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속에 뭐가 들었나?]는 어린 아이기 때문에 으레 모르려니 생각해서 얕잡아 보고 무시하는 어른의 행동을, 아이가 혼내주는 김난지의 작품입니다.
생활 속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신과 똑같은 인격체로 대해 주기보다는, 뭔가 좀 모자라고 순진한 존재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나 감언이설로 아이들을 속이곤 하지요. [항아리 속에 뭐가 들었나?]에 등장하는 훈장님도 마찬가지이지요. 맛있는 꿀이 담긴 항아리를 막 항아리라고 속이니 말입니다. 어린아이니까 쓴 약이 들었다고 하면 당연히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똘이는 훈장님의 속임수를 거꾸로 이용해 어른의 잘못을 깨닫게 하지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가 훈장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생활 속에서 똘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었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 시골 마을에 똘이라는 아이가 살았습니다. 똘이는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지 꼬치꼬치 물어보는 아이였지요. 또 조금이라도 의심이 나는 일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알아 내고야 마는 꾀 많은 개구쟁이였답니다.
어느 날 똘이는 다른 날보다 일찍 서당에 갔습니다. 신발을 벗고 다른 날보다 일찍 서당에 갔습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문틈으로 훈장님이 뭔가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어, 훈장님이 뭘 저렇게 맛나게 드시는 거지?’ 훈장님은 똘이가 문틈으로 엿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커다란 항아리에서 뭔가를 떠먹고 있었지요. 한참 동안 항아리 속의 음식을 먹던 훈장님은 “이키, 벌써 녀석들이 들이닥칠 때가 됐네. 이게 뭐냐고 꼬치꼬치 따질 텐데. 그전에 얼른 감춰야겠다.” 하면서 서둘러 항아리 뚜껑을 덮고 벽장 속에 넣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있었어요. 문 밖에서 훈장님을 지켜보던 똘이는 항아리에 뭐가 들었을까 무척 궁금했지요. 하지만 꾹 참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도 똘이는 일찍 서당에 갔습니다. 그러고는 열린 문틈으로 방 안을 몰래 엿보았어요. 훈장님은 어제처럼 항아리를 앞에 두고, 그 속에 든 음식을 맛나게 먹고 있었습니다. ‘어, 훈장님이 또 항아리에 든 걸 드시고 계시네! 저게 뭐지? 날마다 저렇게 드시는 걸 보니 진짜 맛있는 거 같은데….’ 훈장님은 항아리에 든 것을 여러 번 떠먹더니, 조심조심 뚜껑을 닫아 벽장 속에 도로 집어넣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똘이는 그게 뭘까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또 꾹 참았어요.
다음 날도 똘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서당에 갔습니다. 오늘은 항아리 속에 든 게 뭔지 꼭 알아내기로 마음먹고서요. 아니나 다를까 훈장님은 항아리에 든 것을 몰래 먹고 있었답니다. 똘이는 궁금한 걸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방 안으로 성큼 들어갔습니다. 훈장님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 항아리를 벽장 속에 숨겼어요.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뗐습니다. “요 녀석아, 간 떨어지겠다. 왔으면 기척을 해야지.” “ 훈장님, 뭘 그렇게 허겁지겁 감추세요?” “예끼 이눔아, 내가 뭘… 뭘 감췄다고 그러냐?” 훈장님은 찔끔 놀라며 물었습니다. “훈장님, 제가 다 보았어요. 훈장님이 날마다 벽장 속에 숨겨 둔 항아리에서 뭔가 또 잡수시던 걸요.” “아, 그… 그 항아리. 그건 아주 쓴 약이 든 항이리란다.” 훈장님은 항아리에 든 것을 쓴 약이라고 둘러댔습니다. “무슨 약인데요?” “내가 속병이 나서 약을 좀 지었는데, 그걸 담아 둔 항아리란다. 근데 그 약은 너무나 쓰고 독해서 성한 사람이 먹으면 곧 죽고 말아.” “훈장님, 정말 성한 사람이 먹으면 죽나요?” “그래, 그렇다니까. 그러니 행여 그 약을 먹을 생각일랑 조금도 하지 말거라. 알았지?” 훈장님은 똘이에게 여러 번 다짐을 했어요. “알겠어요. 훈장님.”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똘이는 속으로 딴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체, 거짓말, 훈장님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계셔. 어떻게 그 쓴 약을 그렇게 맛나게 드실 수가 있어? 그게 뭔지 꼭 먹어 봐야지.’ 똘이는 항아리에 든 것을 꼭 맛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벽장 속 항아리에 든 게 뭔지 볼 수 있는 날이 왔습니다. 훈장님이 이웃 마을로 나들이 갈 일이 생겼거든요. “얘들아, 갑자기 이웃 마을에 중요한 볼일이 생겨서 급히 나가 봐야겠다. 내 금세 다녀올 테니, 오늘 배운 데까지 읽고 있거라. 나가서 놀지 말고, 꼭 글을 읽고 있어야 한다.” 훈장님은 아이들에게 여러 번 당부하며 말했습니다. “네, 어서 다녀오세요.”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으며 큰 소리로 대답했지요. 훈장님이 나가자 아이들은 글을 조금 읽는 척하다가, 하나둘씩 마당에 나가 놀았어요.
