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으로 이사갔더니]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옥의 좋은 점과 한옥에 깃든 전통문화에 대해 이해하도록 돕는 이야기입니다.
해찬이는 아토피 때문에 시골 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옵니다. 처음에는 할머니와 조금 어색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고 배우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집과 생활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골 할머니 집으로 이사 왔습니다. 할머니 집은 지붕이 예쁜 한옥이에요. 나는 마당이 넓은 할머니 집이 참 마음에 들었지요. 엄마는 할머니 집에 살면 나를 괴롭히는 아토피도 없어질 거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이건 비밀인데요. 나는 할머니가 조금 무서워요. 부릅뜬 눈에 꾹 다문 입이 어쩐지 화가 난 것 같거든요.
할머니는 날마다 새벽에 부엌으로 들어가신답니다. 그러고는 물이 담긴 하얀 사발을 앞에 두고 손을 모으고 뭐라고 중얼거리세요. 할머니는 도대체 무얼 하시는 걸까요? 낮에 부엌에 들어갔더니 하얀 사발이 보였어요. 나는 사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지요. “조왕신을 모셔 놓은 귀한 거야.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어느새 할머니가 들어와 큰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후다닥 부엌을 뛰쳐나왔어요. “조왕신? 귀신 이름인가? 부엌에 귀신이 사는 걸까?” 나는 할머니가 더 무서워졌어요.
대청마루에 누우니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습니다. “엄마, 겨울에는 춥지 않을까요? 할머니 집에 보일러가 있나요?” 나는 엄마에게 물었어요. “괜찮아. 온돌이 있거든.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면 방바닥이 뜨듯해진단다.” 나는 갑자기 부엌에서 사는 귀신이 생각났습니다.
“할머니 집에서 좋은 냄새가 나요.” “나무와 돌, 흙, 짚 같은 좋은 재료로 지어서 그래.” “그게 왜 좋은 재료인가요?” “자연 그대로의 것이 우리 몸하고 가장 친하거든. 그래서 아토피가 있는 너한테도 좋은 거야.” 나는 할머니 집이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요.
참, 할머니 집에 불편한 게 딱 하나 있어요. 바로 화장실이 밖에 있다는 거예요. 할머니는 화장실을 ‘변소’라고 하시지요. 어느 날 할머니가 대뜸 그러시지 않겠어요. “변소에 들어가기 전에는 항상 ‘에헴’하고 소리를 내야 해.” 왜 ‘에헴’하고 소리를 내야 할까요? 그것은 변소에 사는 변소 각시 때문이랍니다. “변소 각시는 자기 머리카락을 세는 게 일인데, 갑자기 변소 문을 열면 깜짝 놀라서 머리카락 수를 몇까지 세었는지 잊어버리지. 그럼 불같이 화를 내며 그 사람을 변소에 빠뜨린단다.”
세상에나, 변소에 빠진다니… 그럴 수는 없지요. 그래서 나는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 할머니 말씀대로 ‘에헴’하고 헛기침을 했어요.
할머니 방시렁 위에는 단지가 하나 있답니다. “저게 뭐지?” 막 단지를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짓이야! 삼신이 노하시면 어쪄려고?” “사, 삼신이 뭔데요?” 나는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물었어요. “안방에서 나쁜 일을 몰아내는 신이지. 너도 볼살 펴 주고.”
나는 할머니 말씀이 믿기지 않았어요. 단지 안에 뭐가 있길래 나를 보살펴 준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살짝 열어 볼까?” 난 단지를 열어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묵직한 단지 뚜껑을 들다가 그만 단지를 깨드리고 말았어요. 나는 깨진 단지를 들고 뒤뜰로 가서 장독대 사이에 숨겨 두었습니다. ‘삼신이 노하시면 어쩌려고?’ 단지를 숨기는데 자꾸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그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엄마, 엄마!” 괴물이 자꾸 나를 쫓아 왔어요. 나는 재빨리 집으로 들어와 대문을 잠갔어요. “쾅! 쾅! 쾅!” 괴물은 대문이 부서져라 두드렸습니다. 나는 허둥지둥 부엌으로 숨었습니다. “어서 이리 숨으렴!” 아궁이 옆에서 웬 아주머니가 빨간 치마를 활짝 펼치며 소리쳤어요. 나는 재빨리 활짝 치마폭에 숨었어요. ‘우지끈!’ 옆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고물이 부엌으로 들어왔어요. 그러자 아주머니가 부지깽이를 휘두르며 소리쳤어요. “넌 안방으로 들어가! 어서!”
나는 얼른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이번에는 웬 할머니가 시렁 위에 앉아 있었어요. “할머니, 저 좀 살려 주세요! 괴물이 쫓아와요.”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괴물이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어요. 너무 무서워 눈을 질끈 감았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을 가로막았어요. “내 허락도 없이 감히 이 집에 발을 들이느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온 집에 쩌렁쩌렁 울렸어요. 할아버지는 괴물을 동아줄로 꽁꽁 묶었어요.
할아버지는 나를 꼭 안아 주시면서 어디 다친데는 없는지 물었어요. “할멈, 자네는 왜 보살펴야 할 아이를 도와주지 않는가?” 그러가 할머니가 대답했어요. “이 괘씸한 녀석이 나를 장독대에 버렸지 뭐요. 그러니 내가 힘을 쓸 수 있어야지.” 할머니는 시렁에서 내려오더니 나를 보며 말했어요. “네 할머니가 우리에게 정성을 다했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넌 괴물에게 잡혀갔을 거야.”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괴물을 변소 앞으로 휙 던졌어요. “너 때문에 머리카락 세던 걸 잊어버렸잖아!” 변소에서 앙칼진 변소 각시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잠시 뒤, 괴물이 비틀거리며 변소에서 나왔어요. 온몸에 똥이 덕지덕지 묻어서 말이에요. “한 번만 더 해찬이를 괴롭혔다간 혼쭐날 줄 알아!” 할아버지의 호령에 괴물은 줄행랑을 쳤어요.
그때 어디선가 엄마 목소리가 들렸어요. “해찬아, 해찬아!” “어서 일어나. 아빠 어셨어.” 눈을 뜨니 다행히 모두 꿈이었어요. “아빠!” 나는 벌떡 일어나서 아빠 품에 안겼어요. “우리 해찬이, 잘 잤니? 혹시 어젯밤에도 가려워서 못 잔 건 아니지?” 생각해 보니 어젯밤에는 한 번도 안 깨고 잔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도 안 가려웠어요.” 내 말에 아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집을 지키는 신들이 잘 보살펴 준 덕분이야.” 할머니 말에 아빠가 너털웃음을 지었어요. “자연 재료로 지은 한옥이라 해찬이 아토피에 좋았던 거지요.””아빠의 말에 할머니 말이 맞다고 했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해찬이는 왜 처음에 할머니가 무서웠을까요?
해찬이는 왜 할머니 집이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을까요?
할머니는 왜 해찬이네 식구를 데리고 집구석구석을 돌았을까요?
해찬이는 왜 이제는 할머니가 무섭지 않다고 했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