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간판을 옮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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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간판을 옮긴 이야기

by &#$@* 202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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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간판을 옮긴 이야기]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안데르센의 작품입니다. 어느 날 도시에 폭풍이 불어와 간판들이 서로 바뀌어 버리지요. 그 다음날 가게의 간판만 보고 들어간 사람들은 황당한 일을 겪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곳은 간판과 광고들로 넘쳐나고, 저마다 자기네 가게나 상품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간판만 보고 가게에 들어가거나, 광고만 믿고 물건을 샀을 때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요.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폭풍이 간판을 옮긴 이야기

 

 

옛날 옛날에 할아버지가 빨간 바지와 빨간 윗옷을 입고, 깃털 모자를 쓰고 뛰어다니던 아주 어린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무렵 마을에서는 행사가 많이 열렸는데, 그 중에서 제일 볼 만했던 건 구두 수선공 조합이 새 회관으로 간판을 옮기는 행사였답니다. 젊은 기술자들이 커다란 술잔을 짊어지고 행진하면 나이가 지긋한 구두 수선공들은 끝에 레몬 곶은 칼을 들고 따라갔지요. 거리에는 온갖 악기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얼굴에 시커먼 숯검정을 묻힌 광대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사람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거리는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던 꼬마들은 길가의 도랑에 퐁 빠지는가 하면, 나이 든 아주머니들은 밀리지 않으려고 팔꿈치로 버티며 인상을 쓰고 투덜거렸지요. 집집마다 계단, 창문, 지붕 꼭대기 할 것 없이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공짜 구경꾼들로 바글바글했어요. 이렇게 술렁거리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새로 옮겨진 구두 수선공 조합에는 꽃과 초록 이파리로 꾸민 간판이 걸리게 되었답니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행사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잊을 수가 없지.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느 넓은 도시에서 간판들이 하룻밤 사이에 몽땅 이사를 간 거야.”

 

다음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넓은 도시로 여행을 했을 때의 이야기랍니다. 

그 때까지 할아버지는 그 나라에서 제일 큰 도시에 가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도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걸 보고, ‘음, 오늘은 틀림없이 간판 이삿날일 거야.’ 하고 생각했대요. 정말이지 그 도시에는 간판들이 무지무지 많았답니다. 종류도 가지가지, 그림도 가지가지 별의별 간판들이 다 있었대요.

 

양복 가게 간판에는 온갖 종류의 옷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양복 가게 주인은 촌스러운 사람부터 고상한 사람까지 어떤 사람의 옷도 만들 수 있었거든요. 또 담배 가게 간판에는 잎담배를 피우는 깜찍한 사내아이의 그림이 진짜처럼 생생히 그려져 있었습니다. 버터와 소금으로 절인 청어가 먹음직스럽게 그려진 간판, 목사님의 빳빳한 옷깃과 시체를 담는 관이 함께 그려져 있는 간판이 있는가 하면, 글씨가 깨알같이 적힌 간판과 커다란 그림 하나만 덜렁 그려 놓은 간판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온종일 도시를 쏘다니며, 간판 구경만 실컷 했다고 하네요. “간판을 구경하는 건 아주 신나는 일이야. 왜냐구? 간판을 보면, 그 집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성격이 어떤지까지 알아맞힐 수 있거든. 그 사람들이 직접 간판을 걸었을 테니까 말이야. 또 넓은 도시의 집들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안다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지.” 그래요. 할아버지 말씀대로 그건 참 신나는 일이죠. 어쨌든 별의별 간판이 다 있으니, 신기하고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 넓은 도시에 간 첫날밤, 간판에 엄청난 일이 생겼답니다. 한밤중에 듣도 보도 못한 무시무시한 폭풍이 몰려왔거든요. “으아아악…! 포포포포폭풍이다!” 깜깜했던 밤하늘이 순식간에 기왓장으로 뒤덮이고, 낡은 널빤지가 종잇장처럼 획 넘어갔어요. 사나운 푹풍에 부서지지 않으려고 혼자서 거리로 달려 나간 손수레도 있었어요. 괜히 밤거리를 쏘다니던 사람들은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휘청휘청 대다가 남의 집 문짝에 철썩 달라붙었고요. 

