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인 친구’는 진정한 친구(우정)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친구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거절하지 않는 한스의 모습과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은 싫어하면서 친구에게는 무엇이든 서슴없이 부탁하는 방앗간 주인의 모습을 통해, 과연 우리들은 어떤 마음으로 친구를 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친구란 왜 소중한 존재인지,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방울새가 엄마오리와 물쥐에게 ‘헌신적인 친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옛날 옛적에 한스라는 착한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재미나게 생겨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었지요. 작은 집에 혼자 사는 한스는 매일 정원을 가꾸며 지냈어요. 이 세상에서 한스만큼 멋진 친구도 없을 거예요. 정말 많은 꽃들이 정원에 피어나고, 달이 바뀜에 따라 그에 맞춰 저마다 꽃을 피어났어요. 한 꽃이 시들 때면 다른 꽃이 피어났으니, 언제라도 그 정원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었고, 향기로운 꽃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작은 한스에게는 친구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진정한 친구라면 방앗간 주인인 뚱보 휴 밀러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 부유한 방앗간 주인은 보잘것없는 한스와 아주 친했지요. 한스의 정원을 지날 때면 늘 울타리에 기대서서 꽃다발을 만들거나 한 움큼 나물을 캐기도 했지요. 과일이 익을 때면 자두며 버찌를 주머니 가득 따기도 했지요.
한스는 언제나 행복했어요. 그러나 겨울이 찾아오면 시장에 나가 팔 수 있는 꽃이나 과일도 없었기 때문에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만 했지요. 어떤 날은 말라빠진 배와 딱딱한 땅콩 몇 개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잠들곤 했어요. 한스는 겨울이 되면 제일 외로웠답니다. 겨울에는 방앗간 주인도 한스를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휴 밀러는 눈이 쌓인 겨울에 찾아 가봐야 이로울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누가 찾아가 귀찮게 해도 안된다고 말했어요. 봄이 되어 찾아가면 한스는 큰 광주리에 앵초 꽃을 가득 채워주면서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밀러의 아내는 그가 사람의 처지를 잘 이해하는 인정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녀는 소나무 장작이 타오르는 벽난로 옆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방앗간 주인의 막내 아들은 한스 아저씨가 집에 와서 배고플 때 자기랑 죽도 나눠 먹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밀러는 아들이 아주 멍청이 같은 녀석이라며 소리쳤지요. 만약에 한스가 자기 집에 와서 따뜻한 벽난로와 맛있는 음식과 적포도주 가득한 술통을 본다면 당연히 자기네를 질투할 것이라고 했어요. 질투심은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을 망가뜨리는 끔찍한 짓이라고 했습니다. 한스를 유혹에 빠뜨릴 수는 없다고 했지요. 그리고 한스가 밀가루를 빌려달라고 하면 절대 빌려 주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 밀가루는 밀가루이고 친구는 친구이므로 혼동하면 곤란하다고 말입니다. 밀러의 부인도 밀러의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밀러가 자신의 막내아들을 노려보자 그는 머리를 떨구고는 찻잔을 앞에 두고 울기 시작했답니다.
겨울이 끝나고 앵초꽃이 막 필 무렵에 방앗간 주인은 아내에게 한스를 찾아가 봐야겠다고 말했어요. “정말 마음씨가 고우시네요. 그저 늘 다른 사람 생각뿐이구려. 꽃을 담을 큰 광주리를 가져가는 걸 까먹지 마세요.” 방앗간 주인의 아내가 소리쳤어요. 방앗간 주인은 풍차 날개를 쇠사슬로 단단하게 묶어 놓은 뒤, 광주리를 들고 언덕을 내려갔어요.
한스는 방앗간 주인을 반갑게 맞았어요. 밀러가 겨울 내내 별일 없었느냐고 묻자, 한스는 겨울을 지내는 것이 몹시 힘들었지만 봄이 찾아와서 이제 너무 기쁘다고 대답했어요. 밀러가 겨울 내내 한스를 생각했다고 하자 한스는 자기같은 사람은 잊을 줄 알았는데 기억해 주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했어요. “친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밀러가 말했습니다.
한스는 겨우내 이것저것을 팔아 겨우 살았다고 했어요. 심지어는 꽃을 가꾸는 데 정말 필요한 손수레 마저도 팔았답니다. 그래서 앵초 꽃을 시장님 딸에게 팔아 손수레를 살 거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밀러는 자신이 한스에게 부서진 손수레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비록 바퀴도 어딘가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아낌없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이라고 하면서요. 한스도 역시 밀러가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엇 하나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했습니다. 그 수레는 한스가 갖고 있는 판자로 고치면 된다고 말하자, 밀러는 자기 창고 지붕이 뻥 뚫려서 판자가 필요하니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한스는 기꺼이 그 판자를 밀러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시장에 내다 팔 많은 꽃을 슬퍼하며 큰 광주리에 꽃을 한가득 담아 주기도 했지요. 그 꽃을 밀러에게 그렇게 많이 주면 겨울에 팔았던 것들 다시 사 올 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밀러는 진정한 친구는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스도 곧 생각을 바꾸고, 우리는 제일 친한 친구이니 정원에 있는 꽃들을 언제라도 가져가도 좋다고 했습니다. 밀러는 판자와 꽃이 가득 담긴 큰 광주리를 가지고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한스는 곧 생길 손수레를 생각하니 너무 신이 났어요.
