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왕국]은 인도의 계급 제도인 ‘카스트 제도’를 서열과 역할이 뚜렷한 포커에 빗대어 풍자한 타고르의 이야기입니다. 포커 왕국은 계급과 위치가 정해져 있는 포커들이 정해진 일만 하고 살면서 왜 그래야 하는지, 그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무표정하고 기계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말과 행동을 하는 왕자 일행이 포커 왕국에 오면서 포커 왕국은 혼란에 빠지고 왕자는 자신들의 행동을 ‘이츠차’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포커 왕국 사람들은 ‘이츠차’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왕자 일행의 행동을 따라하기 시작하지요. 과연 ‘이츠차’는 무엇일까요?
포커 왕국 사람들은 이츠차를 통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잃었을까요? 포커 왕국 사람들이 왕자 일행을 통해 찾아낸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 바다 한가운데 포커 왕국이라는 외딴 섬이 있었습니다. 포커 왕국에는 킹과 퀸, 에이스와 잭이라는 귀족들과 십, 구, 팔, 칠,… 삼, 이라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이와 삼은 가장 낮은 계급이어서 킹이나 잭과 같은 귀족들과 한자리에 나란히 앉을 수 없었습니다. 포커 왕국의 법이나 규칙은 아주 엄격했어요. 포커 왕국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결정되어 있었고, 할 일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어디를 가든지 보이지 않는 감독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것처럼 정해진 일만 하고, 정해진 일 외에는 절대로 다른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계급에 따라 할 일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할 일을 스스로 찾거나 결정할 필요도 없었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무표정하게 움직였어요. 심지어는 넘어질 때 비명 소리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가만히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커 왕국은 아주 평화로운 나라였답니다. 모두가 아무 걱정 없이 자기 생활에 만족하면서 살았습니다. 어떤 시끄러운 소동이나 혼란스러운 일도 일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바다는 나직이 자장가를 부르며 하얀 파도로 섬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하늘은 어미새가 새기를 품에 안듯이 푸른 날개를 펼쳐 섬을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었습니다. 바다 건너 저 먼 곳에는 푸른 선 하나가 보이고, 그 뒤에는 기슭이 보였어요. 포커 왕국은 이렇듯 오랜 옛날부터 아름답고 조용했습니다.
바다 건너 먼 곳에 있는 푸른 선은 다른 나라의 바다였고, 그 뒤의 기슭은 다른 나라의 땅이었습니다. 이 나라에는 젊은 왕자가 슬픔에 잠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왕자의 어머니는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해 궁에서 쫓겨난 가련한 왕비였지요. 광자와 어머니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어요. 왕자는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냈습니다. 왕자는 종종 즐겁고 아름다운 상상을 했답니다. 하늘을 나는 말을 찾으러 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머리에 보석이 박혀 있다는 뱀과 하늘에 피어 있는 장미꽃을 볼 수 있다는 마법의 길을 찾아 떠나고 싶어 했습니다. 또 열세 개의 강과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 괴물이 있다는 오그성에 가서 괴물을 물리치고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공주에게 입맞춤해서 구해 주는 꿈도 꾸었습니다.
왕자는 상인의 아들에게 다른 여러 나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찰서장의 아들한테는 수호신 모험 이야기를 들었지요. 또 비가 오고 구름이 잔득 낀 날에는 어머니를 졸랐습니다. “어머니, 먼 나라 이야기를 해 주세요.” 그러면 어머니는 어렸을 때 들은 바다 건너 이상한 나라에 사는 아름다운 공주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왕자가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밖에는 비가 퍼붓고, 안개가 하늘을 덮었습니다. 그러면 왕자는 늘 안개 너머 먼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인의 아들이 와서 말했어요. “친구들, 난 이제 공부를 그만둘 거야. 행운을 찾아 먼 바다로 여행을 떠날 거라네. 그래서 자네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 “정말? 나도 같이 가겠네.” 왕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경찰서장의 아들도 말했습니다. “설마 나를 빼놓는 건 아니겠지? 나도 함께 떠나겠네.” 세 사람은 함께 떠나기로 했습니다. 왕자는 슬퍼하는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했어요. “어머니,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행운을 찾아오겠습니다.”
세 사람은 열두 척의 배를 이끌고 항해에 올랐습니다. 남풍이 불자 배는 왕자의 가슴 속에서 일었던 갈망처럼 물살을 헤치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들은 제일 먼저 도착한 소라 섬에서 배 한 척에 소라를 가득 실었습니다. 향나무 섬에서는 배 한 척에 향나무를 가득 실었습니다. 또, 산호섬에서는 배 한 척에 산호를 가득 실었지요. 왕자 일행은 사 년 동안 항해하면서 나머지 배에 각각 상아, 사향, 육두구를 가득 채웠습니다.
