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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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by &#$@*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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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는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는 왕자의 모습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입니다.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던 왕자는 죽은 뒤 동상으로 만들어져 도시의 비참함을 보게 됩니다. 새롭게 세상을 알게 된 왕자는 제비를 시켜 몸에 있던 보석들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왕자를 돕기 위해 따뜻한 이집트로 가지 못한 제비는 얼어 죽고, 흉한 모습으로 변한 왕자는 사람들에 의해 버려집니다. 

왕자가 자신의 몸에 있던 보석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인지 현명한 행동인지와 진정한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도시의 높은기둥 위에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서 있었습니다. 그 동상은 온몸이 순금으로 뒤덮여 있었고, 두 눈에는 반짝이는 파란 사파이어가 박혀 있었으며, 칼자루에는 커다랗고 붉은 루비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한 왕자를 무척 좋아했지요.

 

“행복한 왕자는 바람개비처럼 아름다워.”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시어 하는 한 시 의원이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자기를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할까 봐 “물론 쓸모 있는 것은 아니지만.”하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어떤 현명한 엄마는 어린 아들이 달을 따 달라고 보채자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가리키며 말했지요. “저 행복한 왕자님 좀 보렴. 행복한 왕자님은 결코 조르지 않는단다.” 절망에 빠진 어떤 사람은 이 멋진 동상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습니다. “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 있다니 다행이군.” “왕자님은 꼭 천사 같아!” 주홍색 망토에다 하얀 치마를 입은 고아원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니? 너희들은 천사를 본 일이 없잖아.” 선생님이 말했어요. “꿈속에서 봤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이마를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선생님은 꿈에서 천사를 봤다는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작은 제비 한 마리가 이 도시로 날아왔습니다. 친구들은 6주 전에 이미 이집트로 떠났지만, 아름다운 갈대 아가씨와 사랑에 빠진 제비는 그만 때를 놓치고 말았지요. 이른 봄날, 제비는 크고 노란 나방을 따라 강가로 날아갔습니다. 거기에서 제비는 갈대 아가씨의 날씬한 허리에 반했어요.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 성미가 급한 제비는 다짜고짜 물었습니다. 갈대 아가씨는 살짝 고개를 숙였습니다. 제비는 날개로 은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갈대 아가씨의 주위를 빙빙 돌았습니다. 제비는 여름 내내 갈대 아가씨와 함께 지냈어요. “그건 어리석은 사랑이야. 갈대 아가씨는 집도 가난하고 친척도 너무 많아.” 다른 제비들이 재갈거렸지요. 아닌 게 아니라 강가에는 갈대로 가득했습니다.

 

어느새 가을이 오고 제비 친구들은 모두 떠나 버렸습니다. 친구들이 다 떠나 버리자 제비는 외로웠습니다. 갈대 아가씨와 사랑을 나누는 것도 이제 싫증이 났습니다. “갈대 아가씨는 나랑 말도 잘 안 해. 늘 바람하고 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갈대 아가씨는  바람둥이인가 봐.” 하긴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 아가씨는 집 안에만 있는 걸 좋아해. 나는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데. 내 아내는 나처럼 여행을 좋아해야 돼.”

 

마침내 제비가 갈대 아가씨에게 물었어요. “나와 함께 멀리 떠나지 않을래요?” 그러나 갈대 아가씨는 고개를 저었어요.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비는 갈대가 자신을 거짓으로 사랑했다고 생각하며 이집트로 날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제비는 하루 종일 날아서 이 도시에 닿았어요. 

벌써 밤이 되었습니다. 제비는 쉴 곳이 없어 여기저기 찾다가 높은기둥 위에 서 있는 동상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황금 침대 위에서 잘 수 있어서 좋아라 하며 잘 준비를 했어요. 

 

제비가 막 머리를 날갯죽지에 파묻으려고 할 때였습니다. 커다란 물방울 하나가 제비 머리 위로 똑 하고 떨어졌어요. 제비는 깜짝 놀랐어요. “이상한 일도 다 있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별이 총총히 빛나는데, 비가 오다니…. 북유럽의 날씨는 정말 지독하군. 하긴 갈대 아가씨는 비를 좋아했지. 하지만 그건 순전히 갈대 아가씨의 이기적인 생각이었어.” 그때 물방울이 또 하나 떨어졌습니다. “빗방울이 자꾸 떨어지네. 동상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 차라리 굴뚝 구멍이 더 낫겠어.” 제비는 투덜거리며 날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비가 날개를 펴기도 전에 물방울이 또 떨어졌습니다. 제비는 위를 쳐다보았어요. 

