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는 우리에게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로 잘 알려진 필리피 피어스의 작품입니다. 프레시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고 하찮은 민물조개이지만, 댄과 로리는 프레시를 통해 신비로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댄과 로리는 강물이 불어나면 프레시가 떠내려갈까 봐 애를 태우기도 하고, 감옥에서 낚시를 하던 아저씨에게 프레시를 숨겨 놓은 곳을 들키지 않으려고 저녁 늦게 강둑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로리가 프레시를 잼 단지에 넣어 런던으로 떠나기 바로 전날 밤, 댄은 혼자서 프레시를 찾아 집을 나서지요. 댄은 프레시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이야기를 읽고, 만약 내가 댄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문 수문을 지나면서 쑥 깊어졌다가 다이 알아졌습니다. 수문 아래쪽 물은 잘못하다가 빠지면 죽을 정도로 아주 깊다고 합니다. 그곳에는 민물조개들이 살고 있었지요.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물조개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답니다. 하지만 얕은 강물 속 동맹이 사이를 뒤져 보면 이따금씩 조개껍데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쪽만 있는 경우도 있고, 두 쪽이 단단히 맞물려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껍데기 겉은 검푸르거나 초록빛을 띠었고, 껍데기 안은 희미한 진주빛으로 빛났습니다.
웹스터 가의 아이들은 얕은 물에서 그물을 들고 피라미나 민물새우같이 움직이는 것은 뭐든 잡으며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빈 껍데기가 아닌 진짜 민물 조개를 발견했습니다. 댄이 조개를 보고 이 조개껍데기를 가질 거냐고 물었어요. “어디 봐.” 로리가 말하는 사이에 댄은 껍데기 두 쪽이 꽉 맞물려 있고 유난히 묵직한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댄이 말했어요. “빈 껍데기가 아니야. 안에 뭐가 들어 있어. 살아 있는 조개야. 댄은 허리를 숙여 손바닥에 올려놓은 조개를 강물에 담갔습니다.
로리가 찰방찰방 물소리를 내며 다가와 민물조개를 만지며 “민물조개다! 민물조개는 한 번도 못 키워 봤는데.”라며 외쳤어요. 어쩌면 조개를 잡으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댄은 조개를 보호다듯 손을 오므리며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댄과 로리는 꼭 형제 같지만, 실은 사촌 간입니다. 로리는 사촌인 댄의 집에 놀러 와 있었지요. 로리가 살고 있는 런던의 집은 댄의 집처럼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강이 나오지는 않지만, 창턱에 작은 수족관이 있었습니다.
댄은 로리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로리는 댄을 잘 따랐고, 댄은 로리를 잘 보살펴 주었지요. 댄과 로리는 수족관에서 키울 생물들을 함께 찾기로 했습니다. 댄은 돌을 들추어 찾은 것이나 그물에 걸린 새우, 거머리, 편형동물, 달패이 들을 로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로리가 댄의 집에 머무는 동안 둘은 자주 강가에 나갔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잼 단지를 가져갔지요. 사실, 그전까지는 재미로 잡았었지요. 로리가 머물던 마지막 날, 둘은 마음에 드는 것들을 잡아 잼 단지에 담았고, 로리는 그 잼 단지를 가지고 런던으로 돌아갔습니다.
로리가 민물조개를 발견한 것은 로리가 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런던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닷새가 남아 있었지요. “그 조개는 가져갈 수 없을 거야. 잼 단지에 넣어 두어도 닷새를 버티진 못해. 수족관에 넣으려 할 때는 이미 죽었을걸.” 로리는 그 말을 듣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습니다. “민물조개는 처음이란 말야.” “그래도….” 댄은 조개를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을 것처럼 허리를 숙였습니다. “안 돼! 안 돼! 그건 내 조개란 말이야! 놔주지 마!” 물속에 넣어 두어도 괜찮은지 보려는 것뿐이야. 물살에 떠내려 가진 않을 거야.” 댄은 진흙이 묻어 있는 큼직한 돌 밑에 조개를 내려놓았습니다. 물살이 돌에 부딪히며 흘러갔지만 조개는 끄덕도 하지 않았지요. 조개는 다시 제집에 온 듯 편안하게 진흙 속을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잠시 후 조개가 살짝 입을 벌리자 파이 껍질 같은 것이 조금 밀려 나왔습니다. 로리가 속삭였습니다. “뭐 하는 거야?” 하지만 댄도 알 수 없었습니다. 로리가 런던으로 돌아가 직접 책을 찾아봐야 할 거예요. 그런데 조개가 진흙 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느낌은 착각이 아니었어요. 어느새 조개는 진흙 속 깊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깊숙이….
