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에 많이 등장하는 호랑이는 조상들에게 무섭고도 친숙한 동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통문화를 살펴보면 다양한 모습의 호랑이를 찾아볼 수 있지요. 조상들은 나쁜 귀신을 쫓고, 복을 빌기 위해 그림을 그렸어요. 이것을 ‘민화’라고 합니다. 민화에도 호랑이가 많이 등장해요.
‘호랑이 형님’은 나무꾼이 무서운 호랑이를 만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꾀를 낸 옛이야기를 방전환이 새롭게 쓴 이야기이지요. 초반에는 나무꾼의 꾀에 재미를 느끼지만, 후반에는 호랑이의 효심에 감동을 받게 되지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는 효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이야기해 보면 좋겠지요.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일입니다. 의견 많은 나무꾼 한 사람이 깊은 산속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길도 없는 나무숲 속에서 크나큰 호랑이를 만났어요. 며칠이나 굶주린 것 같은 무서운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큰 입을 벌리고 오는 것을 딱 앞으로 맞닥뜨려 놓아서 소리를 지르니 소용이 있겠어요. 달아나자니 뛸 수가 있을까요? 꼼짝달싹 못하고 고스란히 잡아 먹히게 되었어요.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냥 기절해 쓰러질 판이었지요. 이 나무꾼은 원래 의견이 많고 능청스러운 사람이지요. 얼른 지게를 진 채 엎드려 절을 한 번 공손히 하고는 “에그, 형님! 형님을 이제야 만나 뵙습니다 그려.” 하고 손이라도 쥘 듯이 가깝게 다가섰어요.
호랑이는 형님이란 소리에 어이가 없었던지, “이놈아, 사람 놈이 나를 보고 형님이라니, 형님이 무슨 형님이냐?”라고 했어요. 나무꾼은 시치미를 딱 떼고 능청스럽게 “우리 어머님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너의 형이 어렸을 때에 산에 갔다가 길을 잃어 이내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그 후에 가끔 꿈을 꿀 때마다 호랑이가 되어 돌아오지 못한다고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호랑이를 만나거든 형님으로 부르고 자세한 이야기를 하라.”로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눈물까지 글썽였습니다.
그러니까 호랑이도 가만히 생각하다가 자기가 누구의 아들인지 그것도 모르겠고, 나기도 어데서 났는지 모르겠어서 나무꾼의 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어머니를 그렇게 오래 뵙지 못하고 혼자 산속에서 쓸쓸히 지내 온 일이 슬프게 생각되었어요.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아이고, 얘야, 그럼 어머니께서 안녕히 계시냐?”하고 물었어요. “예, 안녕하시기야 하지만 날마다 형님을 생각하고 울고만 지내십니다.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어지 집으로 가서 어머님을 뵙시다.”하고 나무꾼이 말했어요. “얘야, 내 마음은 지금 당장 어머님을 만나고 싶으나 호랑이 탈을 쓰고 어찌 어머니를 뵙겠느냐? 내가 가서 뵙지는 못하지만 한 달에 두 번식 돼지나 한 마리씩 갖다 줄 테니, 네가 내 대신 어머님 봉양이나 잘하여라.”라고 호랑이가 말했어요.
그래서 나무꾼은 죽음을 면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정말로 한 달에 두 번씩, 꼭 초하루와 보름날 밤에는 뒤꼍 울타리 안에 돼지가 한 마리씩 놓여 있었어요. 밤사이에 호랑이가 어머님 봉양하느라 잡아다 두고 가는 것인 줄 알았지요. 그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또 겨울이 지날 때까지 꼭 한 달에 두 번씩 으레 돼지를 잡아다 두고 갔어요. 그 후 정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후로는 영영 초하루와 보름이 되어도 돼지도 갖다 놓지 않고 만날 수도 없고, 아무 소식도 없었어요.
그래서 웬일인가 하고 궁금하게 지내다가, 하루는 산에 갔다가 조끄만 호랑이 세 마리를 만났는데, 겁도 안 내고 가만히 보니, 그 꼬랑지에 베 헝겊을 매달고 있었어요. 하도 이상해서 물어보니 작은 호랑이들도 아주 친하게, “우리 할머니는 호랑이가 아니고 사람이었어요. 그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우리 아버지가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를 잡아다 드리고 왔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날부터 우리 아버지는 굴 밖에 나가지도 않고, 먹을 것을 잡아 오지도 않았지요. 굴속에만 꼭 들어 앉아서 음식도 안 먹고, “어머니! 어머니!” 부르면서 울고만 계시다가 그날 병이 나서 돌아가셨답니다. 그때 우리들이 흰 댕기를 드렸어요.”라고 이야기했어요.
아무리 한때의 거짓 꾀로 호랑이보고 형님이라 하였던 일이라도, 그 말 한마디로 말미암아 호랑이가 그다지도 의리를 지키고, 효성을 다한 일에 감동하여 나무꾼도 울었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
나무꾼은 왜 호랑이한테 형님이라고 했을까요?
호랑이는 왜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를 잡아다 나무꾼 집에 놓았을까요?
호랑이 형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무꾼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댓글