 

아! 제비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것은 행복한 왕자의 눈물, 두 눈에 가득 괴어 있는 눈물이었습니다. 눈물은 왕자의 황금빛 뺨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지요. 달빛을 받은 왕자의 얼굴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제비는 가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제비가 물었어요. “나는 행복한 왕자랍니다.” “그런데 왜 눈물을 흘리고 있나요? 당신 때문에 내가 다 젖었잖아요.”

 

“난 살아서 사람의 심장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눈물이 무엇인지 몰랐단다. 나는 궁전에서 슬픔을 모르고 살았어. 낮에는 친구들과 정원에서 뛰어놀고, 밤이면 드넓은 홀에서 춤을 추었지. 정원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나는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 내 주위의 모든 것은 참 아름다웠지. 신하들은 나를 행복한 왕자라고 불렀는데, 즐거운 것이 행복한 것이라면 난 진짜 행복했단다. 나는 그렇게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어. 내가 죽자 사람들은 나를 이 높은 곳에다 세워 놓았어. 여기서는 도시의 온갖 추한 일과 비참한 일이 다 보인단다. 내 심장은 비록 납으로 되었지만, 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구나.”

 

“저는 친구들이 기다리는 이집트로 가야해요. 제 친구들은 나일강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커다란 연꽃들과 얘기하며 놀고 있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왕의 무덤 속으로 자러 갈 거예요. 황은 관 속에 누워 있어요. 노란 천에 싸인 채 썩지 않은 향료로 보존되어 있지요. 왕의 목에는 연두색 옥 목걸이가 걸려 있고 손은 마치 가랑잎처럼 말라 있어요.” 제비가 대답했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나하고 하룻밤 함께 머물면서 내 심부름 좀 해 주지 않겠니? 소년이 목말라해서 엄마가 아주 슬퍼하는구나.” 왕자가 말했습니다. “나는 남자아이들이 싫어요.” 제비가 말했습니다. “지난여름 강가에서 살 때 물방앗간집 버릇없는 두 아들이 나만 보면 돌멩이를 던지곤 했어요. 물론 맞지는 않았지요. 우리 제비들은 그런 돌보다야 훨씬 빠르게 나니까요. 나는 빠르기로 유명한 집안에서 태어났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돌을 던지는 것은 나쁜 짓이에요.” 

그러나 행복한 왕자가 너무 슬퍼 보여서 제비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는 참 춥네요. 하지만 왕자님과 하룻밤 지내면서 왕자님의 심부름을 해 드리겠어요.” 제비는 왕자의 칼자루에서 큰 루비를 쪼아 내어 입에 물고는 도시의 지붕 위로 날아갔습니다. 제비는 하얀 대리석 천사가 새겨져 있는 성당의 탑을 지나갔어요. 궁정 위를 지날 때는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발코니에 나와 있었습니다. “별은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의 힘은 너무나 크군요.” 남자가 말했죠. “다음 무도회까지는 새 드레스가 완성되면 좋겠어요. 드레스에 꽃시계 덩굴을 수놓아 달라고 했는데, 재봉사가 너무나 게을러요.” 아가씨가 말했습니다. 

 

제비는 강을 건널 때 배의 돛대에 달아 놓은 등불들도 보았습니다. “유대인 거리를 지날 때에는 나이 많은 유대인들이 흥정을 하고 구리 저울에다 돈을 달아서 나누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제비는 마침내 가난한 집에 도착해 집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아이는 열에 시달리며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몹시 피곤한지 그 옆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어요. 제비는 방 안으로 살짝 날아 들어가 탁자 위에 있는 골무 옆에 루비를 내려놓았습니다. 제비는 가만히 침대 주위를 날아다니며 날개로 아이의 이마에 부채질을 해 주었지요. “아이, 시원해. 병이 나을 것 같아.” 아이는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 돌어갔습니다. 