로리는 조개가 어디로 가서 숨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조개는 강물 속에 놓아 놓아야 하지만 도망치지 못하도록 어느 한 곳에 두자고 두 아이는 생각했습니다. 강물은 강둑에 부딪혀 소용돌이치며 흘러갔지요. 나무와 나무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이로 강물이 쉬지 않고 흘러갔습니다. 어쩌면 조개가 나무뿌리 사이로 흘러가 숨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그래서 댄과 로리는 하얀 플라스틱 상자에 구멍을 뚫어 조개를 넣어 놓기로 했습니다. 구멍이 생긴 상자에 진흙과 작은 돌멩이를 넣어 조개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답니다. 그러고 나서 상자를 강둑 아래 뿌리를 틈에 끼워 두었습니다. 강물이 상자 위로 넘치지 않고, 상자 옆에 뚫린 구멍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나가게끔 적당한 높이에다 말이에요. 그러면 조개는 강물 속에 있어도 도망치지 못할 것입니다.
댄은 상자를 여기저기 나무뿌리들 틈에 끼워 보다가 마침내 딱 적당한 높이의 나무뿌리를 찾아냈습니다. 상자가 잘 끼워졌나 보려고 살짝 눌러 보니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로리는 조개를 진짜로 수족관에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 좋아했지요. 로리는 그 조개 이름을 ‘프레시’라고 붙여 주었습니다. 로리는 몸을 앞으로 내밀고 강둑 그늘에 가려 어렴풋이 보이는 프레시를 바라보았습니다. 프레시는 벌써 진흙에 반쯤 파묻혀 있었지만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었어요.
로리는 다시 일어나서 멀찌감치 물러나 조개가 든 상자를 감상하듯 찬찬히 봐라보았습니다. 그러더니 뭔가 불안한 듯 말했어요. 상자가 너무 하얘서 눈에 확 띄어 누구라도 와서 프레시를 꺼내가고 말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댄이 벽돌을 가져와 하얀 플라스틱 상자를 숨겨 놓았지요. 그제야 로리를 안심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날마다 몰래 와서 프레시를 살펴보기로 했답니다. 상자의 물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지 확인해보려고 한 거지요.
로리는 날마다 프레시를 보러 갈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사흘째 되는 날은 비가 퍼부었지만, 둘은 비옷을 걸치고 장화를 신고는 프레시를 보러 갔습니다. 나흘째 되는 날 강둑에 와 보니, 강 저편에서 어떤 아저씨가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이제 댄과 로리는 들판을 지나올 때도 프레시가 어디쯤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둘이 프레시가 있는 강둑 바로 위쪽에 서 있어도, 낚시꾼은 낚시에만 정신이 팔려 아이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만이었습니다. 낚시꾼은 아이들에게 아직까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둘이서 강으로 내려가 벽돌을 치우고 여기저기 들쑤시면 낚시꾼은 아이들을 쳐다볼 것입니다. 댄과 로리가 가고 나면 직접 와서 살펴볼지도 모릅니다. 낚시꾼은 허벅지까지 오는 긴 방수 장화까지 신고 있었지요. 그래서 둘은 그냥 경치를 구경하러 온 것처럼 발길을 돌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로리는 혹시나 조개가 사라질까봐 걱정을 했어요. 어쩌면 강물이 불어나 프레시가 떠내려가고 말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 거지요. 그래서 댄이 어두워지기 전에 강가에 가 보았습니다. 낚시꾼은 짐을 싼 다음 쓸쓸히 휘파람을 불며 가 가버렸습니다. 휘파람 소리가 사라지자, 댄은 강으로 들어가 벽돌을 치우고 플라스틱 상자를 꺼냈습니다. 비가 왔지만 물은 넘치지 않고 프레시도 잘 있었습니다. 그래도 댄은 프레시가 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꺼내 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재미 삼아, 프레시가 사라지는 것을 보려고 돌 틈 진흙 속에 내려놓았습니다. 만일 프레시를 살펴보려다가 실수로 물에 빠뜨리면 프레시가 진흙 속으로 숨어 버릴 것이란 생각을 해 보았어요. 그러고는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들었지요.
댄은 프레시를 다시 상자에 넣고 벽돌로 상자를 가린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로리는 잠옷 차림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대은 로리에게 프레시는 잘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로리가 런던으로 돌아가기 바로 전날인 닷새째가 되는 날에 둘은 함께 강둑으로 갔습니다. 낚시꾼은 없었어요. 벽돌은 원래대로 세워져 있었고, 그 뒤에 플라스틱 상자가 숨어 있었지요. 물도 지난번과 다름없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프레시는 아무 탈 없이 잘 있었는데, 갇혀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어요. “내일 아침이면 잼 탄지에다 프레시를 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로리가 말했습니다.