열두 척의 배에 물건을 모두 싣고 가던 어느 날, 무서운 폭풍이 몰아쳤어요. 배와 물건은 모두 바다 속에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다행히 세 사람은 파도에 떠밀려 어느 섬의 모래 해변까지 왔습니다. 그 섬은 바로 킹과 퀸, 에이스와 잭이라는 귀족들과 십, 구, 팔,… 삼, 이라는 시민들이 살고 잇는 포커 왕국이었죠.
지금까지 포커 왕국에서는 단 한 번도 질서가 흐트러지거나 깨진 적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일이 일어난 적도 없었고, 어떤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왕자와 상인의 아들, 경찰서장의 아들이 포커 왕국에 나타나자 그들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토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무려 세 가지씩이나 되는 문제를!
첫째, 느닷없이 떠밀려 온 세 사람을 어느 계급으로 대할 것인가? 킹과 퀸, 에이스와 잭처럼 귀족으로 대할 것인지, 아니면 십이나 구와 같은 계급으로 대할 것인지…. 이 중대를 문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선례가 없었던 것이지요.
둘째, 세 사람은 어느 종족에 속하는가? 세 사람과 피부는 하트 족처럼 붉은 얼굴빛인지, 아니면 클럽 족처럼 검은 얼굴빛인지…. 포커 왕국에서는 같은 종족끼리만 결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혼 제도와 법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토론은 끝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셋째, 세 사람의 의식주는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하고 음식을 먹고, 누구와 살 것인가? 또 잠을 잘 때 머리를 남서쪽으로 두게 할지, 북서쪽이나 북동쪽으로 두게 할지…. 포커 왕국은 세 사람이 나타나면서 온 나라 안이 떠들썩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를 해결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혼란은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토론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 사람은 배가 너무 고파 참을 수 없었어요. 세 사람은 여기저기 뒤지며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먹어 치우고, 마실 수 있는 것은 모두 마셨습니다. 그러자 포커 왕국의 모든 법과 규칙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도 토른은 계속되었습니다. 소단이 회의가 끝나면 쉬지 않고 토론을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세 사람은 규칙을 어기면서 계속 제멋대로 행동을 했답니다. 퍼커 왕국 시민들은 이런 세 사람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가장 계급이 낮은 이와 삼조차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세 사람을 보고 말했어요. “저것 좀 봐! 부끄러운 것도 모르는 자들이야.” “맞아요. 저 세 사람은 분명 우리들보다 한참 더 낮은 계급일 거예요.”
세 사람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난 다음, 포커 왕국을 둘러보았습니다. 포커 왕국 시민들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삐뚤어짐 하나 없이 줄을 서고 엄숙한 얼굴로 행진하는 것을 보고 세 사람은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세 사람의 웃음소리는 궁궐을 지나 에이스 집 앞을 거쳐, 잭의 농장 울타리를 따라 섬 전체에 퍼졌습니다. 포커 왕국에서 이러한 웃음소리는 처음 나는 소리였지요. 알다시피 포커 왕국에 사는 그 누구도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 사람의 웃음소리는 그들이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웃을 그치자 섬 전체에 퍼지던 웃음소리는 곧 사라졌어요. 포커 왕국에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경찰서장의 아들과 상인의 아들은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을 왕자를 졸랐어요. “왕자, 여기를 떠나자! 적막하고 으스스한 이 나라에서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 그러자 왕자가 말했어요. “어딘지 모르게 여기 녀석들은 우리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아. 이들 몸에도 살아 있는 사람처럼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는지 알고 싶어 졌어.”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조용한 섬의 규칙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 사람은 여전히 왕국의 규칙을 지키지 않았어요. 세 사람은 앉고 서는 것도, 몸을 돌리고 눕는 것도 정확하게 하지 않고 제멋대로 했습니다. 오히려 포커 왕국 시민들이 똑같이 앉았다 일어나는 것을 보고 배를 움켜잡고 웃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세 사람은 따분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킹과 퀸 그리고 에이스와 잭이 세 사람에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왜 우리 왕국의 규칙대로 행동하지 않는 거냐?” 세 사람은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이츠차요.” 그러자 킹과 퀸, 에이스와 잭은 마치 오랜 꿈에서 방금 깨어난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이츠쟈? 이츠챠가 뭐지?” 킹과 퀸, 에이스와 잭은 이츠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요. 그래서 그들은 이츠챠를 알아 내야 했습니다. 이츠챠를 알아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왕자의 행동을 감시하고, 하나하나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모두가 똑같이 한 방향만 바라보고 걷지 않았어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은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자기들에게도 반대쪽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이것은 포커 왕국에서 일어날 모든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포커 왕국 시민들은 이츠챠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 했어요. 시민들은 매일매일 즐겁게 살고 싶어 졌습니다. 꽉 짜인 규칙에 얽매여서 사는 것보다 왕자처럼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하며 사는 것이 더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것은 마치 겨울잠을 자던 큰 구렁이가 처음으로 봄기운을 맛보고 긴 잠에서 깨어나 감았던 똬리를 풀면서 기지개를 켠 것과 같았어요. 그리고 따스한 햇살과 웃음이 넘치는 낯선 언덕 위로 몸을 쭉 뻗는 것과 같았답니다.