 

제비는 행복한 왕자에게 돌아와서 자기가 한 일을 말했습니다. “이상해요. 날씨가 이렇게 찬대도, 아주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그건 내가 착한 일을 했기 때문이란다.” 왕자가 대답했습니다. 제비는 뭔가를 한참 생각하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뭔가 생각만 하면 제비는 늘 잠이 왔어요. 날이 밝자 제비는 목욕을 하러 강으로 날아갔습니다. “겨울에 제비라니, 거참 이상한 일이군!” 다리를 지나가던 조류학 교수가 제비를 보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는 그 지방 신문에 제배에 대해 긴 글을 썼습니다.  사람들은 그 글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 내용을 자주 인용했지요. “오늘 밤에는 꼭 이집트로 가야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제비가 말했습니다. 제비는 거리에 있는 기념탑을 모두 돌아보고 나서 교회의 뾰족한 꼭대기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참새들이 제비를 보고 짹짹거리며 “어머, 특별한 손님이야.”하고 재잘거렸지요. 그래서 제비는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달이 떠오르자 제비는 행복한 왕자에게 날아갔습니다. “왕자님, 이집트에 전할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저는 이제 떠날 거예요.”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하룻밤만 더 나하고 지내지 않겠니?” 왕자가 부탁하자, 제비가 말했습니다. “친구들이 이집트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내일이면 친구들은 나일강에서 둘째로 큰 폭포까지 올라갈 거예요. 갈대숲 속에는 하마가 비스듬히 누워 있고 큰 화강암 뒤에는 멤논이라는 신이 앉아 있지요. 멤논 신은 밤새도록 별을 보다가 새벽별이 비치면 기쁨의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이내 잠잠해진답니다. 낮이 되면 노란 사자가 물을 마시러 강가로 내려오는데, 두 눈은 푸른 에메랄드같이 빛나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폭포 소리보다 더 우렁차지요.”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왕자가 다시 제비를 불렀습니다. “저 멀리 있는 다락방에서 한 젊은이가 책상에 엎드려 있어. 책상 위에는 종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물병에는 시든 제비꽃이 한 묶음 꽂혀 있단다. 젊은이는 갈색 곱슬머리에, 입술은 붉은 석류알 같고, 큰 눈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하구나. 젊은이는 연극 연출가에게 각본을 써 주어야 하는데, 너무 추워서 글을 못 쓰고 있어. 벽난로가 있어도 장작이 없어 불도 못 피우고, 또 너무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구나.” “하룻밤만 더 왕자님 하고 여기 있겠어요.” 정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제비가 말했습니다. “왕자님, 루비 한 개를 젊은이에게 갖다 줄까요?” “아니야, 이제 난 루비가 없어. 내게 남은 건 두 눈뿐이야. 내 눈은 천 년 전 인도에서 가져온 아주 귀한 사파이어란다. 한쪽 눈을 빼다가 젊은이에게 갖다 주어라. 보석상에 내다 팔아 그것으로 장작을 사면 각본을 마저 쓸 수 있을 거야.” 왕자가 말했습니다. “왕자님, 전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제비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지요.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어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렴.” 왕자가 제비에게 재촉하며 말했습니다.

 

제비는 하는 수 없이 왕자의 눈을 빼서 젊은이가 사는 다락방으로 날아갔습니다. 낡은 지붕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지요. 제비는 구멍을 지나 방 안으로 쏜살같이 날아 들어갔습니다. 젊은이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서 제비가 날개 퍼덕이는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젊은이가 얼굴을 들었을 때, 시든 제비꽃 위에 아름다운 사파이어가 놓여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기뻐서 소리를 쳤어요. “사람들이 내 글의 가치를 알아주기 시작한 거야. 이 사파이어는 내 글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준 걸 거야. 이제 나는 각본을 끝낼 수 있게 됐어.” 젊은이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다음 날, 제비는 항구로 날아갔습니다. 제비는 큰 돛대 위에 앉아 선원들이 배 밑 창고에서 큰 줴짝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밧줄을 당길 때마다 선원들은 “여기 여차!”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제비는 “나도 이집트로 가요.”하고 큰 소리로 말했지요. 하지만 아무도 제비를 아는 척하지 않았습니다. 