이튿날 한스가 현관 위쪽에 인동덩굴을 올리려고 못을 박는데, 길에서 방앗간 주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한스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정원 울타리 너머를 봤어요. 방앗간 주인 밀러는 한스에게 자기 대신에 시장까지 밀가루 포대를 짊어지고 가 달라고 부탁 했어요. 한스는 할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되지 않은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밀러는 자기가 손수레도 주었는데 그렇게 냉정하게 거절하다니 친구답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 한스는 대신 어깨에 큰 포대를 짊어지고 터벅터벅 시장으로 걸어갔어요.
여섯 번째 이정표도 지나지 않았는데, 날이 무더워서 한스는 벌써부터 지쳐버렸습니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쉴 수 밖에 없었어요. 다시 힘을 내어 시장에 도착해 밀가루 한 포대를 좋은 값에 팔았답니다. 집에 돌아온 한스는 손수레를 준다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방앗간 주인이 밀가루 판 값을 받으러 왔어요. 한스는 너무 힘들어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밀러는 손수레도 주기로 했는데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러고는 한스의 등을 두드리면서 자기네 집에 가서 창고 지붕을 고치자고 했습니다.
한스는 이틀 동안이나 꽃에 물을 주지 못해 걱정이 되어 얼른 정원으로 가서 일을 하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방앗간 주인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지요. 방앗간 주인은 절친한 친구였으니까요. 어쩔수 없이 한스는 밀러의 집에 가 창고 지붕을 고쳐 주었습니다. 방앗간 주인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스는 밀러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영광이라 생각했지요. 밀러는 한스에게 그러면서 참된 우정이 무엇인지 배우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일은 자기 양들을 몰고 산에 올라 가 달라고 했고, 한스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어요.
이튿날 아침 일찍, 방앗간 주인은 양들을 몰로 한스의 작은 집으로 찾아 왔고, 한스는 양들을 몰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산에 갔다가 돌아오니 하루가 지나갔어요. 어찌나 피곤하던지 한스는 그만 의자에 앉은 채 잠이 들어 버렸어요. 다음 날 한낮이 될 때까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나는 내 정원에서 일할 때가 제일 즐거워.’ 한스는 혼자 중얼거린 뒤, 바로 일하러 나갔습니다. 한스는 자기 꽃들만 돌볼 수 없었어요. 친구인 방앗간 주인이 찾아와서는 오래 걸리는 심부름을 부탁한다거나 일을 시키려고 방앗간으로 데려가곤 했으니까요. 한스는 때때로 마음이 너무 괴로웠어요. 꽃들이 자신들이 있다는 사실을 한스가 있다는 사실을 한스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방앗간 주인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달랬어요. 더구나 자기에게 손수레까지 준다고 했으니까요. 밀러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스는 그 말을 공책에 적어 놓고 저녁이면 다시 읽어 보았어요. 한스는 뭐든지 열심히 배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저녁, 한스가 한로 옆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집 주위에 폭풍우가 엄청 몰아쳤기 때문에 처음에는 바람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인 줄 알았지요. 그런데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열어 보니, 문 밖에는 한 손에는 등을 다른 손에는 큰 지팡이를 든 방앗간 주인이 서 있었어요. 방앗간 주인은 막내 아들이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의사를 불러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자기 대신에 한스에게 의사를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한스가 등불을 빌려 달라고 했으나, 새로 산지 얼마 되지 않아 만일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큰 손해를 볼 것 같으니 한스가 그냥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스는 큰 가죽옷을 꺼내 입고 자줏빛 모자를 쓴 뒤, 목에 목도리를 감고 길을 나섰어요.
정말 엄청난 폭풍우를 뚫고 한스는 의사 집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습니다. 의사는 한스의 말을 듣고 말, 장화, 등불을 준비하라고 이른 뒤 말을 타고 달렸습니다. 한스는 의사가 간 방향으로 힘겹게 뛰어 갔지요.
폭풍우는 점점 더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한스는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말처럼 빨리 달릴 수도 없었어요. 결국 그는 길을 잃고 황야를 헤매다가 물 웅덩이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염소치기들이 물 웅덩이에 둥둥 떠 있는 한스의 시체를 발견해 한스의 집으로 옮겼어요.
동네 사람들이 한스를 좋아했기 때문에 모두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방앗간 주인이 상주가 되었어요. 그는 한스가 죽은 것은 모두에게 큰 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스에게 자신의 손수레를 준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제는 손수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지요. 집에 있을 때는 그 손수레가 거치적 거리는지… 망가질 대로 망가져 값을 쳐 줄 사람도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아낌없이 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언제나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고통을 당할 뿐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
방앗간 주인은 왜 겨울에는 한스를 찾아가지 않았을까요?
방앗간 주인은 왜 막내아들이 한스 아저씨가 오면 좋겠다고 하자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을까요?
한스와 밀러는 서로에게 정말 좋은 친구일까요?
여러분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라고 생각하나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