고 화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서둘러 붓을 들고는 그림 앞에 섰습니다. 선생은 티키 푸와 위오 와니가 들어간 문 앞에 벽돌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벽돌 틈에 진흙을 발라 단단한 벽을 만들었습니다. 문 앞에는 단단한 벽이 생겼어요. 일을 마친 선생은 기쁨의 웃음을 지었습니다. “영원히 잘 가거라, 티키 푸.” 집으로 돌아간 선생은 아주 달게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 학생들은 티키 푸가 어디에 있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선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곧 다른 아이 하나가 일을 도왔고, 티키 푸는 빠르게 잊혔습니다. 티키 푸의 선생은 가끔씩 수업 도중에 위오 와니의 그림을 쳐다보았어요. 궁전 문은 벽돌로 된 벽으로 굳게 막혀있었습니다. 선생은 티키 푸를 가둬 버린 일을 생각하며 웃었어요.
티키 푸가 사라진 지도 5년이 넘었습니다. 선생이 위오 와니 그림의 아름다움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선생은 자신이 한 말을 강조하기 위해 그림 앞에 서서 손을 흔들며 설명했습니다. 갑자기 선생이 설명을 멈추었어요. 선생은 그림 속의 벽 뒤에서 손 하나가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손은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고 있었어요. 학생들은 할 말을 잃고 공포에 잠겼습니다. 그들은 벽이 사라지는 과정을 두려움에 떨며 지켜보았어요.
마침내 손의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수염이 하얗게 센 위오 와니였어요. 위오 와니의 뒤를 티키 푸가 따라왔습니다! 키가 훌쩍 커 버린 티키 푸는 멋진 청년이 되어 있었어요. 티키 푸는 그동안 그려 왔던 수많은 그림들을 들고 있었지요. 티키 푸는 말 그대로 위대한 화가가 되어 세상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산책길을 걸어 나오고 있었어요. 벽돌 하나를 손에 든 위오 와니는 선생에게 물었어요. “왜 이런 짓을 했지?” “내가 안 그랬습니다.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 티키 푸의 선생은 들릴락 말락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선생이 우물쭈물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위오 와니는 들고 있던 벽돌을 선생에게 던졌어요. 벽돌을 맞은 선생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림 안의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나누었어요. 티키 푸는 위오 와니의 손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위오 와니는 부드럽게 티키 푸를 안으며 말했어요. “이제 내 친자식이나 다름없는 너를 세상에 보낸다. 피곤하거나 휴식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찾아오너라.” 티키 푸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지요. 위오 와니는 산책길을 따라 궁전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궁전 문 앞에서 위오 와니는 몸을 돌리더니 손을 흔들었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닫혔어요. 위오 와니는 사라졌습니다. 티키 푸는 젖은 얼굴을 그림에 대고는 아름답게 칠해진 문에 입을 맞추었지요. 티키 푸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오, 위오 와니, 아직도 거기에 있나요?” 티키 푸는 대답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그림 안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위오 와니는 왜 황제에게 그림 속으로 들어오라고 했을까요?
선생은 왜 그림에 벽을 만들었을까요?
황제는 왜 위오 와니의 뒤를 따르지 않았을까요?
위오 와니는 왜 그림 속으로 들어갔을까요?
위오 와니는 왜 궁전의 문을 닫았을까요?
티키 푸는 그림 밖으로 나온 뒤 왜 눈물을 뚝뚝 흘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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