 

달이 뜨자, 제비는 행복한 왕자한테로 돌아왔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요.” 제비가 소리쳤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하룻밤만 더 나하고 있지 않을래?” 왕자는 또다시 부탁했지요. “지금은 겨울이에요. 이제 곧 차가운 눈이 내릴 거예요. 이집트에서는 해님이 푸른 야자수를 따듯하게 비추고, 악어는 진흙 위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거예요. 왕자님, 저는 떠나야만 해요. 하지만 절대로 왕자님을 잊지 않겠어요. 그리고 내년 봄에는 왕자님께 아름다운 보석을 갖다 드리겠어요. 장미보다 더 붉은 루비와 바다보다 더 파란 사파이어를 꼭 갖다 드릴게요.”

 

그러자 왕자가 말했어요. “저 아래 광장에 성냥팔이 소녀가 울고 서 있구나. 성냥을 흙탕물에 떨어뜨려 모두 못 쓰게 되고 말았어. 소녀가 돈을 가져가지 못하면 아버지한테 매를 맞기 때문에 저렇게 울고 있단다. 그러니 제비야, 내 눈 한 개를 마저 빼다가 소녀에게 갖다 주어라. 그래야 소녀가 아버지에게 매를 맞지 않지.” “왕자님 곁에서 하룻밤 더 머물긴 하겠어요. 하지만 왕자님의 눈을 또 뺄 수는 없어요. 그러면 왕자님은 아주 장님이 되는걸요.” 제비가 울먹였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다오.”

 

하는 수 없이 제비는 왕자의 한쪽 눈을 또 빼 가지고 소녀의 손바닥에다 살짝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어머나, 유리알이 예쁘기도 해라!” 소녀는 놀라 소리치며 집으로 달려갔어요. “왕자님이 장님이 되셨으니 이제 전 언제까지나 왕자님 곁에 있을 거예요. 제비가 이렇게 말하자, 왕자가 대답했습니다. “안 돼, 작은 제비야! 너는 이집트로 가야 해!” “저는 늘 왕자님과 함께 있겠어요.” 제비는 왕자의 발 옆에서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 제비는 하루 종일 왕자의 어깨 위에 앉아 낯선 땅에서 본 것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나일강 둑에 줄지어 늘어서서 커다란 부리로 금붕어를 잡아 먹는 빨간 따오기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이 세상 나이만큼이나 오랫동안 사막에 살아서 이 세상 모든 일을 알고 있는 스핑크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손에 호박 목걸이를 쥐고 낙타 옆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장사꾼 이야기도 해 주었고, 커다란 수정을 숭배하는 흑단같이 새까만 달의 왕 이야기도 해 주었답니다. 스무 명의 성직자들이 꿀 과자를 먹여 키우는, 야자수 위에 사는 커다랗고 푸른 왕뱀 이야기도 해 주었고, 넓적한 나뭇잎을 타고 넓은 호수를 돌아다니며 늘 나비와 결투를 벌이는 난쟁이들 이야기도 해 주었지요. “사랑스러운 작은 제비야, 네가 해 주는 이야기는 정말 놀라운 이야기들뿐이로구나.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이야기는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란다. 비참함보다 더 위대하고 신비한 것은 없는 거야. 작은 제비야, 이 도시를 날아다니며 네가 본 것을 내게 이야기해 주렴.” 

 

제비는 도시 구석구석을 날아다녔습니다. 제비는 부자들이 아름다운 집에서 즐겁게 지내는 동안 그 집 대문 앞에 앉아 있는 거지들을 보았어요. 어두운 골목길에서는 못 먹어서 얼굴이 창백한 아이들이 깜깜한 거리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치 모양의 다리 밑에서는 어린 사내아이 둘이 추위에 떨며 서로 부둥켜안고 누워 있었지요. “배가 너무 고파.” “너희들, 여기 누워서 자면 안 돼!” 경비원이 소리치는 바람에 아이들은 다리를 밑을 나와서 빗속을 헤메야 했습니다. 

 

제비는 왕자한테 자기가 본 것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내 몸은 순금으로 덮여 있단다. 내 몸의 금을 한 조각 한 조각 떼어다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어라. 사람들은 금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왕자가 말했어요. 제비는 왕자의 몸에서 금을 조각조각 떼어 냈습니다. 이제 행복한 왕자는 보기 싫은 잿빛 동상이 되고 말았지요. 제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 조각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창백하던 아이들의 뺨이 장밋빛으로 변했지요. 아이들은 길가에서 큰 소리로 웃으며 뛰어놀았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밥을 먹을 수 있게 됐어.” 아이들이 즐겁게 소리쳤습니다. 