스페이드 퀸을 비롯한 클럽 퀸, 다이아몬드 퀸, 하트 퀸은 커튼 뒤에 숨어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땅만 쳐다보며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요. 어느 봄날 오후, 하트 퀸이 발코니에서 왕자에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수정처럼 빛나는 눈길을 보냈습니다. “아!” 왕자는 외마디 감탄을 했습니다. “그저 모두 한 폭의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니!” 왕자는 하트 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왕자는 곧바로 두 친구를 불러서 말했습니다. “여보게 친구들, 이곳의 숙녀들에게도 우리가 일찍이 깨닫지 못한 매력이 있어. 내가 하트 퀸의 검고 투명한 눈과 마주쳤을 때, 마치 한 줄기 빛이 캄캄한 세상을 환하게 비춰 주는 것 같았어.” 두 친구는 알겠다는 듯한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그게 정말이야?”
그날 이후 하트 퀸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변해갔습니다. 하트 퀸은 법과 규칙을 어기기 시작했어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트 퀸의 자리는 잭의 옆자리로 정해져 있는데 뜬금없이 왕자의 옆자리에 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잭이 무표정한 얼굴로 엄숙하게 말했어요. “하트 퀸, 지금 실수를 하고 있소. 당신 자리는 내 옆이오.” 하트 퀸의 얼굴은 홍당무보다 더 빨개졌습니다. 이때 왕자가 용감하게 나서서 하트 퀸을 위해 말했어요. “아니, 그녀가 잘못 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실수랄 것도 없어요. 오늘부터 내가 잭이 될 테니까.” 포커 왕국의 모든 이들은 하트 퀸의 실수를 나무라면서 자신들의 실수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킹은 이나 삼한테도 팔꿈치로 채이고, 에이스는 킹과 잭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잭에게 밀려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와 십은 자신들의 지위가 킹이나 퀸과 같은 귀족이 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어요. 사와 오는 육과 칠이 앉도록 특별히 마련된 의자에 태연히 앉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변해 버린 포커 왕국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지요. 이제 포커 왕국은 변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가 되었답니다.
코킬새는 해마다 봄이면 찾아와 노래 불렀습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감미롭게 노래 부른 적은 없었어요. 바다도 옛날부터 ‘철썩철썩’하고 노래해 았지만 지금처럼 눈부시게 반짝거리며 다양한 화음으로 노래한 적은 없었습니다. 코킬새의 노래와 바다의 반짝거림은 포커 왕국의 모든 이들의 마음에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습니다. 포커 왕국의 생활은 활력이 넘쳤고, 사랑과 희망의 열정이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습니다.
이제 포커 왕국 사람들은 한결같이 무표정하고 엄숙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는 대신 사랑의 열병으로 괴로워하거나 근심으로 찡그릴 줄도 알았어요. 또, 후회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온화한 미소를 짓는 이들도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모두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클럽 에이스는 스페이드 킹의 뛰어난 외모를 질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생긴 것 말고는 볼 것도 없는 게….’ 그래도 내가 거리를 지날 때 모두들 나를 쳐다본다고!’
스페이드 킹 역시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며 중얼거렸어요. “도대체 저 클럽 에이스는 왜 상항 목을 길게 빼고 공작새 모양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지? 모든 퀸들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퀸들은 더 심하게 변했어요. 그들은 하루종일 외모를 치장하는 데에만 시간과 정성을 쏟더니 자기의 미모를 우쭐대기도 하고, 다른 퀸을 흉보고 놀랐습니다. 몇몇 뉜들 사이에는 따뜻한 우정이 사라지고 싸늘한 찬 바람이 불어 서로 시기하거나 다툼을 벌였습니다.