그날 밤은 로리가 댄의 집에서 묵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로리는 댄의 방에서 지냈는데, 그날 밤에는 댄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댄의 아버지는 문단속을 하고 불을 끄고 나서,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댄은 그날은 한 밤에 자다가 깨어났어요. 갑자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말똥말똥하게 깨어, 부모님이 잠자리에 드는 소리와 옆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쌕쌕거리는 로리의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새근거리며 잠자고 있었지요. 댄은 일어나 장하를 신고는 집을 나왔습니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린아이가 잠든 방에 켜 둔 불빛을 제외하고는 온 동네가 깜깜했습니다. 댄은 골목길 가로등 불빛으로 생긴 제 그림자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댄은 강으로 가는 지름길로 들어섰어요. 달도 별도 없고 오직 어둠뿐이었습니다. 댄은 이곳에서 태어나, 줄곧 여기서 살아왔습니다. 이곳의 들판은 자기 몸처럼 훤히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둠 때문에 무서웠지요. 늘 다니던 길이었지만 잘 보이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야 했지요. 댄은 조심조심 나아갔습니다. 강에 이르기도 전에 강물 냄새가 나고, 발 밑에 밟히던 풀이 점점 더 무성해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댄은 어둠 속에서 캄캄한 강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고는 강둑을 더듬어 벽돌을 찾았어요. 댄은 멀지 않은 곳에서 벽돌을 찾아 냈습니다. 댄은 벽돌에 손을 댄 채 눈에 힘을 주었어요. 어둠 속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으려니, 어둠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였어요. 한동안 고요했다가 물 떨어지는 소리도 ㄷ르이고 처음 드는 새소리도 들렸습니다. 모든 소리가 지나간 뒤 강물이 속삭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지요. 댄은 마음만 먹으면 벽돌을 치우고 플라스틱 상자를 꺼내 쏟아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프레시는 퐁 하고 강물 속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물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을 만큼 조그만 소리를 내면서 말이에요. 이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두 번 다시 프레시를 찾지 못할 것이에요. 마음만 먹으면 삼 초 만에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정말 프레시를 놓아주려는 걸까?’
댄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았지만 마음속은 어둠으로 가득 찬 깊은 연못 같았습니다. 자기가 뭘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댄은 벽돌에서 손을 떼고 벌떡 일어섰습니다. 별돌 뒤로 뻗어 나온 뿌리에다 장화 신은 발을 올려놓았습니다. 발로 더듬더듬 뿌리는 찾아서 지그시 밟았습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발을 뗐습니다. 눌려 있던 뿌리가 탁 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뿌리가 그렇게 흔들렸으니 상자도 엎어졌거나 기울어졌을 것입니다. 프레시는 상자에서 빠져 나와 강으로 돌아가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물론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댄은 홱 돌아서 강둑을 기어오르더니 들판을 달렸습니다. 가로등이 켜진 골목에 이르러서야 발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걸어갔습니다. 댄은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단단히 잠그고, 침대로 기어 들어갔지요.
이튿날 늦잠을 잔 댄은 방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눈부신 아침 햇살과 로리가 침대 옆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프레시! 프레시! 프레시!” 로리는 노래를 불렀어요. 댄은 반쯤 잠긴 눈으로 로리를 바라봤습니다. 어젯밤에 강으로 나간 것이 꿈처럼 느껴졌는데,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아침을 먹자마자 댄과 로리는 강으로 갔습니다. 로리는 잼 단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둘은 늘 그렇듯 얕은 물로 내려갔어요. 로리는 벽돌을 보고 조그맣게 실망하는 소리는 냈어요. “기울어져 있네. 강물에 휩쓸렸나 봐!” 댄은 멀찌감치 서 있고 로리는 낑낑거리며 첨벙 하고 벽돌을 쓰러뜨렸습니다. 그러자 벽돌 뒤에 있던 하얀 플라스틱이 나타났어요. 상자는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장 낮은 귀퉁이에서 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 프레시… 프레시!” 로리는 작은 목소리로 애타게 불렀지요. 로리는 상자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댄은 멀찍이 떨어진 채로 말했습니다. 로리는 손가락으로 상자 바닥을 쿡쿡 찔러보았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까르르 웃었어요. 프레시가 감쪽같이 흙 속에 숨어 있었던 겁니다. 댄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리는 잼 단지에 진흙과 돌맹이와 강물을 적당히 담은 뒤 프레시를 넣었습니다. 댄은 그렇게 하고 있는 로리를 지켜보았습니다. 들판을 지나 집으로 오는 동안, 로리는 조심스럽게 잼 단지를 안고 있었어요. 멀리 런던까지 가는 동안 내내 그렇게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로리라면 분명히 소중히 할 거예요. 로리는 콧노래를 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댄에게 물었어요. “참, 내가 형한테 고맙다는 말 했지?” “고맙긴 뭘.”
하부르타식 질문:
댄과 로리가 강물에서 잡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프레시를 잡았을 때 댄과 로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댄은 왜 조개가 진흙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을까요?
댄은 왜 로리에게 한 밤중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댄이 로리 몰래 강으로 나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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