 

마침내 도시에 눈이 내리더니 얼음이 얼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는 은으로 만든 것처럼 반짝반짝 빛났어요. 긴 고드름은 수정으로 만든 칼처럼 사람들의 집 처마 끝에 달려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털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사내아이들은 주홍색 모자를 쓰고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탔어요. 날씨는 점점 더 추워졌지만, 가엾은 작은 제비는 왕자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지요. 제비는 왕자를 너무나도 사랑했습니다.

 

제비는 빵 가게에서 빵 부스러기를 훔쳐 먹고살았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자주 날갯죽지를 퍼덕거렸어요. 하지만 제비는 결국 자기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비는 이제 왕자 어깨 위로 꼭 한 번 날아오를 수 있는 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왕자님, 안녕히 계세요. 왕자님의 손에다 입을 맞추게 해 주세요.” 제비가 힘없이 말했습니다. “작은 제비야, 마침내 이집트로 간다니 정말 기쁘구나. 나는 여기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어. 내 사랑 제비야, 내 입술에 입을 맞추어 다오.” 왕자가 말했습니다. “저는 이집트로 가는 게 아니에요. 죽음의 집으로 가요. 죽음은 잠의 형제이니까요.” 제비는 행복한 왕자에게 입을 맞추고 왕자의 발 옆에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때, 왕자의 몸속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지요. 납으로 만들어진 왕자의 심장이 두 조각으로 쪼개지는 소리였습니다. 정말 지독하게도 모질게 추운 날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시장은 시 의원들과 광장을 지나갔습니다. 시장은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올려다보았어요. “아니, 행복한 왕자가 왜 저렇게 흉해졌지?” 시장이 이렇게 말하자, 시장의 말이면 늘 찬성을 하는 시 의원도 덩달아 말했습니다. “정말 보기 흉한데요.” 사람들은 모두 기둥 위로 올라가 동상을 살펴보았습니다. “칼자루에 박혀 있던 루비도 빠지고, 눈도 없어지고, 온몸을 덮고 있던 금도 다 벗겨졌네. 이제 보니 왕자는 거지보다 나올 게 없군.” 시장이 이렇게 말하자, 시 의원도 맞장구를 쳤지요. “거지보다 정말 나올 게 없군요.” “아니, 여기 발 옆에 새가 한 마리 죽어 있잖아! 여기서 새가 죽어서는 안 된다고 명령을 해야겠군.” 그러자 서기가 그 말을 받아 적었어요. 사람들은 결국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끌어내리기로 했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왕자는 더 이상 필요가 없지요.” 대학의 미술 교수도 말했지요. 사람들은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용광로에 넣어 녹여 버렸습니다. 시장은 시 의원들을 불러 모으고 녹인 쇠로 무엇을 할지 의논했어요. “새로 동상을 하나 만들어야겠는데, 내 동상이면 좋겠소.” 시장이 말했습니다. “아니요! 내 동상을 만들어야지요!” 시 의원들은 저마다 자기 동상을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그 싸움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참 이상한 일이야. 깨진 납 심장은 용광로 속에서도 녹지를 않아. 그냥 버려야겠어.” 주물 공장 기술자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죽은 제비를 쓰레기통 속에 휙 던지고는 행복한 왕자의 심장도 거기다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 도시에 가서 제일 귀중한 것 두 개만 찾아오너라.” 하느님이 천사에게 명령했습니다. 천사는 납으로 된 심장과 죽은 새를 가져왔어요. “오, 제대로 잘 찾아왔구나. 작은 새는 나의 천국의 정원에서 언제까지나 노래 부를 것이고, 행복한 왕자는 나의 황금 도시에서 나를 찬미하리로다.” 하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하브루타식 질문의 예: 

행복한 왕자는 왜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까요?

왕자는 왜 동상이 되고 나서야 슬픔을 알게 되었을까요?

제비는 왜 친구들 겉으로 가지 않고 행복한 왕자 곁에 갔을까요?

행복한 왕자의 심장은 왜 용광로 속에서도 녹지 않았을까요?

왕자는 왜 자기의 것을 모두 남에게 나누어 주었을까요?

제비는 왜 행복한 왕자를 떠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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