 

윙윙윙윙, 덜컹덜컹, 우당탕탕, 탕탕탕탕…! 정말이지 너무너무 시끄럽고 무시무시한 폭풍이었습니다. 폭풍은 갈수록 심해져 운하의 물이 둑이 넘어와 넘실넘실 솟구치면서 ‘음,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두리번 거리고 있는 것 같았지요. 굴뚝이란 굴뚝은 모조리 폭풍에 쓸려 날아갔고,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던 교회 탑들도 죄다 모가지가 똑 부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늙은 소방 대장네 집 앞에 있던 초소는 송두리째 뽑혀 거리를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신기하게도 발딱 일어나 어느 집 앞을 가로막고 섰어요. 그 집에는 지난번 화재 때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을 셋이나 구해 준 가난한 목수가 살고 있었지만, 초소는 그것도 모르고 그런 짓을 한 것이죠.

 

그런가 하면 넓적한 쇠 접시 모양의 이발소 간판은 성격이 ‘면도칼’ 같은 판사님댁 창에 푹 처박혔고, 방정맞은 대구 대가리가 그려진 간판은 근엄하신 신문 기자님네 창문으로 불쑥 날아들었지요. “에고, 저 버르장머리 좀 보게나!””아하하!” 이웃 사람들은 창가에서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하지만 웃다가 뒤로 벌러덩 자빠지고 말았어요. 심술쟁이 폭풍이 이웃집을 덮치고 미친 듯이 흔들어 댔거든요.

 

통 가게의 나무통은 점잖지 못하게 ‘여자 속옷 가게’ 처마 밑에 대롱대롱 매달렸습니다. 묵직한 액자에 끼워져 문 앞에 걸려 있던 고급 음식점 메뉴판은 폭풍 때문에 손님이 전혀 오지 않는 극장 입구로 후닥닥닥 날아갔습니다. 그러자 우스꽝스러운 포스터가 뚝딱 만들어졌어요. ‘겨자 넣은 수프와 쇠고기를 다져 넣은 양배추말이’라니! 아하하, 극장에서 그런 걸 다 먹는다고…! 하지만 그 뒤로는 그 극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요. 

 

꾀 많은 여우 가죽이 그려진 모피 가게 간판은 거룩하신 목사님네 집으로 팔랑팔랑 날아가 그 집 초인종 끈에 처억 걸렸죠. 그런가 하면 ‘고급 교양 학원’이라는 고상한 간판은 교양 없이 당구장 위로 훽하니 날아갔습니다. 그 대신 학원에는 ‘우유로 젖먹이를 키웁니다’라는 뜬금없는 간판이 날아와 걸렸고요. 어휴, 정말 장난을 칠 게 따로 있지.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에요? 목사님이나 교양 학원 원장님이 보시면, 예끼, 버르장머리 없이! 하고 노발대발하시지 않을까요? 고상한 분들께는 안된 일이지만, 폭풍이 저지른 일이니, 뭐 어쩌겠어요. 정말 끔찍한 밤이었던 것 같아요. 날이 새자, 온 도시의 간판들이 저마다 엉뚱한 데 가 붙어 있지 뭐예요? 몇 개는 해도 해도 너무해서, 할아버지는 아예 이야기하시기를 꺼렸답니다.

 

어쨌든, 이튿날, 그 도시에는 큰 소동이 벌어졌어요. 넓은 도시의 가엾ㅇ느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은 간판 때문에 몹시 놀랐어요. 간판만 믿고 찾아갔다가는 잘못 들어가거나 창피를 당했으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의논하러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모임에 간다는 게 그만, 사내아이들이 꺅꺅 소리를 지르며 책상 위를 뛰어다니는 학교로 들어갔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교회에 간다면서 극장에 가는 사람, 판사님 댁에 간다면서 여자 속옷 가게에 가는 사람, 담배 가게에 간다면서 교회로 들어가는 사람, 이발소에 간다면서 생선 가게에 가는 사람,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차라리 길가의 도랑에 발랑 드러누워, 그곳이 양복점인 척하는 간판은 그래도 젊잖은 편이었죠.

 

아마도 그런 폭풍은 다시는 불어 오지 않을 겁니다. 이제 그 폭풍을 겪은 사람은 할아버지뿐이에요.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 말이에요. 어쩜,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런 폭풍이 불지 않겠지만. 혹시 또 모르지요. 우리 손자들의 시대에는 어떨지, 그러니 다들 폭풍이 간판을 옮기는 동안에는 꼼짝 않고 집 안에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릴 수밖에 없지요.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1. 도시에는 왜 온갖 간판들이 다 있었을까요?

2. 할아버지는 왜 간판을 구경하는 것이 신나는 일이라고 하셨을까요?

3. 폭풍이 친 다음 날 도시에서는 왜 크나큰 소동이 일어났을까요?

4. 폭풍이 불어 도시의 간판들이 온통 뒤죽박죽 되었어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간판만 믿고 가게를 찾아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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