젊은 남자들은 나무 그늘에 앉아 게으름을 피우거나 숲 그늘 속에서 두 다리를 쭉 뻗고 서서 폼 잡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푸른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우연히 숲을 거닐다가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어요. 그들은 서로 첫눈에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젊은 남자는 여자가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커 왕국은 이제 사랑으로 설레고 있었습니다. 나뭇가지에서는 코킬새가 부드럽게 노래 부르고, 장난꾸러기 남풍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살랑살랑 간지럽히고 있었어요. 파도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 둔 젊은 여인들의 사랑은 파도를 따라 일렁거렸습니다.
왕자와 두 친구는 포커 왕국이라는 말라빠진 호수에 사랑을 불어넣어 생명의 물길을 터 준 것이지요. 하지만 호수에 사랑 가득한 생명의 물은 채워졌지만, 그 물은 흐르지 못하고 갇혀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모두들 반짝이는 눈과 떨리는 입술로 달콤한 말을 나누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 가슴속에 담아 두었지요. 서로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대딛다가 다시 두 걸음 뒤로 물러서는 신중함이 아직도 포커 왕국을 짓눌렀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허공에 떠 있는 성과 같이,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이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했습니다.
왕자는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포커 왕국의 모든 이들을 불러서 말했습니다. “오늘 밤에 피리와 퉁소를 불고 심벌즈나 북을 두드리면서 모두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춥시다. 기쁨의 고함을 칩시다. 오늘 밤, 하트 퀸이 배우자를 찾는다고 합니다.” 밤이 되자, 구와 십은 피리를 불었어요. 팔과 칠은 바이올린과 호론을 연주하고, 이와 삼도 신나게 북을 두드렸습니다. 요란한 음악은 포커 왕국의 모든 한숨 소리를 날려 보내고 주름진 얼굴을 펴놓았습니다. 그러고는 웃음소리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이 웃음 터지듯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습니다. 모두들 손에 손을 잡고 흥겹게 춤을 추었어요. 젊은 남자들은 여인들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을 했습니다. 여름날 시원한 바람이 포커 왕국에 불어와 나뭇잎들이 흔들리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냈습니다.
하트 퀸은 붉은 장밋빛 옷을 입고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습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으며 사랑을 꿈꾸었습니다. 눈을 떴을 때 바로 앞에 왕자가 있었으면 하는…. 그런데 정말로 눈을 떴을 때 왕자가 눈앞에 서 있었습니다. 하트 퀸은 깜짝 놀라 움츠리면서 두 손으로 발그레진 얼굴을 가렸어요. 하트 퀸의 발그레진 얼굴과 놀라 움치리는 모습을 본 왕자는 하루종일 하트 퀸을 떠올리며 떨리는 희망으로 바닷가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날 저녁,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궁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등불이 켜져 있는 궁궐은 불꽃들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어요. 하트 퀸이 연회장에 나타나자 모두 일어서 인사를 했습니다. 하트 퀸은 한 손에 하트로 만든 목걸이를 들고 왕자 앞으로 조용히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너무 부끄러워 왕자에게 목걸이를 걸어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자는 머리를 숙여 목걸이가 왕자의 목에 걸리도록 했지요. 조용하던 연회장은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습니다. 그 환호성이 얼마나 크던지 먼바다에 떠 있는 배까지 흔들릴 정도였답니다. 포커 왕국에 이처럼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왕자와 퀸을 옥좌에 앉히고 예부터 전해오는 왕관을 씌워 주었습니다.
한편 슬픔에 잠겨 하염없이 왕자를 기다리던 왕자의 어머니는 금으로 만들어진 배가 오자 왕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배를 탔습니다. 금으로 만든 배는 먼바다를 건너 왕자의 어머니를 포커 왕국으로 데려 왔습니다. 포커 왕국의 모든 이들은 더 이상 법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포커 왕국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자유롭게 지내며 자기가 하고 싶은 싶은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포커 왕국은 어떤 나라였나요?
포커 왕국 사람들은 왜 왕자 일행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을까요?
포커 왕국 사람들은 왜 왕자 일행의 행동을 신기하게 여겼을까요?
포커 왕국은 법과 규칙이 깨졌는데도 왜 활기가 넘쳤을까요?
포커 왕국은 왜 더 이상 법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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