이제 방 안에는 똘이 혼자만 남았습니다. ‘옳지! 지금이 기회다.’ 돌이는 벽장 속에서 훈장님이 몰래 감추어 둔 항아리를 꺼냈어요. 그리고 훈장님처럼 조심조심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쓴 약 냄새는커녕 달짝지근한 냄새가 풍겨 나는 거예요. 게다가 약처럼 까맣지도 않고, 맑고 투명한 색깔이었어요. 똘이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찍어 혀끝에 대어 보았습니다. “햐, 달다! 이건 달콤한 꿀이잖아!” 똘이는 훈장님이 거짓말했다는 걸 알았지요. 똘이는 달콤한 꿀맛에 정신이 팔려 꿀을 쉴 새 없이 손가락으로 찍어 먹었습니다. 한 번, 두 번 먹다 보니 어느새 밑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지요. “이를 어째? 이걸 그냥 넣어 두면 분명히 내가 그랬다는 걸 금방 아실 텐데….” 똘이는 훈장님의 화난 얼굴이 떠올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꾀가 떠올랐어요.
똘이는 남아 있는 꿀까지 손가락으로 싹싹 찍어 먹었습니다. 이제 꿀 항아리 바닥은 물로 씻어 낸 듯 깨끗해졌어요. 꿀을 다 먹은 똘이는 무슨 꿍꿍이속인지 훈장님이 아끼는 값비싼 도자기를 확 내동댕이쳐서 깨뜨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고는 후다닥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랫목에 누웠습니다.
그때 이웃 마을에 갔던 훈장님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당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하나 둘씩 모여들었어요. 방 안으로 들어서던 훈장님은 방바닥에 흩어져 있는 깨진 도자기 조작과, 그 옆에 뒹굴고 있는 텅 빈 꿀 항아리를 보았어요. “아니, 대체 누가 이 귀한 도자기를 깼느냐?” 훈장님은 놀란 눈으로 아이들에게 물었지요. 아이들 모두 모르겠다는 듯 훈장님을 쳐다보았습니다.
바로 그 때 훈장님은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고 있는 아이들 보았습니다. “너는 누구냐?” 누군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거기 누워 있냐?” “훈장님, 저 똘이인데요. 훈장님께 죽을죄를 지었어요.” 훈장님은 이불을 걷으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어요. “그럼, 이 도자기를 깬 사람이 너란 말이냐?” 이불속에 엎드려 있던 똘이는 천천히 일어나 무릎을 꿇고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네, 훈장님, 제가 장난을 치다가 그만 도자기를 깼으니 저는 죽어야 돼요. 그래서 죽으려고…,” “뭐? 죽으려고?” “네, 죽으려고 훈장님이 말씀하신 항아리 속의 약을 모두 먹었는데, 아직 죽지 않고 있어요. 훈장님, 제발 저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두세요.”
“똘이는 엉엉 울면서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어요. 훈장님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허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똘이야, 그만 일어나거라. 나처럼 어린애가 벌써 죽어서야 되겠느냐?” 훈장님은 이불을 걷고 똘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허허 크게 웃었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 똘이는 왜 바로 훈장님께 항아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물어보지 않고, 몰래 지켜보기만 했을까요?
- 훈장님은 왜 벽장 속에 항아리를 감추고 시치미를 뗐을까요?
- 훈장님은 왜 똘이가 거짓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야단치지 않고 웃었을까요?
- 훈장님은 똘이에게 항아리에 쓰고 독한 약이 들어 있어서 성한 사람이 먹으면 죽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똘이는 왜 항아리에 든 것을 꺼내 먹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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